# 74
제74화
라오딘 길드원들과 황금안개 오크 전사들이 대충돌을 일으켰다.
퍽! 빡! 콰직!
“밀리지 마라!”
라오딘 길드원들이 목봉으로 황금갑옷을 입은 오크들을 마구 후려쳤다.
목봉에는 마력이 흘렀고 한방 내려칠 때마다 황금갑옷이 찌그러졌다.
“쿠워억!”
오크 전사들이 마구잡이로 도끼를 휘둘러댔다.
방패와 도끼를 든 오크들이 돌격하며 라오딘 길드의 진영을 뒤로 한 발 물러나게 했다.
그 사이 선우는 미꾸라지처럼 빠져서 틈새를 파고들었다.
“김선우다! 잡아!”
“막아라!”
선우는 도망치면서 오크 전사들에게 명을 내렸다. 오크 전사들이 재빨리 선우의 뒤를 에워싸며 라오딘 길드원들을 막아섰다.
쾅! 퍽! 우지직! 퍼퍽!
서걱!
라오딘 길드원들이 목봉과 발차기를 섞어가면서 공격했고 오크 전사들은 방패와 도끼로 맞섰다.
황금안개 부족들과 라오딘 길드원들의 전투가 벌어졌고 선우는 틈을 만들어 빠져나왔다.
“휴우. 이제 황제가 있는 곳으로 가야 되는데. 어디에 있지?”
황궁 안으로 들어왔지만 넓어서 황제가 있는 곳을 찾아야 했다.
“저기다! 김선우가 들어왔다!”
“잡아라!”
황궁 내부에 대기하고 있던 길드원들이 몰려왔다.
선우는 플레임 블레이드를 꺼냈다.
콰쾅!
화르르.
“불이다! 폐하의 궁을 호위해라.”
플레임 블레이드를 휘둘러 번진 불길이 사방으로 치솟았다.
당황한 황실 NPC들이 폐하를 찾으며 어디론가 분주히 뛰기 시작했다.
“저놈들 따라가면 되겠군.”
선우의 플레이를 지켜보던 시청자들이 감탄을 했다.
- 와, 방장님 머리 굴리는 거 죽이네요.
- 난 저 와중에 황제를 어떻게 찾으려고 하나 했는데 신박하다. ㅋㅋㅋㅋㅋㅋㅋ
- 황제가 어디 숨어있건 NPC들이 불나면 무조건 황제 보호하려고 뛸 테니 ㅋㅋ
- 방장님 잔머리 하난 노벨상 만년 후보. ㅇㅇ
시청자들이 선우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었는지 달풍선을 연달아 쐈다.
선우는 감사하단 인사를 할 틈이 없었다.
“굴돈! 저놈들을 쫓아가라!”
“막아라!”
NPC를 쫓아가는 굴돈을 뒤로 하고 선우가 라오딘 길드원들을 막았다.
챠캉! 챠캉!
“죽어!”
라오딘 길드원들의 공격에도 선우는 뒤로 한발 빠지면서 시간을 벌었다.
‘이제 나타날 때 됐는데.’
선우가 기다리는 건 베카였다.
피를 삼키는 바위 부족들은 황궁 바깥에서 이미 1차로 라오딘 길드를 몰살시켰다.
그리고 지금은.
콰장창창!
쨍그랑!
“뭐냐?”
황궁 벽면 창문이 연달아 박살났다.
시커먼 흡혈박쥐들이 벌떼처럼 들어왔다.
“으악! 몬스터다!”
“아냐! 저거 김선우 소환수다. 나머지 길드 애들 어디 갔어? 당장 이쪽으로 집결해!”
피를 삼키는 바위 부족들이 선우를 포위하던 라오딘 길드원들을 위에서 덮쳤다.
키악!
“아야!”
라오딘 길드원들은 흡혈박쥐 떼들과 뒤엉키며 막싸움이 벌어졌다.
선우는 흡혈오크들에게 맡긴 뒤 다시 황궁 NPC들을 뒤쫓았다.
“주군, 저기입니다.”
“수고했다. 굴돈.”
간발의 차로 도착한 선우.
그의 눈에 황금으로 덧칠한 문이 보였다.
손잡이는 용의 머리가 달려있었고 양쪽에는 황궁 호위병 NPC가 2명 서 있었다.
문 앞에 앉아있는 플레이어가 있었으니 친 라오였다.
“네가 김선우냐?”
“오, 여기도 빡빡이가 있네. 도대체 빡빡이가 왜 이렇게 많지?”
“뭐? 빡빡이?”
선우의 도발.
친 라오가 들고 있던 봉으로 선우를 먼저 공격했다.
빠각-
플레임 블레이드로 막아내자 봉에서 청색빛이 일렁거렸다.
쩌저정!
선우의 검에서 흘러나온 불길이 차게 식어버렸다.
“황제의 보물을 주면 네게도 보상을 나눠주마.”
“먼저 쳐놓고 뭔 소리여?”
선우가 다시 공격을 했다.
한동안 친 라오와 선우의 대결이 펼쳐졌다.
“으악!”
맹렬한 기세로 공격을 퍼붓던 친 라오의 등 뒤를 베카의 흡혈박쥐가 덮쳤다.
곧이어 흡혈오크들이 달려들어 친 라오를 공격했다.
“아악!”
친 라오가 오크들에게 둘러싸인 걸 보며 선우는 황제가 있는 방문으로 향했다.
“멈춰라.”
“저는 로젠하임 황제 폐하의 명을 받고 황가의 보물을 가져온 사람입니다. 폐하를 뵙게 해주십시오.”
선우의 말을 들은 호위병 NPC가 서로를 한 번 보더니 문을 열어줬다.
끼이익.
안으로 들어가자 방문이 닫혔다.
“음? 자네는 저번에 미궁에서 봤던 그자 아닌가?”
“맞습니다. 그때 말씀하셨던 황가의 보물들을 제가 모두 가져왔습니다.”
선우의 말을 듣자 황제가 벌떡 일어났다.
“뭐라? 그게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사실이라면 보물들을 내게 보여달라.”
“여기 있습니다.”
선우는 인벤토리를 열고 황제의 보검, 황후의 반지, 투명망토를 모두 꺼냈다.
“오…오… 이럴 수가.”
로젠하임 황제가 선우가 꺼낸 황가의 보물들을 하나씩 살펴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내 지금껏 숱한 모험가들과 여행자들, 기사, 용병, 마법사들까지 봐왔지만 이렇게 보물들을 모두 가져온 자는 그대가 처음이다.”
“황공하옵니다. 폐하.”
선우는 납작 엎드렸다.
빨리 보상을 받고 싶었으니까.
동시에 알림을 들을 수 있었다.
띠링!
[로젠하임 황제의 보물찾기 퀘스트를 클리어 하였습니다.]
[보상이 주어집니다.]
로젠하임 황제는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선우에게 일어나라고 했다.
선우가 일어나자 황제는 가신들을 불렀다.
“여봐라. 그걸 가져오라.”
신하들이 뒤에서 무언가를 가져왔다.
네모난 금빛상자였다.
황제가 상자를 받아 뚜껑을 열었다.
“이걸 받으시게.”
“이게 뭡니까?”
선우가 받은 건 두루마리 문서였다.
“나를 위해 황가의 보물을 이렇게 가져왔으니 마땅히 보답을 해야지. 그것도 무려 3개씩이나 되찾아줬으니. 그 문서는 나의 친서라네.”
황제의 친서?
선우는 두루마리 문서를 펼쳐보았다.
그러자 알림이 들려왔다.
띠링!
[퀘스트 보상으로 로젠하임 황제의 친서를 획득하였습니다.]
황제의 친서가 보상이었다.
‘보물 3가지를 다 갖다 줬는데 그거 치고 좀 보상이 약한 거 같은데.’
선우는 약간 속으로 의아했다.
하나도 아니고 세 가지나 되는 보물을 모두 찾아 가져다줬다.
엄청난 보상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잠시도 놓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고작 황제의 친서?
솔직히 말하자면 황제가 직접 글을 끄적거린 종이 쪼가리 아닌가?
이걸 어디다 쓰란 건지 선우는 감을 잡을 수 없었다.
황제는 선우를 물끄러미 보며 말문을 열었다.
“그대가 나의 친서를 받았다는 것은 로젠하임 황궁의 신임을 얻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 친서를 갖고 혹시 아르콘 대륙에 가거든 요긴하게 쓰일 수 있을 걸세.”
아르콘 대륙.
인피니티 로드의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하는 벨론, 로젠하임에 이어 3번째로 진출이 가능한 대륙이다.
온갖 전투와 비열한 음모와 술수가 난무하는 무법의 대륙.
그런 곳에서 로젠하임 황제의 친서를 갖고 있으면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거라는 말.
선우는 넙죽 황제의 친서를 받아 무릎을 꿇었다.
“감사합니다. 황제 폐하. 이 은공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하하, 나 역시 자넬 기억하도록 하지. 이처럼 로젠하임 황가의 자긍심을 일깨워줄 보물을 가져와줬으니까.”
로젠하임 황제는 선우에게 받은 황제의 보물들을 보면서 감동에 젖은 눈치였다.
“그럼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대에게 행운이 함께 하기를 바라겠네.”
황제의 말이 끝나자 알림이 들려왔다.
[<칭호 ‘황제를 감동시킨 자’>를 획득하였습니다.]
[보상으로 명성 포인트가 5,000 올랐습니다.]
선우는 로젠하임 황제에게 인사를 하고 나왔다.
밖으로 나오니 엉망진창이었다.
“으으…으으… 김선우… 어디 갔냐….”
친 라오가 거의 다 죽어가고 있었다.
흡혈오크들에게 피를 빨리는 와중에도 열심히 물약을 빨아가면서 버텼던 것.
결국 황제가 있던 방에서 선우가 나오는 걸 본 친 라오.
“설마, 네놈이 퀘스트를 다 해먹은 거냐?”
“물론이지. 황제의 보물은 내가 다 찾은 템들인데.”
선우가 히죽거리며 베카에게 명을 내렸다.
“베카. 이제 쟤들 다 마무리해라.”
선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베카가 움직이도 전이었다.
흡혈 오크들이 게걸스럽게 달려들어 친 라오를 끝장내버렸다.
“젠장.”
친 라오의 캐릭터가 서서히 사라졌다.
“선우 님.”
권정아 실장이 달려왔다.
“아, 실장님. 영상 촬영은 잘 하셨죠?”
“방금 찍을 건 다 찍고 오는 길이예요. 퀘스트는 깨셨어요?”
“이걸 보십시오. 하하하!”
선우는 자신의 상태창을 교환하듯이 열어 보이며 퀘스트 클리어 표시를 보여줬다.
“와, 진짜 굉장하시네요. 결국 혼자서 퀘스트를 깨실 줄이야.”
로젠하임 황궁 퀘스트를 깼으니 선우는 이제 다음 대륙 진출을 할 수 있었다.
“그러면 이제 아르콘 대륙으로 가실 생각이시죠?”
“당연하죠. 거기가 훨씬 재미있는 영상을 많이 찍을 수 있을 테니까요.”
아르콘 대륙으로 갈 생각에 선우는 부풀어 있었다.
“그러면 선우 님. 오늘 촬영하신 영상 지금 전송해주세요. 제가 영상 편집 작업 바로 들어갈게요.”
“알겠습니다.”
선우는 재빨리 오늘 하루 동안 촬영한 영상분을 모두 전송시켰다.
권정아는 영상을 모두 확인한 뒤에 먼저 나가겠다며 로그아웃했다.
“휴, 이제 나도 영상들을 업로드 시켜볼까?”
선우는 자신 있었다.
이번 영상들로 조회수를 대폭 늘릴 수 있다는 것을.
* * *
“역시 뭔가 달라도 다르군.”
선우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흘리며 모니터에서 눈을 못 떼고 있었다.
로젠하임 황궁 퀘스트 관련된 모든 영상들을 하이라이트만 모아서 자신의 채널에 올려뒀다.
조회수는 당연히 1위.
특히 황제의 보물들을 하나씩 모아가는 영상은 이미 권정아가 추가 판권 계약을 조율 중이었다.
이걸 선우가 영상의 마지막 자막에 넣자 시청자들의 관심은 대폭 쏠렸다.
- 대박. 방장님. 진짜 판권 계약 또 했어요?
- 부럽다. 저러면 얼마 벌까?
- 황제의 보물 퀘스트를 저렇게 편하게 깨는 사람 처음 보네.
- 진짜 이 방장님 천재인가? 라오딘 길드가 그냥 속절없이 발렸음.
- 방장님. 황제의 퀘스트 깨고 보상 뭐 나왔어요? 궁금.
- 나도. 뭐 나왔는지 공개 좀요.
시청자들은 선우가 로젠하임 황제로부터 무슨 보상을 받았는지 가장 궁금해하고 있었다.
선우는 보란 듯이 황제의 보상까지 공개했다.
황제의 친서 아이템이 올라오자 시청자들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 오, 황제의 친서면 무슨 능력이지?
- 능력치 없어요?
- 뭐냐, 황제의 보물을 3개나 다 모아서 갖다 바쳤는데 꼴랑 친서 쪼가리 주네.
- 방장님. 퀘스트 보상이 너무 짠 거 같은데요.
- 뭐가 있나 보지. 여기 방장이 아무 이유 없이 저걸 까발리진 않음.
사실 황제의 친서는 선우도 아직 아는 게 없었다.
하지만 선우는 자신했다.
‘이걸 아르콘 대륙에 들고 가면 써먹을 데가 있다고 했지. 그러면 가치는 있어.’
아르콘 대륙은 유저들 사이에서 ‘깽판의 대륙’ ‘난장판 대륙’ 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그런 무법 대륙에서 로젠하임 황제의 친서가 쓰일 수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결정적인 한방이 있을 거란 뜻이었다.
게다가 로젠하임 대륙까지 화려한 전투 영상을 마무리로 남겼으니 아르콘 대륙에서는 영상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었다.
어떤 것이든 선우에게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이제 아르콘 대륙이다.”
선우가 생수 한 컵을 마신 뒤에 다시 캡슐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