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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면 레벨업-72화 (72/200)

# 72

제72화

선우가 길들인 라오딘 길드원들이 페르나를 찾으러 갔다.

그 와중에 레벨 업 알림이 들려왔다.

선우는 상태창을 열었다.

[상태창]

이름: 김선우

레벨: 195

직업: 인피니티 마스터(Only one)

칭호: 없음

근력: 195

민첩: 195

체력: 195

마력: 195

스킬: 없음

소유 스킬: 소환의 진

스킬 사용권: 없음

“페르나 찾아내면 200 넘겠는 걸?”

페르나는 8층 마탑의 수색을 마치고 마지막 남은 방 앞에 서 있었다.

“응? 어떻게 됐지? 처치했냐?”

“그래, 처치했다.”

라오딘 길드원들이 페르나 앞에 나타났다.

그들은 선우가 시킨 대로 칼같이 대답하고 움직이고 있었다.

모든 작전은 이들 뒤에서 선우가 은밀하게 조율하는 중.

“좋아. 수고했어. 그러면 황제의 보검도 가져왔겠지?”

“물론이지.”

“꺼내봐.”

페르나의 말에 라오딘 길드원들이 서로 눈짓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빠르게 귓속말로 서로 뜻을 전했다.

- 이거 봐. 진짜 김선우 말대로야.

- 페르나가 황제의 보검을 가져간 다음에 우리들 앞에서 철저하게 모른 척 없는 척 할 거라고 하더니.

- 뻔뻔한 놈. 저딴 연기에 우리가 속을 줄 아나 보지?

라오딘 길드원들끼리 귓속말을 주고받고 있으니 잠깐 침묵이 흘렀다.

페르나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

“야, 니들 뭐하는 거냐? 황제의 보검을 가져왔으면 꺼내보라니까.”

“그건 지금 꺼낼 필요 없어. 중요한 건 나머지 황제의 보물을 찾는 거다. 투명망토는 찾아냈냐?”

“지금 찾고 있잖아. 8층 마탑을 샅샅이 뒤졌는데 어디에도 투명망토는 없었어.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곳은 여기 이 방 하나다.”

페르나는 황제의 보검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라오딘 길드원들이 수상쩍었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더 캐물으려고 하면 오해를 살 수 있다.

페르나 역시 황제의 보물 3개를 모두 노리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투명망토가 손에 닿을 것처럼 가까이 있었다.

‘이럴수록 더 신중해야 돼. 황제의 보검을 안 보여주려는 걸로 봐서 날 못 믿는가본데. 나 역시 너희들을 처음부터 믿은 적이 없다고.’

페르나 또한 라오딘 길드를 뒤통수 칠 계략을 꾸미고 있었다.

“이봐, 페르나. 그 방을 열고 들어가 봐. 투명망토를 찾아야 될 거 아냐.”

“그러지. 하지만 여는 법을 몰라. 너희들이 찾아봐.”

“흥! 이까짓 돌덩이 그냥 부숴버리면 되잖아. 으아압!”

콰쾅!!

가장 무식해 보이는 라오딘 길드원이 석문을 맨손으로 때려 부쉈다.

석문이 박살나면서 안쪽에 휑한 공간이 드러났다.

“하하! 어때? 간단하지?”

페르나는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면서 방 안으로 들어갔다.

“흐음, 이곳은 아무것도 없는데. 왜 이 방이 잠겨 있었을까?”

“잠겨 있었다면 방 안에 뭔가 중요한 게 있었다는 거 아냐? 야, 저쪽부터 수색해봐.”

라오딘 길드원들이 방 안에서 흩어졌다.

그리고 이곳은 선우가 찾아낸 숨겨진 상자에 들어있던 힌트와 관련된 장소였다.

바로 마수의 방.

선우는 이곳의 정보를 알 수 있는 힌트를 미리 얻었기에 대비를 하고 있었다.

페르나와 라오딘 길드원들은 그런 정보가 없었다.

그저 아직 수색 못한 곳 중 하나로 여길 뿐.

선우가 멀리서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으음, 이제 마수의 방에서 마수를 깨워야 하는데.”

라오딘 길드원들이 페르나를 찾으러 온 사이 선우는 다른 곳을 수색해보다 또 다른 숨겨진 상자를 발견했었다.

그 상자 안에는 마수의 방에 봉인된 마수를 깨울 수 있는 방법이 들어 있었다.

그 방법은 간단했다.

“일단 마수의 방 근처에 무슨 비밀 장치 같은 게 있다고 했지? 그걸 누르면 마수를 깨울 수 있다고 했으니까… 가보자.”

선우가 허리를 숙여 잽싸게 잦은걸음으로 뛰어갔다.

한편 페르나와 라오딘 길드원들은 마수의 방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하! 여기는 뭐 넓기만 하고 아무것도 없네. 도대체 이 방은 왜 있는 거냐?”

“조용히 하고 빨리 찾아! 투명망토잖아. 어쩌면 투명한 형태라서 눈에 잘 안 띄는 걸 수도 있어.”

페르나의 말에 멍청해 보이는 라오딘 길드원이 손가락을 딱 하고 쳤다.

“그렇군! 우리가 잘못 본 것도 투명해서야. 근데 그러면 어떻게 찾지?”

“대충 찾지 말고 천천히 눈 여겨 보라고. 멍청아.”

“뭐? 멍청이? 야, 페르나. 죽고 싶냐?”

“죽여줄까?”

“야, 다들 그만해. 투명망토를 찾는 게 급선무야. 뭐하고들 있냐?”

라오딘 길드원의 행동대장으로 보이는 플레이어가 말렸다.

그 사이 선우는 박살난 마수의 방문 근처로 다가왔다.

‘이쪽 벽을 더듬으면 뭐가 나온다고 했는데. 어디 보자.’

선우는 벽 쪽을 손바닥으로 더듬어나갔다.

그러자 손바닥에 뭐가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약간 튀어나온 돌기 같은 장치가 만져졌다.

‘이걸 누르면 되는 건가?’

선우가 별 생각 없이 장치를 손바닥으로 눌렀다.

끼릭.

드르르르.

“응? 어? 뭐, 뭐냐!”

“바, 바닥이 갈라진다!”

“피해라!”

갑자기 마수의 방바닥이 좌우로 갈라지고 있었다.

라오딘 길드원들과 페르나는 다급히 갈라지는 틈을 피해 입구로 뛰었다.

“으아아!! 늦었어!”

파앗!

페르나가 입구를 향해 힘껏 도약했지만 닿지 않았다.

“으아아!!”

가장 먼저 컴컴한 아래로 떨어지는 페르나.

라오딘 길드원들은 좌우로 사라지는 방바닥의 끝까지 도망을 친 다음 버티고 있었다.

“으으으… 젠장! 이거 함정이었냐!”

“아아아!!”

결국 길드원들 모두 지하로 떨어졌다.

이들의 함성이 메아리쳤다.

“음? 이런 게 있었네.”

선우가 마수의 방 입구에서 고개를 내밀고 아래를 쳐다봤다.

컴컴했던 시야에 갑자기 밝은 불길이 솟구쳤다.

쿠와악!

마수의 울부짖음이 들렸다.

그리고 길드원들의 비명까지.

콰콰쾅!

불기둥이 솟구치며 선우가 있는 곳까지 번쩍였다.

“어이그!”

선우가 재빨리 뒤로 도망쳤다.

화염이 가득 찼다가 사라졌다.

선우가 다시 엉금엉금 기어서 마수의 방 아래를 살폈다.

“으악! 죽여!”

아래쪽에 마수와 라오딘 길드원들, 페르나가 언뜻 보였다.

이들은 아래로 추락하면서 잠들어 있던 마수 위에 떨어졌던 것이다.

라오딘 길드원들은 마수를 공격했지만 데미지가 잘 먹히지 않았다.

선우는 턱을 괴고 그 장면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음, 어쩌면 일이 더 편하게 풀릴 수도 있겠는 걸?”

페르나는 도적 클래스답게 요리조리 종횡무진 누비면서 도망 다녔다.

마수의 공격은 페르나를 향하다가 엉뚱하게 곁에 있던 라오딘 길드원을 덮쳤다.

“야! 페르나! 도망치지만 말고 싸워!”

“니들이나 싸워! 난 투명망토를 찾아야 되잖아! 길드장 말 잊었냐!”

“아, 길드장. 야! 빨리 마수를 죽여… 으어억!”

마수는 상반신은 드래곤이었고 하반신은 미노타우르스 같았다.

라오딘 길드원들을 무자비하게 덮치며 엄청난 데미지를 입혔다.

“물약! 물약!”

“야, 나도! 누가 물약 남은 거 있으면 빨리!”

라오딘 길드원들은 물약을 빨아가며 정신없이 도망 다녔다.

마수의 공격이 너무 강력했고 한 방 맞을 때마다 H/P가 쭉쭉 사라졌다.

결국 라오딘 길드원들 1명씩 바닥에 눕기 시작했다.

“으으, 젠장, 임무 실패다.”

“길드장한테 욕 엄청 먹겠다.”

크와앙!

“야, 페르나! 물약 남은 거 빨리 던져!”

“내 것도 없어!”

“저, 저 배신자 놈. 역시 김선우가 맞았어!”

“뭐? 김선우가 뭐랬다고?”

투쾅!

마수의 공격이 거세졌다.

결국 마지막 남은 라오딘 길드원마저 죽고 말았다.

페르나 혼자 살아남았고 마수는 이제 그를 뒤쫓고 있었다.

“젠장, 여기서 어떻게 나가야 되지?”

계속 도망치면서 마수의 공격에도 물약을 먹으며 버틴 페르나.

이젠 역부족이었다.

더는 도망칠 곳도 없었고 마수는 점점 더 다가왔다.

페르나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이는 마수.

“크윽!”

마수의 발톱에 페르나의 갑옷이 박살났다.

마지막 남은 물약을 열고 얼굴에 들이붓듯이 마시는 페르나.

“으악!”

물약을 마시고 도망치려는 찰나 마수의 불길이 덮쳤다.

콰우우우-

화염방사기로 소각하듯이 마수의 불길이 페르나를 구워버렸다.

“으으… 이걸 어떻게 빼돌렸는데.”

결국 페르나가 바닥에 누워버렸다.

손가락에서 빠져나와 드랍된 황후의 반지.

페르나의 캐릭터가 사라졌고 반지만이 남아 반짝였다.

“저기 있군. 베카! 가자!”

선우는 미리 베카를 소환하고 지금같은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넌 저거 피 많이 먹어! 애들하고 같이 나눠 먹어!”

베카의 흡혈박쥐가 선우를 황후의 반지가 있는 곳에 떨어뜨려줬다.

동시에 베카는 바닥에서 동족들을 소환했다.

쿠으으.

마수는 갑자기 나타난 관에서 쏟아지는 흡혈 오크들을 보더니 포효를 했다.

피를 삼키는 바위 부족들이 모처럼만의 사냥에 흥분을 시작했다.

“어으, 잔인해.”

선우는 베카와 흡혈 오크들의 마수 사냥을 찡그린 눈으로 구경하면서 황후의 반지를 주웠다.

띠링!

[로젠하임 황가의 3대 보물 중 한 가지인 황후의 반지를 획득하였습니다.]

“오예. 이제 남은 건 투명망토인데.”

마수는 어느덧 피를 삼키는 바위 부족들의 먹이가 되어 있었다.

흡혈 오크들이 게걸스럽게 달려들어 뱀파이어처럼 마수의 피를 빨아댔고 선우는 이 모든 걸 방송으로 촬영했다.

물론 라오딘 길드원과 페르나가 마수에게 당하는 건 교묘하게 편집할 생각이었다.

마수가 죽고 나자 알림이 들려왔다.

띠링!

[폐쇄된 마탑의 봉인된 마수를 처치하였습니다.]

[보상으로 대마법사의 영혼으로부터 투명망토를 받게 됩니다.]

[대마법사의 영혼을 불러내는 중입니다.]

[영혼을 불러내었습니다.]

연속된 알림에 이어 갑자기 선우 앞에 하얀 빛이 나타났다.

대마법사의 영혼이었다.

일렁거리는 형체가 선우에게 말을 걸었다.

“위험한 마수를 처치해준 그대의 공을 치하하노라.”

대마법사의 영혼의 목소리가 짧게 들려온 뒤 이어서 공중에서 무언가 이질적으로 펄럭거렸다.

자세히 보니 투명망토였다.

영혼에 이끌려 바닥으로 내려오는 투명망토를 선우가 손으로 받았다.

띠링!

[로젠하임 황가의 마지막 보물 투명망토를 획득하였습니다.]

“드디어 다 모았다!!”

황제의 보검, 황후의 반지, 투명망토까지 모두 선우 손에 들어왔다.

이제 남은 건 로젠하임 황궁으로 가서 황제에게 이 3가지 보물을 전달하는 것.

그러면 퀘스트 클리어다.

“이제 황궁으로 가야지. 베카!”

* * *

라오딘 길드의 마스터 친 라오는 로젠하임 황궁의 정문에 앉아 있었다.

그 역시 빡빡머리에 근육질 캐릭터로 한 손에는 쇠로 만든 봉을 들고 있었다.

“야, 페르나가 배신을 한 게 사실이냐?”

“길드원 애들 말로는 그렇다고 합니다. 김선우라는 놈하고 손을 잡고 페르나에게 황후의 반지와 투명망토를 되찾아오겠다고 귓속말 들어온 걸 마지막으로 연락이 안 닿습니다.”

“길드장! 방금 확인해보니 애들 다 죽었데요. 페르나까지 모두.”

“뭐라고? 그건 또 무슨 소리냐?”

“저도 정확한 건 모르겠습니다. 무슨 마탑에 마지막 방에 들어갔다가 떨어졌는데 마수가 있어서 사냥도 못하고 그냥 죽었다고.”

“으휴, 이 멍청한 것들은 자기들이 겪은 것도 제대로 전달도 못하니.”

친 라오는 빡빡머리를 쓱쓱 긁어댔다.

그 와중에 라오딘 길드원 1명이 정문으로 달려왔다.

“길드장. 정보를 알아냈습니다. 김선우. 이 자식이 지금 황제의 보물 3가지를 다 갖고 있대요.”

“뭐라고? 그걸 어떻게 알아?”

“방송, 방송 켜세요. 김선우가 지금 스트리밍 방송으로 황제의 보물 인증을 하고 있습니다. 이걸 갖고 황제에게 간다고요.”

친 라오가 히죽 웃었다.

“그래? 잘 됐네. 여기서 기다리면 곧 놈이 나타나겠군.”

“애들을 더 불러 모을까요?”

“안 보이는 곳에 대기시켜놔.”

“알겠습니다.”

“김선우. 빨리 와라. 코앞에서 퀘스트를 뺏기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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