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다리면 레벨업-65화 (65/200)

# 65

제65화

선우는 알림을 확인했다.

반투명한 화면이 나타났다.

[황제의 보검은 로젠하임 북부에 숨겨진 신전에 있습니다.]

숨겨진 신전?

선우는 화면을 손가락으로 툭 클릭했다.

화면이 스르륵 넘어갔다.

새로운 화면이 나타나며 로젠하임 대륙 북부의 지도가 펼쳐졌다.

지도에는 동그란 불빛이 반짝거렸는데 여기에 신전의 위치가 나왔다.

“으음, 여기까지 또 가야 되는 거네. 그런데 여기는 어디지?”

선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황제가 줬던 지도에는 없는 지역이었으니까.

선우가 의문을 갖는 순간 알림이 다시 들려왔다.

[황제의 보검을 보관하고 있는 신전은 에스타르 라고 불리는 은둔의 산맥에 있습니다. 에스타르 산맥의 자세한 정보를 확인하시겠습니까? Y/N]

선우는 Y를 클릭했다.

에스타르 산맥의 세부 정보가 나왔다.

[에스타르 산맥]

-로젠하임 대륙 내부에 숨겨진 미지의 산맥. 광활하지도 않고 북부의 여타 산맥 사이에 끼어 알려지지 않은 산맥이다.

로젠하임 황가에는 그림자 산맥이라고도 불리는 곳으로 황가의 보물 중 1개인 황제의 보검이 이 산맥에 지어진 신전에 숨겨졌다는 일화가 구전되어 전해진다.

“흐음, 그림자 산맥이라….”

선우는 일단 에스타르 산맥의 좌표를 확인했다.

이곳 던전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북부 산맥은 로젠하임 황궁의 기사단이 가끔 몬스터 토벌을 하러 가는 곳이었기에 정보가 많았다.

선우는 먼저 북부 산맥의 정보를 모아서 그림자 산맥인 에스타르 산맥을 찾아내기로 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건가?”

로젠하임 대륙은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이었다.

그러다 보니 산들이 많았고 겹겹이 쌓여 있는 산맥 사이에 숨은 곳이 에스타르 산맥이었다.

당연히 산맥을 일일이 뒤지고 다니는 건 불가능하기에 지금껏 로젠하임 황제의 눈에도 귀에도 들어오지 않았던 것.

그저 오래 전부터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에스타르 산맥이 있었다는 사실만 대충 아는 정도였다.

선우는 이 정보가 꽤 고급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먼저 북부 산맥으로 가봐야겠다.”

선우가 발을 옮기려는 찰나.

[레벨이 올랐습니다.]

“아, 레벨..”

선우가 레벨 확인을 했다.

[상태창]

이름: 김선우

레벨: 188

직업: 인피니티 마스터(Only one)

칭호: 없음

근력: 188

민첩: 188

체력: 188

마력: 188

스킬: 없음

소유 스킬: 소환의 진

스킬 사용권: 없음

“200까지 12 남았군.”

* * *

정보를 얻고 밀실 통로로 빠져나온 선우.

“야, 굴돈. 베카는 정신 들었냐?”

“예, 방금 깨어났습니다.”

선우가 베카를 확인했다.

이마에는 돼지 오줌통만한 혹이 달려 있었다.

“야, 베카. 이거 혹이 왜 이렇게 크게 났냐? 아까 내가 들어가기 전엔 없었잖아.”

“주군께서 들어가시고 얼마 안 가 부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음, 그래?”

베카는 여전히 횡설수설했다.

“으음, 오라버니. 나 아직도 별이 보인다. 이거 뭐냐?”

베카의 동공이 흐릿했다.

초점이 맞춰지지 않는 걸 보니 아직도 데미지가 회복이 안 된 것 같았다.

선우는 인벤토리에서 비상 시 써먹을 회복 물약을 꺼냈다.

“야, 고개 들어봐.”

베카는 굴돈의 부축을 받고 고개를 들었다.

“오라버니, 그거 피야?”

쪼르륵.

선우는 회복 물약을 베카의 혹 위에 부었다.

그리고 얼굴 전체를 적셔줬다.

“어푸풉, 이게 뭔데?”

“가만히 있어.”

베카의 혹이 눈에 띄게 가라앉고 있었다.

“이제 괜찮을 거다.”

회복 물약 1병을 다 쓰자 베카의 혹이 사라졌고 정신이 돌아왔다.

“아~ 오라버니. 목말라.”

제정신이 든 베카는 다시 입맛을 다셨다.

피의 갈증을 느끼는 것이다.

선우는 베카에게 피를 먹여줄 장소를 생각해냈다.

그건 바로 북부 산맥의 넓은 사냥터.

에스타르 산맥으로 가려면 결국 북부 산맥을 들어가야 한다.

북부 산맥은 워낙 넓었기 때문에 플레이어들 대부분은 하루에 사냥할 곳을 정해서 사냥을 했다.

대부분 로젠하임 황족 혹은 휘하의 귀족들과 관련된 퀘스트를 받으러 가지만 사냥을 하려는 유저들은 모두 북부 산맥을 찾았다.

선우는 북부 산맥의 사냥터를 누비고 다니려면 베카의 흡혈박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흡혈박쥐는 비행을 하며 선우를 에스타르 산맥의 위치까지 데려다줄 거다.

게다가 선우의 시야 오른쪽 하단에는 방금 리치의 방에서 얻은 에스타르 산맥의 좌표가 찍혀 있었다.

반짝거리는 위치까지 가면 선우는 에스타르 산맥의 신전을 찾는 일만 남은 것.

“일단 베카. 날 따라와. 굴돈 넌 이따가 다시 소환하겠다.”

“알겠습니다. 주군.”

* * *

베카의 흡혈박쥐가 선우의 어깨를 붙들고 비행 중이었다.

“오라버니, 어디에 피가 있는데?”

“다 왔어. 저기 보이지? 저 산맥에 신선한 피들이 많다고.”

베카는 코를 벌름거렸다.

“으음, 그렇기는 하네.”

일단 베카의 관심을 끌어들였으니 다음은 에스타르 산맥으로 가는 거다.

‘이제 여기서 다시 방송을 시작해야겠군.’

선우는 리치의 방에서 나온 뒤 음소거를 해제하고 시청자들에게 양해를 구했었다.

곧 더 재미있는 영상을 준비할 것이니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말과 함께.

그리고 지금 선우가 준비한 걸 보여줄 시간이었다.

“아, 시청자님들. 오래 기다리셨죠?”

선우가 베카의 흡혈박쥐에 매달려 그네처럼 앞뒤로 왔다갔다 거렸다.

자신의 모습을 더 정확하게 보여주기 위해 방송의 시점을 전지적 관찰자 시점으로 전환했다.

그 다음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하는 선우.

채팅방은 순식간에 바글거렸다.

-으엌ㅋㅋㅋㅋ 방장님 뭐 타고 계신 거예요?

-저거 박쥐 아님?

-미친, 박쥐가 뭐 저리 커?

-저거 여기 방장님이 소환하는 오크 전속 소환수 같은 거다. 흡혈박쥐 맞음.

-방장님 근데 지금 어디 가시는 중?

-저기 북부 산맥 아님?

-헉, 방장님 나 지금 북부 산맥 사냥터에 있는데

시청자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선우는 먼저 가볍게 말문을 열었다.

“아, 시청자님들. 제가 지금 북부 산맥 사냥터로 가는 중인데요. 여기서 추천해주실 만한 사냥터 있으신가요? 있다면 제가 거기서 추천해주신 분 닉네임 언급 한 번 해드리겠습니다.”

선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온갖 사냥터 위치가 채팅방을 도배하고 있었다.

“아, 이거 너무 많은데 일단 랜덤으로 고르겠습니다. 안 되신 분들은 다음 기회를 기다려 주세요.”

선우는 대강 눈에 가장 많이 띄던 사냥터를 골라 언급했다.

“북부 산맥의 쉐튼 계곡을 추천해주신 아롱소녀 님 감사합니다. 그러면 아롱소녀 님께서 추천해주신 쉐튼 계곡으로 가서 사냥터 구경 좀 해보겠습니다. 어떤 몹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을지 엄청 기대가 되네요.”

선우는 흡혈박쥐에 대롱대롱 매달려 인사를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주인장님 넘 웃김 ㅋㅋㅋ

-인사하는 것 좀 보소 ㅋㅋㅋㅋㅋㅋㅋㅋ

-되게 건성거리는 데 박쥐가 붙들고 있어서 저렇게 할 수밖에 없음 ㅋㅋㅋㅋㅋ

-방장님, 인사 한 번만 더 해주시면 안 될까요? 화면 캡쳐 못했음.

-나도 스샷 찍으려고 했는데 타이밍 놓쳤음. 님 한 번만 더 해줘요. 그러면 달풍선 쏠게요.

-나도, 나도.

선우는 달풍선 쏜다는 말에 넙죽 인사를 또 했다.

채팅방은 깔깔거리는 말투로 도배가 되었고 달풍선 터지는 알림이 마구 들렸다.

“달풍선 후원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곧 사냥터에서 인사드릴게요.”

선우가 흡혈박쥐에 매달린 채 쉐튼 계곡으로 향하는 걸 지상의 사냥터에서 누군가 빤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야, 가서 파티장한테 말해. 간만에 털이 해먹을 놈 발견했다고.”

* * *

쉐튼 계곡.

북부 산맥을 크게 세로로 가로지르는 대표적인 계곡으로 이곳에는 온갖 몬스터들이 물을 마시러 오는 곳인 만큼 가장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사냥터였다.

선우는 흡혈박쥐를 먼저 물을 먹였다.

“야, 날 데려오느라 수고가 많았다. 실컷 먹어라. 공짜야.”

흡혈박쥐는 콸콸 흐르는 계곡물에 머리통을 넣고 한참을 마신 뒤에 몸을 털었다.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는 눈들이 있었다.

플레이어들이었다.

모두 3명.

이들은 사냥터를 옮겨 다니며 플레이어들을 노리는 전문 털이범들이었다.

인피니티 로드에서 로젠하임 대륙은 다음 대륙으로 넘어가기 위해 대부분 거쳐가는 관문 같은 땅이었다.

그러다 보니 플레이어들은 모두 용병이 되어 퀘스트를 하느라 급급했다.

퀘스트에는 여러 보상들이 많았고 인벤토리에는 온갖 아이템들이 가득 쌓여있었다.

이들은 모두 이러한 틈을 노리고 1명만 걸리란 식으로 털이를 하는 플레이어들이었고 전형적인 카오 유저들이었다.

“야, 저거 생긴 거 봐라. 딱 봐도 로젠하임 넘어와서 퀘스트에 맛이 간 얼굴이잖아.”

“그러네. 눈빛이 뭔가에 맛탱이가 가버렸어.”

“쟤 털어보면 돈 냄새 나는 템 하나 나올 거 같아서 찍은 거야.”

“야, 저거 박쥐 몬스터 소환수일까? 아니면 테이밍 한 걸까?”

“테이밍 한 거면 일단 플레이어를 죽이면 자동으로 죽인 놈한테 주인 권한이 넘어오잖아. 죽여 보면 알겠지. 크흐흐.”

“근데 저건 뭐지? 오크 같은데. 암컷이잖아.”

“오크를 소환수로 데리고 다녀? 그런 플레이어는 들어본 적 없는데.”

“나도. 뭐 어떤 건지는 이따가 확인해보자고.”

3명은 서로 키득거리며 선우를 노려봤다.

반면 선우는 방송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아, 이거 참. 쉐튼 계곡에 오니 진짜 시원하네요. 안 그래도 더워서 갑갑했었는데 시청자님들께서 추천해주셔서 훨씬 낫네요. 이제 살 것 같습니다.”

쉐튼 계곡은 꽤 넓었다.

계곡 사이로 흐르는 물줄기는 차갑고 맑았으며 거센 곳과 잔잔한 곳이 나뉘어 있었다.

가끔 보이는 늑대와 여우들이 물을 마셨다. 하지만 선우가 노리는 몬스터들은 좀 더 큰 놈들이었다.

“오라버니, 피 냄새가 많이 나는데. 어떤 놈들이 제일 맛있을까아?”

베카는 이미 주변의 피 냄새에 코를 쉬지 않고 벌름거렸다.

“야, 베카. 일단 저기 있는 놈부터 잡아보면 어떨까?”

선우의 손가락을 따라 베카의 시선이 이동했다.

베카의 눈에 사이클롭스 1마리가 나타났다.

“우와, 크다 커. 피 많겠는걸?”

“그렇지? 베카. 가서 잡아봐.”

파앗!

선우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베카가 바닥을 차고 날아올랐다.

동시에 흡혈박쥐가 날개를 펼치며 솟구쳤고 공중에 뜬 베카를 태운 뒤 비행을 시작했다.

“우오아.”

이 모습을 숲에 숨어 지켜보던 털이범들.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야, 저 박쥐 몬스터 무조건 뺏자.”

“개쩐다.”

베카의 흡혈박쥐를 본 털이범들은 가장 먼저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냥을 구경하려고 은밀히 움직였다.

“구워억!”

사이클롭스의 외눈이 번뜩였다.

갑자기 날아든 흡혈박쥐의 날갯짓이놈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부우우웅!

사이클롭스가 쥔 방망이가 엄청난 파공음을 냈다.

베카의 흡혈박쥐가 급선회를 하며 빠져나갔다.

방망이를 휘두르느라 몸이 크게 돌려진 사이클롭스. 베카는 흡혈박쥐를 타고 놈의 등 뒤를 덮쳤다.

“쿼어억!”

사이클롭스가 비명을 질렀다.

방망이를 마구 휘둘러대며 날뛰었다.

콰쾅! 쾅!

계곡의 바위들이 사이클롭스의 방망이에 맞고 박살났다.

첨벙! 첨벙!

사이클롭스가 아무리 날뛰어도 흡혈박쥐는 한 번 문 송곳니를 빼지 않았다.

계속 피를 빨아대자 결국 사이클롭스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두꺼운 사이클롭스의 목 아래로 흐르는 핏물.

베카가 재빨리 핏물을 받아 마셨다.

“으음, 맛있어.”

이 모습을 선우는 자신과 같은 시점으로 촬영을 하며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있었다.

-우와, 방장님. 저거 흡혈박쥐 렙 몇이예요?

-사이클롭스가 튀어나와 ㅋㅋㅋㅋ 역시 쉐튼 계곡 클라스.

-와, 저 박쥐가 뭔데 사이클롭스를 저렇게 가볍게 잡지?

-나도 저 박쥐에 한번 타보고 싶다.

시청자들의 열렬한 반응을 느끼고 있던 선우.

갑자기 뒤쪽 수풀이 바스락거리고 인기척이 느껴졌다.

“어이, 이봐.”

선우를 지켜보던 전문 털이범 유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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