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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면 레벨업-62화 (62/200)

# 62

제62화

선우는 집으로 돌아온 뒤 인피니티 로드에 들어갔다.

이미 하이 오우거 퀘스트 영상은 찍어둔 뒤.

남은 건 황실의 보물찾기를 완수하는 것이었다.

‘일단 지도를 따라가야지.’

선우는 지도를 펼쳤다.

지도 안에는 반짝이는 빛이 여러 군데 있었다.

“흐음, 이 중에 한 군데에 보물이 숨겨진 걸까?”

선우는 가장 먼저 찾아야 될 보물의 목록을 생각했다.

“먼저 황제의 보검부터 찾아봐야지.”

선우가 고른 아이템은 황제의 보검.

로젠하임 황가에 내려오는 전설적인 검이었다.

지도를 펼친 선우는 여러 군데 반짝거리는 위치 중 가장 끌리는 곳을 선택했다.

“먼저 여기를 가봐야지.”

* * *

선우가 도착한 곳은 로젠하임 서쪽 산맥에 위치한 던전.

이곳 던전에는 로젠하임 대륙의 역사를 오랫동안 지켜봐온 대마법사가 죽어 리치로 떠돌고 있다는 전설이 있었다.

지도의 위치와 근처 마을 주민들의 정보를 토대로 선우는 이곳 던전 입구에 서 있었다.

“흐음, 여기로 들어가서 그 리치를 만나서 황제의 보검에 대해 정보를 찾아봐야지.”

선우가 던전으로 입장했다.

던전은 어두컴컴했고 습하고 더웠다.

“아으, 찐득거려.”

선우는 던전 안으로 계속 들어갔다.

“찌르륵”

어디선가 몬스터 울음이 들렸다.

선우는 무시하고 계속 안으로 들어갔다.

물론 영상 촬영은 기본.

타다닷!

무언가 선우의 등 뒤로 휙 지나갔다.

“뭐지?”

선우의 시야가 앞뒤로 분주하게 뒤바뀌는 순간.

“키앗!”

“으옷!”

파앗-

갑자기 무언가 선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선우는 재빨리 옆으로 몸을 날렸다.

“키으읏.”

“자이언트 레트잖아.”

개만한 크기의 사나운 송곳니가 툭 튀어나온 식인 생쥐.

던전에 서식하며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괴랄한 식성의 소유자였다.

선우는 플레임 블레이드를 꺼냈다.

“통구이로 만들어야지.”

“키앗!”

자이언트 레트가 파박 하고 뛰어올랐다.

엄청난 점프력.

선우가 플레임 블레이드를 가로로 휘둘렀다.

뎅-겅.

투화악!

불길이 치솟았다.

“키악!”

자이언트 레트가 두 동강 나며 불덩이가 되었다.

타닥타닥!

고기가 익어가는 냄새가 풍겼다.

“으음, 그럴싸한 냄새긴 한데 먹고 싶지는 않다.”

선우는 자이언트 레트 사냥 영상을 찍으면서 다시 발길을 재촉했다.

키으으.

그런데 머지않아 또 다른 자이언트 레트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것도 엄청나게 많은.

“어라? 설마….”

선우의 예상이 들어맞았다.

자이언트 레트가 동족의 비명을 듣고 달려온 것이다.

그것도 타들어가는 고기 냄새에 이끌려서.

“쿠왁!”

자이언트 레트 무리가 나타나서 순식간에 동족의 사체를 뜯어먹었다.

선우는 플레임 블레이드를 겨눴다.

“올 테면 와봐라.”

던전에 온 목적은 보스 몬스터 리치를 찾아내는 것.

그 전에 걸리적거리는 몬스터들은 모두 치워버릴 생각이다.

“키윽.”

자이언트 레트들이 선우를 향해 몰려왔다.

“좀 많은 거 같은데.”

선우는 놈들에게 포위당하지 않으려고 일단 후퇴를 했다.

자이언트 레트들이 선우를 쫓아왔다.

“헥헥헥!”

선우는 던전 안으로 도망쳤다.

넓은 공간에서 좁은 복도가 나왔다.

“이쯤이면 딱이지.”

선우가 재빨리 자세를 잡고 뒤로 돌았다.

“키아악!”

자이언트 레트 한 마리가 먼저 뛰어왔다.

놈의 날카로운 송곳니가 번쩍인다.

동시에 선우의 플레임 블레이드가 휙 하고 가로질렀다.

퍼컹!

자이언트 레트가 불에 휩싸였다.

또 다른 자이언트 레트가 달려들었다.

선우는 한 발자국씩 뒤로 물러나면서 플레임 블레이드를 계속 휘둘렀다.

자이언트 레트가 좁은 복도에서 한 마리씩 죽어나갔다.

여러 마리가 한 번에 공격하지 못하도록 좁은 복도로 들어온 선우는 얼마 안가 자이언트 레트를 모두 처치했다.

그러자 알림이 들려왔다.

[자이언트 레트를 모두 처치했습니다.]

[보상으로 폭약 1상자를 받았습니다.]

“음? 폭약?”

선우는 자이언트 레트 1마리에서 나온 폭약 상자를 주워들었다.

폭약 상자는 마치 신발이 담긴 박스처럼 생겼고 그 안을 열어보니 폭약이 가득 들어 있었다.

“오, 이거 써먹을 만하겠는데.”

폭약은 뚱뚱한 유리병에 담긴 물에 녹아있었다.

상자에 든 폭약은 모두 10개.

선우가 폭약을 1개 꺼내자 아이템 정보창이 나타났다.

[폭약]

등급: 노멀

분류: 1회용

공격력: 100

공격범위: 폭심으로부터 반경 10미터.

“몹들 먼저 끌어들이고 폭약으로 싹쓸이 해봐야지.”

선우는 이쯤에서 방송을 한 번 켜둘 필요가 있었다.

뭐든 몬스터들 싹쓸이 하는 영상은 기본은 하니까.

“안녕하십니까? 시청자 여러분.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선우가 굽신 허리를 숙였다.

방송을 켜고 얼마 안 가 선우의 팬들이 몰려들었다.

-오, 방장님. 아이로드 컴퍼니랑 계약했다면서요? ㅊㅋㅊㅋ

-방장님, 저기 어디예요?

-이 분 또 어디 던전에 혼자 들어와서 무슨 짓 벌이는 거 아님?

-던전 맞음? 아니면 미궁인가?

-남의 성 지하 아니냐? 빈집털이 각인데.

시청자들은 선우가 지금 뭘 하려는 건지 궁금해했다.

선우는 짤막하게 대답해줬다.

“저, 지금 사냥 중입니다. 일단 가볍게 눈요깃거리 좀 보여드리려고 준비한 게 있는데요. 한번 보시겠습니까?”

선우의 말에 시청자들이 호응했다.

-ㄱㄱㄱㄱㄱㄱㄱㄱ

-한번 보죠. 뭐 잡으러 가셨으려나~

-님 사냥 중이심?

-오, 이번에도 재미있는 던전 같은데.

시청자들의 댓글 반응을 확인하며 선우는 발을 옮겼다.

자이언트 레트 무리를 잡고 얻은 폭약 상자.

이걸로 잡아버릴 수 있는 몬스터들이라면 당연히 자잘하고 숫자가 많은 몬스터들이 제격이다.

덩치가 큰 몬스터들은 한 방에 잡기엔 폭약의 위력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10개밖에 없는 폭약들을 다 쓰고 1마리 잡는 건?

가성비가 안 나온다.

결국 선우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자이언트 레트 비슷한 몬스터들 없을까?’

선우는 던전 속을 열심히 헤매고 다녔다.

* * *

찌륵찌륵-

어디선가 선우의 귀를 유혹하는 몬스터 소리가 들린다.

선우는 재빨리 몬스터들이 있을 만한 곳으로 다가갔다.

“오, 저기 잡을 만한 놈들이 있군.”

멀찍이 떨어져 바닥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몬스터들이 보였다.

일명 바쿠스라 불리는 곤충형 몬스터.

선우가 바쿠스를 보여주자 시청자들이 기겁했다.

-으엑! 저거 바쿠스 아님? ㄷㄷㄷㄷ

-오욱 토 나옴.

-방장님. 바쿠스 저거 잘못 건들면 개떼로 몰려오는 건데 ㄷㄷㄷㄷ

-이분 지금 혼자 저거 잡겠다는 거?

-강심장 ㅇㅈ

-방장님 저거 다 싹쓸이 해버리면 달풍선 3,000개 쏩니다.

-으으, 소름.

역시 바쿠스를 보여주자 꽤 자극적인 반응들이 나왔다.

바쿠스는 토끼만한 크기의 바퀴벌레처럼 생긴 곤충 몬스터였다.

엄청난 수로 증식하면서 떼를 지어 사냥하는 놈들인 만큼 꽤 위험했다.

선우는 먼저 이 바쿠스 떼를 잡으려고 대충 마릿수를 살폈다.

‘저 정도면 잡을 만한데.’

바쿠스들은 어둑한 동굴에 가려져 다 보이진 않았다.

‘베카를 꺼낼까? 아니다. 일단 먼저 잡고 안 되겠으면 꺼내야지.’

선우는 먼저 바쿠스들이 모여든 곳 중 가장 많아 보이는 곳을 노렸다.

폭약을 꺼낸 뒤 수류탄처럼 투척했다.

휘익-

쿠쾅!!

폭발음이 들렸다.

그리고 불이 번쩍 하며 어두웠던 동굴이 순간 환해졌다.

파라락!

갑자기 어디선가 날개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바쿠스들이 사방으로 날뛰는 것이다.

선우의 채팅방이 난리가 났다.

-으으으으. 미친! 저 벌레들 날뛰어!

-못 보겠다. ㄷㄷㄷ 개 징그러.

-으어, 방장님 간땡이 엄청 크시네요. 저 징그런 것들 퍼덕대는 거 봐.

-방장님, 빨리 폭탄 다 던져요. 쟤들 반격 들어오면 걍 눕는 거임.

순식간에 조회수가 폭등하고 있었다. 선우는 폭약 1개를 던진 뒤 불에 타고 있는 바쿠스들을 보며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파라락!

투콱!

얼마 안 가 선우가 숨어있던 자리로 바쿠스 떼가 몰려와 공격을 했다.

자신들을 공격한 적을 찾고 있는 것.

바위가 바쿠스의 갈고리 같은 발톱에 마구 긁혀 부서졌다.

선우는 몰려든 바쿠스 떼 옆에서 폭약을 휙 하고 던졌다.

콰쾅!!

화르르-

폭발음이 들리며 화염이 치솟는다.

불길이 사방으로 확 하고 번졌다.

바쿠스들이 불에 타면서 다 죽어가고 있었다.

‘이제 8개. 해볼 만하네.’

선우는 낄낄거리며 다시 폭약 던질 장소를 물색했다.

위이잉-

타락!

“응?”

갑자기 바쿠스 1마리가 어디선가 날아오더니 선우가 등지고 서 있던 벽 위쪽에 착 달라붙었다.

휘이익!

콰직!

“우왁!”

바쿠스의 갈고리 발톱이 휘둘러지며 선우의 얼굴을 덮쳤다.

선우는 반사적으로 옆으로 고개를 숙이며 피했다.

갈고리 발톱이 드르륵 소릴 내며 벽을 긁었다.

선우가 플레임 블레이드를 꺼내 바쿠스의 몸통을 베었다.

퍽 하고 터지며 바쿠스가 죽었다.

“젠장, 들켰다.”

선우가 재빨리 방향을 돌려 달아났다.

뒤를 바짝 쫓아오는 바쿠스 떼가 보였다.

타라라락!

날개가 징그럽게 퍼덕거렸고 선우는 쫓아오는 바쿠스 떼에게 폭약 1개를 또 던졌다.

펑! 펑!

콰쾅!

연달아 들리는 폭발음.

바쿠스 떼가 계속 죽었지만 숫자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었다.

“얼라리요? 이거 수가 너무 많잖아? 헉! 헉!”

선우는 일단 계속 이리저리 도망치면서 폭약을 1개씩 던졌다.

치고 빠지는 사냥 패턴이지만 그러기엔 바쿠스 떼들이 계속 불어났다.

선우가 얼핏 채팅창을 확인했다.

-방장님. 바쿠스들 원래 불빛 번쩍거리면 자극받고 더 몰려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폭약으로 바쿠스를 조지면 더 많이 와서 마법사 버프 받고 팀플로 잡아야 하는 건데 저걸 솔플로 ㄷㄷㄷㄷ

-역시 이 방장님은 뭐든 하는 짓이 범상치 않앜ㅋㅋㅋㅋㅋㅋ

선우는 순간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느꼈다.

‘젠장, 폭약 갖고 다 잡을 수 있는 몬스터가 아니었어.’

어느덧 선우의 손에는 폭약 1개만 남겨져 있었다.

“에잇!”

등 뒤를 바짝 쫓아오는 바쿠스 떼를 향해 휙 하고 폭약을 던졌다.

쾅!

마지막 폭약이 폭발했다.

바쿠스 수십 마리가 한꺼번에 타들어갔지만 수백 마리가 몰려왔다.

“안 되겠다. 베카를 불러야지.”

선우가 베카를 소환했다.

터컹!

관짝 1개가 솟구쳤다.

덜커덩.

관뚜껑이 열린 뒤 베카가 졸린 눈을 비비고 나왔다.

“음냐….”

“베카! 베카! 저기 봐! 피다, 피!”

“피? 꾸웩!”

타라락!

바쿠스 떼가 관뚜껑을 열고 나온 베카를 덮쳤다.

“이것들이 콱!”

베카의 눈이 핏빛으로 물들었다.

순간 알림이 들려왔다.

[피를 삼키는 바위 족장 베카가 흉폭해지고 있습니다.]

[베카의 체내에서 마력이 흘러나옵니다.]

“어라?”

베카를 소환하고 달려들던 바쿠스를 플레임 블레이드로 마구 해치우던 선우.

무언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다.

콰아아아!

엄청난 핏물이 바쿠스 떼가 덕지덕지 몰려든 곳에서 솟구쳤다.

퍽 하고 치솟는 핏물에 바쿠스 떼가 터졌다.

이어서 파도를 치듯 붉은 핏물이 바쿠스들을 적셨다.

베카가 드래곤처럼 피를 뿜어내고 있었다.

핏물이 바쿠스를 덮쳤고 바닥에 처벅처벅 떨어졌다.

퍼덕퍼덕.

바쿠스 떼 수백 마리가 바닥에 엉겨붙었다.

끈끈한 핏물에 질식해가는 바쿠스들.

얼마 안 가 바쿠스 떼가 모두 죽어버렸다.

나머지 바쿠스들 역시 사나워진 베카의 핏물 공격에 바닥으로 떨어졌고 곧 전멸했다.

선우와 같이 베카의 공격을 지켜보던 시청자들 반응이 뜨거웠다.

-와, 저건 뭐지?

-쩐다 ㄷㄷㄷㄷ 바쿠스 떼를 혼자 전멸시켰어.

-오크 같은데. 방장님이 소환한 거 아닌가?

-무슨 오크가 저렇게 쎄?

시청자들도 놀라고 선우도 놀랐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아직 시작도 안했다.

“오, 베카. 진짜 고맙다. 너 아니었으면…응?”

“흐으…흐으….”

베카의 눈빛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여전히 붉게 물든 베카의 두 눈.

“야, 베카. 베카?”

선우가 물어봐도 대답이 없다.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서 선우를 노려보던 베카가 울부짖었다.

“쿠와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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