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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면 레벨업-60화 (60/200)

# 60

제60화

선우는 굴돈을 데리고 지각룡을 찾고 있었다.

이때 또 레벨업 알림이 들려왔다.

선우가 상태창을 열었다.

[상태창]

이름: 김선우

레벨: 178

직업: 인피니티 마스터(Only one)

칭호: 없음

근력: 178

민첩: 178

체력: 178

마력: 178

스킬: 없음

소유 스킬: 소환의 진

스킬 사용권: 없음

“레벨 15가 더 올랐었군.”

선우가 레벨만 확인하고 창을 닫는 순간이었다.

“콰아악!”

“으악!”

멀리서 비명이 들려왔다.

용의 포효와 화염이 뿜어 폭발하는 소리까지 들린다.

“저기군.”

선우와 굴돈이 도착한 곳에는 지각룡이 날뛰고 있었다.

네발로 돌격하면서 머리에 달린 뿔로 플레이어들을 들이 박아대는 용족 괴수.

온몸은 비늘이 갑옷처럼 빽빽이 둘러싸고 발은 육식공룡의 것과 비슷했다.

악어꼬리 같이 생긴 꼬리의 끝에는 고슴도치처럼 뼈가 돋아나 있었다.

휘익-

콰아앙!

지각룡이 꼬리를 휘둘러 플레이어들을 공격했다.

“아악! 힐! 힐!”

“야! 뒤로 물러나!”

플레이어들은 모두 6명.

이중 1명이 지각룡의 화염 브레스에 결국 죽고 말았다.

“아악, 젠장! 젠장! 야, 내 아이템 빨리 먹어. 다시 로그아웃하면 줘.”

바닥에서 사라지는 캐릭터가 자기 아이템 챙겨달라고 외쳤다.

하지만 아이템을 챙기는 동료 역시 지각룡의 뿔에 받히고 말았다.

“우아악!”

“피해!”

사방으로 흩어지는 플레이어들.

지각룡의 뿔에 받힌 유저는 공중을 붕붕 날면서 볼링 핀처럼 구석에 내팽겨 쳐졌다.

“쿠와악!”

쿵! 쿵! 쿵! 쿵!

지각룡이 네발로 빠르게 돌격했다.

“젠장! 저걸 안 죽이고 어떻게 생포 하냐!”

“마취 물약 던져!”

휘익!

쨍강! 쨍강!

지각룡은 보기와 달리 영리했다.

꼬리를 휘두르면서 마취 물약들을 공중에서 다 터뜨려버렸다.

“튀어! 튀어!”

마취 물약이 던지자마자 공중에서 깨지자 마취제가 밑으로 쏟아졌다.

유저들은 행여나 마취당할라 정신없이 뒤로 도망쳤다.

그야말로 난장판.

“한심한 놈들. 저딴 놈들이 무슨 팀플을 한다고. 나처럼 솔플이나 할 것이지.”

선우는 일단 구경 좀 하기로 했다.

이미 플레이어는 5명.

그나마 나머지 1명도 위태로웠다.

“크억!”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뿔에 받힌 플레이어가 밟혀 죽었다.

“젠장, 퀘스트 망했네.”

남은 플레이어들은 마법을 캐스팅했다.

“야! 그건 너무 세잖아!”

“어쩌라고! 살고 봐야지!”

“내관이 하는 말 못 들었냐? 죽을 거 같으면 차라리 도망치라고! 미궁으로 그냥 빠져나와도 탈락 처리만 하지 다른 처벌은 없다고 했잖아!”

“에이 젠장! 그렇다고 튈 수는 없어. 황궁 퀘스트인데.”

플레이어들은 그야말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지각룡은 더욱 사납게 날뛰기 시작했다.

“야, 마취 물약 다시 던지자. 하나 둘 셋 하면 던지는 거다.”

“하나, 둘…으악!”

갑자기 플레이어 중 1명의 뒤통수를 무언가 뻑 하고 쳐버렸다.

앞쪽으로 휘청거리며 플레이어가 나자빠졌다.

“쿠와앙!”

지각룡은 플레이어를 물고 마구 뒤흔들었다.

“바, 방금 뭐냐! 저건!”

“다른 몬스터다.”

“박쥐다!”

베카의 흡혈박쥐가 플레이어들 앞에서 빠르게 사라졌다.

쉬이익!

플레이어들 뒤쪽에서 레인보우 스네이크가 나타났다.

“끄아악!”

“얜 또 어디서 나타난 거냐!”

“야! 튀자! 안 되겠다. 그냥 다른 퀘스트 하자!”

“튀어! 튀어!”

“기다려! 야, 잠깐 나 좀 풀어주고 가야지!”

탁탁탁탁!

1명은 지각룡에게 물려 죽고 다른 1명은 레인보우 스네이크에게 먹혀 죽었다.

나머지 2명의 유저들은 결국 정신없이 왔던 길로 뛰기 시작했다.

“흐음, 이제 다 가버렸네.”

선우는 힐끔 구석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이제 슬슬 작업 좀 해볼까? 굴돈 나와라.”

“예, 주군.”

굴돈은 허리에 검을 차고 등에 멘 방패를 앞으로 꺼내들었다.

한 손에 든 창을 세운 뒤에 방패를 들고 지각룡과 레인보우 스네이크가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샤아악!

쿠왕!

레인보우 스네이크가 굴돈의 황금창날을 보더니 격한 반응을 보였다.

“굴돈. 눈을 감고 후각으로 놈을 상대해라.”

선우의 말에 굴돈은 즉각 눈을 감았다.

코를 벌름거리면서 냄새와 소릴 들으면서 레인보우 스네이크의 위치를 파악했다.

오크 부족은 후각과 청각이 인간보다 훨씬 뛰어났다.

특히 오크 전사들은 오감을 강화하는 훈련을 했고 그 중에서도 대전사 굴돈의 후각과 청각은 탁월했다.

말하자면 잘 훈련된 개들의 후각과 청각을 능가하는 정도였다.

여기에 전투 감각까지 더하면 굴돈은 얼마든지 레인보우 스네이크를 상대할 수 있었다.

지각룡이 선우를 보며 화염 브레스를 뿜었다.

파앗!

선우가 옆구르기를 하면서 화염을 회피했다.

“베카!”

쉬이익!

공중에서 베카가 타고 있는 흡혈박쥐가 수직낙하를 했다.

지각룡의 유일한 급소인 뒷목의 비늘 틈을 비집고 흡혈박쥐의 송곳니가 박혔다.

쭈웁- 쭈웁-

흡혈박쥐가 지각룡의 피를 빨기 시작했다.

그러자 흡혈박쥐의 송곳니 속의 진정 효과가 있는 마취제가 지각룡 혈관 속으로 들어갔다.

“쿠으으으….”

날뛰던 지각룡이 서서히 눈을 감았다.

쿵!

바닥에 엎드린 지각룡이 그르렁거리면서 잠에 빠졌다.

“한 놈 잡았고.”

굴돈이 창날로 레인보우 스네이크를 구석으로 몰고 있었다.

“베카! 쟤도 마셔봐. 쟤가 더 맛있어. 알록달록 주스 같아.”

“으음, 진짜?”

흡혈박쥐가 뽑아낸 피를 벌컥 들이키던 베카는 입을 쓱 닦으면서 레인보우 스네이크를 쳐다봤다.

전신이 무지개 색으로 반짝거리는 자태.

굴돈의 창날에 자극받아 마구 몸부림치며 꿈틀거리는 근육.

베카의 눈에 흥미가 생겼다.

“진짜 맛있을 거 같네.”

흡혈박쥐를 일으켜 세운 베카는 레인보우 스네이크로 달려들었다.

샤악!

레인보우 스네이크가 흡혈박쥐에게 물리자 똬리를 틀면서 휘어 감으려고 했다.

베카는 흡혈박쥐로 치고 빠지면서 피를 빨았다.

서서히 레인보우 스네이크도 잠에 들고 있었다.

“굴돈 얘부터 묶어버려.”

“예, 주군.”

굴돈이 지각룡의 주둥이와 꼬리, 다리를 꽁꽁 묶었다.

선우는 마취 물약을 꺼내 지각룡의 입속에 콸콸 부었다.

“많이 먹고 푹 자라.”

레인보우 스네이크도 잠에 빠졌고 피를 빨아대는 베카를 간신히 떼어낸 뒤에 지각룡에 둘둘 말아서 같이 묶었다.

“이제, 끌고 가야지. 베카. 애들 좀 불러봐.”

베카는 관을 몇 개 소환했다.

“피다! 피!”

“야, 진정해라. 한 모금씩만 마셔. 그러면 나중에 더 맛있는 피를 줄게.”

선우가 피를 삼키는 바위 부족의 오크들을 진정시켰다.

오크들은 사이좋게 지각룡과 레인보우 스네이크의 피를 한 모금씩 마셨다.

“이제 데리고 나가자.”

베카와 흡혈 오크들의 박쥐들이 레인보우 스네이크로 돌돌 묶어버린 지각룡의 목부터 꼬리, 다리를 각자 나눠들었다.

* * *

미궁 입구.

내관은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선우를 바라봤다.

“보셨죠? 생포해왔습니다.”

“허어… 혼자서 2마리를 모두 생포할 줄이야….”

내과는 충격이 가시지 않는 듯이 말을 잇지 못했다.

이미 남은 2명은 미궁에서 빈손으로 도망쳐 나왔고 레인보우 스네이크 잡으려다 마취 물약에 잠든 2명은 다른 미궁의 몬스터에게 먹이로 죽었다.

황족의 애완괴수를 혼자서 생포해온 유저는 선우 1명이었다.

“어험, 이제 곧 폐하께서….”

“황제 폐하 납시오!”

멀리서 북 소리가 둥둥 울려왔다.

“허어, 이놈들을 생포하는 건 여간 어렵고 위험한 게 아닐 텐데.”

로젠하임 황제가 자신의 지각룡을 보더니 흥미를 보이며 선우를 찾았다.

“그대가 나의 지각룡을 생포해왔느냐?”

“물론입니다.”

“비켜! 내 미샤를 안 다치게 잘 생포해 왔는지 확인할 거야.”

신하들을 밀치면서 등장한 황녀.

“로제. 왔느냐?”

“아바마마. 제 미샤는 어디… 꺄악! 미샤!”

지각룡 몸통에 밧줄처럼 동동 묶여있는 레인보우 스네이크.

황녀 로제는 기겁하며 레인보우 스네이크를 풀어주라고 난리였다.

“이렇게 하면 미샤 피 안 통한다고!! 이 아름다운 비늘 상하면 어쩌려고 이딴 식으로 취급을 해? 엉! 죽고 싶어!”

황녀는 다짜고짜 선우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화를 퍼부었다.

선우는 별 말 없이 잠자코 있었다.

‘일단 퀘스트 보상부터 받고 참아야지. 이것들이 NPC라고 봐주니까 유저들에게 갑질이나 해대고.’

인피니티 로드에서 유저들의 불만 중 가장 많은 불만이 있었다.

새로운 대륙으로 진출할수록 NPC들의 갑질과 행패가 많다는 것.

특히 퀘스트를 하는 데 있어서 절대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 NPC들이었다.

이들 모두 사람과 똑같은 지능과 감성으로 만들어졌다는 특징 때문에 사실상 현실의 갑질 비슷한 일들은 꽤 흔하게 겪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인피니티 로드를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가상현실이라는 말을 비꼬는 사람들도 많았다.

현실의 갑질보다 더 실감나는 갑질들이 NPC들에게서 버젓이 이뤄졌으니까.

하지만 NPC들의 갑질에 유저들이 마냥 당하기만 하는 건 아니었다.

능력이 된다면 얼마든지 힘으로 NPC들이 점령한 성 등을 독차지할 수 있었다.

특히 전쟁이 발생하면 NPC를 죽여도 상관 없는 설정이었기 때문에 유저들은 이런 걸 가장 좋아했다.

공성전과 각종 전쟁이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것도 모두 이런 대중들의 만족감이 컸기 때문.

“아, 황녀마마. 이놈들이 사나워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닥쳐! 이 아름다운 비늘 상한 거 좀 봐.”

황녀 로제는 선우를 밀치면서 레인보우 스네이크를 풀어내라고 병사들에게 지시했다.

병사들이 간신히 레인보우 스네이크를 풀어냈다.

“미샤, 이 고운 비늘이 흑흑. 어머? 어머머, 이거 또 왜 이래? 여기 누가 바늘을 꽂았어? 피 나잖아! 야!!! 너 죽을래!”

“로제! 그 무슨 망발이냐? 엄연히 황궁을 찾아온 용병에게 불손하다.”

황제 로젠하임이 엄히 꾸짖었다.

그러자 로제는 황제의 눈치를 보더니 이를 갈면서 선우를 노려봤다.

“흥! 이런 하등한 용병 따위에게 황족인 제가 왜요?”

로제는 선우를 표독스럽게 노려보면서 물었다.

“너, 우리 미샤한테 손댔어? 안 댔어? 사실대로 대답하는 게 좋아. 안 그러면 황족 모독죄를 물어 네놈을 내가 직접….”

“로제.”

로젠하임의 어조가 조금 전보다 훨씬 엄숙해졌다.

그제야 황녀는 마지못해 부들거리면서 뒤로 물러났다.

“아비가 하는 일이다. 물러나 있거라.”

“죄송합니다. 아바마마.”

로젠하임 황제는 선우 앞으로 다가오며 물었다.

“허허, 이거 면목 없구만. 나는 로젠하임 대륙의 황제이자 이 황궁의 지배자요, 그대가 생포해온 용족의 주인이다.”

NPC스러운 말투로 레퍼토리를 읊고 있었다.

선우는 한쪽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려버렸다.

‘빨리 보상, 보상을 달라고.’

대충 들으면서 오직 퀘스트 보상만 기다리고 있는 선우.

그의 바람대로 로젠하임 황제는 보상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대가 용병으로서의 능력과 자질을 증명하였으니 내가 포상을 주겠노라. 여봐라. 그걸 가져오너라.”

뒤쪽에서 신하가 다가오며 무언가를 꺼냈다.

황금으로 칠해놓은 네모난 상자.

그 상자를 로젠하임 황제가 직접 받아들더니 상자를 열었다.

“오….”

선우의 입에서 감탄사가 나왔다.

황제가 꺼낸 것은 찬란한 황금빛에 둘러싸인 양피지 묶음이었다.

황금빛이 황제를 둘러싸고 어두웠던 미궁을 밝게 빛내고 있었다.

“이것이 무엇인지 아느냐?”

“모르겠습니다.”

조금 전까지 황녀로 인해 짜증스러웠던 선우의 감정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그가 이렇게 공손해지는 이유는 상자 안에 나타난 아이템 때문.

“이것은 바로 로젠하임 황가에 내려오는 3대 보물이 적힌 마법 지도다.”

“마법 지도요?”

“그렇다. 여기에는 황가의 보물이 숨겨진 곳에 대해 나와 있지. 이걸 그대에게 맡길 테니 내게 그 보물들을 찾아다 주겠는가? 그래주기만 한다면 그대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주겠다.”

황제가 선우에게 황금색 지도를 건네줬다.

지도를 받아들자 알림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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