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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면 레벨업-57화 (57/200)

# 57

제57화

NPC 교관의 말이 끝나자 알림이 들려왔다.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로젠 산맥의 숨어있는 반란군을 정찰하라.]

분류: 연계 퀘스트

제한: 토벌대 훈련장 교관의 인정을 받은 자

내용: 반란군 토벌을 하려면 먼저 로젠 산맥에 숨은 반란군의 위치를 파악해야 합니다.

현재까지 정확한 위치가 발각되지 않았습니다.

반란군의 위치를 찾아낸다면 토벌이 시작됩니다.

정찰대의 임무를 다하면 보상이 주어집니다.

보상: 용병 의뢰 건수 20퍼센트 증가

퀘스트 페널티: 정찰 발각 시 1명이 미끼가 되어 반란군 유인을 해야 하기에 3명만 생환 가능.

용병 의뢰 건수는 로젠하임 대륙의 용병 시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었다.

의뢰가 많을수록 용병으로서 돈을 많이 벌 수 있으니까.

아무리 높은 등급의 용병이라 한들 의뢰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돈을 벌 수는 없었다.

낮은 등급의 용병이지만 의뢰가 끊이지 않는다면 결국 많은 돈을 거머쥘 수 있으니 의뢰 건수는 용병들의 밥줄인 셈.

특히 로젠하임 대륙은 모든 것을 용병 생활로 이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다.

‘의뢰 건수가 증가하면 그만큼 영상 촬영할 건수가 늘어난다는 뜻이지. 이번 퀘스트를 잘 클리어하면 다른 퀘스트로 연계될 확률이 높을 거야.’

선우는 정찰대에 합류하게 되었다.

정찰대는 로젠 산맥의 반란군의 숫자와 본진을 정찰하는 것이 주 임무였다.

선우를 포함한 정찰대의 인원은 모두 4명.

정찰대장은 NPC였고 선우 외에 2명은 유저였다.

“반갑습니다. 저는 로크입니다.”

“저는 우르칸입니다.”

로크는 손도끼를 허리에 차고 등에는 장검을 메고 있었다.

우르칸은 활을 메고 있었고 허리에는 단검이 두 자루 달려있었다.

둘은 전사였다.

정찰대장은 로젠 산맥으로 진입을 하면서 로크와 우르칸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파밧!

로크와 우르칸은 이전에도 정찰 경험을 해봤는지 민첩하게 각자 위치로 향했다.

“야, 우르칸. 방금 들어온 놈 봤어?”

“응, 그놈이잖아. 벨론 대륙에서 남의 성 빈집털이 하고 다니는 놈.”

“맞아. 난 저놈 솔직히 마음에 안 들어. 공성전 한 번 하려면 얼마나 고생하는데 잔대가리 굴려서 꽁으로 먹고 돈벌이 한다는 게 거슬려.”

“나도 그래.”

우르칸과 로크는 은밀하게 서로 눈짓을 주고받았다.

“이번 임무는 만약 발각 시 1명이 무조건 죽는 거야. 다 살아올 순 없다고.”

“알고 있어. 그러니까 누군가 미끼로 시간을 버는 대신 나머지 인원이 토벌대에 보고를 해야 성공이지.”

“그러니 이따가 발각되면 저놈을 미끼로 쓰자.”

“그럴까?”

로크와 우르칸은 선우 몰래 나름의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 * *

“이봐, 정찰 임무는 처음인가?”

“예.”

“그렇다면 내 말을 잘 듣고 따라와. 허튼 짓을 하면 우리 모두 죽는 거다.”

“알겠습니다.”

선우는 정찰대장을 따라 로젠 산맥 안으로 더 들어갔다.

파밧! 팟!

산 속에서 선우와 정찰대장이 각자 번갈아 위치를 옮겨 수색을 했다.

약간 거리가 떨어진 곳에서 로크와 우르칸이 정찰대장을 양 옆에서 호위하고 있었다.

“쉿!”

정찰대장이 앞서가다 멈췄다.

손을 올려 주먹을 쥐며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댔다.

“저곳이군.”

멀리서 반란군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둑한 밤이 짙게 깔렸고 스산한 바람이 불어왔지만 산 속이어서 메아리가 울렸다.

“로젠하임 황족들을 모조리 죽이고 우리가 황족이 되는 거다!”

“맞아. 그러면 우리들의 세상이 올 거야. 하하하!”

반란군들의 본거지는 로젠 산맥의 북서쪽 골짜기와 계곡을 등지고 있었다.

“저놈들의 숫자를 파악해뒀나?”

로크와 우르칸이 근처 숲에서 나타나자 정찰대장이 물었다.

“예, 규모는 대략 1천여 명 정도입니다. 아마 다른 지역의 반란군들이 시선을 돌리는 동안 이곳에서 로젠 도시로 직접 침공을 가하기 위한 정예 병력 같았습니다.”

“로젠 도시가 불에 타버리면 틀림없이 황궁에서 당황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황실 기사단의 병력을 나눠서 이곳으로 돌릴 수밖에 없어. 저들은 황궁을 직접 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로젠 도시를 망가뜨리는 게 목적이야.”

“그러면 이제 어쩔까요?”

정찰대장은 더욱 목소리를 낮춰 속삭였다.

“반란군의 규모와 위치를 파악해뒀으니 돌아가서 보고해야지. 모두 왔던 곳으로… 응? 숙여!”

파앗!

휘이이익!

콰콱!

정찰대장의 말에 선우와 로크, 우르칸이 동시에 납작 엎드렸다.

이들이 서 있던 곳으로 화살들이 관통했다.

“쳇! 발각된 건가?”

“큰일이다. 서둘러 돌아가서 이들의 위치를 보고하지 않으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된다. 저들은 다른 곳으로 본진을 옮기려 할 거야. 그러면 토벌대 발이 또 묶여버려.”

정찰대장이 고민을 하던 찰나 로크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일단 누가 미끼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이렇게 된 거 어쩔 수 없어. 빨리 결정해야 된다. 누가 미끼를 하겠는가?”

정찰대장의 말에 다들 눈치를 보던 중.

“일단 둘이서 팀을 나누죠. 여기서 둘로 흩어져서 다른 방향으로 놈들을 유인해야 합니다. 그 다음 미끼를 결정하도록 하죠.”

“좋아. 그러면 미끼가 있는 팀은?”

정찰대장의 물음에 갑자기 로크가 선우의 어깨를 툭 짚으면서 대답했다.

“저희가 하겠습니다. 제가 미끼가 되겠습니다.”

“정말인가?”

정찰대장은 로크를 보며 되물었다.

“예. 일단 이 친구는 오늘 처음 들어왔는데 여기서 죽으면 좀 그렇지 않습니까? 저는 경험도 있고 미끼 역할도 이 친구보단 훨씬 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운이 따라주면 살아서 돌아갈 수도 있을 테죠. 하하.”

정찰대장이 로크를 보며 감동한 눈으로 대답했다.

“고맙다. 나는 먹여 살려야 할 식솔들이 많아. 정말 고맙네. 자네의 희생정신 내가 돌아가는 즉시 토벌대에 널리 알려 기억하도록 하겠네. 로젠 도시의 백성들이 자넬 영원토록 기억할 거야.”

“하하, 시간 없습니다. 대장님. 빨리 가셔야 됩니다.”

“고맙네. 정말 자넬 잊지 않을 거야아~!”

정찰대장이 제일 먼저 도망치기 시작했다.

뒤따라가는 우르칸이 로크와 눈짓을 주고받았다.

로크는 음흉한 눈빛으로 선우를 힐끔 노려봤다.

‘흥, 잘 걸렸다. 망할 자식 여기서 한번 엿이나 먹어봐라.’

한편 선우는 한심스런 눈으로 정찰대장을 바라봤다.

‘정찰대장이랍시고 온갖 폼은 다 잡더니 결국 이럴 땐 미끼를 버리고 튀는 건가?’

“이봐요, 뭐하고 있어요? 빨리 따라와요. 제가 미끼가 되어줄 테니 그쪽은 걱정 말고 저만 믿고 쫓아오면 됩니다.”

선우는 먼저 튀기 시작하는 로크를 따라갔다.

뒤쪽에선 반란군들의 소리가 커져왔다.

“저기다! 저쪽이다!”

“놈들이 저기 있다! 화살을 쏴라!”

피슈웅!

피슝!

화살이 밤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선우는 로크와 같이 로젠 산맥 어딘가로 계속 들어갔다.

반란군이 점차 포위망을 넓혔다.

“몰아! 위쪽으로 몰아라! 골짜기가 있는 곳으로 몰고 포위망을 좁혀라!”

반란군들이 정신없이 선우와 로크를 쫓아 토끼몰이를 시작했다.

파바밧!

“허억, 허억. 이쯤이면 되겠죠?”

“뭐가요?”

로크는 선우를 보면서 히죽 웃음을 흘렸다.

“뭐긴 뭐예요? 그쪽 배신하는 타이밍이지.”

킥킥거리는 로크는 선우를 보며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휙!

펑!

“켁! 콜록콜록.”

뿌연 연기가 선우의 눈앞에서 터졌다.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러왔다.

“푸헤헤헤! 꼴좋다! 남의 성 빈집털이나 하고 다니는 쓰레기는 여기서 미끼로 없어지는 게 모두에게 이득이지. 난 간다!”

“콜록콜록.”

선우가 손을 휘저으며 연기를 걷어내는 사이 로크는 순식간에 어딘가로 사라졌다.

로크는 벨론 대륙에서 선우의 활약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매번 올라오는 영상 콘텐츠마다 조회수가 폭발하듯 올라갔다.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의 반응 또한 열렬했다.

로크와 우르칸 역시 선우처럼 생계형 게이머였다.

자신들이 올리는 영상은 어딘가 밍숭맹숭한 나머지 인기가 없었다.

아무리 올려도 조회수가 좀처럼 늘지 않았고 콘텐츠 수입은 갈수록 줄기만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선우는 영상을 올렸다 하면 실시간 베스트 1위를 기본으로 하고 있었으니 이들의 눈에 곱게 보일 리가 있는가?

인피니티 로드에는 돈이 걸려 있는 만큼 같은 게이머들을 뒤통수치는 인간들이 많았다.

결정적인 순간에 남의 퀘스트를 가로채서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영상을 판매하기도 하고 보상을 빼돌리는 등 여러 가지 사건 사고가 많았다.

하지만 모든 건 가상현실게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기에 현실의 처벌은 불가능했다.

게임은 게임 안에서 해결하라는 것이다.

가상현실게임에서 다른 게이머를 배신하고 죽인다 한들 현실의 사람이 죽는 건 아니었으니까.

그렇기에 인피니티 로드의 유저들은 더욱 서슴지 않고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물불 안 가렸다.

지금 로크와 우르칸처럼.

“저쪽이다! 연기가 나고 있어! 저곳을 포위해라!”

반란군들의 목소리가 다가왔다.

선우는 한참 콜록거리고 다른 곳으로 튀었다.

“저기다! 놈이 저곳으로 갔다! 빨리 잡아라!”

튀면서 선우는 콧물을 닦으면서 의아하게 생각했다.

“거 참, 신기한 놈이네. 어차피 반란군 토벌하는 게 퀘스트 클리어 조건이잖아. 그냥 여기서 퀘스트 깨버리면 딱인 거 같은데.”

선우는 다른 정찰대원들과 생각이 달랐다.

반란군 토벌이 목적인 건 변함이 없다.

정찰을 하러 왔지만 발각이 됐다 한들 굳이 토벌대로 가서 보고할 필요도 시간도 없지 않는가?

그 시간에 차라리 지금 반란군을 싹쓸이 해버리는 게 훨씬 이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선우였기에 가능했고 할 수 있는 생각이다.

왜냐면 그에겐 소환 가능한 오크 부족이 있었으니까.

“쏴라! 쏴!”

피슈웅!

피슝!

화살이 날아왔다.

선우는 먼저 플레임 블레이드를 꺼내들었다.

파칵!

화살을 가볍게 걷어낸 뒤 반란군들의 추적을 따돌리며 선우는 다른 곳으로 뛰기 시작했다.

“아까 반란군 본거지로 가야지. 베카를 소환하려면 거기서 하는 게 제일 좋지. 놈들을 한 번에 다 없애 버리면 정찰이고 뭐고 그냥 퀘스트 클리어잖아?”

선우는 반란군의 기지가 있는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쫓아오는 반란군들은 선우가 가는 방향을 보더니 킬킬거리며 웃어댔다.

“케헤헤! 멍청한 놈. 정신없이 튀느라 자기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잖아. 어떻게 저리 멍청할 수가 있지?”

“그냥 발 닿는 대로 도망치는 거지 뭘. 이렇게 된 거 기지에서 놈을 산 채로 구워버리자고.”

“쫓아라!”

반란군들은 의기양양하게 선우를 뒤쫓았다.

한편 선우는 뛰면서 영상 촬영을 시작했다.

‘이거 완전 타이밍 대박이다. 영상을 지금부터 보여주면 아마 시청자들은 뭐가 뭔지 궁금해서 계속 볼 거야.’

선우가 정찰 퀘스트를 하러 가는 것부터 영상을 시작하면 뻔한 것이 된다.

정찰하다 발각된 걸 알 테니까 이미 예상되는 내용은 흥미가 줄어든다.

지금처럼 선우가 쫓기는 영상부터 시작이 한다면?

틀림없이 시청자들은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궁금해서 눈을 떼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선우가 반란군의 본거지로 뛰어들어 베카를 소환하는 것이 지금 구상하는 하이라이트였다.

“허억, 허억. 다 왔다. 본거지구나!”

선우가 반란군의 본거지를 향해 뛰어들었다.

“이야아압!”

서걱! 서걱!

플레임 블레이드가 사방에서 불꽃을 뿜어내면서 적들을 베어버렸다.

“적이다!! 침입자다!!”

“입구를 막아라! 놈은 독안에 든 쥐다!”

반란군들이 순식간에 선우를 포위하면서 에워쌌다.

선우가 베카의 귀걸이를 만졌다.

갑자기 땅을 비집고 관이 하나 불쑥 솟아올랐다.

“저건 또 뭐냐?”

“관이잖아. 왜 저기서 튀어나와?”

포위한 반란군들 앞에서 관 뚜껑이 스르륵 열렸다.

베카가 졸린 눈을 비비고 나왔다.

“음냐… 오라버니?”

“베카! 피를 가져왔어! 저기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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