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
제55화
선우는 슬쩍 채팅방 화면을 끌어냈다.
채팅방은 고추 폭탄 맞은 하이 오우거들처럼 웃음 폭발 직전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거 뭐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랏ㅋㅋㅋㅋㅋㅋㅋ 미쳤넼ㅋㅋㅋㅋㅋㅋㅋ
-와, 뭔데 하이 오우거들이 맛탱이가 가 버리냨ㅋㅋㅋㅋㅋㅋㅋ
-쩐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쥔장님 저거 던진 거 뭐예요?
-우워 핏물 뒤집어쓴 거 아닌가?
-ㄷㄷㄷㄷㄷㄷㄷ 피를 막 토하고 있어. 뭐지?
-주인장님 무슨 마법 쓰셨음? 오우거가 멀쩡하다 갑자기 피를 뿜어버리넼ㅋㅋㅋㅋ
-쟤들 상태 갑자기 왜 저럼?
-개웃곀ㅋㅋㅋㅋㅋㅋ 갑자기 피 토하고 난리났넼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은 배꼽을 잡고 채팅조차 불가능 직전까지 가고 있었다.
선우는 차분하게 설명을 해줬다.
“아, 시청자님들. 저건 제가 우연히 먹은 폭탄 아이템을 썼어요. 그 폭탄 설명을 보니까 고추폭탄이라고 하네요. 일반 폭탄하고 다른 게 매운 고춧가루 물이 터져서 몹들을 잡는 거래요. 신기해서 그냥 한 번 써본 건데 와~ 효과가 저 정도일 줄이야….”
선우의 설명을 들은 시청자들은 그제야 이해를 시작했다.
-아, 고추 폭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쩌네요. 주인장님. 저거 어느 사냥터에서 잡다가 드신 거임?
-신기한 아이템들 많은 건 알고 있었는데 고추 폭탄은 또 처음이넼ㅋㅋㅋㅋ
-오우거들 죽을라고 하네. 저거 엄청 매운가본데 ㄷㄷㄷㄷㄷ
-고춧가루로 오우거들 떼죽음 ㄷㄷㄷㄷㄷㄷ
-저건 그냥 죽이는 것보다 더 무서운 거 아닌가?
3마리의 하이 오우거들은 그야말로 기절초풍.
선우는 사냥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먼저 가장 피해를 덜 입은 놈부터.’
몸에 고추 폭탄의 액체가 튄 놈은 가장 데미지를 덜 입었다.
물론 이놈도 멀쩡한 상태는 아니었다.
고추 폭탄 액체가 몸에 튀면서 화상 입은 것처럼 물집이 잡혀 있었고 다른 부위는 몸을 긁어대면서 엉망진창이었으니까.
거기다 고추 폭탄의 냄새를 제대로 맡았는지 호흡이 버거운 듯했다.
연신 들창코를 벌름거리면서 숨을 내쉴 때마다 재채기가 나왔고 이미 무기를 버리고 바닥을 기어다니는 수준.
선우는 가볍게 점프를 하면서 플레임 블레이드로 놈을 먼저 사냥했다.
“쿠와아악!”
결국 놈은 반격도 못 해보고 죽었다.
‘남은 건 2마리.’
선우는 여유 있게 나머지 하이 오우거들을 살펴봤다.
고추 폭탄 액체를 눈, 코, 입에 정면으로 맞아버린 놈은 이미 바닥에 누워 뒹굴고 있었다.
“쿠워어어!!”
계속 비명을 질러댔지만 서서히 소리가 줄어들고 있었다.
오우거의 코 속은 고추 폭탄의 액체로 인해 혈관이 다 파열됐는지 코피가 수도꼭지 물 틀어놓은 것처럼 흘렀다.
입에서는 피가 역류하며 거꾸로 토해졌고 눈은 여전히 뜨지도 못한 상태.
선우는 놈의 몸통으로 올라타고 플레임 블레이드를 거꾸로 세웠다.
“이걸로 끝이다.”
푸욱!
“쿠왁!”
하이 오우거는 이미 기력을 소진했는지 플레임 블레이드가 심장에 박혔음에도 포효를 하지 못했다.
짧은 비명만이 고작.
콰콰쾅!!
플레임 블레이드의 검신이 붉게 물들자 하이 오우거의 심장이 폭발하며 몸통이 불타올랐다.
선우는 마지막으로 남은 하이 오우거에게 갔다.
고추 폭탄을 가장 먼저 씹은 놈이었다.
“쿠으으으… 쿠르르….”
놈은 이미 기진맥진한 상태로 누워 있었다.
아마도 고추 폭탄의 액체 상당수가 목구멍을 타고 안으로 흘러들어간 거 같았다.
나머지 오우거들의 피해 정도를 보아 놈의 내장은 아마 엉망진창일 것이다.
하이 오우거는 눈을 간신히 뜬 채 신음만 하고 있었다.
가끔 쿨럭 거리며 입과 코에서 터져 나오는 핏물만 내뱉었다.
“이놈은 가만 놔둬도 죽겠는 걸? 하지만 마무리는 해야지. 퀘스트니까.”
선우는 플레임 블레이드로 마지막 남은 하이 오우거의 심장을 폭발시켰다.
그러자 알림이 들려왔다.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보상으로 하이 오우거의 혈액 1리터를 받았습니다.]
“오, 하이 오우거의 피가 나왔네.”
선우는 하이 오우거의 혈액을 주웠다.
플라스크 병에 담겨 있고 코르크 마개로 막혀 있는 하이 오우거의 피.
마치 1.5리터짜리 음료수 페트병 같은 크기였다.
하이 오우거의 피는 로젠하임 대륙에서 꽤 고가에 거래되고 있는 재료 아이템이었다.
경매장에 올려두면 쏠쏠한 가격에 팔렸으니 선우는 만족스러웠다.
덤으로 시청자들에게 자랑도 할 겸 미리 아이템 판매 홍보를 해보기로 했다.
“시청자님들. 짜잔~ 이게 뭘까요?”
선우가 하이 오우거의 혈액을 보여줬다.
채팅방에 순식간에 답이 올라왔다.
-오우거 피.
-하이 오우거 혈액이네. 용량 쩌는데요. 한 1리터 되겠는걸?
-와우, 주인장님. 돈다발 드셨네요. 저거 팔면 좀 비싼데.
-오, 하이 오우거의 피 드랍률 낮기로 유명한 템인데 저걸 드셨네요.
-님 그거 얼마에 파실 거임? 저한테 싸게 팔아요.
-여기서 즉석 경매 ㄱㄱ
선우의 예상대로 시청자들은 모두 하이 오우거의 혈액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아, 일단 기다려 주세요. 제가 로젠 도시로 가서 경매장에 이걸 팔 겁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얼마든지 오셔서 경매에 참여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러면 이따가 경매장에 도착하면 다시 방송 시작할게요. 지금은 꺼두겠습니다. 하이 오우거들 혼자서 잡다 보니 좀 피곤하네요. 하하.”
-이따가 경매 언제 시작하는지 알려줘요.
-와, 진짜 대단하다. 설마 했는데 진짜로 하이 오우거들을 솔플로 잡아버리네.
-님, 하이 오우거 피 경매 가격 젤 낮은 금액 얼마로 시작하는지 알려주세요.
선우는 시청자들의 대답을 간단하게 답변해주면서 실시간 스트리밍을 종료했다.
“휴우, 이제 이것만 내다 팔고 영상 콘텐츠 새로 업로드해야지.”
생각만 해도 짜릿했다.
선우는 하이 오우거 퀘스트 영상이 잘 나왔는지 자신이 녹화한 영상을 다시 한 번 확인해봤다.
“와… 이건 내가 찍었지만 정말 예술이다.”
볼수록 감탄만 나오는 영상들이었다.
하이 오우거가 등장하기 전 숲에 감돌던 긴장감.
숲을 헤치며 등장한 하이 오우거들의 포효.
그 다음 이어지는 추격전.
하이 오우거들의 공격과 선우의 방어.
격렬한 전투 사이로 아슬아슬한 위기의 순간들까지.
모든 면에서 흠 잡을 데 없는 내용들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인 한 방은 바로 이거지.”
선우는 고추 폭탄으로 하이 오우거 3마리를 동시에 무력화시키는 영상을 다시 돌려봤다.
영상 속에서는 하이 오우거들이 고추 폭탄에 의해 망가지는 모습들이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
“이건 진짜 대박칠 수 있는 영상일 거다.”
선우는 직감했다.
고추 폭탄 1방으로 하이 오우거 3마리를 잡아내는 영상의 메리트를.
“이걸 뭐라고 해야 되지? 일석삼조도 아니고 일폭삼오우거?”
벌써 선우는 영상 콘텐츠의 제목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 영상은 한 번에 다 올리는 것보단 무료와 유료로 나눠 올리는 게 반응이 훨씬 좋겠군.”
선우는 잠깐 고민을 하다 결정했다.
“먼저 하이 오우거들이 나타나서 쫓기는 것까지만 무료로 올리자. 이것만 해도 조회수는 확실히 나올 거야. 여기에 내가 반격하는 거 몇 장면만 첨가해서 올리면 될 거고. 고추 폭탄은 유료로 올려야겠다. 무료 영상에서 궁금한 사람들이 유료를 볼 수 있게 포인트를 잘 잡아내는 게 포인트다.”
선우는 자신 있었다.
스트리밍 방송을 종료하기 전에 미리 하이 오우거들을 고추 폭탄으로 잡고 마무리하는 것까지 다 보여준 것도 모두 선우의 의도였다.
“오늘 내 하이 오우거 퀘스트 실시간 접속자 수가 대략 1만 명 조금 넘는 정도였지. 하이 오우거 숲에 도착하고 나서 방송을 켰으니까. 그리고 갑자기 오우거들이 나타나서 급박하게 돌아갔으니 아마 다른 사람들에게 알릴 생각도 못하고 정신없이 방송을 봤을 거고… 그러면 지금쯤이면 내 영상에 대해 커뮤니티에 다 퍼질 거니까….”
선우는 자신이 보여준 영상 내용들이 커뮤니티에 퍼진다면 유료 영상 다운로드는 필연적으로 많아질 수밖에 없는 걸 알고 있었다.
인피니티 로드 시청자들은 이야기만 듣고 궁금한 영상들은 직접 봐야 직성이 풀렸다.
“먼저 오우거 피부터 팔아야지.”
선우가 하이 오우거의 피를 인벤토리에 넣었다.
선우가 하이 오우거의 피를 인벤토리에 넣었다.
동시에 레벨 업 알림이 또 들려왔다.
이젠 휴대폰 알림보다 더 익숙했다.
“아, 내 레벨 지금 몇이지?”
선우가 상태창을 열었다.
[상태창]
이름: 김선우
레벨: 163
직업: 인피니티 마스터(Only one)
칭호: 없음
근력: 163
민첩: 163
체력: 163
마력: 163
스킬: 없음
소유 스킬: 소환의 진
스킬 사용권: 없음
“이번에도 좀 올랐군. 좀만 더 있으면 200 금방 찍겠는 걸.”
선우가 상태창을 닫는 순간.
“오라버니!!”
위에서 흡혈박쥐가 소리 없이 비행을 하며 선우의 머리 위를 맴돌고 있었다.
“와, 너 언제부터 거기 있었냐?”
베카가 선우를 부르지 않았다면 지금도 알아채지 못했을 거다.
그만큼 피를 삼키는 바위 부족의 흡혈박쥐는 고요한 비행을 하는 몬스터였다.
“아까 전에. 근데 오라버니, 방금 갖고 있던 거 뭔데? 피 아니야? 나 마셔도 돼?”
“이건 안 돼. 도시에 가서 팔아야 되거든. 그리고 넌 오우거 피 실컷 마셨잖아. 처음에 1마리 빨아먹는 거 내가 봤는데.”
“으음, 그거 다 마신지가 언젠데. 지금은 또 다르지.”
“이따가 또 사냥터에서 피 먹여줄게. 기다려.”
“진짜지?”
“응, 일단 나 로젠 도시로 다시 데려가줘.”
“알겠어.”
베카의 흡혈박쥐가 선우의 허리를 낚아채고 공중으로 솟구쳐 올랐다.
* * *
같은 시각 아이로드 컴퍼니의 권정아 실장은 선우를 모니터링 하고 있었다.
“세상에… 어떻게 하이 오우거 퀘스트를 혼자서 솔플을 할 생각을 하지? 아니 그것보다 진짜로 솔플로 저것들을 다 잡아버렸어? 어떻게 된 사람이야?”
권정아는 선우의 실력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인피니티 로드에는 하이 오우거 퀘스트를 혼자서 클리어 하는 랭커들도 많았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상위 랭커들.
선우의 레벨과 지금 실력에 비하면 하이 오우거 퀘스트 자체가 꽤 고난이도였다.
하지만 권정아가 주목하는 것은 퀘스트가 아니었다.
“기발해. 고추 폭탄이라고? 저걸로 하이 오우거 3마리를 동시에 무력화 시킬 줄이야.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한 거지? 그것도 저 긴박한 순간에….”
선우의 영상을 지켜보던 권정아는 내용과 동시에 플레이어로서의 선우에 놀라고 있었다.
같은 전투를 벌여도 어떻게 해야 대중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지 본능적으로 아는 플레이어 같았다.
“이건 재능이야. 돈을 부르는 재능.”
권정아는 선우의 영상 내용을 보면서 2차 판권이 팔려서 영화로 제작될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상하고 있었다.
“전투 영상은 날마다 올라와. 하지만 뻔한 전투는 재미가 없지. 의미도 없고. 그런 건 요즘 2차 제작을 하는 투자사에서도 거들떠도 안 봐. 하지만 이 영상들은….”
권정아는 선우의 영상 내용을 보면서 흥행 포인트를 곳곳에서 발견하고 있었다.
“아마도 오늘 퀘스트 영상을 채널에 올리겠지? 어떤 반응이 나올지 기대되는데… 한번 지켜봐야지.”
권정아는 경매장으로 향하고 있는 선우를 보면서 기대감에 가득 찬 눈빛을 반짝였다.
선우는 로젠 도시의 경매장에서 하이 오우거의 혈액을 200만 원에 팔았다.
“오늘도 소고기 값은 해결!! 이제 영상 편집 작업해야지.”
인피니티 로드는 가상현실 공간 속에서도 촬영해둔 영상을 편집 작업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다.
1차 편집 작업을 한 뒤 캡슐 밖에서 2차, 3차 등 여러 차례 편집 수정을 할 수 있었다.
선우는 1차 편집을 완료하고 캡슐 밖으로 나갔다.
하이 오우거 퀘스트 영상 편집을 무료 공개 분량과 유료 분량으로 나눈 뒤에 먼저 무료 영상을 자신의 채널에 업로드 시켰다.
그 다음 무료 영상의 예고편으로 다듬은 초반 영상과 추격전 일부를 편집한 뒤 커뮤니티에도 올렸다.
마지막으로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고추 폭탄 내용은 편당 500원 짜리 유료 영상 콘텐츠에 업로드를 시켜뒀다.
“끝! 이제 뜸들이기만 하면 돈이 잘 익어가겠군! 오늘은 곱창 먹으러 가야지. 아 그런데 요즘 곱창 줄 엄청 서던데… 먹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