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다리면 레벨업-50화 (50/200)

# 50

제50화

선우는 퀘스트창을 열어봤다.

[대륙 곳곳에 흩어진 오크 부족들을 모아라]

등급: 히든

분류: 메인 시나리오, 연계 퀘스트

설명: 대륙에 흩어진 7개의 오크 부족들을 모아 그들의 낙원 칼라하르로 데리고 가세요.

중앙 대륙 센트론에 있다고 알려진 칼라하르는 태초의 오크들과 인간, 엘프들이 공존하는 평화로운 땅이었습니다.

센트론 대륙이 마계로 인해 타락한 뒤로 이 땅에 살던 오크와 인간, 엘프들이 모두 다른 대륙으로 이동한 지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지금도 오크 족들은 자신들의 옛 땅을 되찾고 싶어 하는 열망이 강합니다.

플레이어를 따르는 오크 족들을 모아 칼라하르 땅을 되찾아준다면 플레이어인 당신이 그 땅의 새 주인이 될 것입니다.

보상: ?

“오, 이게 또 퀘스트로 이어지네.”

선우는 자신이 데리고 있는 황금안개 부족들만 오크들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다만 오크 족들을 모아 어딘가로 데려가는 퀘스트는 이번이 처음.

꽤 흥미로웠다.

앞으로 돈벌이가 될 만한 콘텐츠로 보였으니까.

“그렇다면 결국 벨론 대륙에서 로젠하임 대륙으로 이동하는 수밖에 없군.”

선우는 결론을 내렸다.

로젠하임 대륙으로 진출하기로.

그러기 위해서는 소유하고 있는 성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일단 갖고 있는 성들을 부동산 처분을 해야 할 건데 뭐 나쁠 건 없지. 그만큼 나한테 돈이 많이 남을 거니까.”

인피니티 로드에서 가장 큰 돈으로 거래되는 아이템 1위는 뭐니뭐니해도 성이다.

성은 공성전을 하면서 방어를 해야 하지만 한 번 먹고 나면 매달 들어오는 세금 자체로도 수입은 엄청났다.

더군다나 선우가 소유한 성들은 지금 벨론 대륙 유저들에겐 가장 핫한 성들이었다.

길드 전쟁에서 피 안 흘리고 빈집털이로 성공시킨 레온베르거 성과 오크 성.

선우는 이 두 개의 성을 팔고 로젠하임 대륙으로 넘어갈 발판을 마련할 생각이었다.

“이거 얼마에 팔 수 있으려나?”

* * *

선우는 캡슐 밖으로 나온 뒤 인피니티 로드 커뮤니티로 들어갔다.

[레온베르거 성 & 오크 성 내놓습니다. 사실 분 콜!]

간결한 제목.

하지만 조회수는 순식간에 폭발하여 실시간 거래 게시판 1위를 차지했다.

댓글 수도 어마어마했다.

-오, 이거 혹시 얼마 전 길드전 빈집털이 하신 분?

-쩌네. ㄷㄷㄷㄷㄷㄷ 길드 전쟁 끝난 지 얼마 안 돼서 바로 매물에 ㅋㅋㅋㅋㅋ

-와 이러면 저 성 갖고 있던 길드장 멘탈 어쩔?

-라이온 팽하고 블러드 스컬은 그냥 X망이네. 얘들 성 뺏겨, 길드 해체해, 완전 가상 피난민 수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러면 결국 블러드 스컬 황철영은 두 번 죽는 건가…

-걔는 두 번 죽는 게 아니지. 흙으로 덮었다가 무덤 파헤치고 관 뚜껑 박살낸 수준임.

-근데 저거 성 얼마에 팔릴까? 올려놓은 거 보니 경매로 나올 거 같은데.

-부럽다. 성 두 채 팔면 무조건 아파트+건물 값 나올 텐데 ㄷㄷㄷㄷㄷㄷ

-벨론 대륙 성들은 그 정도 값은 안 나옴. 지방 상가건물이라면 모를까.

-그게 어디임? 지방이든 어디든 건물주 되는 건데.

선우의 레온베르거 성과 오크 성이 매물에 올라오자 가장 먼저 포착한 것은 아이로드 컴퍼니였다.

아이로드 컴퍼니 권정아 실장은 선우에게 연락을 했다.

권정아의 연락을 받은 선우는 강남역 근처의 고깃집으로 갔다.

* * *

“선우 님. 안녕하세요? 저는 아이로드 컴퍼니의 권정아 실장입니다.”

“김선우입니다.”

“앉으시죠.”

권정아는 선우가 매물로 올려둔 성들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사이 주문한 한우 등심이 나왔다.

선우는 익어가는 고기를 흐린 눈으로 바라보며 권정아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러니 선우 님께서 저희 아이로드 컴퍼니와 계약을 하신다면 이 모든 특혜를 몰아드릴 수 있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아이로드 컴퍼니는 많은 유저들과 계약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거든요. 단 1명의 스타플레이어가 한 분야의 산업을 먹여 살린다가 모토라서요.”

“그렇군요.”

선우의 젓가락은 정신없이 고기를 입으로 구겨넣고 있었다.

물론 생각없이 먹는 건 아니었다.

‘아이로드 컴퍼니라…. 삼한 그룹이 만든 회사라면 두말 할 필요도 없는 국내 1위의 에이전시가 될 거고…. 이 정도 규모의 회사라면 내가 원하는 건 뭐든 들어줄 수 있을 거 같은데….’

선우가 지금까지 다른 에이전시들과의 계약을 미룬 이유는 돈 때문이었다.

인피니티 로드로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선우의 욕심을 채우기엔 기존의 에이전시들 또한 욕심이 많았다.

겉으로 말은 번지르르 하지만 플레이어들의 수입을 몰래 빼돌리다 소송 걸리는 회사부터, 전속 계약을 빌미로 사실상 노예처럼 부리는 회사도 있었다.

사전에 온갖 정보를 수집했던 선우였기에 이런 에이전시들과는 가급적 거리를 뒀다.

물론 아이로드 컴퍼니라고 덥석 손을 잡는 것도 경계했다.

다만 권정아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선우의 관심을 끌기엔 충분했다.

“그러면 아이로드 컴퍼니에서 제 성을 비싸게 팔아줄 수 있다는 거죠?”

“물론이죠. 저희가 사드릴 거니까요.”

“산다고요? 제 성을 그쪽 회사에서요? 왜요?”

“아이로드 컴퍼니에서는 향후 여러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그중 한 가지가 바로 공성전 경험을 전속 유저들에게 쌓게 하는 것이죠. 선우 님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인피니티 로드에서 가장 잘 팔리는 콘텐츠 중 하나가 공성전이잖아요? 그러니 공성전 트레이닝을 시키려고요.”

공성전 트레이닝.

근래 들어 대기업들이 에이전시 사업에 뛰어들면서 공성전 콘텐츠에 열을 올렸다.

그중 아이로드 컴퍼니가 먼저 시작을 했고 출발선을 선우가 소유한 성에 둔 것이었다.

“공성전 콘텐츠는 이미 여러 가지 매출을 올릴 만한 킬러 콘텐츠가 된 지 오래죠. 할리우드에서도 공성전 콘텐츠를 소재로 블록버스터 영화 판권을 사들이고 있고 중국 영화 시장도 마찬가지거든요. 이런 와중에 공성전 트레이닝을 하려는 건 보다 박진감 넘치고 화려한 공성전을 대중들에게 선보이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면 공성전 트레이닝을 받는 사람들은 누군데요?”

“저희 회사에 공채로 들어올 신입 사원들이죠. 앞으로 회사에서는 핵심 매출을 담당해줄 소수의 플레이어들과 이들과 함께 손발을 맞출 직원들을 계속 채용할 생각이거든요. 직원들은 플레이어가 아니지만 공성전 트레이닝과 성과 마을 운영 등으로 회사의 경영 수업을 받을 수 있고 거기에 실력이 뛰어난 직원이 나오면 즉시 인피니티 로드 게이머로 발탁시켜 회사에서 밀어줄 거예요.”

들어보니 꽤 체계적인 플랜을 갖추고 있었다.

“으음, 그렇군요. 그러면 제 성 값은 얼마를 쳐줄 거죠?”

“그건 걱정 마세요. 결제 올리는 즉시 만족할 만한 금액을 입금시켜 드리겠습니다.”

권정아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아이로드 컴퍼니의 전략은 단순하면서 공격적인 방향을 추구하고 있었다.

자신들과 계약한 유저가 하는 모든 것에 아낌없이 돈을 투자하는 것.

선우의 레온베르거 성과 오크 성의 가격은 다른 대륙의 성들에 비해 가격이 가장 낮았다.

아무리 조회수가 폭등하고 선우의 인지도가 올라간다고 쳐도 성의 평균 가격이 오르진 않았다.

그렇기에 성들을 거래할 땐 항상 거래를 대행해주는 업체들이 등장한다.

대부분 에이전시와 손을 잡고 있는 회사들이었다.

최근에는 아예 이러한 회사들을 에이전시가 인수한 뒤에 직접 중개에 나설 때도 많았다.

아이로드 컴퍼니의 역할도 마찬가지.

‘역시 돈 많은 회사가 좋아.’

선우는 마음에 들었다.

아이로드 컴퍼니와의 계약을 하겠다고 결정을 내린 건 등심을 다 먹을 즈음.

“만약 제가 아이로드 컴퍼니와 계약을 하면 계약기간은 어떻게 되죠?”

“본사에서는 항상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합니다. 만약 지금 계약을 하신다면 내년에 재계약을 하실 수 있어요. 1년 동안 플레이어가 보여주는 성과에 따라 재계약 시 조건이 크게 달라지죠.”

“그러면 계약하죠.”

선우는 망설임 없이 권정아가 건네 준 펜으로 계약서 작성을 시작했다.

어차피 인피니티 로드를 계속 하려면 자잘한 업무부터 여러 가지 뒤처리를 대행해줄 일손이 필요했다.

“계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선우 님.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

권정아는 속으로 예스를 내질렀다.

‘유망주 하나 건졌어. 딴 건 몰라도 혼자 생존능력 하난 탁월한 사람 같으니까 한 번 밀어줘봐야지.’

“저기요. 고기 3인분만 더 시켜도 돼요?”

“물론이죠. 많이 드세요!”

* * *

선우는 새로 계약한 회사 아이로드 컴퍼니와 자신이 소유했던 성 두 채를 거래했다.

거래 금액은 1채당 15억씩 총 30억 원.

이 돈으로 선우는 집안의 빚을 한 번에 다 갚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남은 돈은 18억 원.

선우는 이 돈을 일단 가상계좌에 놔두기로 했다.

로젠하임 대륙에서 쓰기 위한 여비로도 쏠쏠할 것이니까.

“이제 정리할 건 다 정리했고 로젠하임으로 가볼까?”

선우는 레온베르거 성 근처에 세워진 워프 존을 찾아갔다.

대륙과 대륙을 빠르게 이동시켜주는 워프 마법을 돈 내면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는 곳이었다.

선우는 대장장이 발론과 황금안개 족장 라누를 데리고 동시에 로젠하임 대륙으로 워프를 했다.

선우와 일행들이 있는 곳은 탁 트인 초원.

멀지 않은 곳에 도시를 둘러싼 성벽이 보였다.

대장장이 발론이 도시의 경관을 둘러보더니 대답했다.

“오, 저기가 어디지?”

“저곳은 로젠하임 대륙의 동쪽 마을이자 시작의 도시 로젠입니다.”

선우는 일단 발론에게 도시 안의 대장간에서 당분간 일을 하고 있으라고 했다.

발론은 로젠을 잘 알고 있었다.

마침 아는 대장간이 있다며 그곳에 가겠다고 했고 라누 족장은 자신들의 부족을 데리고 살 만한 터전을 찾겠다고 했다.

물론 모두 순탄치만은 않을 터.

이유는 간단했다.

로젠하임 대륙에서 선우가 마땅히 지낼만한 장소는 없었으니까.

곰곰이 생각에 잠겼던 선우는 무언가 아이디어를 냈다.

“일단… 여기서 내가 머무를 영역이 필요한데….”

선우는 부족원들을 끌고 도시 밖으로 나가려던 라누 족장을 불렀다.

“혹시 로젠하임 대륙에도 흩어졌다던 오크 족들이 있죠?”

“물론입니다.”

“그 부족들을 만나서 여기서 성 하나를 먹어보려고 하는데요. 황금안개 족들하고 합치면 훨씬 셀 거 같아서요. 알고 있으면 저 좀 데려가줘요.”

라누는 잠깐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물론 알고는 있습니다만 그 부족은 저의 부족과 사이가 좋지는 않습니다. 다른 대륙에 뿔뿔이 흩어진 형제들 모두 부족이 다른 것은 서로 의견의 차이가 달라서입니다. 이들은 모두 오랜 세월 다른 부족으로 살아왔기에 지금 만난다 한들 남들처럼 대하기 일쑤이죠. 특히 로젠하임 대륙에 살고 있는 부족은 다른 6개의 부족들 모두와 사이가 최악인 놈들이라서요.”

“으음, 그렇군요.”

라누는 다른 오크 족들이 모두 사이가 좋지 않다고 했다.

게 중에는 어느 정도 타협이 가능 부족들도 있으나 로젠하임 대륙의 오크들은 황금안개는 물론 어느 부족과도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

“뭐 때문에 사이가 좋지 않죠? 부족들끼리 전쟁을 벌였나요?”

“인간을 사냥했기 때문입니다. 그로인해 오크 족과 인간들과의 전쟁이 더욱 심해졌었지요. 그 뿐 아니라 이들은 엘프 족들 역시 사냥을 해왔습니다. 때문에 우리들의 낙원에서 쫓겨난 이후 서로간의 적대감을 키우게 만든 탓에 다른 오크 족들 역시 이들과을 외면하였었죠.”

간만에 오크다운 성격의 부족 같았다.

선우는 이 부족이 궁금해졌다.

“이 부족들을 한 번은 만나봐야겠습니다. 이 부족을 뭐라고 부르죠? 라누님의 부족은 황금안개잖아요.”

“이들은 자신 외의 생명체들의 피를 마시는 흡혈 오크들입니다. ‘피를 삼키는 바위’라고 불리는 자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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