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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면 레벨업-47화 (47/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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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선우의 스트리밍 방송을 보러 들어온 시청자들은 모두 기대감에 차 있었다.

-와, 이분 방송 화면이 젤 낫다. 전장이 한눈에 쏙 들어오네.

-방장님. 위치 선정 예술이고요. 진짜 끝내줍니다.

-역시 이분 스트리밍은 실망시키는 법이 없어.

-크… 이 촬영 각도면 블러드 스컬 패망하는 꼴을 감상할 수 있겠군요.

시청자들은 선우가 절묘하게 잡아놓은 촬영 위치 때문에 만족감을 달풍선으로 표시했다.

[강화템빨 님께서 달풍선 1,000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오징어마왕 님께서 달풍선 3,000개를 선물하셨습니다.]

[달코미 님께서 달풍선 100개를 선물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저는 그저 시청자님들 만족하실 만한 장면을 찾느라 고민했을 뿐인데… 이렇게 달풍선으로 보답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선우는 달풍선 메시지에 계속 인사를 했다.

반면 블러드 스컬 길드 마스터 황철영은 라이온 팽 길드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야!!! 사자 새끼들아! 레온베르거 성에서 처박혀 놀다 로젠하임으로 꺼질 것이지, 왜 남의 성에 침 흘리고 지랄이냐!”

황철영의 말이 끝나자 뒤쪽에 있던 블러드 스컬 길드원들이 호응을 했다.

“꺼져라! 털 달린 고양이 새끼들아!!”

“라이온 팽 길드가 넘볼게 없어서 중소 길드 영역을 넘보냐! 쪽 팔린 줄 알아라!”

“우우우~~!”

황철영이 뒤쪽에서 호응해주는 길드원들을 보면서 킬킬거렸다.

“어이~ 제이콥. 우리 애들 하는 말 들었… 흐억!”

뒤쪽의 길드원들을 보면서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리던 황철영이 흠칫 놀랐다.

어느 순간 제이콥이 황철영 코앞에 서 있었다.

“이 새끼가… 말을 하고 들어오던가.”

“황철영. 진짜 후회 안 할 자신 있냐?”

“자신? 지금 누가 누구한테 그 말을 해야 하는 건지 아냐? 우리가 왜 니들한테 전쟁을 하자고 했을까? 그 정도 생각도 안 하고 설마 여기 온 거냐?”

황철영은 일부러 허풍을 쳤다.

선우가 스트리밍 방송으로 떠들어댄 비밀 무기.

그게 뭔지 알 턱이 없지만 적어도 그거 때문에 라이온 팽 길드가 켄트 성을 쳐들어온 거라면 이용해볼 가치는 있었다.

“그 무기를 믿고 이렇게 설치는 거냐? 그 무기가 뭔데 이렇게 겁 대가리가 사라진 거야?”

“큭큭큭. 그걸 알려주면 되냐? 니들한테 써먹으려고 얼마나 열심히 준비한 카드인데.”

그런 카드는 없다.

황철영은 앞에선 웃지만 속으론 절규하고 있었다.

‘으아아! 미친, 대체 그 무기가 뭔데 이 새끼들이 여기를 온 거냐고!!! 김선우 이 새끼 어디서 무슨 소릴 듣고 그딴 개수작을 부린 거야!! 돌아버리겠네!!’

황철영의 속내를 알 수 없는 제이콥은 약간 고민했다.

‘블러드 스컬이 치졸한 애들만 모여있기는 해도…. 이렇게 판을 키워서 허풍을 떨 리는 없을 텐데…. 치졸한 만큼 믿는 건 확실하단 뜻…. 중소 길드가 고작 무기 하나로 대형 길드인 라이온 팽한테 전면전을 벌인다는 건…. 그 무기의 위력이 엄청나다는 거고…. 그 말인즉….’

제이콥은 깔끔하게 생각을 정리했다.

‘라이온 팽이 그 무기를 갖게 되면 로젠하임 대륙 제패는 식은 죽 먹기란 소리지. 반드시 놈들에게서 가져와야겠군.’

제이콥은 결정을 내렸다.

“어이, 제이콥. 왜 갑자기 꿀을 먹고 대답을 못하냐? 쫄았냐?”

“결정했다.”

“아,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던 거였구나. 그래 이제 결론 내렸으면 얼른 니들 성으로 꺼져라. 괜한 전쟁 할 필요는 없잖아. 승산 없는 전쟁이라면 더더욱.”

“블러드 스컬, 너희들은 오늘 여기에서 사라진다.”

“뭐? 자, 잠깐!!”

제이콥은 검을 쥔 라이온 건틀렛을 높이 들어올렸다.

“돌격해라!!”

뒤쪽에 있던 라이온 팽 길드원들이 일제히 돌격했다.

황철영이 검을 꺼내들었다.

파앗!

제이콥이 먼저 선공에 나섰다.

“크윽! 이 새끼, 니들 후회할 줄 알라고!”

“그 정도로 엄청난 무기라면 반드시 손에 넣어야지. 로젠하임 대륙 제패는 시간문제일 테니까.”

“아, 아니야! 니가 생각하는 그런… 커억!”

제이콥의 라이온 건틀렛이 사자가 앞발로 치는 것처럼 황철영을 후려갈겼다.

동시에 무릎으로 황철영의 복부를 찍어 올렸다.

스걱!

검이 황철영의 갑옷을 베었다.

퍼억!

제이콥의 발차기로 황철영이 몇 미터 뒤로 날아갔다.

* * *

이 모든 장면은 선우가 스트리밍 방송으로 자세히 중계하고 있었다.

“크으… 시청자님들. 방금 보셨습니까? 라이온 팽 길드 대장이 블러드 스컬 길드 대장에게 정의 실현을 하는 모습을요. 정말 멋지네요.”

선우의 스트리밍 방송 동시 접속자 수는 어느덧 10만 명에 육박하고 있었다.

‘돈이다. 돈이 몰려오고 있어. 큭큭.’

선우는 웃음을 삼키면서 스트리밍 방송에 열중했다.

* * *

“으아아!! 다 죽어버려!!”

“한 놈도 남김없이 다 죽여라!! 켄트 성의 비밀 무기를 찾아내라!!”

라이온 팽 길드의 전력은 가히 압도적.

하지만 마냥 당하고 있을 블러드 스컬이 아니었다.

부-우우-

어디선가 고동 소리가 들려왔다.

라이온 팽 길드원들이 일제히 맞은편 언덕을 주시했다.

“철영이 형, 용병들이 왔습니다!”

인피니티 로드에는 용병 길드라는 독립적인 길드가 있었다.

용병 길드는 일종의 플레이어 조합 같은 개념이었다.

어느 길드에도 소속되지 않고 PVP 실력에 자신 있는 플레이어들이 자유롭게 활동하고자 할 땐 언제나 용병 길드로 들어갔다.

특정 길드에 소속되면 길드마다 정해놓은 사냥터를 이용하는 데 어느 정도 제한이 있었다.

사이가 안 좋아진 길드라면 이용 불가였고 길드끼리 거래를 하는 조건을 지켜서 사냥터를 가야 하는 등 여러 모로 번거로웠다.

반면 용병 길드에 소속되면 이런 제한들이 사라졌다.

용병 길드는 개인 혹은 길드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모든 전투에 참가하는 것이 메인 수입원이었다.

따라서 적대적인 길드가 없었고 특별히 우호적인 길드도 없었다.

전형적인 중립 길드가 용병 길드의 위치.

용병 길드는 인피니티 로드의 각 대륙마다 있었는데 길드 마스터가 제각각이었다.

길드 마스터는 임기를 정하고 번갈아가면서 맡았기 때문에 내부 갈등도 생기지 않았다.

“길드장님. 블러드 스컬로부터 입금이 확인됐습니다. 나머지 50%는 라이온 팽을 몰아내주면 주겠다고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좋아, 그러면 됐어. 얘들아! 이제 너희들이 잘하는 걸 보여줘라.”

용병 길드원들은 평균 레벨이 라이온 팽 길드보다는 낮았다.

하지만 라이온 팽 길드보다 규모는 훨씬 컸다.

그만큼 길드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하고 싶어 하는 유저들이 많았으니까.

“제이콥! 용병 놈들이다!”

“저 정도 규모의 용병들을 끌어들였다고? 블러드 스컬이?”

제이콥은 믿겨지지 않았다.

지금 전장에 등장한 용병 플레이어들은 대충 어림잡아 라이온 팽 길드의 3배 정도였다.

블러드 스컬 정도의 중형 길드가 이만한 용병들을 끌어들이려면 꽤 많은 자금을 무리하게 써야 할 것이다.

‘저 만한 용병들에게 돈을 쓸 정도로 그 무기가 값어치 있다는 건데… 어떤 무기인지 정말 궁금하군.’

제이콥은 켄트 성에 숨겨졌다는 비밀 무기가 더욱 갖고 싶어졌다.

“용병따윈 상관없다! 다 밀어버려!”

“우아아아!!!”

라이온 팽 길드원들은 블러드 스컬 길드원들과 합세한 용병 길드원들까지 공격에 나섰다.

“길드장님. 블러드 스컬 애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제법 하는 거 같습니다. 저 정도면 뭐 라이온 팽 길드를 못 이겨도 어느 정도 타격은 줄 수 있을 거 같은데요.”

“헹! 그래도 명색이 중형 길드잖아. 일단 블러드 스컬 애들 도와줘.”

“근데 정말로 블러드 스컬이 의뢰금을 다 지불할까요? 길드 재정 상태는 알 순 없지만 절대 감당 못할 텐데요.”

“뭐 비자금을 열심히 숨겨뒀거나 아니면 다른 곳에서 돈을 많이 끌어왔나 보지.”

“저놈들이 라이온 팽을 몰아내고 혹시 딴 소릴 하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용병 길드장이 켈켈거리면서 대답했다.

“그러면 나야 좋지. 라이온 팽 몰아낸 뒤 블러드 스컬까지 치워버리고 켄트 성을 점거하면 되니까. 어차피 선금은 받았으니 나머지 돈이야 켄트 성으로 퉁 치면 되잖아.”

“성을 운영하시려고요? 그건 용병 길드 원칙에 어긋나는 행동이잖습니까.”

“야, 누가 운영한대? 일단 켄트 성 먹고 필요한 길드 있으면 팔아버리면 되잖아. 우리야 돈만 벌면 되는데 무슨 걱정이야?”

“아, 그렇군요. 역시 길드장님의 장사 머리는 따라갈 수가 없다니까요.”

“이것만 생각해라. 용병 길드는 어느 쪽 편이 아니다. 돈을 따라 움직이는 거라고. 일단 지금은 라이온 팽만 몰아내라.”

* * *

블러드 스컬을 몰아붙이던 라이온 팽은 용병 길드의 참가로 인해 전세가 흔들리고 있었다.

“허억! 허억! 길드장님. 지금이라도 부 마스터한테 연락을 하세요. 화해는 나중에 하더라도 일단 지금은 부 마스터님 쪽 클랜 도움이 절실합니다!”

제이콥은 달려드는 블러드 스컬 길드원과 용병 길드원을 동시에 해치웠다.

“누군들 연락 안 해본 줄 알아? 그 년이 내 귓말 차단하고 로그아웃 했다고!”

라이온 팽 길드의 부 마스터.

야생마녀 이소영은 이 사건이 벌어지기 전부터 친오빠 제이콥과 신경전을 벌여왔었다.

그동안 부 마스터로서 사실상 길드의 얼굴 마담 노릇을 해왔지만 그에 비해 가져가는 대가가 너무 적다며 레온베르거 성의 공동 운영과 세금 수입의 절반을 달라고 했었다.

제이콥은 거절했고 이걸 빌미로 이소영은 자신의 클랜원들을 데리고 라이온 팽 길드를 탈퇴하겠다고 공언했었다.

지금 같은 전쟁이 벌어질 시 이소영과 클랜원들이 필요했다.

특히 이소영은 부두술사 클래스로 맹독 공격 관련해서는 마법사들과는 또 다른 위력을 보여주는 플레이어.

하지만 당시 제이콥은 이런 일이 벌어질 걸 예상할 리 없었으니 이소영이 그저 자신에게 도전한 것이라고 여겼다.

부 마스터가 아닌 길드 마스터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고 생각한 제이콥은 이소영에게 길드를 나가라고 했고, 이소영은 그 뒤 클랜원을 데리고 길드를 나간 상태.

지금은 라이온 팽과 블러드 스컬의 길드전을 구경하고 있었다.

“어머, 우리 오빠 가엾어라.”

“언니, 진짜로 안 가도 되요?”

“내가 왜? 우린 이미 라이온 팽 길드 아니야. 저 인간이 내가 보는 앞에서 뭐라고 지껄였는지 니들 까먹었어?”

“그거야… 뭐… 열 받으니 그러셨겠죠.”

“야, 니들 나 따라 나온 게 후회되니? 안 따라왔으면 저 꼴 나고 있었을 건데?”

“누나, 물론 우리가 누나를 따라나온 게 신의 한수죠. 단지 이걸 기회로 제이콥 길드장한테 무언가 딜을 쳐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야, 딜은 무슨 딜. 저 인간은 당해봐야 돼. 레온베르거 성 세금 수입도 나한테 엉터리로 알려주고 자기 혼자 다 해먹어왔으면서 뭐? 나한테 줄 돈은 없다고? 그런 인간 왜 도와줘? 그냥 망하라고 해.”

이소영은 아직도 분한 지 이를 갈며 태블릿 PC를 감상 중이었다.

“야, 좀 더 큰 화면에 연결해봐. 이런 명장면은 아주 큰 화면으로 감상해야 제 맛이지. 아우, 시원해. 내 눈 마사지 받는 기분이야. 아주 기가 막히네.”

* * *

선우는 길드 전쟁을 구경하면서 시간을 재고 있었다.

‘이제 시작이군.’

무언가 알림 메시지를 들은 선우가 일어났다.

“자! 시청자님들. 제가 급한 일이 생겨서요! 잠깐 방송을 끄도록 하겠습니다. 나중에 만나요!”

선우는 재빨리 방송을 끄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한편 길드 전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었다.

“제이콥! 제이콥!! 큰일났다!”

“허억…허억… 뭐가?”

“레온베르거 성이 함락됐어!”

“뭐?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정신 차려! 지금 우리가 불리해지고 있다고!”

“나도 몰라! 성 지키고 있던 막내들한테 귓말이 계속 오고 있다고! 빨리 성으로 가봐야 되는 거 아냐?”

제이콥의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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