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다리면 레벨업-36화 (36/200)

# 36

제36화

공성전이 열리는 당일 선우의 방송 채널은 모든 영상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상태였다.

5일 동안 선우가 올렸던 고블린 로드 사냥 퀘스트가 대박을 쳤기 때문.

-플레임 블레이드 개 쩐다. 저거 얼마 할까?

-고블린 로드 지능이 얼마나 높으면 바실리스크를 길들이지 ㄷㄷㄷㄷ

-저 칼 개 멋있어. 사냥 장면 하나하나 버릴 게 없네. 그냥 따다가 CF 화면으로 써도 될 각이다. ㅋㅋㅋㅋ

-선우 님, 저 칼 어디서 먹었어요?

-저 정도면 직접 만든 아이템 아닌가? 난 아직 경매장에서 비슷한 것도 본 적 없음.

-로젠하임 대륙이나 아르콘 대륙 들어가야 볼 수 있을 퀼 같은데 벨론 대륙에서 저 정도 퀼리티 템을 볼 줄이야 ㄷㄷㄷㄷㄷ

-데미지 효과 쩐다. 갖고 싶드아….

구독자들과 유저들은 선우의 플레임 블레이드를 주목하고 있었다.

검은색 칼자루에 붉은 실이 칭칭 감겨져 있는 디자인.

칼날은 검붉은 화염이 울긋불긋하게 그려져 당장이라도 불길이 뻗칠 거 같은 위험한 기운이 느껴지는 아이템.

플레임 블레이드의 멋은 벨론 대륙의 모든 유저들이 관심을 갖고 있었다.

-저거 강화하면 아이템 옵션 뭐 나올지 궁금하다.

-방장님. 플레임 블레이드 강화 안 한 거죠?

-강화 ㄱㄱ 부서지는 거 봐야 되겠음.

-저 정도면 강화시키면 +8까지는 버틸 각임. 내구력 엄청 쎄 보이는데.

-나 저거 어제 템 옵션 보여주는 거 봤는데 지금도 개 쩔던데… 강화되면 ㅎㄷㄷㄷㄷㄷ

-방장님, 강화 가즈아!!

-공성전에서 짜장 전갈 개 썰어버리죠.

공성전이 열리는 오늘, 블랙 스콜피온 길드 마스터 이강철은 길드원들을 오크 성 근처에 집결시켰다.

“야, 다들 잘 들어라. 오늘 공성전에 참가하는 인원은 모두 100명. 용병들은 70명이고 길드원도 30명이다. 각자 팀워크로 오크 성을 조지러 들어간다.”

길드 마스터 이강철은 블랙 스콜피온 길드에서 정예 병력을 선별해 30명을 골랐다.

나머지 용병 플레이어들은 70여명으로 소속사에서 섭외 비용을 써서 데려온 유저들.

“길드장님. 일단 선금으로 50% 받았고 나머지 50%는 공성전 끝나는 대로 다 주셔야 합니다.”

“에이전시에서 다 줄 테니까 걱정 말라고.”

이강철은 선우가 영상에서 공개한 플레임 블레이드를 갖고 싶었다.

‘초짜 주제에 어디서 그런 레어템을 먹은 건지…. 기필코 내가 먹어야지.’

플레임 블레이드는 선우의 의도와 달리 공성전의 핫 아이템으로 급부상해버렸다.

“야, 공성전 시간 몇 분 남았냐?”

“30분 남았습니다.”

“아이템 정비 마지막으로 싹 다 하고 물약들 다 챙겨.”

* * *

선우의 오크 성 공성전은 인피니티 로드 유저들만 주목하는 게 아니었다.

라이온 팽 길드의 부길드장 이소영은 커피를 마시면서 태블릿 PC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언니, 오크 성 쟤 혼자서 막아낼 수 있을까?”

“응.”

“누나. 지금 그 말 진짜예요?”

“그럼 진짜지. 가짜냐?”

“블랙 스콜 애들 이번에 아주 작심하고 용병들까지 끌어들였는데 오크 성쯤은 가볍게 먹고도 남죠. 쟤 혼자서 무슨 수로 막아내요.”

이소영이 이끄는 클랜원들이 모두 말도 안 된다며 피식거렸다.

“야, 게임으로 먹고 산다는 놈들이 딱 보면 감이 안 오냐? 그런 감으로 무슨 신인들 발굴하겠다고. 한심한 것들. 시끄럽고 빨리 TV 화면 틀고 방송 채널 맞춰놔. 공성전 곧 시작하니까.”

오크 성 공성전이 시작되기 1분 전.

인피니티 로드의 구독자들과 유저들의 시선이 주목하고 있는 선우의 채팅방은 실시간 채팅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님 공성전 발리면 그 칼 저 주시면 안 됨?

-방장님, 진짜로 혼자서 블랙 스콜이랑 맞다이 뜨시는 거?

-저거 뭐지? 첨 보는 무기 등장. ㅋ

-방장님이 NPC 대장장이랑 개발했다던 그 무기인가?

-쎄보이는 무기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음. 오크 전사들 나왔다.

-오크 전사들 때깔 보소.

-개썅존멋이네. 저거 다 황금임?

-방장님 돈 좀 버셨나보네. 아이템 코스튬 황금 ㄷㄷㄷㄷ

선우의 황금안개 부족은 오크 성의 성곽 위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성문은 굳게 걸어 잠궜고 성벽 위의 초소들에는 못 보던 무기가 튀어나와 있었다.

마치 초대형 석궁처럼 생긴 발리스타가 장착되어 있었다.

“주군, 발리스타는 모두 설치가 완료 되었습니다.”

“이제 나머지는 성벽 방어만 신경 써주세요.”

대장장이 발론이 직접 만들어낸 발리스타는 오크 성 전방과 측방을 겨누고 있었다.

선우는 오크 성벽 위에서 인피니티 디텍팅 스킬을 썼다.

‘소환의 진은 잘 숨겨놨고….’

타임 딜링 능력 중 한 가지인 인피니티 타이머와 스킬 조각 모음으로 선우가 만들어낸 스킬 소환의 진.

선우는 오크 성 내부에서 대기 중인 오크 돌격부대를 확인했다.

모두들 황금빛으로 물든 투구와 갑옷, 방패와 무기를 들고 있었다.

황금빛이 반사되자 눈이 부셨고 제대로 바라보기가 어려웠다.

‘예상한 대로다. 전면전에서는 저 황금 갑옷이 요긴하게 쓰일 거야.’

대장장이 발론에게 주문한 대로 황금안개 부족의 오크 전사들은 모두 황금빛에 둘러싸여 있었다.

마치 황금안개가 이들을 감싸고 있는 풍경.

선우에게 알림이 들려왔다.

[공성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오크 성 바깥에는 100여명의 플레이어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모두들 잘 들어라. 적은 단 하나. 김선우라는 애송이다. 사실상 100 대 1의 전투다. 여기서 만약 패배하면 니들은 그냥 자진 캐삭해야 된단 사실만 알아둬라.”

이강철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블랙 스콜피온 길드의 자존심과 체면이 걸린 전투였다.

오크 성을 빈집털이 당한 건 그럴 수 있다고 쳐도 만약 모두가 보는 앞에서 오크 성을 되찾지 못한다면?

망신도 이런 개망신이 없을 거다.

“가자!!”

용병 플레이어들은 각자 산개하며 흩어졌다.

“마법사들 버프 빨리 걸어줘라. 시간이 곧 승부의 관건이니까.”

블랙 스콜피온 길드 마스터 이강철은 용병 플레이어들에게 명을 내렸다.

마법사 용병들의 버프가 전투에 참가하는 길드원들에게 걸리고 있었다.

“버프 다 받은 놈들부터 빨리 나가!”

“궁수대는 뒤로 빠지고 마법사들 앞에다 힐 계속 뿌려! 전사들은 힐 뿌려지는 곳으로만 뛴다!”

블랙 스콜피온의 전사 플레이어들은 용병 마법사들이 뿌려주는 힐이 반짝거리는 곳으로 돌격했다.

“모두 발사!”

성벽에서 대기하던 황금안개 부족의 오크 궁수들이 활을 쐈다.

쉬이익!

파칵!

“젠장, 저거 뭐 이리 눈부셔?”

오크 궁수들의 화살은 날아가면서 빛에 반사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눈부실 만큼 반짝거리는 물체가 하늘에서 비처럼 떨어지는 꼴.

전사 플레이어들이 눈을 반 쯤 감으면서 뛰고 있었다.

“계속 달려! 성문을 부숴야 돼!”

이강철은 전사 플레이어들 중 가장 선봉에 앞장서 달려가고 있었다.

선우는 몰려오는 블랙 스콜피온 길드를 보면서 실시간 스트리밍 중이었다.

“푸훕, 여러분들 보십시오. 저 멍청한 전갈 양아치들이 드디어 죽을 곳을 찾아 달려오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저 김선우가 전갈들에게 당해온 구독자님들의 울분을 풀어드리겠습니다.”

-날 가져요, 방장님! ㅠ

-방장님, 플레임 블레이드 저 주셈.

-님, 공성전 방어만 하고 버틸 거임? 블랙 스콜 애들 이번에 용병에 돈 엄청 줘서 마법사 애들 퀼리티 장난 아니라던데.

선우는 싱긋이 웃음만 보였다.

“그냥 지켜만 보시죠.”

성벽 위에 설치된 발리스타가 미사일처럼 발사되었다.

퍼컥!

콰아아앙!!!

갑자기 엄청난 폭발음이 들려왔다.

공성전이 시작된 오크 성 바깥 들판 가운데 검붉은 화염이 버섯처럼 솟아올랐다가 퍼졌다.

대장장이 발론이 선우의 블레스팅 소드를 만들 때처럼 발리스타의 화살 끝에 폭발성 강한 화약과 기폭 장치를 만들어뒀었다.

콰아앙! 콰앙!

들판 곳곳에서 검붉은 송이버섯 같은 화염이 솟구쳤다.

“힐!! 힐!!”

“물약 빨아 병신아! 지금 힐 타령할 시간이 어디 있냐!”

“마나 아껴!”

용병 마법사들은 가급적 폭발에서 벗어나 데미지를 줄이는 버프를 자신에게 계속 걸었다.

“야, 우리들은 용병이잖아. 받은 만큼 일하자고. 50%를 받았으면 딱 그만큼만 일하는 거다.”

블랙 스콜피온 길드원들과 용병 플레이어들은 입장이 달랐다.

용병들은 공성전의 승패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사실 공성전에서 누가 이겼냐보다 자신이 전투가 끝나면 얼마를 받을지를 따져보는 것이 공성전에 참가하는 가장 큰 의미.

물론 공성전에서 이겼을 시 용병들도 러닝 개런티 개념으로 수당이 넉넉하게 지급된다.

문제는 이강철이 수당을 안 주려고 해서 서로 시끄러웠던 것.

선우 혼자서 지키는 오크 성 공략은 용병 필요 없이 자신의 길드원만으로 되찾겠다고 하였다가 지금은 여론을 의식하여 용병들을 고용한 것일 뿐.

콰아앙!!

용병들이 있는 곳에 발리스타 화살이 떨어졌다.

“물약 떨어졌어!! 힐 줘! 빨리!!”

“야 이 새끼들아! 물약 좀 영리하게 빨아라! 데미지 없는데 빨아 재끼니 물약이 벌써 떨어지잖아!”

콰아앙!!

발리스타는 오크 성을 향해 돌격하는 플레이어들이 데미지를 크게 먹어버렸다.

“아악! 젠장!”

선우는 전투가 벌어지는 바깥을 보며 성문 쪽을 확인했다.

오크 성문을 향해 이강철이 다가오고 있었다.

“카하하하!! 얘들아! 데미지 젤 센 스킬로 성문부터 부숴버려!”

전사 플레이어들이 뒤를 따르며 각자 스킬을 준비했다.

오크 성문을 박살내면 내부로 진입할 수 있다.

공성전의 핵심은 성문을 통과하는 것. 아무리 막강한 길드라고 해도 성문을 열지 못하면 위험해질 수 있었다.

성을 방어하는 쪽에서 버티기 싸움을 들어가면 결국 지치는 건 성을 공략하는 쪽.

준비해온 물약이 떨어지고 마나가 바닥나면 전력 손실이 급히 드러난다.

이강철은 공성전 초반부터 확실하게 승부수를 던졌다.

“이야아아아!!!”

오크 성문을 향해 달려들면서 이강철은 차징 스킬을 썼다.

이강철의 발이 점차 빨라졌다.

쇄애애액!

엄청난 스피드로 전사 플레이어들을 뒤로 하고 이강철의 스피드가 가속화되고 있었다.

결국 전사 플레이어들이 뒤따라오지 못하고 있었다.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을 하는 게이머는 블랙 스콜피온 모두 마찬가지.

“이거 한 방에 보내주마! 시원하게 박살낸다!”

선우의 스트리밍 방송으로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저마다 침을 꿀꺽 삼켰다.

“빨리 와라. 멍청아.”

성문이 내려다보이는 성곽에서 선우가 돌격하는 이강철을 보면서 스킬을 썼다.

“소환의 진.”

우우우웅!!

차징 스킬을 쓰면서 엄청나게 가속된 이강철은 결국 오크 성문을 혼자서 자신의 방패로 찍어버렸다.

이강철이 오크 성문을 방패로 들이박는 동시에 황금빛이 일렁거리며 번졌다.

“으윽… 뭐냐 이거….”

순간 눈부심이 시야를 가렸다.

동시에 선우에게 알림이 들려왔다.

[소환의 진을 가동하였습니다.]

[소환의 진과 맞닿은 해당 플레이어를 오크 성 내부로 소환하였습니다.]

[오크 성문에 설치해둔 숨겨진 소환의 진 1회를 소모하였습니다.]

[소환의 진이 사라집니다.]

“뭐냐… 이게….”

이강철은 황당한 표정으로 사방을 노려보았다.

눈부심으로 눈을 감았다가 뜨자 오크 성 내부에 들어와 있었다.

이미 글레이브와 갑옷으로 중무장한 오크 전사들이 이강철을 포위하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선우가 나타났다.

“역시. 성 안으로 혼자 들어오느라 수고가 많았군.”

“무슨 짓을 한 거냐? 갑자기 왜 나 혼자서만 여기를 들어 온 건데!! 이거 버그 아냐?”

“버그 아니다. 내 스킬에 당한 것일 뿐.”

선우는 곧장 혼자 덩그러니 성 내부로 소환당한 이강철에게 피케이 신청을 했다.

그 다음 스트리밍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에게 외쳤다.

“지켜봐주시는 시청자 여러분! 제가 이 전쟁을 끝내겠습니다! 여기 기어들어온 블랙 스콜피온의 길드 마스터에게 대결 신청을 하였습니다! 누가 이기는지 지켜봐주십시오!”

마찬가지로 스트리밍 방송 중이던 이강철은 선우의 말을 듣고 버벅 거렸다.

“뭐? 아, 저기, 여러분. 잠깐… 부하들이 아직 밖에….”

이걸 놓칠 선우가 아니었다.

“야, 빨리 신청이나 받아라. 공성전 승부는 결국 내가 죽든지 네가 죽든지 둘 중 하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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