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
제30화
다크 엘프는 선우를 향해 다시 화살을 쐈다.
선우가 검을 들어 화살을 쳐내고 바위에서 뛰어내렸다.
“시청자님들. 지금부터는 방송을 끄겠습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시면 이따가 업로드 으억!”
스트리밍 방송을 끄는 와중에 화살이 날아왔다.
시청자들은 끄지 말라고 채팅방에서 난리를 쳤지만 선우의 스트리밍은 순식간에 꺼져버렸다.
“휴우… 일단 기대치는 올라갔고….”
다크엘프를 보니 정보가 눈에 들어왔다.
[다크엘프]
흑마법에 유혹된 타락한 엘프. NPC의 지위를 박탈당한 몬스터다.
다크엘프의 왕 ‘킬리아’를 추종하는 자. 세계수의 죽음으로 엘프의 숲을 파멸시키기를 원한다.
레벨: 30
체력: 350/350
마력: 200/200
선우는 다크엘프의 정보를 식별한 뒤 블레스팅 소드를 들어올렸다.
몬스터 레벨은 30이지만 선우의 레벨은 9.
다른 플레이어라면 다크엘프가 등 뒤에서 쏜 화살에 당했을 것이다.
특히 레벨 차이가 무려 세 배가 넘는다면 한 방에 즉사도 가능했다.
선우가 검으로 화살을 쳐낼 수 있었던 것은 클래스의 특성 탓이었다.
1레벨이 오르면 스텟은 반드시 1포인트를 받게 된다.
반면 선우의 스텟은 언제나 4개의 스텟이 동시에 올랐다.
다른 플레이어가 선우처럼 스텟 포인트 업을 가능하게 하려면 4 업을 해야 한다.
선우는 1업만 해도 4개의 스텟 업이 가능했기에 게임 속 전투 감각 향상 역시 그에 알맞게 발달하고 있었다.
파앗!
다크엘프가 다시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다.
선우는 바위 뒤로 피신한 뒤 사용권을 꺼냈다.
-스킬 사용권을 소모하였습니다.
[디텍팅]
상대가 소유한 아이템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다.
등급: 유니크
특성: 패시브
제한: 도적 클래스 (인피니티 마스터 해당 없음)
효과: 아이템의 정확한 성능과 가치를 파악 가능. 해당 아이템의 잠재적 가격 파악 하고 거래에 참고할 수 있다.
사용 시간: 24시간
“이런 젠장. 뭐 이딴 스킬이 나오고 지랄이야?”
선우는 다시 남은 사용권 1장을 썼다.
이번에도 아이템이 아닌 스킬.
-스킬 사용권을 소모하였습니다.
[소매치기]
상대가 소유한 아이템을 몰래 강탈할 수 있다.
특성: 액티브
등급: 노멀
제한: 도적 클래스 (인피니티 마스터 해당 없음)
숙련도: F
효과: 도적 플레이어들의 메인 스킬. 상대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은밀하게 착용한 아이템들을 빼낼 수 있는 손 기술.
사용 시간: 24시간
스킬 재사용 시간: 1시간
“망할. 도움 1도 안 되는 같은 스킬만 나오고 있네.”
선우는 제한이 걸린 스킬만 2장을 뽑아버렸다.
“후아… 어떻게 한다?”
전투에 쓸 만한 스킬이 나오기를 기대했었다.
하지만 선우가 당첨된 건 도적 클래스의 스킬.
“응? 잠깐만… 디텍팅? 이건 도적 클래스에서는 레어 스킬인데?”
스킬 등급은 노멀.
단, 도적 클래스에서는 흔치 않은 스킬이었다.
노멀 등급이지만 소매치기는 도적 플레이어들이 기본적으로 쓰는 스킬인 반면 디텍팅은 드물었다.
특히 디텍팅 스킬은 도적 플레이어들이 가장 갖고 싶어 하는 스킬 중 하나.
상대가 착용한 아이템 혹은 거래에 올린 아이템의 가치를 보기만 해도 수치로 파악이 가능케 하는 유니크 스킬이었다.
“젠장, 그러면 뭐하냐고? 지금은 쓸 데가 없는데.”
선우는 바위 뒤에 숨어 다크엘프가 사라진 어둠을 힐끔거렸다.
쐐애액!
타악!
갑자기 어둠 속에서 화살이 날아왔다.
선우가 바라보던 바위 옆에 박혔다.
어둠 속에 숨어있는 다크엘프는 자신의 모습을 숨긴 채 선우를 노리고 있었다.
블레스팅 소드는 폭발력이 강력한 검. 하지만 상대가 맞을 때나 의미가 있었다.
“젠장…젠장…응? 잠깐….”
어둠을 살피던 선우가 무언가 이질적인 걸 발견했다.
“뭐지… 어라? 설마….”
선우의 눈에 어둠 속 어딘가에 홀로그램 화면이 나타나 있었다.
화면은 손바닥만 한 크기였지만 반짝이는 글씨체가 투명하게 빛나고 있어 알아볼 수 있었다.
“저게 뭐지?”
선우는 글씨체를 카메라 렌즈로 클로즈 업 하는 것처럼 가까이 시야를 끌어당겼다.
“어라라?”
화면엔 다크엘프가 갖고 있는 활의 정보가 보이고 있었다.
심지어 화면창은 계속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설마… 이거 다크엘프가 가진 아이템이 여기서도 보이는 건가?”
선우는 자세히 화면을 살폈다.
화면창은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쐐애액!
타칵!
“확실하다. 이거 다크엘프 아이템 위치군. 그렇다면….”
선우가 어둠 속에서 다크엘프를 확인할 순 없었다.
대신 디텍팅 스킬로 어둠에 가려진 다크엘프의 아이템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차피 아이템은 놈이 들고 있으니까 저 아이템 보이는 곳이 놈의 위치다.”
선우는 블레스팅 소드를 들고 바위 뒤로 빠져나왔다.
파앗!
어둠 속을 향해 선우가 돌격했다.
쇄애액!
화살이 날아오자 화면창이 따라붙었다.
‘화살조차 정보가 보이는군.’
선우는 보기 좋게 화살을 걷어냈다.
쇄애액! 쇄액!
화살이 연사로 발사되었다.
타캉! 타캉!
선우는 계속 화살을 걷어냈다.
어둠 속에서 다크엘프가 쏜 화살이 반짝이는 글씨체 화면이 따라붙어 위치를 알려주고 있었다.
‘이렇게도 쓸 수 있네.’
선우는 다크엘프의 공격을 방어하면서 어둠 속으로 뛰어들었다.
후우우웅!!!
콰아앙!!
블레스팅 소드가 폭발했다.
다크엘프가 어둠 밖으로 튀어나왔다.
“어째서… 날 알아볼 수 있지?”
“비밀이다!”
선우가 다크엘프를 쫓아나오며 블레스팅 소드를 휘둘렀다.
다크엘프의 활에 검이 닿는 순간
쿠콰앙!
어둠을 밝히는 폭발이 일어났다.
띠링!
[다크엘프를 처치하였습니다.]
선우는 폭발 속에 남아있던 다크엘프의 끔찍한 잔해를 보며 바위로 향했다.
“디텍팅 스킬이 이렇게 쓰이는군. 처음 알았는데. 혹시 도적 플레이어들 중 이런 거 알고 있을까?”
알고 있어도 비밀에 부쳤을 것이다.
디텍팅 스킬 자체가 유니크한 스킬이었으니까.
선우는 세계수의 룬이 박혀 있던 바위로 올라갔다.
“젠장… 이걸 어떻게 꺼내지?”
세계수의 룬은 겉으로 보면 보석 같았다.
선우는 블레스팅 소드로 근처 바위를 박살낼지 고민하고 있었다.
“일단 룬이 얼마나 튼튼한지 만져봐야겠군.”
폭발로 인해 충격이 발생하면 룬이 버틸지 혹은 깨질지 파악해둬야 한다.
선우는 바위에 박혀있던 세계수의 룬을 만져보려고 손가락을 가져갔다.
띠링!
갑자기 알림이 들려왔다.
[소매치기 스킬을 사용하였습니다.]
“응? 어라라?”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선우가 세계수의 룬에 손가락을 가져간 순간이었다.
갑자기 손가락이 절묘하게 움직였다.
마치 소매치기가 지갑을 빼내는 것처럼 선우의 손가락이 바위 속에서 룬을 꺼냈다.
“우와… 하하….”
선우는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세계수의 룬을 바라봤다.
바위 속에서 빠질 생각을 안 하던 룬. 소매치기 스킬을 쓰니 편하게 빠져버렸다.
“이래서 도적 플레이어들이 소매치기 스킬로 남의 아이템 쓸어가는군. 이해가 된다. 왜 도적 클래스를 하는 건지.”
선우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뜻하지 않게 도적 플레이어들의 스킬을 새로 알게 되었다.
인피니티 로드에는 여러 클래스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도적 클래스는 마니아층이 매우 강한 클래스였다.
한 번 도적 클래스를 시작하면 다른 클래스를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가하면 도적 클래스를 한 번도 하지 않은 플레이어는 있어도 한 번만 해본 플레이어는 없다는 말도 있었다.
선우는 처음엔 공감도 이해도 되지 않았다.
도적 클래스를 칭송하는 유저들은 전투력보다는 도적 클래스의 특성에 푹 빠져 있는 것 같았다.
“왜 이렇게 도적 클래스를 좋아하는지 알 것 같군.”
선우는 디텍팅 스킬로 어둠 속에서도 적의 공격을 방어했고 가볍게 처치할 수 있었다.
여기에 빼내기 어려운 세계수의 룬을 소매치기 스킬로 간단하게 빼 버린 것까지.
도적 스킬의 유용성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선우가 세계수의 룬을 빼내고 얼마 안 가 알림이 들려왔다.
띠링!
[세계수의 룬을 확보하였습니다.]
“이제 갖다 줘야지. 찻잎 재배법은 내 거다. 오크 마을을 황금 마을로 만들자!”
* * *
“말도 안 돼….”
던전 밖에서 대기를 하고 있던 엘프들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선우가 싱글벙글 거리면서 나오고 있었으니까.
“어떻게 된 거냐? 진짜로 살아 돌아온 건가?”
“아직 놀라긴 이르다. 룬을 가져왔는지 봐야지.”
엘프들의 냉담한 시선을 뒤로 하고 선우는 세계수의 룬을 꺼내 보였다.
여자 엘프는 놀라운 눈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진짜로 이걸 가져올 줄이야….”
“제가 가져온다고 했잖아요. 하하하.”
선우는 세계수의 룬을 여자 엘프에게 건넸다.
띠링!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선우가 듣고 싶던 알림이었다.
여자 엘프는 세계수의 룬을 확인하더니 뒤쪽에 경계를 서던 엘프 궁수들에게 건넸다.
“가서 세계수에 다시 심어라. 곧 회복될 것이다.”
엘프 궁수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선우가 물었다.
“근데 제가 다크엘프를 직접 보니까 그 정도면 여기 엘프 전사들이 직접 해치워도 될 거 같던데요. 왜 아직까지 해치우지 않고 놔둔 건지….”
여자 엘프는 여전히 차가운 눈으로 대답했다.
“비록 다크엘프이지만 타락하기 전까지는 같은 동족. 우리들 오르테가 부족들에게 동족을 죽이는 것은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과 같다.”
선우는 대강 알아차렸다.
자기들 손으로 죽이기 못한 것이 아니라 꺼렸던 것이었다.
오르테가 부족은 이곳 엘프의 숲에 서식하는 부족으로 벨론 대륙 유일의 엘프 족이었다.
“그랬었군요. 뭐 저는 인간이니까… 하하하.”
“이제 내가 그대에게 보상을 줄 차례로군. 따라오거라.”
여자 엘프가 선우를 다시 엘프 성으로 안내했다.
서늘한 창고 안.
선우는 여자 엘프에게서 낡은 가죽으로 된 책자 한권을 받았다.
“이것이 그대가 갖고 싶어 하던 찻잎의 재배법이다. 이 고서 안에는 자네가 마셨던 차 이외에도 다양한 차를 끓이는 법과 또 다른 찻잎의 정보들이 수록되어 있다. 행운을 빈다.”
선우가 찻잎 재배법이 적힌 책을 받는 순간 알림이 들려왔다.
띠링!
[엘프 족에게 전해 내려오는 식물도감 ‘오르테가의 서(書)’를 받았습니다.]
선우는 웃음을 삼키면서 여자 엘프에게 감사를 표했다.
“잘 팔… 아니 쓰겠습니다.”
* * *
선우는 오크의 성으로 가면서 오르테가의 서를 꺼내 확인해봤다.
[오르테가의 서]
엘프 오르테가 부족의 식물도감. 찻잎과 차를 끓이는 법에 대해 정보가 기록되어 있다
등급: 유니크
제한: 엘프 족 오르테가의 후계자의 신뢰를 얻을 것
특성: 고서적
“엘프들의 식물도감을 손에 넣었어. 이건 대박이야….”
오르테가의 서는 오르테가 부족에게 전해지는 식물도감이었다.
엘프들은 각자 부족마다 독특한 식물도감을 갖고 있었고 이걸 손에 넣은 플레이어는 지금까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
“이건 발론 님께 갖다 줘야겠군. 찻잎을 재배하고 마을에 가져다 팔면 세금을 엄청 벌 수 있을 거야.”
선우는 오르테가의 서를 인벤토리에 넣었다.
다시 발을 옮기는 순간.
띠링!
[24시간이 완료되었습니다. 레벨업 하였습니다.]
[모든 스텟이 1씩 올랐습니다.]
[보상으로 사용권 1장을 지급받았습니다.]
[축하합니다! 레벨 10이 되었습니다.]
[스킬 제한이 해제되었습니다.]
[보상으로 인피니티 클래스 특유 스킬 ‘타임 딜링(Time dealing)’ 스킬이 생성 되었습니다.]
선우의 눈앞에 새로운 홀로그램 화면이 나타났다.
화면을 본 선우의 동공이 떨려왔다.
“미친… 말도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