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
제26화
선우는 히든 퀘스트를 받고 발론으로부터 엘프가 사는 곳을 알아냈다.
엘프가 살고 있는 곳은 벨론 대륙에서 철혈산맥을 가운데로 북서쪽 숲이었다.
“결국 여기를 통과해야 하는군.”
선우가 맞닥뜨린 곳은 오염의 숲.
엘프들이 살고 있다고 알려진 곳은 벨론 대륙에서도 가장 은밀한 곳에 위치한 숲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숲 밖에는 오염된 몬스터들이 가득한 오염의 숲이 둘러싸고 있어 플레이어들이 대부분 엘프의 숲에 진입하는 걸 꺼려했다.
“여기부터는 닥치고 사냥이군. 스트리밍 하면서 갈까?”
선우는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오염의 숲을 돌파하기로 했다.
오염의 숲은 30레벨부터 안전한 사냥이 가능한 곳.
그마저도 솔로 플레이를 하려면 장비빨이 받쳐줘야 가능했기에 돈 좀 있는 플레이어들이 많이 오는 곳이었다.
선우는 스트리밍 방송을 시작했다.
시청자들은 선우가 오염의 숲 사냥터에 혼자 들어온 것을 보며 놀라워했다.
-올 ㅋ 방장님 오염의 숲 솔플 하시는 거임?
-저기 템빨 구리면 솔플 불가능인데. 고렙들은 어차피 다른 사냥터 많으니까 잘 안 가고… 피케이 위험 떨어지는 건 장점인 사냥터임. ㅇㅇ
-선우 님. 오염의 숲엔 왜 가시는 거예요? 오크 성에서 무기 만드는 것 좀 보여줘요.
-오염의 숲에 몬스터 말고 볼 거 없는뎅
선우가 오크 성 공성전을 준비하며 무기들을 제작하고 있단 얘기는 얼핏 흘린 적이 있었다.
일종의 떡밥처럼 던진 얘기였는데 예상 외로 시청자들의 반응이 커졌다.
“아, 무기들은 지금 만드는 중이라서 좀 더 기다리셔야 될 거예요. 다만 공성전에서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미리 공개하면 재미없잖아요?”
선우는 무기 떡밥들을 던져가면서 조회수 놀이에 푹 빠져있었다.
“오늘은 오염의 숲에서 사냥을 좀 해볼까 합니다. 여기는 몬스터들이 많아서 주워 먹을 아이템들이 많이 나온다고 들었거든요.”
발론이 만들어준 블레스팅 소드를 갖고 오염의 숲의 몬스터를 사냥하는 건 보는 재미를 줄 것 같았다.
‘시원시원하게 폭발하는 것 좀 보여줄까?’
엘프의 숲으로 들어가기 전 오염의 숲에서 맞닥뜨린 몬스터들은 좀비 늑대들.
“크르르.”
좀비 늑대들은 선우를 보면서 절뚝거리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살아있는 늑대들이 흑마법에 의해 좀비가 된 몬스터들.
조직력이 강하고 잔인한 공격으로 솔로 플레이를 하는 유저들도 긴장하는 놈들이었다.
좀비 늑대들이 선우를 보면서 아가리를 벌리고 달려들었다.
선우는 슬쩍 몸을 날려 블레스팅 소드를 휘둘렀다.
퍼펑! 콰쾅!!
시원한 폭발음이 들렸다.
동시에 검붉은 화염이 사방으로 확 번지며 좀비 늑대들을 덮쳤다.
“깨갱! 깽!”
블레스팅 소드로 좀비 늑대들을 순식간에 해치워버리자 알림이 들려왔다.
[페더러 님께서 달풍선 77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알통마녀 님께서 달풍선 101개를 선물하셨습니다.]
[곰치죽 님께서 달풍선 350개를 선물하셨습니다.]
달풍선이 연달아 터졌다.
선우는 재빨리 감사 인사를 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소중한 달풍선으로 저는 오늘도 생계를 해결했네요. 모두 다 시청자님들이 계시니 제가 먹고 살 수 있습니다.”
선우의 너스레에 시청자들은 기분이 좋아졌는지 자잘한 달풍선들이 계속 터졌다.
‘이게 다 얼마냐?’
선우는 블랙 스콜피온 길드와 블러드 스컬 길드를 발판으로 의외로 빠르게 입지를 다졌다.
오염의 숲 솔로 플레이는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조금씩 채팅방에 들어오는 시청자 숫자도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온다는 것은 달풍선이 터질 확률이 높다는 뜻.
선우가 이걸 놓칠 리 없었다.
‘이쯤에서 어그로나 한 번 끌어볼까?’
인피니티 로드를 좋아하는 라이트 유저들 사이에서 김선우란 플레이어의 영상이 조금씩 알려지고 있었다.
어떻게 알았냐고?
“헉? 정말입니까? 저는 방송과 게임만 열심히 하다 보니 제가 그렇게 유명해지고 있는지 꿈에도 생각을 못해서… 저 대신 감사하다고 좀 전해주십쇼.”
선우가 혼자서 굽신굽신 허리도 숙였다.
시청자들은 선우의 활약을 아는 사람들에게 틈틈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선우는 이걸로 플레이어의 인기도를 어느 정도 실감할 수 있었다.
‘고작 이 정도로 유명해지는 걸로 달풍선을 날마다 이렇게 받다니… 그러면 스타플레이어들은 얼마씩 벌어들인다는 거야?’
원래 BJ들이 조금만 인기를 끌어도 매달 벌어들이는 수입은 엄청났다.
그 뒤 가상현실게임이 유행을 타기 시작하고 인피니티 로드라는 궁극의 가상현실게임이 등장함으로써 특히 게임 스트리머들이 스타급으로 유명해져서 천문학적 액수를 벌어들였다
선우는 더 열심히 하겠다고 결심했다.
실시간으로 돈풍선이 뻥뻥 터지고 있었으니까.
‘게임도 즐기고 돈도 벌고 내겐 딱이야. 역시 게이머가 된 건 천운이다.’
가상현실게임이 인기를 엄청나게 끈다고 해서 모두 다 게임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연예인이 인기가 많다고 누구나 연예계 진출을 할 순 있다.
하지만 연예계에서 성공을 하는 건 극히 일부.
프로 스포츠 스타 역시 같은 운동을 해도 성공하는 사람은 따로 있는 것처럼 게임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선우 같은 생계형 게이머들이 많아도 오래 버티는 게이머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날마다 새로 등장하는 신인들의 재능에 밀려나거나 체력 관리를 잘못 하고 나이가 많아 신체 감각이 젊은 사람들을 못 따라가는 게이머들도 많았으니까.
선우는 남들에게 없는 감각과 컨트롤 실력이 있었다.
좀비 늑대들을 사냥하는 것조차 다른 유저들과 달랐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타이밍과 각도에서 카운터 공격으로 동시에 2마리를 죽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우와, 개쩐다. 방장님. 지금 그거 어떻게 한 거예요?
-나도 좀 알려줘요. 알려주면 달풍선 쏨.
-신기하네. 앞에서 달려드는 놈 하고 뒤에서 달려드는 놈 기다렸다가 칼질을 슉 하니까 늑대가 동시에 터져버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지? 방금 어떻게 잡은 건지 누구 설명 좀
-이 오빠 영상은 항상 궁금한 게 많아서 맨날 들어오게 되네 ㅋ
시청자들의 반응은 선우를 향한 궁금증으로 증폭되고 있었다.
선우가 오염의 숲에서 사냥하는 플레이를 지켜보던 에이플러스 미디어 강 팀장.
“후아… 얘 영입하는 거 되게 힘드네. 왜 이렇게 계약을 안 하려고 하지?”
강 팀장은 하루에 한 번 잊지 않고 선우에게 귓속말을 남겼고 영상 채널의 선우 아이디로 쪽지도 남겼다.
“뭐를 사줘야 할 거 같은데… 아, 진짜 이렇게 저렙 플레이어 영입하는 걸 천하의 에이플러스 미디어가 고민할 줄은… 뭘 사줘야 되지? 고렙도 아니니까 밥이나 사줄까?”
강 팀장은 선우에게 다시 쪽지를 남겼다.
물론 선우의 스케일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지도 못한 채.
* * *
선우가 오염의 숲에서 몬스터들을 사냥하는 걸 보며 눈을 떼지 못하는 여자도 있었다.
“켈리 누나, 얘 하는 거 봐요. 기본기는 튼튼해 보이지 않아요?”
“내가 이름 부르랬지. 왜 자꾸 현실에서 닉네임 꺼내?”
“죄송합니다. 소영 누님.”
“누나라고 불러라. 내가 누님 소리 들을 정돈 아니지 않니?”
“옙, 누나.”
“얘 이름이 김선우 라고 했지? 몇 살인데?”
“올해로 27살일 거예요.”
“27이면… 내 또래네.”
“저기, 누나보다 1살 어려요.”
“그러니까 내 또래지.”
“그러면 얘가 누나한테 반말해도….”
“뒈지지. 쓸데없는 소리 말고 얘, 내 클랜으로 끌어들이자.”
“예? 누나 클랜으로요?”
“이 정도 컨트롤에 감각이면 아주 쓸 만해 보이는 걸.”
라이온 팽 길드의 부길드장 켈리.
본명은 이소영.
섹시한 분위기가 풍기는 외모와 완벽에 가까운 몸매를 자랑하는 여성 게이머였다.
600레벨 대의 여성 유저들 가운데 국내에서도 돋보이는 실력을 가진 그녀는 집안 자체가 돈이 많아서 처음부터 승승장구를 했었다.
피트니스 모델로 가끔 용돈을 벌기도 했었고 10대 시절부터 연예계 캐스팅을 계속 받아왔었지만 그녀가 선택한 건 인피니티 로드.
지금은 여성향 게임 매거진 ‘우먼 플레이어’에서 가장 유명하고잘나가는 스타 랭커이기도 했다.
그녀가 선우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건 블러드 스컬 길드의 사건 뒤부터였다.
무언가 정보력을 갖고 있는 건 확실한데 좀처럼 드러내지 않고 있는 선우를 보며 궁금증이 계속 커지고 있었다.
“내 클랜에는 아직 얘처럼 쓸 만한 정보력을 가진 애들이 없잖아.”
대형 길드에는 중형 길드에 없는 길드 내부의 조직망이 있었다.
클랜이라고 부르는 길드 안의 조직으로, 일종의 파벌이었다.
전사, 마법사, 도적, 사제, 네크로맨서, 부두술사, 암살자, 궁수 등 각자 다양한 클래스들이 길드에 모여들면 자연스럽게 뜻에 맞는 유저들끼리 친분이 생기기 마련.
라이온 팽 길드는 3가지 파벌로 형성된 클랜이 있었다.
전사, 도적, 부두술사.
이소영은 부두술사 클랜의 마스터였다.
대형 길드마다 클랜의 구조는 다양했다.
같은 클래스끼리만 클랜원으로 가입을 받아 길드 안에서 자신들의 성장과 이득을 도모하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클래스를 막론하고 특정 학벌, 지역, 게임 스타일과 실력, 혹은 네임드, 랭킹 순위 등 여러 특정 조건을 걸고 클랜원을 모집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대형 길드는 각 클랜을 특별하게 관리하는 편이었다. 클랜을 두고 인피니티 로드 유저들은 길드 안의 길드라고 부르기도 했다.
심지어 길드는 서로 다르지만 해당 길드에 소속된 클랜원 으로서 뒤에서 손을 잡고 길드의 정보를 나누는 세력들까지 있었다.
이소영은 부두술사 클랜원으로 선우를 끌어들이고 싶어 했다.
“얘를 꼭 데려와야겠어. 곁에 두고 애완동생으로 키워야지.”
“누나, 그러면 오늘 클랜원 모임엔 나오실 거예요?”
“나가야지. 내가 열었는데 그럼 안 나가?”
“저번에 기분 잡쳤다고 모임 5분 전에 통보하고 안 나오셨….”
“됐고, 난 잠깐 갈 데가 있으니까 애들 다 모이라고 해.”
이소영은 스마트폰 속 스트리밍 영상 속의 선우를 보면서 외제 스포츠카가 주차된 곳으로 걸어갔다.
선우는 오염의 숲을 통과했다.
“자, 구독자 여러분들,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이네요. 제가 지금 들어갈 곳은 엘프의 숲인데요. 여기서 제가 뭘 하는지는 아직 비밀입니다! 나중에 영상으로 업로드 할 테니 꼭 봐주세요!”
선우는 스트리밍 방송을 끈 뒤 엘프의 숲으로 들어갔다.
갑자기 귓속말 알림이 들렸다.
“응? 또 이 사람이네. 에이플러슨지 뭔지….”
선우는 잠깐 귓속말로 강 팀장에게 인사를 했다.
- 뭐 때문에 그러시죠?
- 김선우 님. 오늘도 열심히 게임 하시느라 출출하실 텐데 밥이나 한 끼 하시는 게 어떤가요?
선우는 난데없이 밥 먹자는 강 팀장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하지만 밥 사준다는 데 뭐 사줄 지는 물어봐야 한다.
- 무슨 밥이요?
- 아무 밥이나요! 김선우 님께서 에이플러스의 가족이 되고 싶게 만들어줄 밥이면 뭐든지 사드리겠습니다!
선우는 잠깐 고민을 했다.
때마침 레벨업 타이밍인지 알림이 들려왔다.
[24시간이 완료되었습니다. 레벨업하였습니다.]
[모든 스텟이 1씩 올랐습니다.]
[보상으로 사용권 1장이 지급되었습니다.]
선우는 상태창을 확인했다.
[상태창]
이름: 김선우
레벨: 8
직업: 인피니티 마스터(only one)
칭호: 없음
근력: 8
민첩: 8
체력: 8
마력: 8
스킬: 연속 강타
착용 아이템: 블레스팅 소드
스킬 사용권: 1장
상태창을 확인하던 선우에게 추가 알림이 들려왔다.
[축하합니다! 인피니티 스킬을 쓸 수 있는 제한레벨까지 2 남았습니다!]
[더 분발하여 인피니티 마스터로 성장하세요.]
“응? 뭐지? 인피니티 스킬? 제한레벨? 지금 8이니까… 10레벨 되면 뭐가 나온다는 건가?”
선우의 궁금증이 커졌다.
“일단 10레벨 되면 알 수 있을 테니까… 이틀 남았네. 경험치가 오른다면 하루만에도 확인할 수 있을 텐데…. 그런 거라면 이 클래스로 각성도 못 했을 거니까 감사히 여겨야지.”
선우는 게임을 잠깐 쉬기로 했다.
“이럴 땐 또 진짜 편한 클래스야. 경험치 안 벌어도 자동 레벨업이니 시간에 쫓겨가며 게임 안 해도 되고. 아 밥 얘기를 들으니 배가 고프네. 뭐 사달라고 하지? 에이플러스면 업계 탑이니까 그 수준에 맞춰서 사달라고 해야겠다.”
선우가 강 팀장에게 귓속말을 날렸다.
- 진짜 원하는 거 다 사줘요?
- 물론이죠! 뭐가 드시고 싶습니까?
- 일단 연락드리겠습니다.
강 팀장은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었다.
“됐어!! 일단 밥 사 먹이면서 홀려야겠다. 기필코 계약 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