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다리면 레벨업-25화 (25/200)

# 25

제25화

선우가 방송에서 떠들어댄 탓에 블랙 스콜피온 길드는 반강제로 한 발 물러나게 되었다.

“길드장님. 진짜로 저 새끼를 가만 두자고요? 이렇게 된 거 시원하게 공개 결투 하는 게 어떨까요? 장소는 투기장으로 가서….”

“시끄럽다. 내 느낌에 저거랑 계속 엮이면 안 될 거 같다.”

“행님. 설마 쪼렙한테 쪼셨습니까?”

“이 새끼가…. 야, 쫄긴 누가 쫄았다고 그래? 니들은 인마!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저건 그냥 똥이 아니라 설사똥이야, 설사똥. 손대지 말고 가까이 가지도 말고 당분간 공성전 준비만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줘. 오크 성 되찾아오면 그 뒤에 저 새끼는 처분하기로 한다.”

이강철은 길드원들을 단속하기로 했다.

어딘가 선우와 엮이면 손해가 더 커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니까.

‘미친놈하고 붙어서 이로울 건 없지. 저렇게 아무 생각 없이 방송으로 돈 벌어대는 또라이는 당분간 지켜보는 수밖에.’

이강철이 이끄는 블랙 스콜피온은 중형 길드였기에 그동안의 경험으로 쌓인 직감이 꽤 발달해 있었다.

그건 생존 본능.

‘답이 없는 놈이면 일단 답이 보일 때까지 물러서는 게 상책이지.’

선우는 블랙 스콜피온 길드가 어떻게 나올지는 상관하지 않았다.

“오, 이번엔 조회수가 어제보다 더 많아졌어. 역시 길드 애들은 여론 같은 거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지.”

블랙 스콜피온 길드가 결국 척살령을 거둔 데 이어 선우에게 더는 어떤 수작을 부리지 못할 건 이미 사실이었다.

선우가 블랙 스콜피온이 무슨 짓을 할 때마다 방송에 떠들어댄 것도 보는 눈이 많아질수록 길드는 체면을 신경 쓴단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블랙 스콜피온이야 어차피 양아치 길드. 이걸로 내 방송 인기는 좀 확보가 됐고….”

인피니티 로드에는 많은 길드가 있었다.

중앙 대륙을 제외한 나머지 6개의 대륙에는 저마다 길드들이 세력을 형성하고 있었고 그중 하나인 벨론 대륙은 3개의 대형 길드가 주름잡고 있었다.

이 길드들은 선우 같은 저레벨 플레이어들 모두 알고 있었지만 블러드 스컬과 블랙 스콜피온 길드 같은 중형 길드는 아는 사람만 아는 길드에 가까웠다.

특히 그중에서 블랙 스콜피온 길드는 여러 가지로 악명을 떨치는 길드였었다.

네임드 길드가 되기 위해 온갖 무리수를 두면서 게임을 했으니 이번 선우의 방송으로 인해 여론이 폭발했던 것.

만약 길드의 이미지를 깔끔하게 운영하고 있는 곳이라면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는 미지수였다.

선우는 오랫동안 자신이 게임을 하는 벨론 대륙의 길드 세력 구도를 파악하고 관련 정보들을 조금씩 수집해왔었다.

물론 핵심 정보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각 길드의 성향과 특징 정도는 이해하고 있었다.

블랙 스콜피온 길드는 오크 성을 차지하고도 방치하면서 무책임한 행동을 보였는데 이것 또한 초보 플레이어들의 욕과 비난을 받고 있었다.

단지 블랙 스콜피온 길드의 보복이 두려워 속앓이만 하는 유저들이 많았다.

선우의 이번 행동에 사람들이 지지를 한 건 따지고 보면 블랙 스콜피온 길드의 자업자득인 셈.

“라이온 팽, 타이거 스킨, 스네이크 헤드 이 셋만 조심하면 벨론 대륙에서는 당분간 안전할 거야.”

블랙 스콜피온 길드 같은 중형 길드는 실력이 뛰어난 유망주 플레이어들로 구성된 길드가 있는 반면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거품이 많은 길드들도 많았다.

길드라는 조직 자체가 인피니티 로드 유저들의 사조직 같은 개념이었으니까.

각자의 이득을 위해 가입하거나 길드를 만든 뒤 뜻을 같이 할 사람들을 찾는 것은 현실과 다를 바 없었다.

“블랙 스콜피온처럼 레벨에 비해 게임이 미숙한 놈들이 많은 길드는 벨론 대륙에 꽤 많다는 것도 내겐 이득.”

길드의 랭킹이 거품이 어느 정도 있다는 건 선우 역시 알고 있었다.

인피니티 로드 관련 정보들이 수록된 책들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본 것만 200권에 가까웠다.

선우가 블랙 스콜피온 길드에 대해 알게 된 것도 이러한 정보 때문.

블랙 스콜피온 길드는 길드장 이강철이 처음부터 돈을 써서 사람을 모으고 아이템을 수집하면서 시작한 길드였다.

이강철은 강남에서 돈 많은 졸부 집안 막내였고 인피니티 로드를 시작하기 전에도 비슷한 부류의 돈 좀 있는 양아치들과 게임을 많이 하고 아이템 놀이를 해왔었다.

인피니티 로드의 시작 역시 자본이 노력을 짓밟는단 생각으로 했기 때문에 갖고 있는 장비들에 비해 실력과 게임의 이해도는 형편없었다.

화려한 아이템을 돈으로 산 뒤에 사냥 플레이는 실력은 있지만 돈이 없는 애들 불러다가 대리 사냥을 시켜가면서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장사를 하던 이강철이었다.

그렇기에 선우의 행동을 보면서 알 수 없는 위협을 느낀 것이었다.

선우가 자신들에 대해 남몰래 연구해왔단 사실은 알 턱이 없었다.

“떨거지들을 치워버렸으니 공성전 준비에 좀 더 신경 써야겠군.”

선우는 오크 성과 오크 마을을 더 활성화시킬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공성전은 전투가 시작되어야만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다.

“오크 마을이 더 붐비려면 내 영상이 계속 노출이 되어야 하는데…. 공성전까지 남은 기간 동안 퀘스트 좀 깨볼까?”

* * *

선우는 오크 성에서 라누, 알굴, 발론과 마주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이것은 로젠하임 대륙에 살고 있는 엘프 사제가 줬던 찻잎일세. 향이 아주 훌륭하고 은은하지. 이걸 많이 마시면 몸의 마나가 아주 깨끗해지거든. 내가 물건을 만들기 전에 이 차를 끓여 마시면 무기의 질이 달라져.”

발론이 끓여주는 차를 마신 선우는 몸의 마나가 꿈틀거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신기한 차다. 진짜로 마나를 성장시켜주는 건가?’

인피니티 로드의 아이템은 기존의 게임 아이템과는 다른 특성들이 많았다.

“발론 님. 이 차를 어디서 더 구할 수 있죠? 제 오크 마을에 특산품으로 팔면 돈 좀 만질 거 같아서요.”

선우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발론이 끓여준 차는 값어치가 높은 레어템 이라는 것을.

인피니티 로드의 마을에는 항상 정해진 아이템만 구매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오픈 월드의 특성을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이 날마다 강화시켜서 제각각 다양하게 적용시키는 것이 인피니티 로드의 핵심이었다.

각 마을마다 해당 성을 소유한 길드에서 어떤 아이템을 제작해서 판매하느냐에 따라서 찾아오는 유저들의 숫자가 달라졌으니까.

선우는 발론이 끓여준 찻잎을 오크 마을에다 팔고 싶었다.

그것도 독점으로.

“으음…. 미안하네만 이 찻잎을 마을 상품으로 팔기엔 소량만 갖고 있어서 어쩔 수 없네. 나도 작업하려면 이 찻잎을 마셔야 하거든.”

“아니요, 제 말은 이 찻잎을 발론 영감님께 줬다는 엘프 사제에게 가서 가져오고 싶다는 뜻입니다. 혹시 엘프 사제가 있는 곳을 아신다면 알려주세요.”

“아, 그런 거였군. 하지만 그 사제는 이곳 벨론 대륙에 살고 있지 않네. 로젠하임 대륙은 여기서 꽤 먼 곳에 있는 대륙이거든. 내가 이 찻잎을 받은 것은 그 엘프 사제가 나랑 친한 엘프와 사랑하는 사이였는데, 그 엘프를 통해서 사제가 끓이는 찻잎을 얻어 마신 적이 있지. 나도 자네처럼 찻잎을 구하고 싶어서 당시에 엘프 사제로부터 좀 많이 받아 놨었다네.”

“발론 영감님과 친한 엘프는 어디에 있어요? 제가 가면 그 찻잎을 구할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요?”

“으음… 이건 그다지 꺼내고 싶지 않은 이야기였네만…. 자네가 원하니 어쩔 수 없군. 사실 그 엘프 사제는 로젠하임 대륙의 샤웰이라고 불리는 엘프 족이라네. 그 엘프 족은 꽤 영험한 마법과 온갖 진귀한 물건들을 갖고 있지. 근데 그 엘프 사제는 자신들의 부족 내에서도 기대를 한몸에 받던 사제였는데 이곳 벨론 대륙에서 사랑에 빠졌던 엘프에게 자신의 물건을 선물로 줘버렸거든.”

예상치 못한 발론 영감의 이야기에 선우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뭐지? 이거 그냥 단순한 스토리가 아닌 거 같은데….’

“그 결과 사제의 직위를 박탈당했고 어둠에 물들어 다크 엘프 족으로 변절하게 되었지.”

“다크 엘프 족으로요? 엘프 사제가?”

“그러니 이 찻잎은 그 사제로부터 구하긴 어려울 걸세. 게다가 이 찻잎이 어디서 나는 건지 알려고 해도 로젠하임 대륙의 샤웰 부족이 사는 곳까지 찾아가야 한다네. 자네로서는 거의 불가능할 거야.”

인피니티 로드의 일곱 대륙 중 하나인 로젠하임 대륙.

벨론 대륙과는 철혈산맥을 경계선으로 북동쪽에 자리하고 있는 대륙이었다.

‘로젠하임 대륙이라면 이곳 벨론 대륙보다 플레이어들의 평균 레벨이 훨씬 높은 곳. 거기다가 퀘스트의 난이도 역시 장난 아닌 곳인데.’

인피니티 로드에서 중앙 대륙인 센트론 대륙을 제외하고 나머지 6개의 대륙은 각자 길드들이 어느 정도 개척한 땅들이었다.

각 대륙을 주름잡고 있는 길드들은 저마다 달랐지만 로젠하임 대륙은 유달리 마법 관련 클래스가 강세를 보이는 대륙이었다.

마법사 캐릭터를 키우고 싶은 플레이어들은 처음부터 로젠하임 대륙으로 가기 위해 벨론 대륙에서 기본 코스를 밟아나갔다.

‘마법으로 알아주는 대륙에서 베일에 싸여있는 엘프 부족의 찻잎이라….’

선우는 뜻밖의 이야기에 놀랐고 자신이 팔고 싶은 찻잎을 구하는 것은 훨씬 위험하고 어렵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면 발론 님. 이 찻잎은 오직 로젠하임 대륙에서만 구할 수 있는 건가요? 혹시 로젠하임 대륙 마을에서도 구할 수 있는 건지….”

“그 찻잎은 로젠하임 대륙에서도 오직 엘프 족들에게만 전해지는 것이라네. 로젠하임 대륙의 엘프 족들은 다른 대륙의 엘프들보다 마법이 강력하고 다양하지. 그러다 보니 엘프들이라고 다 같은 찻잎을 마시는 것도 아니라고 들었네. 부족마다 마나를 강화시키고 마법을 강력하게 만드는 여러 가지 것들이 전해지는데 모두 외부에는 알려지지 않았다네.”

선우는 지금 자신이 듣고 있는 정보가 단순한 정보가 아니란 걸 직감했다.

‘이거 대박 같다. 로젠하임 대륙에 대해 써져 있던 책들 어디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본 적이 없어.’

일곱 대륙 중 가장 마법이 특별히 뛰어나다고 알려진 로젠하임 대륙.

인피니티 로드 역사상 가장 강력한 마법사 플레이어들은 언제나 로젠하임 대륙에 있었기에 마법의 대륙이라고까지 불리는 땅이었다.

그런 곳에 엘프 족들 사이에 전해 내려오는 마법의 식재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플레이어들이 얼마나 될까?

‘나 말고 비슷한 정보를 아는 플레이어나 길드들이 있을 거야. 하지만 정보를 알고 있어도 철저히 비공개로 독점하고 있을 거고… 그렇다는 것은?’

선우는 발론에게 들은 이야기가 지금 자신에게 또 다른 무기가 되어줄 거라고 느꼈다.

인피니티 로드에서 발론의 입에서 흘러나온 엘프 족의 마법 이야기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다.

마법사 플레이어들도 대부분 마법사 NPC들을 통해서 마법 스킬을 익히거나 혹은 사냥 시 마법서를 먹고 익히는 것이 많았다.

엘프 족들은 인피니티 로드에서 오크 족들처럼 기본적인 정보들이 가장 많이 알려졌을 뿐 내부의 핵심 정보들은 알려진 게 많지 않았다.

‘만약 내가 엘프 족의 마법 비밀을 더 많이 알아낸다면? 이건 뭐 초대박이지. 엘프들의 마법은 베일에 싸인 게 많아서 공략이 잘 안 나와 있으니까.’

선우는 남은 공성전 기간 동안 발론으로부터 엘프 부족의 마법 관련 정보를 파악하고 싶었다.

“발론 님. 이 찻잎에 대해 알려면 샤웰 부족을 찾아가면 될까요? 혹시 샤웰 부족을 찾으려면 발론 님과 친하다고 했던 엘프를 만나면 알 수 있을까요?”

선우가 자세히 물어보니 발론이 말문을 열었다.

“으음… 자네 정말로 이 찻잎을 구하고 싶은 겐가?”

“이 찻잎을 제가 구해오면 발론 님께도 도움이 많이 되잖아요. 훨씬 강력한 무기를 만들 수도 있을 거고요.”

“그렇긴 하네만… 이 찻잎을 잘 안 주려고 할 건데… 자네가 위험할 수 있는데 할 텐가?”

“일단 알려주십시오. 제가 발론 님과 친한 엘프를 만나서 설득해보겠습니다.”

“좋아. 자네의 뜻이 확고하니 내가 자넬 믿고 알려주겠네.”

갑자기 알림이 들려왔다.

띠링!

-숨겨진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발론과 친한 엘프를 만나 찻잎의 정보를 알아내라.]

등급: 유니크

제한: 발론의 이야기를 들은 자

조건: 없음

보상: 확인불능

‘그렇지!! 역시 히든 퀘스트가 숨겨져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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