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다리면 레벨업-17화 (17/200)

# 17

제17화

켄트 마을 외곽진 술집.

길드원들로 보이는 플레이어들이 일렬로 앉아 있었다.

검은 전갈이 그려진 문양이 보였다.

이들은 모두 블랙 스콜피온 길드.

가운데에 서 있는 건 길드장 이강철이었다.

“모두들 이미 알고 있을 거다. 오크 성이 털렸다는 걸.”

“강철 형.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예요? 이게 무슨 개망신이에요?”

“아, 오빠. 지금 커뮤니티에 애들이 뭐라고 하는지 알기나 해? 짜장 발린 전갈이래. 아 씨, 쪽팔려 진짜. 내가 이딴 소릴 들으려고 여기서 길드 활동하는 줄 알아?”

술집에 앉아있는 길드원들은 모두 간부들.

이강철과 개인적으로 친분을 다지고 있는 사이였다.

“다들 진정해. 니들 심정 나도 잘 아니까. 짜장 전갈이란 말을 들으면 가장 기분 나빠하고 열 받을 사람이 누구겠냐? 나야 나. 응? 나라고… 야, 블랙독. 이리 와봐.”

오크 성 지키던 블랙독이 이강철에게 다가왔다.

“내가 뼈다귀를 안 줘서 오크 성을 내어줬냐?”

“아닙니다. 진짜로 다른 의도는 없었습니다. 한 번 더 기회를 주시면 제가 반드시 오크 성을 찾아오겠습니다.”

“그래야지. 안 그러면 넌 척살령이다. 야, 중수야. 오크 성 공성전 신청해뒀냐?”

“지금 신청했습니다. 오크 성 먹은 놈이 확인하면 신청 완료입니다.”

“이번엔 빨라서 좋구나. 오크 성 관리도 이렇게 좀 하지 그랬냐?”

“면목 없습니다.”

“내가 대표랑 얘기해서 지금 보도 자료 오늘 저녁에 다 나갈 거야. 오크 성 공성전 준비해둬라.”

“예!”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공성전은 속전속결로 압도적으로 밀어붙여서 먹어버리는 거다. 고전하는 놈들은 다 길드에서 나갈 준비해.”

“걱정 마십시오. 오크 성 먹은 놈은 고작 해봐야 쪼렙 한 놈이잖아요.”

“그래, 지금 우린 그 쪼렙 한 놈한테 오크 성이 먹혔지.”

“죄송합니다.”

“야, 중수야. 공성전 날짜 잡히는 대로 나한테 얘기해라.”

“예.”

* * *

선우는 눈앞에 나타난 화면을 보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이거 아주 날 키워주고 싶어서 안달난 길드네. 설마 이렇게 빨리 공성전을 신청할 줄은….”

블랙 스콜피온 길드로부터 받은 공성전 신청 메시지였다.

메시지는 공성전을 신청한 길드장의 닉네임과 길드명, 공성전 날짜 등이 적혀 있었다.

[공성전 신청을 받았습니다.]

[공성전을 신청한 길드는 블랙 스콜피온이며 길드장의 닉네임은 블랙 아이언입니다.]

[공성전의 날짜는 지금으로부터 30일 뒤입니다.]

[공성전 신청을 승낙하시겠습니까? Y/N]

“아직 공성전까지 정확히 한 달 남았군.”

인피니티 로드의 공성전은 기본적으로 한 번 성의 주인이 바뀌어버리면 공성전의 텀을 두고 있었다.

공성전이 끝나면 또 다른 길드로부터 공성전 신청을 받아도 1개월의 준비 기간을 줬다.

지금 선우가 오크 성을 먹고 주인이 되었지만 블랙 스콜피온 길드가 오크 성을 되찾기 위해 공성전을 신청해도 30일 뒤에 공성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연속적인 공성전을 차단하기 위해서였고 새로운 성의 주인이 되고 다음 공성전을 대비하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을 주는 것이었다.

선우 역시 이걸 잘 알고 있었다.

“오크 마을 손님들 늘리게 할 콘텐츠가 필요했는데 이거 전 주인이 아주 친절하게 도와주시는군.”

선우는 블랙 스콜피온 길드의 공성전 신청 메시지를 받아들였다.

[공성전 신청을 승낙 하였습니다.]

[30일 뒤 플레이어 ‘김선우’ 님을 비롯한 황금 안개 부족의 오크 전사들과 블랙 스콜피온 길드와의 공성전이 오크 성에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선우가 공성전 신청을 받아들이자 의외로 당황한 건 강중수였다.

“뭐지? 왜 이렇게 빨리 신청을 승낙했지?”

강중수는 이강철에게 갔다.

“저기… 행님. 지금 오크 성 먹은 놈이 공성전 신청을 승낙했습니다.”

“성을 먹었으면 승낙해야지. 안 하면 어쩔 건데?”

“근데 좀 걸리는 게 있는데요. 이놈이 뭐 믿는 게 있을까요?”

“있기는 뭐가 있어? 솔플 하는 초짜라며.”

“그러니까 수상쩍잖아요. 혼자서 오크 성을 빈집털이 한 건 그렇다 쳐도 이걸 공성전 방어하는 건 전혀 다른 건데 이걸 순순히 받아들이는 게….”

“야, 인피니티 로드에서 공성전 신청하면 무조건 받아야 하는 건 의무인 거 몰라?”

“그렇기는 해도 느낌이 어째….”

“느낌 같은 소리 하네. 그 느낌을 오크 성 지키는 데 좀 쓰지 그랬냐?”

강중수는 아무 말도 못했다.

* * *

선우는 공성전 신청 메시지를 촬영하면서 실시간 스트리밍을 하고 있었다.

“구독자님들 아직 볼 것 없는 제 방송을 구독까지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채팅방에는 선우를 향한 응원 메시지가 빗발쳤다.

-오늘부터 계속 찾아볼게요.

-님, 오크 성 먹었으면 오크 마을 세금 얼마 나와요? 오늘 가 봤는데 사람 개 많던데 ㄷㄷㄷ

-이분 오크 성 빈집털이로 어그로 시원하게 끌어서 오크 마을 세금 대박쳤음. ㅋㅋㅋㅋㅋ

-부럽당…. 님 혹시 길드 만드실 생각 없어요? 만드시면 저 좀 가입 시켜줘요.

선우는 시청자들의 아이디를 불러가면서 고맙단 인사를 했다.

“정말 고맙습니다. 길드는 아직 제가 초보라서 만들려면 이른 것 같습니다. 오크 마을 세금은 아직 30일이 다 안 차서 알 수 없어요. 저도 궁금하기는 합니다. 근데 시청자님들. 오늘 제가 또 다른 뉴스를 갖고 왔습니다. 바로 공성전 신청을 받았다는 거죠. 공성전 신청을 어느 길드에서 했을까요?”

-미친, 공성전 신청 받으셨음? 님 이제 망했음. ㅂㅂ

-블랙 스콜인 거 같은 삘이 온다. 와.

-짜장 전갈에서 공성전 신청했나보네.

-전갈 새끼들 개빡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하루만에 공성전 신청한 거 보니 리얼 빡쳤나보네. ㄷㄷㄷㄷ

-님 오크 마을 수입 한 달 빼먹는 것도 남는 장사예요. 공성전은 방어 못하시겠지만 계속 응원할게요.

-빈집털이의 엔딩은 공성전 개박살인가….

-님 지금부터 다른 길드에 가입하시는 게… 혼자서 공성전 방어 못 해요.

“하하하, 역시 알아보시는군요. 블랙 스콜피온 길드에서 저에게 공성전 신청을 했습니다. 저는 승낙했고요. 지금부터 30일 동안 공성전 방어 준비를 할 거예요. 제가 공성전 방어를 위해 준비하는 콘텐츠들을 앞으로 계속 올릴 거니까 기대해주세요.”

선우는 공성전 신청 메시지까지 자신의 영상 콘텐츠와 엮고 있었다.

블랙 스콜피온 길드가 공성전 신청을 했다는 것은 자존심 회복을 위하는 것.

선우는 이미 블랙 스콜피온 길드를 이용해서 자신을 알리는 중이었다.

스트리밍 방송으로 선우를 지켜보던 에이플러스 미디어의 강 팀장은 재빨리 인피니티 로드에 로그인했다.

플레이어로 로그인 한 뒤 선우의 아이디로 귓속말을 보냈다.

-김선우 님. 이렇게 귓속말로 다시 인사를 드리게 돼서 죄송합니다. 혹시 저번에 제가 보내드린 쪽지를 읽으셨는지요? 확인을 하셨는지 궁금해서 여쭤보려고요. 하하.

선우는 강 팀장의 귓속말을 읽었다.

- 예, 확인은 했는데 제가 시간이 없어서 미처 답장을 못 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

- 하하하! 아닙니다. 죄송은요. 제가 김선우 님의 시간을 미리 파악 못하고 답장을 드려서 죄송하죠.

- 그런데 무슨 일이신지?

- 다름이 아니라 지금 김선우 님의 스트리밍 방송을 보다가 공성전 신청을 받으셨다고 하셔서요.

- 예, 받았습니다.

- 혼자서 공성전 방어하시는 건 불가능하단 건 잘 아실 테고… 에이플러스 미디어와 계약을 하신다면 공성전에 전력이 될 플레이어들을 제가 아주 확실하게 보내드릴 수 있습니다. 에이플러스 미디어가 업계 1위라는 건 제 입으로 밝히기 민망하지만요. 하하하.

-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만 받을게요.

- 예? 아, 저기 그게… 그러니까 김선우 님.

- 강 팀장님. 죄송한데 제가 지금 할 게 좀 많아서요. 다음에 또 인사 나눠요.

- 아, 예. 예. 알겠습니다. 그러면 내일 혹시 시간 되시면 다시 얘기를 나눴으면 하는데 혹시 언제 시간 되시는지 여쭤 봐도 될까요?

선우에게서 더는 대답이 없었다.

이미 선우는 실시간 스트리밍을 끄고 자기 할 일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 젠장….”

강 팀장은 필사적이었다.

선우가 예고한 콘텐츠는 단순한 게 아니었으니까.

방치된 오크 성을 빈집털이에 성공한 플레이어와 이를 되찾기 위해 칼을 갈고 있을 블랙 스콜피온 길드와의 한판 승부.

지금 선우가 30일 동안 공성전 준비를 한다는 것은 앞으로 30개가 넘는 영상 콘텐츠로 돈을 벌 수 있다는 뜻이었다.

이미 선우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었기에 에이전시가 계약을 하고 소속 플레이어들을 보내 서포트만 해줘도 공성전의 화려한 연출과 퍼포먼스는 확실하게 나올 수 있었다.

‘이거 계약해야 돼. 이 정도 스토리면 판권료도 두둑하게 받을 수 있을 거야.’

강 팀장은 어떻게든 선우와 얘기를 이어가려고 했지만 선우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선우의 관심사는 라누의 입에서 나오고 있었으니까.

띠링!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오크 성을 방어하라.]

황금 안개 부족이 지키고 있는 오크 성을 향한 위협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오크 성의 소유주인 당신은 지금부터 황금 안개 부족의 족장 라누와 협력하여 오크 성을 방어하세요. 오크 성을 방어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 있습니다.

오크 성은 오랫동안 버려진 터라 방벽이 허술합니다.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은 30일.

남은 시간 동안 오크 성을 지금보다 강력한 철옹성으로 업그레이드 하세요.

등급: 노멀

제한: 오크 성의 소유주

조건: 30일 뒤에 진행되는 공성전을 대비하고 적들을 물리칠 것

보상: 공성전 승리 시 확인

선우는 퀘스트를 확인하고 나서 라누에게 물었다.

“오크 성이 낡았다는 건 저도 이미 알고 있습니다만 이걸 고치려면 손이 많이 갈 텐데 부족원들이 더 많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건 걱정 말게. 내가 잘 아는 드워프들에게 부탁하면 되니까.”

“드워프요?”

“오크 족들과 달리 드워프 족들 중에는 뛰어난 대장장이와 온갖 물건을 잘 만드는 자들이 아주 많지. 이들이 도와준다면 오크 성을 지금보다 훨씬 튼튼하게 만들 수 있을 걸세.”

라누의 말이 끝나자마자 다시 퀘스트가 나타났다.

-서브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라누 족과 친분을 나눴던 드워프 발론을 찾아라.]

황금 안개 부족은 오크 족들 가운데 온화한 성격을 지닌 부족으로 드워프 족들과 오랜 친분을 나눠왔습니다. 이들은 황금 안개 부족이 오크 성에서 쫓겨난 뒤로 자기들의 고향을 찾아 흩어졌습니다. 라누 족과 신뢰를 쌓았던 드워프 대장장이 발론을 찾아 라누의 부탁을 전달하세요.

등급: 노멀

제한: 오크 성의 소유주

조건: 드워프 대장장이 발론을 찾아 신뢰를 쌓을 것

보상: 발론의 신뢰에 따라 달라진다.

선우는 라누에게 물었다.

“드워프 발론이 있는 곳은 어디죠? 지금 가서 데려오겠습니다.”

“이 지도를 가져가시게. 드워프 족들은 이곳에서 꽤 떨어진 철혈산맥 근처에 살고 있다네. 이들은 자존심이 아주 강하니 주의해야 하네. 부디 드워프 발론을 찾아내 말을 전달해주시게.”

“알겠습니다. 꼭 데려오겠습니다.”

선우는 라누에게 받은 지도를 갖고 오크 성을 나왔다.

“철혈산맥… 여기 꽤 위험한 몬스터들이 많이 있는 사냥터인데.”

선우는 사용권으로 뽑은 스킬을 확인했다.

“아직 시간은 꽤 남았군. 어차피 스킬 다 쓰기 전에 레벨업 할 거니까 사용권을 또 쓰면 될 거고…. 빨리 발론을 찾아서 데려와야지. 근데 보상은 뭘까? 발론의 신뢰가 높을수록 보상도 커지는 거 같은데.”

오크 성 공성전까지 30일.

선우는 드워프 족의 대장장이 발론을 찾아 철혈산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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