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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면 레벨업-14화 (14/200)

# 14

제14화

선우는 채팅방의 반응을 확인하면서 다음 작업을 준비했다.

‘생방송 떡밥을 흘렸으니 이제 블랙 스콜피온 애들한테 이야기가 들어갈 건데….’

공성전을 생방송 한다고 한 것은 선우가 미리 준비한 계획의 일부였다.

채팅방을 계속 눈여겨보던 선우가 웃음을 간신히 삼켰다.

-님, 이거 내가 블랙 스콜 애들한테 방금 알려줬음. 님 이제 공성전 못할 거 ㅇㅇ

-나 아는 형 이번에 블랙 스콜 길드 들어갔는데 물어보니까 먼 소리냐고 하는데 님 구라 치는 거 아님?

선우가 예상했던 반응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 * *

오크 성의 식량이 쌓인 창고.

블랙 스콜피온 길드원들이 저마다 다른 플레이어들이 업로드 한 영상들을 보면서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인피니티 로드는 각자 촬영한 영상들을 플레이어가 전송하면 볼 수 있었다.

블랙 스콜피온 길드원들을 관리하는 플레이어에게 귓속말이 들어왔다.

- 야, 지금 어디냐?

- 나? 오크 성에서 졸고 있다. 왜?

- 혹시 공성전 한다는 거 얘기 들었냐?

- 공성전? 어디서?

- 오크 성. 누가 오크 성 공략한다고 생방송 한다고 했거든.

플레이어는 눈을 감고 웃음을 흘렸다.

- 지랄하고 있네. 야, 이딴 쓰레기성 공략할 길드가 있으면 내가 간부들 설득시켜서 헐값에 팔라고 할 거다. 뭐 하러 피곤하게 공성전 하고 지랄이냐? 그냥 돈 받고 팔면 되는걸.

- 그냥 어그로인가?

- 어그로지. 게임 방송 어그로 끌어서 돈 빨아먹는 놈들 한둘이냐? 관심에 굶주린 놈들 얘기는 좀 흘려들어라. 간부들한테 얘기도 꺼내지 마. 쓸데없이 나만 피곤해진다고. 이번 주말이면 오크 성 관리 담당 바뀔 건데 나 편하게 도와줘라.

- 수고해. 며칠간 고생하면 내가 던전 쪽으로 보내줄게.

-던전은 됐고 나 들어갈 에이전시나 엮어줘라. 이 짓 못해먹겠다.

오크 성 관리를 하고 있던 플레이어에게 귓속말을 한 건 블랙 스콜피온 길드의 랭커 서열 3위인 강중수였다.

“어그로 갖고 이 새끼 또 신경 긁은 건 아닌가….”

길드에 같이 들어온 동기가 오크 성 관리를 맡게 되니 속으로 미안한 감이 있었다.

“만약이라는 게 있으니 확인은 해봐야겠군.”

강중수는 자신에게 오크 성 공성전을 생방송 한다고 알려줬던 후배에게 연락을 했다.

“야, 니가 아까 얘기했던 스트리밍 채널 주소 좀 보내줘.”

* * *

선우는 채팅창의 반응을 확인하면서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이 정도면 블랙 스콜피온 애들 귀에도 들어는 갔을 거다. 하지만 틀림없이 헛소리로 무시할 거야.’

오크 성 염탐을 하러 가서 본 플레이어들의 상태는 말도 못 했다.

길드에서 방치하고 있는 성답게 관리하고 있는 플레이어들도 거의 길드에서 방치된 길드원들이었다.

‘이제 지금쯤이면 블랙 스콜피온에서 내 방송 확인하러 들어올 거 같은데….’

선우는 채팅창에 들어온 시청자들의 아이디를 계속 확인했다.

낯익은 아이디가 눈에 들어왔다.

‘Mr. 스콜피온. 이거 틀림없어. 강중수다.’

강중수는 선우가 누군지 관심도 없지만 선우는 강중수를 알고 있었다.

블랙 스콜피온 길드에서 가장 인기 많은 스트리머였으니까.

인피니티 로드를 시작하기 전에도 강중수는 다른 게임 방송 스트리머로 잘나가는 게이머였다.

게임 아이디는 항상 ‘Mr.’로 시작하는 것이 특징이었던 강중수는 인피니티 로드를 시작하고 블랙 스콜피온 길드를 창시할 때 자신의 아이디를 Mr. 스콜피온으로 만들었다고 방송에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서열 3위나 되는 놈이 직접 올 줄은 예상 못했는데 이건 내게 기회다.’

선우는 강중수가 자신의 채팅창에 들어온 목적을 알고 있었다.

오크 성 공성전이 진짜인지 확인하러 온 것.

‘이제 여기서 본론으로 들어 가볼까?’

선우가 채팅방의 시청자들을 향해 인사를 하며 말문을 열었다.

“아, 이거 시청자님들 기대 엄청 하셔서 달풍선도 많이 주셨는데 죄송합니다. 생각해보니까 공성전을 생방송으로 보여드리는 건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 노하우도 들어간 공성전이라서 생방송으로 보여드리면 노출될 위험이 있거든요. 생방송은 어렵고 제가 오크 성을 먹은 뒤에 멋지게 편집하고 업로드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건 절대 낚시가 아닙니다. 만약 제가 영상을 안 올리면 달풍선을 환불해드릴게요. 영상을 보시면 달풍선 값이 아깝지가 않으실 겁니다.”

선우의 말에 채팅창이 난리가 났다.

-ㅅㅂ 낚시였네. 달풍선 내놔.

-아, 방장님 기대했더니만 낚시를 이렇게 하시면 안 되죠.

-내가 이럴 줄 알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님들아, 오늘 영상 올라오는지 확인하고 욕해도 안 늦어요.

채팅창의 욕하고 난리치는 걸 선우와 같이 지켜보던 강중수는 피식 하고 웃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군. 보나마나 가짜를 진짜처럼 영상 편집해서 장사하는 페이크 팀 애들 같은데. 길드 쪽으로 돈 좀 찔러주면 그럴 싸 하게 꾸며줄 수 있는데 뭐 그럴 돈이 있으면 이딴 뻔히 보이는 낚시질은 안 할 테고. 쓸데없이 시간만 버렸군.”

강중수는 선우의 방송 스트리밍을 끄고 나왔다.

같은 시간 선우는 채팅방에 난리 난 채널 구독자들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일단 진정하시고 제 말을 끝까지 들어보시라니까요. 낚시 절대 아니고요. 영상은 공성전 끝나고 편집 다 하고 올릴 겁니다. 진짜예요.”

-꺼져 븅신아. 달풍선 뱉으라고.

-님 이거 영상 안 올리면 진짜 신고할 거임.

-잠깐, 이거 혹시 페이크 영상 만들어 파는 거 아님?

-이런 새끼는 길드에서 다 치워버려야 되는데.

-달풍선 거하게 빨아 드셔서 배 터지시겠네.

-곧 여름이라서 휴가비가 필요했냐?

선우를 향한 욕설 반 영상 올라오는지 확인할 거란 얘기가 반이었다.

‘계획대로 잘 흘러가는군.’

모든 건 선우가 예상한 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아직 선우는 네임드 랭커가 아니었기에 영상을 생방송 해봤자 파급력은 없었다.

반면 사람들을 기대하게 만들어놓고 갑자기 뒤통수를 친 것처럼 굴면 지금처럼 논란이 벌어진다.

시청자들은 무의식적으로 선우를 기억하게 되고 다른 사람들에게 선우의 행동을 이야기하게 된다.

당장은 폭발적이진 않지만 선우가 오크 성을 공략하고 영상을 올린다면?

단순히 생방송으로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자극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제 블랙 스콜피온 길드는 내 영상으로 데미지 좀 입을 거다.’

선우가 던진 미끼는 생방송만이 아니었다.

자신의 채팅방에 들어왔던 강중수의 아이디 Mr. 스콜피온을 영상으로 촬영해뒀다.

‘이건 오크 성 공략을 알고도 방치해둔 블랙 스콜피온 길드의 업보지. 뭐.’

선우는 여전히 흥분한 시청자들을 진정시키며 인사를 했다.

“여러분, 저는 절대로 먹튀를 하지 않습니다. 기다려 주시면 영상으로 보여드릴게요. 오늘 자정에 꼭 올릴 테니 지켜봐주세요. 만약 영상을 올리지 않는다면 신고를 하셔도 좋습니다. 제가 받은 달풍선 값을 모두 환불해드릴 거고요. 그러니 일단 지금은 저를 믿고 기다려주세요. 이제 공성전 준비를 해야 되니까 지금부터 방송을 끄도록 하겠습니다.”

시청자들의 욕설을 대충 보면서 선우는 스트리밍을 껐다.

“오늘 먹은 욕으로 수명이 5년은 는 거 같네.”

* * *

오크 전사들에게 이야기를 마친 라누가 선우를 불렀다.

“이제 오크 성으로 향할 걸세. 자네도 같이 하겠는가?”

“물론이죠. 끝까지 도와드리겠습니다.”

“정말 고맙네. 자네의 호의 결코 잊지 않겠네.”

라누는 오크 전사들을 이끌고 오크 성으로 향했다.

선우 역시 따라가려는 순간.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모든 스텟이 1 올랐습니다.]

[보상으로 스킬 사용권 1장이 지급되었습니다.]

“이제 사용권은 2장이군.”

선우는 상태창을 열었다.

[상태창]

이름: 김선우

레벨: 5

직업: 인피니티 마스터(Only one)

칭호: 없음

근력: 5

민첩: 5

체력: 5

마력: 5

스킬: 크리티컬 포인트(Critical point)

스킬 사용권 : 2장

“둘 다 스킬 사용권이네. 지금 뽑아둬야지. 공성전이니까.”

지금 선우가 갖고 있는 아이템과 스킬은 몇 분 뒤 소멸된다.

만약을 대비하기 위해 선우는 사용권을 썼다.

[체력 강탈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맹독의 진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크리티컬 포인트 스킬이 소멸되었습니다.]

[날개 달린 부츠가 소멸되었습니다.]

[강철 곤봉이 소멸되었습니다.]

“음? 맹독의 진?”

선우는 새로 뽑은 스킬들을 확인했다.

[체력 강탈]

공격 시 적의 체력이 줄어드는 만큼 플레이어의 체력으로 올려주는 스킬.

타입: 연속형

등급: 노멀

제한: 없음

효과: 공격 1회 당 5퍼센트 증가.

스킬 재사용 시간: 없음

[맹독의 진]

플레이어를 중심으로 반경 10미터까지 맹독의 늪이 생성된다.

등급: 유니크

타입: 단발형

제한: 없음

조건: 마력 스텟 5

효과: 독에 닿으면 1초마다 체력과 마나 동시에 5퍼센트씩 감소. 체력과 마나 회복력 5퍼센트 저하.

“유니크 스킬 하나 건졌군. 이 정도면 할 만하지. 맹독의 진으로 빨아먹고 체력 강탈로 빨아 먹으면 아까 봤던 놈들은 문제될 게 없어.”

선우는 오크 성으로 향했다.

* * *

오크 성을 관리하는 플레이어 팀장을 맡고 있던 블랙 독(Black Dog)은 여전히 자고 있었다.

“아, 뭐 먹으러 좀 나갔다올까?”

블랙독이 일어나던 찰나 갑자기 뒤에서 도끼가 내려쳐졌다.

“쿠웍!!”

“뭐, 뭐냐!!”

블랙독이 무기를 꺼내지도 못하고 순식간에 오크 전사들에게 둘러싸였다.

사방에서 도끼와 칼이 덮쳤다.

“이런 시바알!! 이게 갑자기 무슨… 야!! 잠깐! 몹 새끼들이 뒈질라고 비겁하게!! 잠깐만!!”

오크 전사들의 포위공격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블랙독이 인벤토리에서 물약을 꺼냈다.

“응? 이건 또 뭐….”

블랙독 발밑에 갑자기 진녹색의 늪이 생겼다.

동시에 오크 전사들의 도끼가 공중을 가르며 투척되었다.

퍼퍽! 퍽!

“아악! 젠장!”

인피니티 로드는 가상현실게임이지만 현실의 모든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맹독의 진이 생성된 다음엔 선우의 기습이 이어졌다.

블랙독의 뒤에서 선우의 체력 강탈이 시작됐다.

퍽! 퍼퍽!

선우의 공격도 블랙독은 오크의 공격이라고 여겼다.

사방이 오크 전사들이었다.

“애들 다 어디 갔어!! 야!! 이 새끼들아!”

블랙독은 귓속말을 할 시간조차 없었다.

물약을 들이켰지만 자신의 체력이 쭉쭉 빠지는 것이 보였다.

“젠장, 여기서 뒈지면 안 되는데.”

블랙독이 무기를 꺼내들고 오크 전사들을 공격했지만 이미 늦었다.

이미 엄청난 숫자의 오크 전사들이 블랙독을 다시 에워싸고 도끼 공격을 하고 있었으니까.

‘이게 마지막 남은 놈이지. 이놈만 빨리 해치우고 작업 들어가야지.’

결국 블랙독은 제대로 된 공격도 못하고 바닥에 누워버렸다.

“알굴 님. 이제 시작하시죠.”

오크 마법사 알굴은 선우를 보며 연신 고맙다고 대답했다.

“시간 없습니다. 해치운 놈들은 다시 올 겁니다.”

선우는 이미 오크 전사들과 성 내부의 플레이어들을 각개 격파하고 온 뒤였다.

마지막 남은 강중수의 동기 블랙독을 해치운 뒤 마법사 알굴로부터 오크 성의 주인이 바뀌었단 마법진을 펼치도록 했다.

‘이제 놈들은 아마 켄트 마을에서 리젠됐을 거고… 여기까지 와봤자 성문 앞에 세워둔 오크 전사들로 시간을 벌 수 있어. 이제 오크 성은 내 꺼다.’

같은 시간 켄트 마을에서는 블랙독이 다급히 길드원들을 찾고 있었다.

“팀장님.”

“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저도 잘….”

“아니 됐고. 나머지 애들 어디 있어? 빨리 찾아와! 무기랑 물약도 빨리 사들여! 오크 성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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