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다리면 레벨업-9화 (9/200)

# 9

제9화

PK 유저들이 서로 코웃음을 쳤다.

“좋아, 우리도 바라던 바다. 어차피 네놈 처리하는 거 영상만 찍어서 갖고 가면 돼. 자신 있나 본데 우린 결투는 항상 캐삭빵이 기본이라고. 알겠냐?”

“난 이미 캐삭빵 기본 설정해뒀는데? 빨리해라. PK하고 다니는 놈들이 뭐 이렇게 늦장 부리냐?”

“이 새끼가….”

베리는 입술을 부들부들 떨었다.

선우는 이미 결투 룰의 조건으로 캐릭터 삭제를 걸고 보란 듯이 화면을 공개하고 있었다.

‘안 그래도 커뮤니티에 올릴 영상이 필요했는데 이렇게 찾아와줄 줄이야.’

인피니티 로드에서 플레이 영상을 커뮤니티에 올리면 조회수가 나온다.

영상의 흥미와 내용에 따라 조회수는 천차만별로 달라지고 커뮤니티를 모니터링 하는 에이전시에서 스타성이 있는 플레이어들을 영입했다.

“캐삭빵 받고 하나 더. 아이템 독식으로 간다.”

베리는 자존심이 구겨졌는지 아무 말 대잔치를 벌였다.

“야, 미쳤냐? 쟤 딱 봐도 초보잖아. 먹을 아이템이 뭐가 있다고 아이템 독식을 걸어?”

“시끄러! 설마 니들 저딴 애송이한테 발릴 걱정 하는 거냐?”

“누가 발린데? 쓸데없는 짓을 왜 하냐는 거지.”

“쓸데없는 짓이면 이기면 되잖아. 잔말 말고 낄 거야? 말 거야? 나 혼자 저 놈 처리하고 발란토르님께 영상 갖다 바칠까? 니들 한 건 없다고 하고?”

“해! 해!”

PK 유저들이 선우의 결투 신청을 받아들였다.

[결투 룰의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승자에겐 ‘아이템 독식’ 패자에겐 ‘캐릭터 삭제’입니다.]

[팀은 A팀과 B팀으로 나뉩니다.]

[A팀의 플레이어 김선우 님은 1명이며 B팀의 플레이어는 베리 님을 비롯한 3명입니다.]

[B팀은 순서를 정해주십시오.]

베리가 외쳤다.

“내가 먼저 한다.”

전사 플레이어인 베리가 1번을 정하자 궁수 플레이어인 켄이 2번 마지막 도적 플레이어인 크렌이 3번을 맡았다.

“야, 찌질아. 신청 받았으니까 승낙이나 하….”

“승낙했다.”

선우와 베리를 투명한 구체가 둘러쌌다.

“뒈졌어. 아주 개망신을 시켜주마.”

“뭐라고? 개가 짖어서 잘 안 들리네.”

[결투를 시작합니다.]

[5, 4, 3…]

카운트가 끝났다.

베리가 롱 소드를 빼들고 선우에게 돌격했다.

“죽여버린다!”

부우웅!!

선우가 가볍게 뒤로 물러났다.

날개 달린 부츠는 지면을 미끄러지듯 선우를 이동시켰다.

롱 소드가 닿지도 않고 계속 헛방질이었다.

“한심하군. 어떻게 이런 실력으로 PK질을 해댄 거냐?”

선우가 곤봉을 들고 베리의 롱 소드를 겨눴다.

롱 소드가 닿는 순간 옆으로 슬쩍 빠지면서 곤봉으로 롱 소드 가운데를 강타했다.

빠각!

베리의 롱 소드가 반으로 갈라졌다.

파앗!

선우가 곤봉으로 베리를 강타했다.

퍽! 퍼퍽!

연속 공격이 퍼부어졌다.

“어라? 어? 내 피가 왜 이러지?”

베리는 당황했다.

선우의 공격이 먹힐 때마다 자신의 HP가 쭉쭉 빠지고 있었다.

‘이게 크리티컬 포인트의 위력인가? 굉장하다.’

유니크 스킬 크리티컬 포인트로 인해 선우의 곤봉은 베리의 온몸 어딜 쳐도 크리티컬 데미지를 먹였다.

순식간에 베리가 땅에 누워버렸다.

“뭐, 뭐냐… 저 새끼 왜 죽어?”

“미친놈… 장난하는 거냐? 지금?”

뒤에서 지켜보던 켄과 크렌이 말을 잇지 못했다.

압도적인 실력 차이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장면이 펼쳐진 것이다.

“야, 다음 순서 빨리 들어와라. 시간 없다.”

선우가 곤봉을 까딱거리면서 나머지 플레이어들을 조롱했다.

* * *

선우에게 PK 유저들은 모두 패배했다.

서서히 사라지는 자신의 캐릭터를 보면서 분통을 터뜨리고 있었다.

“PK 짓 하느라 아이템 좀 신경 썼구나. 이건 내가 잘 팔아줄게.”

선우가 유저들의 아이템을 모두 인벤토리에 담았다.

“올릴 만한 영상도 건졌고 팔 만한 아이템도 건졌고 오늘 완전 대박이다. 고맙다. 찐따들아. 이렇게 와서 죽어줘서. 걱정 말고 캐릭터 다시 키워. 열심히 하면 될 거야. 간다!”

선우는 거의 다 사라지는 캐릭터들을 뒤로 하고 켄트 마을로 향했다.

사냥터에서 수확한 잡템들을 모두 팔았다.

“이건 여기다 팔기엔 좀 그렇고 경매장으로 가야지.”

선우는 경매장으로 향했다.

“잠깐… 이걸 다 팔면 사냥할 때 쓸 아이템이 없잖아. 곤봉이야 24시간 뒤엔 사라질 거고… 아, 앞으론 사용권을 받으면 바로 쓰지 말고 좀 모아볼까?”

선우는 인벤토리를 열고 사용권이 없을 때를 대비한 아이템을 골랐다.

“이건 좀 쓸 만해 보이는데.”

전사 플레이어 베리가 갖고 있던 철검이 눈에 들어왔다.

선우가 철검을 꺼냈다.

아이템 정보를 확인하자 화면이 나타났다.

[드워프의 철검]

무기를 잘 만드는 드워프 족의 대장장이가 공들여 만든 철검. 절삭력이 뛰어나고 매우 튼튼하다.

등급: 노멀

제한: 없음

내구력: 500/500

공격력: 23/23

효과: 내구력이 느리게 줄어든다.

“으음, 이건 팔지 말고 사용권 좀 모을 때까지 써야지. 저기요. 이거 나머진 다 팔 겁니다.”

선우가 독식한 아이템들을 모두 경매에 내놓았다.

아이템들은 순식간에 다 팔려나갔다.

“이제 영상도 여기서 올려두고 나가자.”

선우는 PK 유저들과의 결투 영상을 모두 인피니티 로드 커뮤니티 서버로 자동 전송시켰다.

인피니티 로드 커뮤니티의 서버는 인공지능이 관할하는 인피니티 로드 게임의 서버와 연동되어 있었기에 실시간으로 촬영한 영상을 플레이어들이 언제든지 커뮤니티로 업로드가 가능했다.

“오늘은 엄마한테 돈 보내주고 소고기는 사먹어도 되겠는 걸?”

선우가 가상계좌에 들어온 액수를 보며 만족해했다.

고블린 사냥터에서 수확한 잡템 들을 판 가격은 모두 8천 골드.

골드를 모두 현금으로 전환하자 800만 원이 들어왔다.

여기에 경매장에서 팔린 아이템들 가격은 모두 1만 골드.

하루 수입이 무려 1,800만 원이나 됐다.

“히든 클래스로 각성하고 나서 행운이 따라붙는구나. 하루 만에 이 정도를 벌 줄이야….”

인피니티 여신의 축복이 깃든 것일까?

선우는 캡슐에서 나와 가장 먼저 엄마에게 돈을 송금했다.

1,500만 원을 송금한 뒤, 나머지 돈은 자신을 위한 선물을 하기로 했다.

“뭐 아직 가야할 길이 멀지만 오늘 하루는 만족했다. 소 먹으러 가즈아!”

* * *

선우가 다시 원룸으로 들어왔다.

“오늘은 푹 잘 수 있겠다.”

다음 날 아침 선우는 일어나자마자 인피니티 로드 커뮤니티로 들어갔다.

“이게 뭐지? 설마 내 영상이 1위를 한 거야?”

모니터 화면 왼쪽 상단에 위치한 게시물들은 모두 하루 동안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들이었다.

그중 1위를 차지하고 있던 영상이 바로 선우가 올린 것이었다.

댓글 수 역시 가장 많았다.

선우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자신이 업로드한 영상을 클릭했다.

-와… 저 사람 뭐냐? 쇠막대기로 졸라리 패니까 막 뒈져버리네 ㄷㄷㄷ

-스킬을 쓴 건가? 걍 일방적으로 조패버리는데?

-상대가 레벨 훨 높은 거 같은데 템빨이 얼마나 쎄면 저렇게 되는 거야?

-혼자서 플레이어 셋을 다 발라버리네. 쩐다…

-움직임이 장난 아니다. 곤봉으로 롱 소드를 부러뜨렸어. 컨트롤이 얼마나 뛰어난 거야?

-내가 예언 하나 할까? 쟤 뜬다. 인피니티 로드 상위 랭커 될 거 같음.

-예언 같은 소리 하네. 인피니티 좀만 해본 사람들이면 다 알지. 움직임만 봐도 이미 프로 같은데. 캐릭터 다시 키우는 사람일 가능성 백퍼. ㅇㅇ

-이미 상위 랭커가 서브 캐릭 다시 키우는 거 아님?

선우의 영상이 뜻하지 않은 인기였다.

“얼라리… 이거 좀 예상 밖인데….”

사실 선우는 자신의 영상을 하나씩 업로드 할 생각이었다.

인피니티 로드는 가상현실게임이지만 이면세계 같은 현실감을 줬기에 영상 화면은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사람들이 상상만 하던 다양한 판타지가 인피니티 로드의 세계 속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영화들도 인피니티 로드의 스타급 플레이어들이 펼치는 다양한 콘텐츠 영상 앞에서는 뒤처질 정도였다.

영상의 조회 수는 약간의 돈을 자동으로 영상의 저작권자인 플레이어들에게 지급했다.

매달 조회 수 금액이 정산됐기 때문에 영상을 많이 올리는 것만으로 자동으로 생활비를 마련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이거 조회 수만 얼마냐?”

선우의 영상은 2위와 압도적인 조회 수 차이를 기록하고 있었다.

“빨리 다른 영상 더 찍어서 올려봐야지.”

캡슐 안으로 들어간 선우는 인피니티 로드에 로그인 했다.

* * *

[크리티컬 포인트의 숙련도가 E에서 D로 올랐습니다.]

“됐쓰! 이걸로 크리티컬 데미지는 150%군.”

선우는 크리티컬 포인트의 숙련도를 F에서 E로 올린 지 얼마 안 돼 D로 강화시켰다.

스킬의 효과는 엄청났다.

“꾸륵.”

근처에 오크들이 또 나타났다.

고블린 숲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선우는 좀 더 난이도가 높은 오크 숲으로 들어와 있었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만한 영상은 어렵고 위험할수록 가치가 있었다.

인피니티 로드의 콘텐츠는 플레이어들의 게임 영상으로 가장 많이 팔렸다.

선우는 오크 숲에서 솔로 플레이를 하면서 스트리밍 방송을 하고 있었다.

‘처음 해보니 어색하다.’

스트리밍 방송 채팅창에는 선우의 플레이를 구경하러 몰려온 시청자들이 꽤 많았다.

처음엔 0명이었던 시청자들이 지금은 100명을 넘기고 있었다.

“쿠아악!”

오크들이 선우를 향해 돌격했다.

선우는 철검을 휘둘렀다.

써걱!

오크들의 공격은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았다.

반면 선우의 공격은 오크의 손목과 심장에 순서대로 들어갔다.

“우와아!”

사냥하다 말고 선우의 전투를 구경하던 플레이어들이 감탄을 했다.

“진짜 멋있다!”

“철검 같은데 얼마나 강화를 한 템이면 저렇게 공격력이 잘 터지지?”

플레이어들은 자신들이 할 사냥도 잊고 선우가 가는 곳을 졸졸 따라왔다.

선우를 따라오는 플레이어들은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지켜보던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미친 ㅋ 계속 따라오네. 지들 사냥하던 몹 버리고 와 ㅋㅋ

-나 같아도 따라가겠다. 진짜 멋있게 사냥한다.

[아이디 road10 님께서 달풍선 20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아이디 잡몹처리꾼 님께서 달풍선 30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선우가 오크를 화려하게 잡을 때마다 달풍선이 터졌다.

“고맙습니다.”

짤막한 인사를 남긴 선우를 보며 시청자들의 반응은 더 시끄러워졌다.

-플레이어님 개 시크하시네 ㅋㅋㅋㅋㅋㅋ

-님, 오크 한 번에 몇 마리까지 잡을 수 있어요? 10:1 가능하면 달풍선 100개 쏘겠음. 가능?

-컨트롤 쩐다… 나도 저렇게 사냥하고 싶은데.

-플레이어님 갖고 계신 철검 구입한 거예요? 아님 몹 잡고 먹은 거예요?

-와, 이분 어디서 봤나 했더니 PK 유저 셋 혼자 발라버린 플레이어네. 그거 지금 조회수 1위 찍고 있는 건데. ㄷㄷ

선우는 자신의 게임 방송 시청자들이 조금씩 늘고 있는 걸 보며 오크들이 더 많이 서식하는 곳으로 들어갔다.

‘여긴 아까와는 느낌부터가 다른 곳인데. 대박 영상 찍을 만한 곳이야.’

선우는 직감적으로 대박을 칠 사냥터에 왔다고 느꼈다.

띠링!

갑자기 알림이 들려왔다.

[퀘스트가 생성됐습니다.]

파멸의 숲에 숨어있는 떠돌이 오크 ‘게르’를 찾아 처치하세요. 게르는 오크 부족마다 싸움을 일으키고 동족을 죽인 죄를 짓고 파멸의 숲에 숨어있습니다.

게르를 처치하고 전리품을 들고 인간에게 온건한 오크 부족 ‘라누’ 족을 찾아가세요.

등급: E

제한: 없음

조건: 게르를 처치할 것

보상: 라누의 목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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