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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면 레벨업-7화 (7/200)

# 7

제7화

선우는 초보 던전을 1층부터 3층까지 모두 돌면서 몬스터들을 처치했다.

한방에 한 마리씩 깔끔하게 처치하고 나니 갑자기 던전이 텅 빈 것처럼 고요했다.

“스킬 재사용 시간이 있어서 생각보다 좀 늦었네. 숙련도를 올리면 재사용 시간이 줄어든다고 했었지? 그러면….”

선우가 갈 곳이 있었다.

* * *

켄트 마을에 위치한 허수아비 수련장.

선우가 이곳을 찾아와 교관을 찾았다.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마을과 달리 텅 비어 쓸쓸한 낙엽만 뒹구는 수련장 귀퉁이에 켄트 교관이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저어… 교관님.”

“으음…? 뭐냐?”

“허수아비 좀 치려고 왔는데요. 혹시 목검이 있는 곳 좀 알려주시면….”

“저기다.”

켄트 교관이 퉁명스러운 어조로 눈을 감으며 어딘가로 손을 찔렀다.

선우는 목검을 하나 들고 허수아비로 갔다.

“유저들이 안 올 만하군.”

켄트 교관은 선우가 허수아비를 치건 말건 신경 쓰지 않고 묵묵히 잠들어 있었다.

켄트 마을은 인피니티 로드의 일곱 대륙 중 하나인 벨론 대륙에 위치한 변방의 마을이었다.

초보자들이 시작하는 곳이지만 엄연히 켄트 왕국의 관할 하에 놓인 곳.

선우가 그동안 인피니티 로드를 하면서 마을의 NPC들과 플레이어들의 얘기를 엿들은 바에 의하면 켄트 교관은 왕국을 지배하는 켄트 가문의 일원이라고 했다.

지금은 허수아비 수련장을 홀로 지키는 교관이지만 과거엔 꽤 잘나가는 기사단의 간부였다고 했었다.

“신경 끄고 난 내 할 일이나 하자.”

선우는 목검을 들고 허수아비를 후려쳤다.

이곳을 찾은 건 스킬의 숙련도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스킬의 사용 시간은 앞으로 20시간. 이 정도면 숙련도를 조금 더 올려서 재사용 시간만 줄이면 훨씬 빨리 사냥 할 수 있어. 그러면 수확할 템도 많아질 거고 돈도 더 벌 수 있을 거야.”

선우는 먼저 원샷원킬의 재사용 시간을 조금이나마 줄여보기로 했다.

한방 치면 몬스터가 죽는 건 엄청난 이득이지만 다시 스킬을 쓰기까지 3초를 기다려야 했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3초 동안은 무방비 상태나 마찬가지이기에 1레벨인 선우로서는 위험할 수 있었다.

스킬 설명에 따르면 숙련도가 올라가면 재사용 시간이 줄어든다고 했다.

선우는 목검으로 허수아비를 계속 후려쳤다.

* * *

블러드 스컬 길드의 간부 발란토르가 앉아 있었다.

발란토르가 노려보는 탁자 맞은편에는 PK 유저 셋이 앉아 있었다.

발란토르는 의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

“정말로 사냥용 단검이 뭐든 한방에 죽인다고?”

“그렇습니다. 눈으로 직접 확인했습니다.”

“영상 찍은 거 있으면 꺼내봐. 내가 직접 봐야하니까.”

“전송창 열어주십쇼. 제가 보내드리겠습니다.”

PK 유저들은 기다렸단 듯이 촬영해둔 영상을 꺼냈다.

전송 화면이 열렸고 선우가 사냥하는 영상은 발란토르의 화면으로 전송됐다.

“이럴 수가….”

발란토르는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직접 보시니까 확실하죠?”

“굉장하군. 이거 무슨 단검인지 확인은 안 해본 건가? 여기 아이템 정보를 보면 그냥 사냥용 단검이라고만 나오잖아.”

“그건 저희도 아직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십쇼. 겉으로 보기엔 싸구려 단검 같지만 위력만 놓고 보면 히든 아이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히든 아이템?”

발란토르는 전송 화면에 재생되는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고블린부터 늑대인간, 홉 고블린, 오크, 해골들이 선우가 든 싸구려 단검 한 방에 죽어버리는 것을 보니 엄청난 전율을 느꼈다.

“히든 아이템이라면… 가능하지. 대개 흔해빠진 아이템으로 위장했다가 특정 조건을 충족시키면 아이템이 각성하니까. 근데 내가 알기로는 히든 아이템은 능력 각성이 되면 아이템이 바뀐다고 들었는데…. 이건 켄트 마을 무기점에서 구할 수 있는 싸구려 단검이잖아.”

“아직 히든 아이템들 정보가 알려진 게 거의 없습니다. 발란토르 님께서 주목하셔야 할 건 단검의 위력입니다. 아무리 초보 던전 이어도 고작 싸구려 단검으로 몬스터를 풍선 터뜨리는 것처럼 죽일 순 없거든요. 이 단검에 무언가 알려지지 않은 능력이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이 단검을 지금 갖고 있다고?”

“발란토르님께서 거래에 응하신다면 보여드릴 수는 있습니다.”

“일단 꺼내봐.”

“먼저 거래에 응하시겠다면 인벤토리 화면을 열고 먼저 보여드리겠습니다.”

“좋아. 하지만 정말 영상 속의 단검이 있는지 확인해주는 게 순서야.”

“물론이죠.”

PK 유저 중 전사 클래스의 플레이어가 인벤토리 화면을 열고 공개 모드로 전환했다.

발란토르가 볼 수 있을 만큼 인벤토리 화면이 홀로그램처럼 나타났다.

“이게 그 히든 단검입니다.”

“원하는 게 뭐지?”

“조건은 두 가지입니다. 먼저 단검의 값을 원합니다. 10억에 히든 단검을 팔겠습니다. 그리고 저희 셋 모두 블러드 스컬 길드원으로 들어가고 싶습니다.”

10억이란 가격에 발란토르는 대꾸가 없었다.

인피니티 로드의 상위 랭커들이 쓰는 고급 아이템들은 기본 수십억에 100억을 넘는 물건들이 많았다.

심지어 매일 아이템 경매의 신고가가 경신되고 있었다.

발란토르는 단검이 진짜 히든 아이템이라면 10억은 저렴하다고 생각했다.

인피니티 로드에서 지금까지 히든 아이템이 발견된 적은 몇 되지 않았으니까.

스타급 랭커들 중 일부가 히든 아이템을 갖고 있었고 그마저도 공개하는 플레이어는 드물었다.

정보가 노출되지 않을수록 플레이어에게 이득.

“거래하도록 하지.”

발란토르의 대답에 PK 유저들은 기쁨에 벅차올랐다.

“그런데 부른 가격이 너무 높아. 한 사람당 2억씩 주지. 선금 1억씩 을 주고 나머지는 아이템 확인 후 주겠다. 만약 10억을 받고 싶다면 길드에 들어오는 조건은 없던 걸로 해.”

PK 유저들은 잠깐 망설이다 대답했다.

“좋습니다. 블러드 스컬 척살대장을 맡고 계신 발란토르 님이시니 믿어보겠습니다.”

히든 아이템 가격으로 6억을 받고 블러드 스컬 길드원이 되는 건 PK 유저들에겐 남는 장사였다.

* * *

허수아비 수련장에 홀로 목검을 휘두르던 선우에게 알림이 들려왔다.

[원샷원킬의 숙련도가 D에서 C로 올랐습니다.]

[숙련도에 따라 재사용 시간이 0.5초 줄었습니다.]

[원샷원킬의 재사용 시간이 1.5초입니다.]

처음 숙련도 F급이 E급으로 올랐을 때 재사용 시간 0.5초가 줄었다는 알림이 들렸었다.

그 뒤로 등급이 오를수록 0.5초씩 줄어들었다.

“후아… 몇 시간 남았지?”

선우는 원샷원킬의 사용 시간을 확인했다.

띠링!

갑자기 알림이 들렸다.

[레벨이 1 올랐습니다.]

[모든 스텟이 1씩 올랐습니다.]

[보상으로 스킬 사용권 1장이 지급됐습니다.]

“올랐다!!”

인피니티 로드를 시작하고 마침내 들어본 알림이었다.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

선우가 재빨리 상태창을 열었다.

“올랐어. 진짜 레벨이 올랐어!”

[상태창]

이름: 김선우

레벨: 2

직업: 인피니티 마스터(Only one)

칭호: 없음

근력: 2 / 민첩: 2

체력: 2 / 마력: 2

스킬: 원샷원킬(One shot one kill)

스킬 사용권: 1장

“근데 레벨만 오른 게 아니네. 스테이터스가 싹 다 올랐잖아.”

선우의 스텟이 모두 1씩 올라있었다.

다른 플레이어들은 레벨이 1 오른다면 스텟 포인트는 1씩 받았다.

선우는 레벨이 1 오르면서 스텟이 자동으로 1씩 올랐으니 사실상 4 레벨이 오른 것과 같은 효과였다.

“설마 레벨업 할 때마다 자동으로 스텟이 오르는 건가?”

확실하게 알기 위해서는 다음 레벨업을 기다려야 했다.

“레벨이 올랐으니 이제 이 스킬 사용 시간도 얼마 안 남았구나.”

선우는 2시간가량 남은 원샷원킬의 사용 시간을 보며 목검을 들었다.

“남은 시간 동안 계속 숙련도를 더 올려야지.”

다른 플레이어들이 원샷원킬 같은 스킬을 가졌다면 시간을 피같이 여기며 사냥에 열을 올렸을 것이다.

반면 선우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24시간마다 레벨이 1씩 오르는 특성 때문에 경험치 따위는 있으나마나였다.

이미 초보 던전을 돌면서 수확한 아이템들을 켄트 마을 잡화점에 팔아도 몇 달 치 생활비는 나온다.

물론 선우의 스킬은 조금 뒤 사라진다.

남들에겐 어차피 사라질 스킬 숙련도 올린다고 헛고생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혹시 또 몰라. 나중에 숙련도 올려둔 게 쓸모가 있을 수도….”

선우는 만약에 대비하고 있었다.

인피니티 로드는 뜻하지 않은 기회가 곳곳에 있는 게임.

몇 시간 뒤 선우는 다시 알림을 들을 수 있었다.

[원샷원킬 스킬의 사용 시간이 완료됐습니다.]

[스킬이 사라집니다.]

선우가 상태창을 열어 스킬을 확인했다.

“없구나.”

스킬이 사라진 걸 확인하니 막상 허전했다.

“진짜 끝내주는 스킬이었는데. 다음에 또 뽑을 수 있으려나?”

띠링!

갑자기 새로운 알림이 들려왔다.

[허수아비 수련장의 퀘스트가 생성됐습니다.]

앞으로 24시간 동안 허수아비 수련을 쉬지 않고 계속하세요.

등급: F

퀘스트 조건: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허수아비 수련 할 것.

보상: 랜덤 아이템 1개

뜻하지 않은 퀘스트가 나왔다.

“허수아비 수련장인데 퀘스트가 나와?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인피니티 마스터라는 히든 클래스로 각성한 선우에게 따르는 행운일까?

아니면 남들이 대충 여기고 있는 허수아비 수련장의 특성이었을까?

“24시간 동안 쉬지 않는다라… 해봐야지. 어차피 24시간 뒤엔 또 렙업 할 거고 스킬 사용권도 받을 테니…. 원샷원킬 스킬 또 나오면 완전 대박인데.”

선우는 재빨리 목검을 들었다.

허수아비를 향해 목검이 무자비하게 휘둘러졌다.

* * *

“여기 있다. 확인해봐.”

발란토르가 가상계좌창을 열고 돈을 송금했다.

“확인했습니다. 3억을 이렇게 빨리 준비하실 줄은… 역시 블러드 스컬 길드의 척살대장님이십니다.”

“잔말 말고 이제 그 단검을 내게 넘겨. 성능을 확인한 뒤에 나머지 돈을 주겠다.”

전사 유저가 발란토르에게 선우에게 받았던 단검을 줬다.

발란토르는 단검을 만져보면서 의심스런 눈빛을 풀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그냥 싸구려 단검인데… 따라와라.”

“어디로 가시려고요?”

“이 단검이 히든 아이템인지 확인하려면 위험한 몬스터들이 있는 곳으로 가봐야지. 내가 간 곳에서도 한 방에 죽인다면 이건 내 인생을 바꿔줄 거다.”

PK 유저들은 아이템 가격을 각자 공평하게 나눈 뒤에 발란토르를 따라나섰다.

이들이 찾아간 곳은 켄트 마을에서 북쪽에 위치한 철혈산맥.

벨론 대륙에서 200레벨을 넘기 시작한 유저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고급 사냥터 중 한 곳.

발란토르는 철혈산맥에 위치한 악룡의 협곡을 찾았다.

칼날처럼 날카로운 잎사귀들이 가득한 숲은 핏빛 안개가 어려 있어 분위기가 음산했다.

PK 유저들조차 레벨이 부족했기에 발란토르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

“바, 발란토르 님. 굳이 이렇게 위험한 곳까지 오지 않으셔도 검증할 곳이 많….”

발란토르가 발을 멈췄다.

“꾸으으….”

근처 숲에서 칼과 방패를 든 좀비가 나타났다.

“좀비 워리어다.”

발란토르가 자신 있는 표정으로 선우가 쓰던 단검을 꺼냈다.

“간드앗!”

발란토르가 좀비 워리어에게 돌격했다.

단검으로 좀비 워리어의 심장을 찔렀다.

“이걸로 한방… 응?”

“구르르….”

좀비 워리어의 눈빛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동시에 검이 발란토르의 몸통을 베었다.

발란토르가 뒤로 물러났다.

“이게 어떻게 된 거냐!!”

“발란토르님!! 뒤, 뒤!!”

“꾸아악!”

갑자기 뒤쪽에서도 좀비 워리어가 나타나 검을 휘둘렀다.

발란토르가 단검으로 막았다.

쨍그랑!

히든 아이템이라 여겼던 선우의 단검이 발란토르 손에서 산산조각이 났다.

“이 새끼들이… 감히 누굴 속이려 들어? 니들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 응?”

좀비 워리어들이 순식간에 발란토르를 향해 몰려들었다.

“야, 지금이라도 튀자.”

“이 개새끼. 우릴 속였어. 빨리 찾아내서 끌고 와야 돼. 안 그러면 우리가 다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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