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다리면 레벨업-3화 (3/200)

# 3

제3화

인피니티 여신?

선우는 인피니티 로드를 하면서 여신 NPC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커뮤니티에는 현재까지 밝혀진 인피니티 세계의 NPC들의 등록 정보가 계속 업데이트 됐었다.

이 중 인피니티 여신이라는 NPC는 없었다.

‘혹시… 미확인 NPC인가?’

지팡이를 짚고 있는 노파를 보며 선우가 스캔을 했다.

스캔은 인피니티 로드에서 플레이어가 아닌 NPC와 몬스터의 기본 정보를 확인할 때 쓸 수 있는 스킬이었다.

인피니티 로드의 플레이어는 영상 촬영 스킬과 스캔 스킬을 모두 갖고 시작한다.

[인피니티 여신]

등급: 레전드

분류: 여신

확인여부: 미확인

능력: 무한의 창조주

인피니티 로드의 모든 것을 낳은 숨겨진 여신이다. 남루한 차림의 노파로 다니며 사람들 틈에 섞여 은둔하고 있다.

인피니티 로드에 들어온 인간들의 이기심과 잔혹한 행동에 실망하여 플레이어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았다.

선우는 가슴이 콩닥거렸다.

‘이럴 수가… 미확인 NPC야. 진짜가 나타났어.’

미확인 NPC는 아직까지 선우가 직접 만난 적은 없었다.

인피니티 커뮤니티에는 가끔 자신이 미확인 NPC를 만나서 전직을 했다던가, 아이템을 먹었다던가 하는 여러 경험담들이 올라왔었다.

그리고 해당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상위권까지 엄청나게 빨리 성장하는 걸 봐왔다.

인피니티 로드 자체가 인공지능이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아직까지 나오지 않은 신종 직업, 아이템, 스킬, 몬스터, NPC 등은 엄청나게 많을 거란 의견이 대세였다.

‘혹시 이 NPC는 내 경험치 문제를 고쳐줄 수 있을까?’

선우가 인피니티 로드를 하면서 만난 NPC들은 모두 다른 플레이어들도 이미 다 알고 있는 NPC들.

“내 손주를 이렇게 잘 대해주니 네놈에겐 보상을 해주고 싶구나. 원하는 것이 있느냐?”

노파의 말에 선우의 심장이 출렁였다.

‘보상? 지금 보상이라고 한 거 맞지?’

선우는 재빨리 대답했다.

“할머님, 저는요! 먼저… 아얏!”

“이놈… 여신께 무슨 망발이냐? 앞으로 여신이라 높여 부르거라.”

“아, 예… 죄송합니다. 여신님.”

선우는 머리통을 쓱쓱 문질렀다.

‘지팡이가 닿을 거리가 아닌데 어떻게 맞은 거지?’

노파는 지팡이를 다시 땅에 짚고 물었다.

“원하는 게 있느냐?”

“예, 있습니다. 여신님. 저는 경험치가 오르지 않는 것 때문에 지금까지 고생을 해왔거든요. 그러니 남들처럼 경험치가 빠르게 올라서 렙업도 빨리 하고 남들이 가져본 적 없는 전설템을 가지면서 인피니티 로드 역대 최강의 플레이어가 되기를 원합니다.”

선우가 가슴 속에 쌓아뒀던 울분과 소망이 뒤섞여서 터져 나왔다.

인피니티 여신.

무한의 창조주.

미확인 NPC.

딱 봐도 알려지지 않은 무언가 있을 법한 노파였다.

선우는 이것이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직감했다.

원하는 건 많았으니 가능한 자연스럽게 모두 엮어서 대답했다.

따악!

“아야야!!”

“이놈. 한 가지만 말하거라. 뭐가 이리 원하는 게 많느냐?”

젠장, 안 먹힌다.

혹시나 해서 찔러 본건데 역시 여신인건가?

선우는 머릴 만지면서 대답했다.

“이 세계 누구도 감히 엄두를 못 낼 사상 최강의… 아야!”

“길다. 짧게 말하거라.”

“가장 강한 플레이어가 되고 싶습니다.”

“으으음….”

노파는 선우를 지긋이 바라봤다.

“홀홀… 네놈을 1년간 지켜봤건만 어째서 아직까지 자신을 알지 못하는 게냐?”

“예? 그게 갑자기 무슨….”

“한심한 놈이로다.”

선우는 노파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날 1년간 지켜봤다고? 뭐라는 거야….’

오늘 처음 본 사람이 자기를 지켜봤단다.

“저기… 여신님. 죄송하지만 저는 오늘 여신님을 처음 본 것 같습니다.”

“홀홀. 네놈이야 날 처음 보는 것일 테지.”

“여신님. 이야기가 다른 데로 새는 것 같아서 그러는데 제가 원하는 건….”

“네놈은 이미 원하는 걸 갖고 있느니라. 그저 자신에 대해 미처 알지 못한 멍청이라서 그렇지. 노력만 하면 뭘 하느냐? 한심한 놈. 홀홀.”

“저기요. 여신님. 자꾸 뜬구름 잡는 소리 하지 마시고 좀 알아듣게 설명 해주시죠.”

“원하는 걸 얻기 싫으냐?”

“죄송합니다. 말씀 계속하십시오.”

“홀홀홀. 이걸 받거라.”

노파가 룬 문자가 새겨진 수정구를 건넸다.

선우가 수정구를 받으니 퀘스트가 생성되었다.

-숨겨진 퀘스트가 생성됐습니다.

인피니티 여신의 수정구를 갖고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비밀의 신전 ‘인피니티 신전’에 가져다 놓으세요.

등급: F

보상: ????

“이게 뭔… 숨겨진 퀘스트?”

선우는 믿을 수 없었다.

히든 퀘스트가 등장했으니까.

인피니티 로드를 시작한 지 어언 1년.

그 동안 선우가 만질 수 있었던 건 토끼 가죽과 다람쥐꼬리, 날다람쥐 날개막이 다였다.

자신보다 몇 년 뒤에 시작한 플레이어들도 튜토리얼이다 뭐다 순조롭게 성장했었다.

선우만이 누릴 수 없었던 너무도 평범한 퀘스트.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남들이 아닌 오직 선우만이 알 수 있는 퀘스트가 나타난 것이었다.

“이제 네놈과 볼 일은 없을 것이다. 홀홀. 그 수정구를 무사히 잘 갖다놓는다면 네놈이 원하던 모든 것들을 얻을 수 있을 게다. 나머진 네놈 몫이니 능력껏 해보려무나.”

노파가 손주를 데리고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텔레포트 마법… 여신인지 몰라도 평범한 NPC는 절대 아니야.”

선우의 손안에 든 수정구는 탁구공만 한 크기였다.

투명한 유리구슬 안에서 열대 바닷물 같은 빛이 반짝였다.

“으음… 그런데 인피니티 신전이 어디지?”

선우가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순간 알림창이 나타났다.

“어라? 지도잖아.”

지도에는 인피니티 신전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었다.

“일단 가봐야지.”

* * *

인피니티 신전은 켄트 마을 근처 동굴 속에 숨겨져 있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은 이럴 때 쓴다고 배웠다.

이곳은 사냥할 몬스터도 없는 곳이라서 초보 플레이어들도 오지도 않는 곳이었다.

선우는 인피니티 신전 가운데의 앉아있는 석상을 발견했다.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여자의 석상.

한 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있었고 다른 손에는 손바닥을 펼치고 앉아있었다.

선우는 수정구를 들고 여신의 석상에 다가갔다.

띠링!

[인피니티 여신의 석상에 도착하였습니다.]

[여신의 손에 수정구를 올려놓으세요.]

선우가 석상의 손바닥에 수정구를 올렸다.

갑자기 수정구에서 화려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빛은 선우를 순식간에 에워쌌다.

“어? 으어!”

선우의 시야가 알록달록한 빛에 가려졌다.

빛은 마치 선우의 몸속으로 스며드는 것 같았다.

무지개색의 빛줄기가 선우의 손톱 끝으로 물결처럼 꿈틀거리며 들어왔다.

마치 손톱 끝에서 무지갯빛 실오라기가 넘실거리는 것 같았다.

선우가 양손을 마구 흔들어봤지만 빛은 거세게 빨려 들어왔다.

당황한 선우가 뒤로 물러나다 발을 헛디뎠다.

신전 계단에서 바닥까지 굴러 떨어졌다.

잠깐 정신을 잃은 선우.

“아으… 아야야….”

깨어났을 즈음엔 빛은 사라졌고 신전까지 모두 없어진 뒤였다.

“내가 꿈을 꾼 건가?”

선우가 일어나자 알림이 들려왔다.

[숨겨진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보상이 진행됩니다.]

[플레이어 특성에 알맞은 직업이 결정되고 있습니다.]

[진행률 …%]

[직업 결정이 완료됐습니다.]

[숨겨진 유일직업인 인피니티 마스터 (Infiniti master)로 전직합니다.]

[전직 진행률 …100%]

[인피니티 마스터로 전직이 완료됐습니다.]

믿을 수 없는 알림의 연속.

선우는 감격에 벅차올랐다.

“지금 이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설마 진짜 히든 퀘스트에… 히든 클래스야?”

숨겨진 직업은 다시 말하자면 인피니티 로드의 히든 클래스였다.

하지만 히든 클래스라는 개념은 다른 게임은 몰라도 인피니티 로드의 유저들에겐 의외로 제법 알려진 개념이었다.

인피니티 로드는 게임에 로그인한 플레이어들의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특성이 결정된다.

그중 히든 클래스라는 건 플레이어의 잠재력이 각성하거나 남들이 알지 못하는 히든 던전, 히든 퀘스트, 히든 아이템 등을 통해 획득하는 비밀 직업이었다.

물론 비밀 직업이었다가 상위 랭커로 올라가면 결국 누구나 다 알게 되니 비밀 유지는 불가능.

그저 다른 플레이어들 중 독보적인 성장을 위한 발판의 요소로 이해되고 있었다.

오늘날 부와 명성 모두 얻은 인피니티 로드 랭커들은 저마다 히든 클래스를 통해 엄청난 성장을 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현실에서도 이러한 히든 클래스에 대해 연구하는 게임 서적들이 밀리언셀러 목록에 다수 차지하고 있었으니까.

히든 클래스를 찾는 법을 알려준다며 독자들을 속여 법정 싸움에 휘말리는 사건들은 잊을 만하면 나왔었다.

그만큼 히든 클래스는 인피니티 로드의 유저들 사이에서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비밀 직업이자 특권이었다.

그러면 선우가 얻은 직업 인피니티 마스터는 뭘까?

“나타났다! 나도 이제 이걸 확인할 수 있다고! 하하하!”

선우가 아무도 없는 동굴 속에서 환호를 질렀다.

자신의 상태창을 불러왔다.

[상태창]

이름: 김선우

레벨: 1

직업: 인피니티 마스터(Only one)

칭호: 없음

능력치

근력: 1 / 민첩: 1

체력: 1 / 마력: 1

스킬

-활성화되지 않음

달랐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초라했던 상태창에 나타난 것이 있었다.

직업, 다른 말로 클래스.

이제 켄트 마을에서 토끼와 다람쥐만 쫓던 생계형 플레이어의 클래스가 달라져버린 것이다.

선우는 그동안의 설움이 복받쳐 올랐다.

무언가 가슴에서 울컥 하고 터지는 느낌이었다.

“내게도 직업이란 게 생겼어… 이제 나도 튜토리얼이란 걸 할 수 있는 걸까?”

그동안 선우는 남들처럼 튜토리얼도 불가능했기 때문에 직업이란 것도 없었다.

그저 ‘인피니티 비기너’라는 처음 시작할 때 붙여진 칭호로 날마다 노가다 사냥으로 먹고 살았으니까.

그 동안 다른 플레이어들의 직업을 부러워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누군가는 직업 선택 잘못 했다고, 전직 망했다고 투덜거리는 글들도 선우에겐 그저 배부른 축복으로만 여겨졌었다.

레벨은커녕 경험치도 오르지 않아 직업조차 선택하지 못하는 플레이어가 있다면 믿기는 할까?

선우는 청승맞게 눈물을 닦으면서 일어났다.

띠링!

[플레이어의 특성 분석이 모두 완료됐습니다.]

[플레이어는 인피니티 로드 세계 유일무이한 직업 인피니티 마스터로 전직했습니다.]

[인피니티 마스터는 지금껏 알려진 여타 직업들과는 다른 직업입니다.]

[지금껏 알려진 적이 없는 직업인 인피니티 마스터는 인피니티 여신의 도움으로 플레이어의 능력이 각성되며 활성화 됐습니다.]

[인피니티 로드 세계의 신들에게 인피니티 마스터가 된 인간은 자신들과 동등한 능력을 지녔거나 그 이상의 특별한 존재가 됩니다.]

[인피니티 마스터만이 가진 능력이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진행률 …%]

[인피니티 마스터 특유 능력이 활성화를 완료했습니다.]

[지금부터 플레이어의 인피니티 마스터로서 성장을 시작합니다.]

[인피니티 마스터는 여타 클래스와 달리 경험치가 필요 없습니다. 오직 시간에 의해 성장이 이뤄집니다.]

[지금부터 24시간 뒤 플레이어의 레벨이 1 오를 예정입니다.]

마지막 알림을 들은 선우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뭔 소리지?”

선우의 눈앞에 빨간색 타이머 같은 창이 나타났다.

[23:59:58 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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