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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워프로 무한성장-201화 (201/202)

201화

프라하성 지하수가 흐르는, 지하 공간 입구. 숨 막힐 정도로 고요한 공기가 이곳을 가득 메우고 있다.

이교도의 거의 모든 병력들이 이곳에 모여 있었다. 그리고 왕실을 차원에게 빼앗기고 루오비 광석을 옮겨 이곳에 다다른 이교도 사제들은 분위기가 이상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째서, 대장님들이 입구의 경비를….

이교도 7대장 중 다섯 명이 직접 행차하여 이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광석을 검수해라.

바르티스의 말에 간부급 사제들이 이들이 가져온 루오비 광석을 검수하기 시작하였다. 사제가 광석 쪽으로 손을 뻗자 사제의 눈이 녹색으로 변하더니 성분을 조사하였다.

-문제없는 것 같습니다.

-대악마가 깨어나면 직접 게이트를 넓힐 수 있게 재단으로 옮겨라.

바르티스는 곧바로 계획을 실행할 준비를 하였다. 광석을 가져온 사제들은 루오비 광석을 재단으로 옮기러 가는데 표정엔 실망감이 곰팡이처럼 퍼져갔다. 자신들이 가져온 광석에 대해서 일말의 포상도 없어 지금까지 별 고생을 한 자신들의 모습이 하찮게 보였던 것이다.

애초에 이걸 옮겼다는 것만으로 승진을 꿈꿨던 자신들이 바보 같이 느껴졌다. 실제로 보이는 광경들은 당장이라도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였으니까.

-출셋길은 물 건너 갔구만.

사제의 말에 다른 사제들 또한 허망하게 고갤 끄덕이며 광석을 마저 옮기는데 통로를 막은 문 때문에 광석을 옮기기 쉽지 않다.

-먼저 가서 저기 문 좀 닫고 오게.

사제 말에 뒤에서 수레를 밀던 남자가 통로를 막은 철창문을 닫으려는데 그 안에는 풀린 족쇄들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하지만 방금 이곳에 와서 상황을 모르는 사제는 별 대수롭지 않게 문을 닫아버렸다. 그러자 복도에서 보초를 서고 있던 경비병이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성큼성큼 다가왔다.

-이봐, 거기서 뭘 하는 거지.

-전 그냥 문을 좀 닫으려고...

사제의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그 순간 철창 안을 본 경비의 표정이 사색이 되며 파랗게 질려버렸다.

-탈출이다! 놈들이 탈출했습니다!

경비의 말과 동시에 전체 경보가 울려 퍼졌고 입구에 있던 간부급 사제들이 빠르게 그곳으로 달려들었다. 그때,

우드득! 콰아아앙!

갑자기 지하수 천장이 무너져 내렸고 엄청난 모래바람과 함께 희미하게 보이는 커다란 형체가 점점 가까워졌다.

***

-저게 무엇이냐!

-그, 글쎄요.

간부들은 점점 가까워지는 형체에 대해 소리치지만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제대로 알 수 없었다.

-대장님을, 크억!

순식간이었다. 바르티스를 비롯한 7대장에게 보고하려고 하는 순간, 뚫린 천장에서 붉은 안광을 뿜는 강령술체가 떨어지더니 간부의 목에 올라타 단검으로 그의 심장을 으깨버렸다.

-습격이다!

모래바람이 걷히자 붉은빛들이 짐승들의 눈처럼 그들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고 있었다. 빛나는 빛의 정체는 바로 수많은 강령술체와 수많은 캐릭터들이었다. 그 중, 팔에 심판자의 검을 들고 어깨에 걸치고 있는 울프릭이 선두에 서 있었다.

-탈주자들을 잡아라!

간부는 돌아온 울프릭을 가리키며 소리치는데 이내 다리에 힘이 풀리더니 엉덩방아를 찧었다.

-저 중 누가 탈주자입니까......?

울프릭이 검을 바닥에 세차게 내리찍자 일동 모든 캐릭터들이 달려든 것이다. 각양각색의 무기를 들고 있던 그들은 맹렬한 기세로 달려들었다.

-일단 모조리 죽여! 저놈에겐 심판자의 검이 있으니 조심해!

간부의 말에 사제들 울프릭과 조금 거리를 두며 마법 공격을 하려는데 갑자기 그들 위로 푸른 번개가 강하게 내려찍으며 그들의 마법을 무력화시켰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다양한 캐릭터들은 사실 지구에서 온 헌터로 빙의돼 있는 상태였고, 그만큼 다양한 스킬들을 구사했기 때문에 사제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다양한 장비들을 두르고 있어 더욱 처리하기 힘들었다. 날아오는 수리검을 시작으로, 각종 화살들이 날아들었다. 전기 화살로 사제들을 기절시키는 건 물론, 불화살과 폭탄 화살 등 이 사제들을 더욱 궁지로 몰아가게 하였다.

-말도 안 된다... 대체 어떻게 이곳까지...

간부급 사제들은 갑작스러운 차원의 동료들 습격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입구에서 이곳 심장부까지는 꽤 거리가 됐고 그들은 이곳으로 오는 방법이 입구뿐이라 생각하고 그곳에 입구에만 온갖 함정을 파두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렇게 많은 인물들이 쏟아져 나올 줄은 생각도 못한 일이었다.

-대장님! 저놈들이 재단까지 엉망으로 만들어놨습니다!

이 기세를 몰아 중화연맹 헌터들은 원래 동료들이 갇혀있던 곳인 재단으로 가서 그들이 준비한 모든 것들을 철퇴와 쌍절곤들을 이용해 박살 내 버렸다. 재단은 불에 타버린 제처럼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이 자식들이......!

이 사실을 뒤늦게야 듣게 된 바르티스가 이를 갈며 나머지 대장들과 함께 재단이 있는 쪽으로 향하였다. 그때, 길 중앙에서 그들이 애타게 찾고 있던 사람과 만남을 가지게 되었다.

-이차원. 저놈인가.

-옆에 있는 건 하칸인가. 애완동물로 삼으면 되겠군. 로울로 저놈처럼 말이야.

아스로와 셀러만은 차원 옆에 있는 하칸을 보고는 조리되어가는 고기를 보듯 탐욕스럽게 바라보았다.

-죽여달라고 사정을 하는구나. 고작 그 정도 병력을 데리고 온 것을 보니.

현재 차원의 옆에는 각자 빙의를 한 박지원과 위텐신도 같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너무나 약해 빠졌기에 차례로 훑으며 비웃음을 내보이며 무시를 하였다.

-배짱은 있는 놈이야. 저딴 종이짝 같은 몸뚱이로 이곳까지 왔잖나.

-배짱이 아니라 멍청한 거지.

-빨리 끝내자고. 한시라도 빨리 저놈을 손에 넣고 싶으니까.

셀러만은 여전히 하칸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하였다. 그래,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나 보네. 하칸이 탐날 만하긴 하지. 허나 하칸을 담을 만한 그릇으로는 전혀 안 보이는데 말이지. 바르티스는 셀러만 말이 끝나기 무섭게 차원을 향해 돌진하였다.

바르티스는 양팔을 검으로 만들고 차원에게 곧바로 휘둘렀다. 차원은 심판자의 창을 꺼내 그의 검을 여유롭게 막아내었다. 두 힘의 균형은 쉽게 무너지지 않은 것으로 모자라 오히려 바르티스가 조금씩 밀리고 있었다. 하칸의 영력이 차원에게 흘러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지켜보던 7대장들은 바르티스를 한심하게 보며 동시에 뛰쳐나갔다.

-죽어라!

셀러만은 두 손을 겹치며 뜨거운 마그마를 퍼부었다. 그러나 순식간에 모든 걸 집어삼킬 거 같은 화염은 무언가에 막힌 듯 멈추더니 그대로 소멸되었다. 하칸이 화염을 모두 빨아들인 것이었다. 셀러만은 눈독을 들이고 있던 하칸이 앞을 막아서자 눈에 광채가 돌았다. 가까이서 보니 보석보다 더욱 아름답고 값비싼 아이템들보다 고풍스러웠다.

-내 밑으로 들어와라. 세상을 얻게 해주겠다.

그의 눈은 천사를 맞이하는 듯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하칸만 얻으면 천하가 발 밑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셀러만의 말을 들은 하칸은 말없이 몸을 푸른색으로 빛내며 자신의 몸을 더욱 뽐내는 듯하였다.

-아아, 아름다워.

그가 감탄을 하고 있을 때였다. 순식간에 용의 발톱이 끼워진 손에서 강력한 파동이 일더니 푸른 빛이 번쩍이면서 손톱 갈기 모양의 에너지가 날아갔다.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셀러만은 간신히 하칸의 공격을 피하며 알 수 없는 웃음소리를 내었다.

-그래, 이 정돈 돼야 길들일 맛이 나지.

하칸을 정복해서 길들일 생각에 벌써 신이 난 듯 셀러만은 굉장히 흡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하칸과 전투를 이어나갔다. 그 사이 위텐신은 아스로를, 박지원은 쿤시를 상대했다. 쿤시는 입을 크게 벌리는데 그의 입에서 엄청난 양의 독나방이 뿜어져 나오며 박지원을 향해 날아갔다.

박지원은 차원에게 받은 카릴 수호대장의 방패를 들어 나방의 공격을 막아내는데 나방이 닿았던 방패에서 연기가 스멀스멀 올라오더니 점차 방패가 녹아내리기 시작하였다. 이어 쿤시는 곧바로 칼을 빼어 들고 돌진하였다. 박지원 역시 너클을 끼고 대응하려는데, 어째선지 몸이 돌처럼 굳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몸이... 움직이지 않아...’

독에 맞지는 않았지만, 연기에 섞인 독을 흡입한 탓에 중독상태에 걸린 것이다. 박지원은 가지고 있던 힘을 모두 끌어서 몸을 겨우 움직일 수 있게 되었지만 이미 늦었다. 어느새 박지원 코앞에 온 쿤시는 거세게 허리를 돌리며 검을 휘둘렀다. 뒤늦게나마 너클을 낀 손으로 이를 막아보려 했지만, 칼은 그대로 박지원이 빙의해 있는 슈리의 손을 뚫어버렸다.

곧바로 나머지 한 손으로 박지원의 배를 가격하자 박지원은 피를 토하며 벽으로 튕겨져 나갔다. 위험한 건 박지원뿐만이 아니었다. 위텐신은 아스로를 상대했지만 박지원처럼 싸움을 길게 이어가지 못하였다. 위텐신 역시 양날검을 들고 공격을 하였지만, 아스로의 마법 결계를 뚫지 못하였다. 뒤이어 아스로가 거센 바람을 일으키자 곧바로 기둥으로 날아가 부수어버렸다.

‘힘을 쓸 가치도 없단 뜻인가.’

거기다 놀라운 건 7대장 모두가 자신들의 힘을 백프로 발휘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위텐신과 박지원을 가볍게 제압한 7대장들은 곧바로 차원에게 달려들었다. 차원은 디즌왕국의 사람 몸으로 자신에게 향하는 7대장들을 모두 상대할 수 없었다.

-차원님!

이를 본 하칸은 차원에게 자신의 힘을 나눠주려 할 때,

-한눈팔면 안 되지.

셀러만은 하칸이 잠시 차원에게 정신을 판 사이 더욱 강하게 공격을 해갔다. 다행히 재빠른 움직임으로 공격을 피하였지만, 하칸은 공격타이밍을 빼앗겨버렸다.

“젠장.”

차원은 하칸에게 영력 에너지를 받은 상태이긴 했지만, 한 명 처리하기도 버거운 힘이었다. 결국, 그도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공격을 가까스로 피할 뿐이었다. 바르티스의 검술을 피하면 쿤시의 독나방이 날아들었고, 그들을 창으로 다 찌르고 나면 아스로의 마법 공격이 이어졌다.

도저히 반격할 타이밍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다시 날아오는 독나방을 처리하다 바르티스의 기습에 방어 타이밍을 놓쳐 버리고 순식간에 양 검이 차원의 목을 가위처럼 겨누게 되었다.

-너 때문에 겪었던 고통들을 전부 전해 주마. 걱정 마. 아주 천천히 죽여줄 테니까.

거기에 남은 7대장들도 향하고 있었다. 차원은 할 수 없이 개화상태인 창의 마력을 사용하려 할 때, 갑자기 날아든 단검이 바르티스의 몸을 강타하였다. 갑작스런 공격에 바르티스는 몸의 균형을 잃으며 차원을 놓아버렸다.

-차원님!

열쇠를 사용해서 감옥을 탈출한 코웰과 데린, 울프릭이 이들 앞에 나타났다. 데린은 차원이 위기에 처한 것을 알고는 곧장 버프 마법과 동시에 [메테오] 스킬을 날렸다. 거대한 운석이 불로 뒤덮인 채 7대장들을 향해 강하게 내리찍었다.

-키만 주면 어쩌라는 거야. 물에서 싸울 수가 있어야지.

-차원님을 따르는 헌터라는 사람들한테 도움을 받았기 망정이지 하마터면 늦을 뻔했습니다.

탈출해놓고 외투막과 같은 수중에서 호흡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던 동료들은 중화연맹의 헌터와 대한민국의 헌터들에게서 그것을 받아서 나온 것이다.

-그럼 한 명씩 맡으면 되는 거지?

이제 다시 상황은 똑같아졌다. 차원이 고갤 끄덕이며 그들이 전투에 참여하자 균등한 인원이 다시 채워진 것이다. 그때, 다시 몸을 일으킨 바르티스는 오직 차원만 노린다는 생각인 건지 집요하게 차원을 공격하였다. 차원은 바르티스의 빠른 공격을 막느라 다시 정신이 없어졌다.

원래의 몸이 아닌지라 100퍼센트 발휘할 수 없던 차원은, 자신이 가진 힘을 이 몸에 대입시키려 하다 보니, 피로도가 급격히 쌓이며 몸이 둔해져만 갔다. 심판자의 창도 갈수록 무거워져 가볍게 쓸 수 없었다. 그 틈을 노린 듯 바르티스가 날렵하게 이차원의 옆구리를 찔러버렸다.

“크억!”

차원의 옆구리에서 터져버린 호스처럼 피가 새어 나와 바닥에 붉은 연못을 이루게 하였다.

-차원님!

-내가 한눈팔지 말랬지.

셀러만은 하칸이 한눈을 판 사이 마그마 공격을 이어나갔다. 결국 이번에도 하칸은 차원을 도우러 갈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다른 동료들도 이미 7대장과 전투를 시작한 탓에 그를 도울 수는 없었다. 그나마 코웰이 단검을 던지며 바르티스를 막았지만,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은 듯 멀쩡히 차원을 향해 나아갔다.

-귀찮게 빠져나가는 벌레 같으니라고...!

아주 끝낼 생각인 듯 팔을 높게 쳐들어 들었다.

-너의 사지를 잘라 마을 곳곳의 입구에다 매달아주마. 그럼 모두 우리한테 덤비지 못하겠지!

-그래봤자 소용없을걸.

최후의 발악이라도 하려는 건가? 차라리 손발이 닳도록 비는 게 나을 건데. 그래봤자 살려주지 않을 테지만. 바르티스가 양 검을 그대로 내려찍으려 할 때였다. 그의 뒤에서 엄청난 굉음과 함께 어디선가 돌 같은 것이 날아들었다. 바르티스는 그것을 검으로 쳐내며 뒤돌아보는데 그곳엔 프랭크와 흑화된 인어들이 함께 있었다.

프랭크가 총을 쏘며 에인 결정을 쏘아댄 것이다.

“라프텔......?”

차원은 또한 인어들의 붉은 안광을 보고 그곳에 라프텔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거기다 프랭크가 가져갔던 디원의 몸에는 엄청난 갑옷들이 입혀져 있었다. 각 왕국의 보구들로 채워져 디원의 몸을 더욱 강화시킨 거다.

그와 동시에, 이교도들이 열어 놓은 게이트에서, 세계 연합의 헌터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였다. 박지원이 미리 설명해뒀던 터라, 이들은 적군을 빠르게 식별하고 다짜고짜 공격을 퍼부어 대었다.

-뭐야!

-어떻게…! 병력은 이게 끝이라고 하지 않았나?

-분명 그랬는데 어째서...

이교도 대장들은 머리가 세게 휘둘러 맞은 듯 판단이 서지 않았다. 머릿수로만 해도 자신들의 전력이 월등히 적었던 것이다.

-부상자들을 치유해라!

게이트를 넘어온 헌터들도 보통이 아니다. 그들은 세계 최강 헌터들이었고 박지원을 포함한 부상자들부터 재빨리 치유했다. 그리고 차원도 각종 보구가 장착된 디원의 몸으로 이동하였다.

“이봐, 겨우 자그마한 우리들한테 겁먹은 거야?”

차원은 사색이 된 이교도 대장들을 향해 능청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오랜 세월 경험했던 노력의 보상들을 모조리 방출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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