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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워프로 무한성장-198화 (198/202)

198화

어둡고 긴 지하실의 거리. 그곳을 거쳐 가면 날개가 꺾인 것과 같이 좌절과 고통을 주는 존재들이 있다.

바르티스는 영롱한 색의 연락 구슬을 넣으며 아스로와 셀러만, 그리고 나머지 7대장 두 명에게 들은 바를 전하였다.

-루오비 광석은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한다. 이제 남은 건 지구에서 가져온 영력으로...

바르티스의 이야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아스로가 그의 이야기를 가로채었다.

-세뇌마법을 사용 중이다.

그런 시시껄렁한 이야기는 할 필요가 없다는 태도였다. 계획의 마무리가 바로 앞이기에 어서 마무리를 짓고 싶은 아스로였지만, 바르티스는 뒤가 찝찝했다.

-그놈들이 아직 눈치채지 못한 건가?

-눈치채긴커녕 알아서 계획을 술술 불고 있어.

남자지만 긴 검은 머리에 노란색의 뱀 눈을 가진 셀러만이 7 성군에 의해 들리는 상황을 전하였다. 바르티스는 확인해보기 위해 연락 구슬과는 다른 거대한 구슬을 바라보았다. 구슬이라기엔 다방면으로 각져 있던 구체에선, 아스로가 세뇌 마법을 건 7성군 기사들의 시선으로 차원과 그의 동료들이 비쳤다. 그리고 정말로 이차원은 자신의 전략에 대해 떠벌리고 있었다.

-힘들게 고문한 보람이 있군, 그래.

바르티스는 미소를 숨기지 않은 채 껄껄대었다. 7성군이 지닌 정신력이 엄청나 세뇌마법을 걸기엔 맞지 않았지만, 잦은 고문을 반복하여 정신력이 약해진 틈을 타 겨우 마법을 거는 것에 성공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그 대가로 엄청난 정보를 쉽게 넣을 수 있었다.

이제 모든 계획이 완벽해지고 있는데... 그런데 그때 구슬을 보고 있던 바르티스의 눈이 커졌다. 울프릭한테 빙의했던 차원이 곧장 코웰의 몸으로 빙의하는 모습이 보인 것이다.

-저런 식으로 대륙을 넘나들었던 거군......!

드디어 요정이라고 불리는 자가 어떻게 능력을 사용하게 되는지 확인되었다. 바르티스는 그 보습을 보며 이차원의 능력을 탐하듯 바라보고 있었다.

-엉뚱한 놈에게 내려진 선물 아닌가? 우리에게 저런 능력이 있었다면 진작 세상을 제패하고 남았을 텐데 아쉬워.

셀러만의 말투에 다른 7대장들도 이차원을 경멸하듯 째려보았다. 왜 하필 저런 능력이 허약하고 쓸모없는 놈한테로 향하게 될 걸까 하고.

-궁금하지 않나.

그때, 세뇌 마법을 걸고 있던 아스로가 핵심적인 한마디를 던진다.

-저놈들의 세계에서도 사람이 넘어온 건 확실해졌는데, 그건 불가능하지 않나.

-해구 게이트에 잠복 중이던 경비가 뚫린 건가?

-그랬다면 우리 쪽에 연락이 왔을 거다.

자신들도 이렇게 온갖 실패를 하고 있던 일인데 고작 저런 존재가 아무렇지 않게 성공을 하다니. 바르티스를 비롯한 이교도 대장들은 지구의 헌터들이 다크혼 게임을 통해 이곳 세상에 넘어왔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모두 의문에 빠졌다. 하기야, 이곳 존재들이 그런 사실을 어떻게 깨달을 것이냐.

이들은 이차원을 제외한 다른 인류들도 넘어올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비하기로 회의를 열었다.

-무슨 수로 이곳에 넘어온 건진 모르겠지만 그쪽 병력까지 합치면 전력이 상당히 세져. 방심해선 안 된다.

-지하수로 모든 병력을 집결시킨다는 걸 알았으니 그것만 잘 이용하면 돼.

-이곳으로 통하는 입구는 총 두 개다. 쿠마바 왕국과 이어지는 해류와 프라하성이 지하수를 공급하기 위해 뚫어둔 통로.

-쿠마바 왕국에는 남은 병력이 없으니 그곳으로 통하는 해류로는 더는 지원이 올 수 없을 거야. 이곳 프라하성으로 통하는 통로를 이용하겠지. 우리도 모든 병력을 그쪽으로 모은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그 애송이를 잡지 않은 게 걸려.

-그래봤자 애송이, 지 까짓 게 뭘 할 수 있겠나.

바르티스는 아스로가 풀어놓은 간부로부터 도망친 프랭크를 평범한 꼬맹이로 보는 모양이다. 그러니 저렇게 아스로에게 별일 아니라는 듯 대하고 있는 거겠지.

-계획을 정리하자고. 그놈들은 프라하성 지하 통로로 들어올 것이니 그곳만 막으면 된다는 거지?

셀러만이 옆으로 새는 주제를 한마디로 정리한 말에 모두가 수긍하였다.

-그놈만 잡으면 이 세상이 우리 손아귀에 들어오는 거야.

바르티스의 눈동자는 탐욕으로 가득 찬 빛을 내뿜으며 검은 말을 내뱉었다.

***

하늘은 푸른 빛깔의 드넓은 천장과 찬란한 빛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다크혼 세계에 들어온 중화연맹의 헌터들과 대한민국의 헌터들은 모두 하늘에 있는 하칸을 쫓으며 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그들이 도착한 곳은 프라하성의 공동묘지였다. 공동묘지가 도착지라는 사실에 다들 놀란 듯 보였지만, 그게 아니었다.

각자 캐릭터들은 같을지라도 시작되는 마을의 배경은 달랐다. 그래서 이곳에 한데 모인 캐릭터들 중에는 자신과 아예 똑같은 캐릭터를 보고 놀란 것이다.

-요정이 이렇게 많은 것이 가능한 건가.

게다가 그들 모두 하나 같이 요정이란 존재를 옆에 달고 있었다. 게임 속 캐릭터들 모두 이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데, 갑자기 하늘을 날던 하칸이 땅으로 내려오더니 누군가를 향해 달려갔다.

“저 남잔 누구지? 설마 이교도인 건가?”

헌터 하나가 공동묘지로 걸어오는 모험가를 가리키며 말하였다. 그 역시 머리에 로브를 두르고 있었지만, 이교도인의 검은 로브와는 달랐다. 그래도 혹시 모를 이교도의 세력이라는 생각에 잔뜩 긴장을 하였다.

-차원님!

허나 하칸은 이차원의 기운을 느낄 수 있어 디즌왕국 모험가로 빙의한 차원을 바로 알아채고 달려간 것이다. 때문에 그제서야 헌터들은 남자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차원은 공동묘지에 모인 헌터들과 캐릭터들을 둘러보았다. 영화관 2관 정도는 거뜬히 메꿀만한 인력이 모여 있다.

“길게 설명할 시간 없으니 호감도를 올릴 캐릭터 공략법에 대해서만 빠르게 설명드리겠습니다.”

차원은 거두절미하게 본건만 설명해주었다. 이들이 캐릭터에 빙의를 하기 위해선 당장 호감도를 올리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곧장 그것에 대한 공략법을 퍼트리기 시작하였다.

“꼭 호감도를 올려야 하는 겁니까?”

“캐릭터 빙의를 위해서는 호감도라는 걸 올리는 것이 필수입니다. 가장 쉽고 간단한 방법은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 겁니다.”

차원은 울프릭과 디원, 슈리 그리고 그 외 캐릭터들의 전사와 그에 따른 감정들을 알려주며 그들에게서 호감도를 끌어내게 해주었다. 하칸과 로울로 또한 차원에게 미리 언질을 받고 각각 캐릭터들에게 충성을 맹세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시작의 대륙에서 드래곤의 충성을 받는 자는 없었고, 드래곤을 소유하고 있는 자의 동료라는 말에 저절로 상대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다들 그렇게 게임 캐릭터들과 꼬박 하루도 채 되지 않아 빙의를 할 정도의 호감도를 쌓을 수 있었다. 일단 이 정도면 첫 단추는 순조롭게 끼워졌다. 이제 이 기세를 모아 나머지들도 잘 맞추면 된다,

“지금 이곳 지하수엔 이교도 놈들이 전원 집결해 있고 그곳으로 통하는 입구를 지나는 것 또한 쉽지 않을 겁니다.”

어느덧 그의 앞에는 각자 연결된 캐릭터들에게 [빙의]를 사용한 헌터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모두가 캐릭터의 몸을 신기하게 보며 차원의 말이 집중하였다.

“정면승부를 해서 이긴다 쳐도 우리 쪽의 병력 손실 또한 크기 때문에 우린 그들의 허를 찔러야 합니다.”

“그 허를 찌른다는 것이 이곳 공동묘지입니까?”

헌터의 질문에 차원은 묵묵히 고개를 까딱거렸다.

“예부터 이 땅에 모함가들이 죽으면 그 시체를 이곳 지하 깊숙한 곳에 묻어왔습니다.”

“공동묘지니 이곳에 시체를 묻는 건 당연한 거 아닙니까.”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해 주십쇼.”

갑자기 말을 돌리는 차원을 향해 헌터들은 모두 수긍이 되지 않아 하였다. 도대체 여기 공동묘지에 있는 시체들을 어디에 사용하려 하는 건지. 차원의 계획을 알 리 없던 이들은 술렁거리며 어수선한 분위기를 표출하였다.

“우린 이곳에 묻힌 시체를 모조리 파낼 겁니다. 그렇게 되면 이곳 지반이 약해질 것이고 우린 그 틈을 파고들어 공격할 겁니다.”

뜬금없이 여기 이는 시체들을 모조리 파내라니. 그들도 박지원처럼 고드름과 같이 반듯하게 얼어붙었다. 하지만 지구를 구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는 걸 깨달은 그들은 하나둘 그의 말을 따르기로 하였다.

“그리고 그전에 현실 세계로 가서 준비할 것들이 있습니다. 공격을 받아도 찢어지지 않을 내구성이 높은 잠수 아이템을 가지고 오십쇼. 대형 굴착기와 불도저와 같은 장비들도 함께 가지고 오면 더욱 좋겠구요.”

현재 이들의 힘과 실력으로는 7대장의 세력과 절대 붙을 수는 없다. 간단한 몬스터들이라면 잡을 수 있겠지만, 여기는 현실 게이트와는 전혀 다른 곳이다. 그렇기에 차원은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기로 한 것이다.

이후, 차원의 말에 모두가 현실 세계로 나갔고 빙의됐던 캐릭터들 모두 잠시 정신을 잃었다 깨어났다. 갑작스러운 상황인 탓에 몇몇 공격적인 성향을 띠며 차원에게 반항하려는 캐릭터도 있었지만, 하칸과 로울로가 등장하자 벼가 고개를 숙이듯 차원에게 복종하였다.

***

미국과 대한민국의 최정예 헌터들은 회의장으로 들이닥친 이교도 세력을 간신히 체포할 수 있었다. 회의장에 있는 최첨단 보안 기능의 도움이 컸다. 이교도인들은 도망가는 길마다 마주치는 장애물 때문에 적응을 못 하다 결국 잡히게 된 것이다.

“21세기가 넘어가는 시대에 고문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미국 헌터 한 명이 말하자 한국 헌터들은 그들을 곁눈질로 바라보았다. 기꺼이 잡은 이교도인들인데 미국인들에게 모두 빼앗길 거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리라.

“이들을 테러집단으로 규정하고 더욱 강도 높은 조사를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조사 결과 이들이 중화연맹 소속이란 것이 드러난다면 당장 전쟁을 벌여도 문제가 없습니다.”

“어째 그러시길 바라는 것 같습니다.”

한국 헌터의 뼈가 있는 말에 미국 헌터들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CCTV를 피해 움직였으니 조사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군요.”

“에너지 채취를 하는 방법이 가장 빠를 겁니다.”

헌터들에겐 일반인들에게 지문이 있듯이 사람마다 다른 에너지의 결이 있었다. 이에 따라 그들은 이교도 사제들의 에너지를 채취하여 검사하는데 이틀이 지나서야 그 조사결과를 받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지구상에서 그들의 에너지와 똑같은 힘이 흘러나오는 장소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오키나와 해구? 그쪽에 기지를 세울 수 있단 말인가?”

“당장 조사대를 파견해라.”

일생일대의 중요한 자료다. 미국 헌터가 자신의 부하에게 명령하려는 그때였다.

“실종된 중화연맹 소속의 헌터들과 대한민국 소속의 헌터들이 함께 나타났습니다! 현재 레이더에 포착된 걸로 봐선 다 같이 바다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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