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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워프로 무한성장-194화 (194/202)

194화

“7대장이 그렇게 강한 놈들입니까?”

하칸의 등에 올라타 성으로 향하는 박지원이 차원에게 물었다. 다크혼 세계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박지원은 웬만하면 승부를 피하지 않는 차원이 정면 승부를 피하는 모습을 보자 그들이 얼마나 강한 녀석들인지 궁금해진 것이다. 하기야 그리 뻔뻔스러울 정도로 막무가내인 이차원이 직접 나서지 않은 모습을 보면 불안하긴 하겠지.

“옆에 날고 있는 로울로가 7대장 중 하나였고 밑에서 쿵쾅거리면서 쫓아오는 코스쿤이 저놈 부하였어.”

차원은 박지원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해주었다. 핵심들로만 이루어진 말에 박지원은 곧장 7대장 수준을 실감할 수 있었다. 박지원이 이교도들과 전투를 하면서 로울로와 코스쿤과 같은 편이었던 이교도 사제들조차 그들을 만나면 벌벌 떠는 모습을 숱하게 봐왔고, 그들이 가진 위상과 힘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대로 직진해.”

어느덧 왕실 근처에 도착한 차원이 하칸에게 말하자 하칸은 속력을 내어 왕실 창문을 뚫고 들어갔다. 와장창하며 깨지는 유리 파편들이 소리를 머금은 채 바닥에 세차게 떨어졌다. 사제들은 왕좌에 앉아 있는 국왕을 포위하고 왕실 전체를 점령하고 있었다.

국왕은 이무런 힘도 사용하지 못하며 그저 사제들에게 사로잡혀 있었다. 그랬는데 갑자기 돌진한 하칸 때문에 그들의 시선은 지진이 난 듯 흔들거렸다. 사제들은 곧바로 몸을 은신시키며 하칸을 향해 공격하였다.

하지만 차원은 하칸의 등에서 내리며 그의 영력음 받아 [슈퍼노바] 스킬을 사용함으로써 모든 공격을 얼려버렸다. 그들의 흑마법이 바닥에 떨어지며 산산조각이 나자 모두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하였다.

-젠장. 지원요청을 할 테니 시간을 끌어라!

간부로 보이는 사제가 부하들에게 명령하며 연락구슬을 꺼내려 들었다. 어디로 연락하냐에 따라 근처에 있는 모든 이교도들이 몰려올 거고, 더 비관적으로 생각을 하게 되면 7대장에게도 이 사실이 흘러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연락하는 걸 막아야 되는데, 어째선지 갑자기 그의 몸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뒤따라 들어온 로울로가 자신을 잡으러 오는 걸 발견했기 때문이다.

연락구슬을 들고 있는 간부는 반대편으로 내달리려 하였다. 하지만 이미 차원에게 막혀있는 상태에 빠져 도망갈 수도 없었다.

“도망가려면 목숨을 걸어야 할 거다.”

이차원의 기에 눌린 탓인지 사제의 몸은 찌그러진 캔처럼 몸을 수그렸다. 뭐, 드래곤을 타고 들어오며 눈이 붉게 물들여있으면 기선제압을 당하기 쉽겠지. 지금 그의 모습만 보아도 남은 병력으로 이들을 이길 수 있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은 사제는 연락구슬을 살며시 집어넣었다.

“채굴한 루오비 광석의 위치를 말해라.”

-......모릅니다.

이차원은 그곳에 있는 모든 사제들이게 물어보았지만, 그들은 쉽사리 입을 열지 않았다. 차원은 곧바로 심판자의 창을 꺼내 연락구슬을 가진 사제를 인질로 잡았다.

“말하지 않겠다면 죽여서 기억을 읽을 수밖에.”

어차피 여기서 사실을 불든, 이대로 입을 닫고 있든 죽는다는 결과는 같았다. 차원의 말에 이곳을 관할하고 있는 이교도 사제 놈들 중, 간부의 눈빛이 심히 흔들리더니 상황을 판단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차원은 당장이라도 저놈들의 목을 베어내서 기억을 읽어낼 수 있었지만 섣부른 판단을 하지 않았다. 시간을 벌기 위해선 이들을 살려둘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린 왕실을 점령하라는 명을 받았을 뿐 광석과 관련된 건 전혀 모릅니다.

사제는 정말이라며 억울한 표정을 짓고 말하고 차원은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 모습이 자신이 거짓말이라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있다는 듯이 사제는 억울함을 뱉어내며 호소하였다.

-정말입니다. 어차피 죽으면 진실이 밝혀질 텐데 뭐하러 목숨을 건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그건 내가 판단할 문제고.”

잠시 후, 차원은 한숨을 내뱉으며 그를 올곧게 바라보았다. 사제는 드디어 자신을 믿어준 거 같은 차원의 반응에 한시름 놓은 듯하였다. 이걸로 목숨은 겨우 부지할 수... 그의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차원은 사제의 목을 베어버렸다. 그 모습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이교도인들은 그 자리에서 모두 굳어버리며 경악을 내질렀다.

“뭐해? 도망 안 가고?”

차원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덜덜 떨고 있던 이교도 사제 간부와 부하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미친 듯이 왕실을 뛰쳐나갔다.

“광석의 위치를 알면서 왜 모른 척하신 겁니까?”

“시간을 끌어야 하니까.”

박지원은 이해 가지 않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차원을 바라보았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그녀의 모습에 차원은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당장 광석이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으면 7대장들은 분명 의심을 하고 이곳으로 병력을 보낼 테니까.”

그렇게 된다면 전투도 힘들어지고 7대장과 전쟁을 벌이기도 전에 힘이 다 빠져버리겠지. 차원의 말에 박지원은 이제야 그의 생각을 읽어낼 수가 있었다.

“저들이 7대장들에게 광석을 운반하게 만드는 것이 차원님의 생각인 거군요.”

그런데 그때 차원과 박지원의 대화에서 차원이란 말을 들은 국왕이 의자에서 내려와 차원의 손을 잡고 감사를 표했다. 왕은 곧바로 차원을 알아보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요정님이 왔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사실이었군요. 매번 신세를 지는 것 같아 미안하오. 어째서 우리 왕국에만 계속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지...

국왕, 참담한 표정을 지으며 한탄을 계속하지만 차원에겐 당장 그의 푸념을 들어줄 시간이 없었다.

“현재 왕국 지하수에 7대장들이 와있는 걸로 아는데, 지하수로 향하는 통로가 몇 개지?”

“한 곳밖에 없습니다. 설마 거기로 갈 생각인 겁니까? 그곳은 7대장들이 돌아가며 지키고 있기 때문에 경비가 말도 안 되게 삼엄할 겁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국왕은 조금 걱정스럽게 말을 덧붙였다.

“왕실의 무기고 열쇠까지 가져갔으니 경비 시설을 이용해 제대로 된 보안 체계를 세워놨을 겁니다. 지금의 전력으로 지하수 통로를 뚫고 가는 건 무리라고 생각됩니다.”

국왕이 저렇게 걱정하며 말하는 이유를 알겠다. 저곳을 당당하게 쳐들어가면 말 그대로 개죽음을 당할 게 틀림없었다. 국왕의 말에 차원 또한 이해가 가지 않는 게 아니니 고갤 끄덕였다.

7대장들이 모여 있는 것에 더해 경비 시설까지 이용했다면 힘으로 그들을 뚫고 지하수로 가는 건 당장 지금의 병력으론 무리가 있었다. 불꽃놀이 폭죽을 가지고 전차와 싸워 이기려 하다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입구 말고 지하수로 통하는 길은 없으려나.’

지하수까지 땅을 파고 들어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귀신처럼 존재감 없이 들어갈 만한 능력도 없다. 그때, 차원의 머릿속을 스쳐 간 한 곳이 있었다.

‘공동묘지.’

프라하성은 시작의 대륙에서 사망한 모든 모험가들의 시체를 모으는 곳이 있었는데 차원은 그것을 이용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이 들어왔다.

‘쿠마바 왕국에서 최대한 빨리 이곳으로 와달라 해야겠어.’

차원은 자신의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울프릭과 리지, 차원의 다른 동료들에게 최대한 빠르게 이곳으로 와야 한다고 전해야 했다.

“난 울프릭 쪽으로 건너갈 테니까 넌 하칸이랑 저들의 뒤를 쫓아 감시해.”

차원의 말에 박지원은 하칸과 함께 왕실을 나섰다.

***

왕실에서 나온 사제들은 곧장 프라하 왕국에 있는 숲속으로 달려갔다.

-그나마 다행이건 저놈들이 아직 광석을 찾아내지 못했다는 거군.

-잠깐, 저게 뭐지?

지하로 향하던 사제 하나가 저 멀리 보이는 반짝이는 광석을 보고 멈춰 섰다. 낯설지 않은 빛인데... 저게 왜 덩그러니 놓여 있는 거지? 사제들이 동시에 광석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니 루오비 광석이 잔뜩 실려있는 동력차가 보였다. 하지만 역시나 이상하다. 그들의 임무에 있어서 중요한 물건인데 아무런 사람들도 보이지 않고 이런 곳에 떡하니 놓여있다니.

-운반팀은 어디로 간 거지?

-아까 그놈들한테 당한 거 아니야?

-설마. 그랬다면 저놈들이 왕실까지 와서 우리에게 광석 위치를 물을 리가 없지 않나.

사제들은 당장 경계심을 풀지 않고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차원 일행이 이미 시체를 모두 처리해놨기 때문에 어떤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다.

-운반팀도 없이 덩그러니 광석이 있는 건 조금 수상하지 않나? 마치 우리가 가져가길 원하는 것 같지 않나?

-어찌 된 영문인진 몰라도 광석을 손에 넣었으면 그걸로 된 거 아닌가?

아무리 보아도 함정 같긴 한데... 하지만 그 반대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오히려 이득이었다. 그의 말에 다른 사제가 맞장구를 치며 힘을 보태었다.

-그래. 이것만 대장님한테 가져가면 눈도장 제대로 찍는 거야. 왕실을 지키는 거랑 비교도 안 되는 출세길이 열리는 거라고.

제대로 걸려든 모양이다. 이들은 곧바로 루오비 광석이 쌓여있는 동력차에 다가갔고 별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자 더욱 관심을 보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박지원과 하칸이 공중에서 이 장면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이성이 있다면 경계를 하고 지나치지 않을까요?

“아니. 눈앞에 있는 광물을 포기할 순 없을 거야.”

이들은 모두 출세에 눈이 먼 자들이다. 그렇기에 눈앞에 놓여진 거대한 포상을 가만히 둘 리가 없지. 그리고 박지원의 예상대로 사제들 서로 시선을 교환하며 연락구슬을 꺼내 지하팀에 연락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저 간부를 차원이 살려둔 이유는, 간부들만 가지고 있는 연락구슬을 통해 루오비 광석이 옮겨지고 있음을 7대장이 있는 곳에 알려주기 위함이었는데, 차원의 예상대로 모든 것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운반 중이던 광석을 찾았습니다. 비록 왕실은 뺏겼지만 광석 운반은 자신 있습니다. 저희한테 맡겨 주십쇼.

박지원은 멀리서 이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였다. 연락을 하던 사제는 이내 허락을 받았는지 빠르게 동력차 운전석에 올라탔다. 나머지 사제들 또한 뒤따라 차에 올라타더니 차를 이동시켰다.

“내 말이 맞지? 인간은 그렇게 이성적인 동물이 아니거든.”

-그런 것 같습니다. 모두가 살 수 있는 평화의 길을 버리고 대악마를 깨우는 건 확실히 이성과는 거리가 머니까요.

하칸과 박지원은 그들이 마침내 동력차로 광물을 옮기는 것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몸을 이동시켰다. 이들은 좀 전에 프라하 왕국으로 오고 있는 현실 세계의 사람들이 왕실로 향할 수 있도록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전투를 개시한다는 나팔소리처럼 우렁차게 뛰어오르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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