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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워프로 무한성장-187화 (187/202)

187화

“아, 오셨어요?”

박지원이 시체를 가져온 지 얼마 안 있어서 차원 또한 동료들을 루칸다 왕국으로 보낸 후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너무나 깔끔한 상태의 시체였기에 이차원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흐르고 있는 피까지. 도저히 무덤에서 파온 시체로는 안보였다.

“이거, 정말 거기서 가져온 시체 맞아?”

“마침 좋아 보이는 상대가 있던데요?”

어떻게 얻어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기억을 읽어야지. 그나저나, 이 헌터들은 왜 이렇게 떨고 있는 거야? 차원은 시체로 향하더니 곧바로 [사자의 기억]을 사용하였다.

죽은 시체는 사람들의 신분증을 보거나 자신의 증명할 것들을 확인하며 사람들을 살피고 있었다. 주변 풍경을 보아하니 프라하성 부근은 맞았다.

‘이곳에 검문소가 있을 리가 없는데. 이교도들인가?’

그렇게 기억을 읽어가던 사이, 어떤 평범한 남자가 이들의 앞에 섰다. 그는 평범한 여행가로, 검은 로브를 쓰지도, 이교도의 행색도 하고 있지 않았다.

-프라하성에 가는 이유가 뭐냐?

-친척을 만나러 가는 겁니다.

-그런데 왜 신분증은 없지?

-얼마 전에 잃어버리는 바람에......

-너 혹시 인간이 아닌 거 아니야?

-네? 제가 인간이 아니면 대체 뭐겠습니다.

-친척의 이름과 주소를 대라.

-아, 저 그게......

-왜 대답하지 못하는 거냐? 지금 그 몸이 네 몸이 아니기 때문인 거 아니야?

-이 몸은 제 몸이 맞습니다. 대체 무슨 말씀을...

남자는 자신에게 무슨 말을 듣고 싶은 건지 당황해서 말을 더듬는데 검문소에 있던 남자가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닥쳐라. 울프릭이라는 자와 함께 다니는 요정을 알고 있지? 너도 그들과 한패인 건가?

-전 그런 사람 모, 모릅니다. 정말입니다.

역시나, 이 시체도 자신과 울프릭을 찾고 있던 이교도인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사람들을 검문하고 있었던 거군. 한편, 모른다는 남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남자의 지팡이에서 흑마법 에너지가 나오더니 자신의 앞에 있는 남자를 공역하였다. 평범하고 어리숙하게 보이던 남자였는데, 숨겨진 힘이 있는 듯 빠른 속도로 검을 꺼내더니 공격을 막았다.

-역시. 뭔가 숨기는 게 있는 놈이군. 이자를 포박해라!

남자의 말과 동시에 검문소에 있던 남자들이 한꺼번에 그를 공격했고 결국 남자는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는 목숨을 잃어갔다. 그 이후, 그를 죽인 검문소 남자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검의 문양을 보니 또 디즌 왕국 사람입니다.

-앞으로도 요정과 관련된 것처럼 보이는 자가 있다면 생포해서 우리 편으로 만들 거나 그렇지 못하면 죽여라.

-그냥 죽여 버리면 안 됩니까? 그편이 저희도 편한데.

-울프릭과 그 요정이란 녀석이 어떻게 강해졌는지 알아내기 위해선 저들의 증언이 필요하니 웬만하면 죽이지 말고 잘 구슬리라는 윗선의 명령이다.

그렇게 대화가 끝나더니 어디론가 이동을 하다 무덤의 앞에 있는 슈리를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으로 기억은 끝이 났다. 이차원은 박지원이 슈리에 빙의했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고, 어떻게 가져왔는지, 헌터들은 왜 저렇게 공포에 떨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아무튼 정말 대단한 여자다.

‘밖에서 검문을 하는 자들은 이교도였군.’

어쨌든 박지원 덕분에 현재 이곳이 대충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이교도는 차원과 울프릭이 그간 보였던 행보를 역추적해, 이들을 붙잡아 자신들의 계획을 망치지 않도록 수배를 하고 있었다. 또한 그들과 비슷한 종류의 모험가가 나오면 죽이거나 자신의 세력으로 포섭하기 위해 병력을 성 근방에 병력을 배치해둔 것이다.

‘결국 저 검문소를 통과해야 된다는 건데 확신이 안 서.’

차원은 스킬을 해제하고 고민에 빠졌다. 박지원은 어느덧 다시 디크혼으로 들어가 슈리로 빙의해 있었다. 그의 명령은 게임 속에서도 들렸고, 슈리가 깨어나면 어떻게 될지 몰랐기 때문이다.

박지원이 게임 속에서 대기를 하고 있는 사이, 이차원은 이 게임 세계 대한 지식이 없는 그녀이기에 검문소가 걱정이 된 것이다. 만약 이 상태로 검문소로 향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기억 속 남자와 같은 꼴을 당할 게 뻔했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통과할 수도 없었다. 지금의 이차원이라면 되었을 테지만.

‘방법이 없으려나.’

저곳을 통과해야 루오비 광석을 얻을 수가 있는데, 도저히 현재의 상황으로서는 안으로 들어가기는커녕 의심만 받을 꼬투리들이 넘쳐났다. 이렇게 포기해야 하나 싶을 때였다. 이차원은 무심결에 박지원의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그때, 휴대폰 속으로 차원에게 익숙한 왕국 사람들 일행이 지나가더니 그들의 얼굴을 본 이차원의 표정이 어두운 전구에 불이 들어오듯 환하게 밝혀졌다.

“박지원!”

차원은 황급하게 박지원을 불렀다.

***

슈리에게 빙의한 박지원은 차원의 목소리에 집중하였다. 그의 목소리가 어찌나 다급했던지 무슨 큰일이 일어났나, 싶었다.

“저 앞에 로브를 쓴 자들을 쫓아가.”

“로브를 쓴 사람이 한 둘이어야죠.”

지금 박지원의 앞에는 로브를 쓴 자들이 수두룩하였다. 마치 제단 가게 앞을 지나가듯 형형색색의 천들이 나풀거렸다.

“보석이 박힌 로브. 돈 좀 있어 보이는 놈들.”

“저들이 누군데요?”

“디즌 왕국 사람들이야. 가서 이름을 알아 와. 친절한 사람들이니까 자연스럽게 말을 걸면 술술 불 거야.”

“근데 이름은 갑자기 왜요?”

“내가 빙의할 거야. 직접.”

디즌 왕국 사람들은 다름 아닌 예전 차원이 영향을 끼쳐 그에게 호감도를 상당수가 가지고 있던 주민이었다. 그렇기에 이차원은 박지원의 핸드폰을 통해 들어가 그들에게 빙의를 하려는 것이다.

박지원은 이런 사실을 몰랐지만, 순순히 지시를 받고 따르기만 하였다. 곧장 디즌 왕국 사람들에게 다가간 박지원은 최대한 부드럽고 밝은 모습으로 그들에게 말을 건네었다.

“안녕하세요? 로브가 참 예쁘네요.”

그녀가 길을 막자 걸음을 멈추었다. 하지만 디즌 왕국 사람들은 슈리의 모습을 보고 자신들에게 물건을 팔러 온 아이라 생각하였는지 잔뜩 의심하는 눈초리로 그녀를 바라보고는 무시하였다. 그들이 그렇게 가버리자 박지원도 다시 재빨리 쫓아갔다.

“프라하성엔 무슨 일로 가세요?”

그녀는 이번에도 상냥한 어조로 그들에게 말을 걸었지만, 어째서인지 디즌 왕국 사람들은 그녀를 계속 이상하게만 바라보고며 잠시 멈춰서더니 다시 길을 걸어갔다. 지금 자신을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고 있는 건가?

결국 박지원은 이들에게 먼저 자기 자신을 설명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그들에게 다시 다가가 붙임성 좋은 말을 건네었다.

“아 참, 제 이름은 슈리라고 해요. 당신들은요?”

그러나 이번에도 그들은 박지원에게 대답하지 않고 가버렸다. 그나저나, 이차원은 언제 준비가 완료되는 건지 감감무소식이다. 원래 지금쯤 빙의에 성공해서 들어와야 할 텐데.

“차원님,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건 확실합니다. 제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름을 알아내겠습니다.”

박지원은 계속해서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가버리는 디즌 왕국 사람들에게 오기가 단단히 오른 듯 독을 품은 표정이었다. 그녀도 일을 맡으면 끝장을 봐야 속이 풀리는 성격이기에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도 무슨 승부욕이라도 생긴 듯 박지원이 계속 말을 걸어도 묵묵히 길을 걸어갈 뿐이었다.

그 와중에 차원은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계속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일이 잘 안풀리는 듯 머리를 감싸 쥐더니 얼굴이 종이를 구기듯 찌푸려졌다.

[ 울프릭으로 빙의하시겠습니까? ]

[ 코웰로 빙의하시겠습니까? ]

[ 프랭크로 빙의하시겠습니까? ]

[ 엘브린으로 빙의하시겠습니까? ]

[ 아일니으로 빙의하시겠습니까? ]

그가 보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빙의 가능 인물 목록표였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호감도를 주고 있는지 신경도 쓰지 않았기에 정리는 전혀 되어있지 않았다. 게다가 처음 보는 이름들도 판을 쳐대었다. 이런 기능을 만들었으면 얼굴 사진도 같이 첨부 좀 해줄 것이지!

‘노가다는 딱 질색인데.’

아무리 둘러보아도 저 디즌 왕국의 사람들 이름은 떠오르지가 않았다. 차라리 거물들이면 모를까. 결국 이차원은 일일이 빙의를 하여 찾아내려는 방법을 택해야만 했다. 그가 빙의를 해 나가자, 이차원과 원래 빙의가 되어있던 디원의 몸이 계속해서 의식을 잃으며 쓰러져 갔다.

그들이 있는 차는 막으로 코팅된 상태로 바닷속을 달려 루칸다 왕국으로 향하는 중이었는데 동료들은 모두 자꾸 쓰러지는 디원을 걱정하고 있었다.

-너무 자주 쓰러지시는 거 같은데. 데린, 정말 아무 문제 없는 거 확실해?

-그렇다니까. 아마 다른 곳에 계속 빙의를 걸고 있는 거 같아.

데린은 이차원의 기운이 얼마나 강한 자인지 알기에 확실을 하며 그들을 안심시켰다. 한편 계속되는 디즌 왕국 사람 찾기에 서서히 힘이 빠질 때쯤, 드디어 디즌 왕국에 입성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차원이 빙의한 남자는 아주 평범한 사내였는데, 뒷마당에서 칼을 던지며 과녁을 맞히고 있는 듯했다.

-밥 먹으러 와. 아버진 다음 주에나 돌아오신다고 한다.

이 사내아이의 엄마로 보이는 여성이 그에게 말을 건네었다. 그런데 차원은 여자의 말에 의아심을 느꼈다.

‘아버지가 다음 주에 돌아오신다고?’

그렇다는 말은 즉, 지금은 어딘가 외부로 나가 있다는 말이란 건데. 하지만 왕국의 특성상 이곳은 평화의 왕국이기 때문에 밖으로는 떠나는 일이 없다. 무슨 일이 있기에 왕국을 떠나게 된 거지?

“어딜 가셨는데요?”

-얘는. 데려가 달라고 떼쓸 땐 언제고 모른 척이야. 설마 안 데려가 줘서 삐진 거야?

그녀의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마치 진짜 어머니의 잔소리를 듣는 듯 귀가 따가웠다. 그때, 마침 문이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패스티 녀석 늦잠 잔 건가? 설마 오늘 낚시가기로 한 걸 잊은 건 아니겠지?

-그이 지금 집에 없어요. 울프릭님 무술을 배우겠다고 떠나서 다음 주에나 돌아올걸요? 지금쯤이면 프라하성엔 도착했겠네요.

-결국 갔구만. 나도 따라갈 걸 그랬나. 이번에 꽤 많이 갔다지?

그들의 얘기를 엿듣던 차원은 그제서야 디즌 왕국 사람들이 박지원에게 이름을 알려주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모두 울프릭의 무술을 배우러 떠난 것이다. 또한 차원은 그들 무리 중 한 사람의 이름까지 알게 된 것이다.

‘빙의 목록에 패스티란 남자가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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