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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워프로 무한성장-184화 (184/202)

184화

흑색의 게이트는 무슨 일이 있냐는 듯 아무런 변화 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로울로가 들어가지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 저곳의 에너지에 무슨 힘이라도 있는 것일까? 잠깐만... 에너지?

‘그래, 어쩌면.’

차원은 곧바로 무언가가 떠오른 듯 뒤를 돌아보았다. 뒤에선 일행들이 그를 멀뚱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너. 네가 들어가 봐.”

저 녀석이라면 충분히 들어갈 수 있을 거야. 그는 망설임 없이 곧바로 누군가를 손가락으로 지목하였다. 그가 지목한 사람은 뜻밖에도 어린 인어였다. 그는 자신을 가리키는 차원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보고 저 게이트에 들어가라는 거야.

랜더는 어린 인어에게 이차원의 말을 전달하였다. 그러자 꼬마 인어의 표정이 급격하게 공포로 떨었다. 저곳을 넘어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데다가, 좀 전에도 거대한 몸짓의 드래곤도 튕겨져 나갈 위력을 가지고 있는데. 아마 자신이 저곳에 다가가면 몸이 산산조각 날 거 같았다.

-들어가는 것에 겁을 먹은 모양인데요?

“아니, 우리 중에 저길 갈 수 있는 건 이 녀석밖에 없어.”

그렇게 확신하는 이유가 있는 건지, 이차원은 또렷하게 올곧은 시선을 어린 인어를 향해 보내었다. 이차원의 소나무와 같은 뚝심에 의해 결국 어린 인어는 게이트로 향하였다. 조심스레 케이트로 팔을 뻗어 보는데, 놀랍게도 그의 팔은 그대로 게이트의 안으로 들어가졌다. 뒤이어 어린 인어는 몸을 게이트로 밀어 넣자 로울로와 다르게 안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어째서 쟤만 통과할 수 있는 거지?

울프릭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에너지 때문이야. 게이트 에너지가 미약하기 때문에 로울로는 통과하지 못한 거였어.”

그랬던 거다. 게이트의 에너지는 한계가 있었다. 그렇기에 정해진 에너지보다 강한 존재가 들어오게 되면 그것을 버텨내지 못하고 밖으로 밀어내버린 거다. 그래서 이차원의 영력과 힘을 얻은 로울로는 들어갈 수 없던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린 인어가 밖으로 모습을 내밀었다. 그는 자신의 짧은 팔을 크게 휘두르며 흥분에 사로잡힌 듯 말을 내뱉고 있었다.

-여덟 개의 게이트를 봤다는데요?

“어떻게 생겼는지 세세하게 말해보라 해.”

게이트 안에 똑같은 게이트가 여덟 개나 있다니. 게임 챕터를 고를 수 있는 것처럼 만들어져 있는 건가? 렌더는 이차원의 말을 곧장 전하자 꼬마 인어는 바닥에다가 여덟 개의 게이트 형상을 그려내었다. 어린 인어의 주변으로 빙글 돌며 감싸고 있는 듯한 게이트들의 모습이 보였다. 또한 게이트들의 생김새는 현실 세계에 있는 오키나와 해구에 있는 게이트들과 똑같았다.

‘역시 지구와 연결되는 게이트였나.’

게이트의 생김새만으로 판단하려 했던 이차원은 생각을 접었다. 하칸이 말한 것처럼 자신의 세계뿐만 아니라 미지의 세계도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마음에 걸린 것이다. 차원은 어린 인어에게 다시 게이트로 들어가, 아무거나 잡히는 것을 들고 오라 시켰다. 그곳에 있는 생물을 보게 되면 알 수 있겠지.

어린 인어는 렌더에게 지시를 받자 고개를 절레 저으며 거부의 의사를 표현하였다. 이미 한 번 들어갔기에 무서울 건 없을 텐데 왜 그러는 거지.

-어두워서 앞이 안 보인다고 합니다.

“부탁하는 거 아니야.”

렌더의 말을 통해 들은 이차원의 강압적인 지시에 어린 인어의 얼굴이 사색으로 변하며 다시 게이트로 들어섰다. 혹시나 이상한 괴생명체가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어 게이트 쪽에 귀 기울였지만, 어떠한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 후, 돌아온 인어 꼬마 손에는 차원의 동료들이 보기에 기괴한 생명체가 들려있었다.

-윽, 징그러.

-이 기괴한 생명체는 뭡니까?

뼈가 없는지 다리를 이리저리 비틀면서 기다란 뇌를 가진 듯 드넓은 머리를 가진 괴생명체. 설명을 들으면 기괴함 그 자체인데 이차원은 기쁜 듯이 반기는 표정이었다.

“대왕오징어.”

됐다. 이로써 확실해졌다. 회색빛 게이트는 진짜 지구와 연결되어 있는 통로라는 사실을.

‘다크혼 게임에 접속하는 것만이 아닌, 게이트를 통해서 지구와 드나들 수 있다니.’

이를 발견한 차원은 당장에라도 차에서 나가 직접 게이트를 탐구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신세계를 발견한 사람처럼 이곳을 자신의 것으로 세우고 싶은 거다. 더군다나 에너지, 마력, 영력, 결정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울프릭과 리지 남매는 자신들이 느끼는 에너지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확실히 에인 결정 에너지는 아니야.

-그렇다고 완전 처음 느껴보는 에너지도 아닌데 대체 뭘까.

-낯이 익은 에너지이긴 한데......

물론 게이트라는 것이 이 세상에서는 처음 느껴보는 것이기에 낯설 수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낯선 기운도 아니었다. 이에 울프릭도 관심이 생긴 듯 흥미를 세워내었다.

-요정, 내려서 게이트 주변을 탐색해보고 싶은데.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어.”

차원은 동료들과 함께 잠수정에 타서 차 밖으로 나가서 게이트 주변을 탐색하기로 정하였다. 그들이 조사를 시작하며 둘러보던 사이, 울프릭은 게이트 주변에서 섬광탄처럼 빛나는 붉은빛 광물을 발견하였다.

-여기서 나오는 에너지와 게이트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똑같아.

“이걸 이용해 게이트를 개방시켰던 거군.”

-그리고 희미하지만 바르티스. 그놈의 힘이 여기 아직 묻어있어.

아무래도 이 광물이 게이트를 열기 위한 중요한 열쇠의 역할을 한 모양이다. 광물을 자세히 보니 그곳엔 바르티스가 게이트를 열기 위해 시도한 흔적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근데 대체 이건 뭘까요? 무슨 보석 같기도 하고.

“루오비라는 광물이야.”

루오비라는 광물은 울프릭과 차원이 이전에, 처음 만났을 때 가장 먼저 갔었던 프라하 성의 특산품이었기 때문에 이들은 이것을 알고 있었다.

-이게 프라하성의 특산물 루오비구나.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네.

평소 값비싼 물건이나 광물에 관심이 많은 데린도 이목을 집중시켰다. 프라하 성 북쪽에 위치한 세피리티 숲에는 오색찬란한 광석의 원재료가 되는 광물들이 대량으로 매장돼 있었는데 루오비도 그중 하나인 거다.

-오비의 에너지로 게이트를 만든 거라면 아마 요정, 너의 세계에 있는 게이트 또한 같은 에너지로 만들어졌을 확률이 높아. 그리고 만약 그런 거라면......

해맑게 피어나는 꽃잎처럼 리지의 표정은 희망을 머금고 있었다.

-하칸을 희생하지 않아도 게이트를 없앨 수 있어.

“그게 가능해?”

-대신 엄청난 양의 루오비가 필요하겠지만.

이 루오비라는 광물만 있다면 하칸은 물론, 이들의 희생도 필요없다는 말이 그의 심장을 어루만졌다.

“에너지는 더 큰 에너지로 밀어낼 수 있으니까 만약 루오비의 에너지를 압축해서 지금 게이트보다 더 큰 에너지를 만들 수만 있다면 게이트를 없애는 게 가능하단 소리군.”

차원은 리지의 말뜻을 곧바로 이해하였지만, 순간 무언가를 깨달은 듯 그의 얼굴에는 급격히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리지가 못미더운 것은 아니었다. 에너지를 수없이 다뤄온 리지였기에 그 말은 신빙성이 있었지만, 정 걱정되는 일은 다른 곳에 있었다.

‘프라하성은 시작 마을이나 다름없어.’

그의 모험이 시작된 곳. 만약 루오비를 구하려면 자신이 여태까지 온 길을 다시 돌아가야 하는데, 그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애초에 여기는 바다와 같은 강을 건너온 다른 대륙이다. 하칸에게 부탁하거나, 차원이 직접 로울로를 타고 간다고 해도 절대적으로 소요되는 시간은 그도 어떻게 하지 못한다.

‘젠장. 동기화된 NPC만 있었다면.’

그는 안타까움에 몸을 떨었다. 동기화가 되어있다면 그 마을로 접속, 빙의한 다음 곧장 광물을 구해왔겠지만, 그때의 이차원으로선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시작의 대륙…. 시작의 마을….’

주변을 맴돌며 곰곰이 생각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하는 건가...

‘성공만 한다면 엄청나겠는데.’

드디어 어떤 방법이 떠올랐는지 발걸음을 멈추며 눈을 떴다.

***

현실로 넘어온 차원의 앞에 그를 구하러 온 대한민국 소속 헌터들이 몰려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차원에게 더는 함부로 다가갈 수도 없는 듯 말조차 걸어오지 않았다. 이미 그의 위상은 하늘을 치솟은 데다가, 드래곤을 다스린다는 것까지 알려졌기에 그들로서는 범접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게이트를 막고 평화를 되찾을 생각인데 여러분들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게이트를 막다니? 말 그대로 게이트 생성 자체를 막는단 소립니까?”

“그렇습니다.”

헌터들이 술렁거렸다. 신이나 다름없던 그가 이젠 세상을 구하겠다고 나서고 있으니 그의 모습에서 찬란한 빛이 나고 있듯 보인 것이다. 그리고 차원과 함께 영웅이 되고 싶단 마음 때문인지 헌터들은 곧장 차원의 손을 들어주며 힘을 보태주었다.

“모두 휴대폰을 꺼내서 이 앞에 서주세요.”

갑자기 핸드폰을 건네 달라니, 번호라도 교환하자는 건가? 물론 아니었다. 차원은 자신처럼 헌터들 중 누군가를 각성시킨다면 시작 마을로 가서 루비오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차원의 말이 많이 뜬금없기 했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군말 없이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그 사이 박지원은 이차원의 휴대폰에서 모바일 전용 다크혼 게임 리소스를 꺼내어 노트북에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차원도 따로 제의를 해서 모바일화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이렇게 직접 설치하는 것밖에 답이 없었다.

“한 분씩 휴대폰을 넘겨주세요.”

박지원의 말에 헌터들이 휴대폰을 손에 쥐고 일렬로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그나저나, 이게 진짜 실현되는 일인가. 차례로 다크혼 모바일 게임을 다운 받고 차원을 이를 애타며 지켜보았다.

‘이게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되어야 해. 되기만 한다면 이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은 없으니까.’

차원은 이미 수백여 명의 각성자들이 다크혼을 거쳤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운이 좋으면 이들 중 각성자가 생길 수 있다는 걸 이용할 생각이다.

물론, 이 자리에서 되리란 확신이 없지만… 다들 열심히 캐릭터 설정을 하고 게임에 접속했다. 하지만 게임이 실행이 되어도 아무런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야속한 시간만이 흐를 뿐이었다.

‘후. 역시 의도적으론 각성이 불가능한 건가.’

역시 불가능한 꿈이었다. 그는 서둘러 다른 방법을 찾기로 할 때, 누군가 손을 들었다. 그 모습에 한 번 놀라고, 각성자의 실체를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네가 각성자라고?”

손을 든 자가 바로 박지원이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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