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워프로 무한성장-157화 (157/202)

157화

갑작스럽게 등장한 이차원은 울프릭에게 다가갔다.

-역시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아, 써펜터 각막은 구해다 주지 못해 미안하다. 이쪽도 일이 생겨서 말이야. 코웰과 데린은? 설마 나 때문에 다친 건 아니겠지?

울프릭은 이차원 등장에 평소답지 않게 흥분하여 말을 하였다. 그도 그럴게 자신 때문에 일이 망쳐지면 어쩌지, 라는 생각을 하였던 것이다. 그만큼 여러 가지로 차원과 동료들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는 것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뜩이나 자신이 써펜터 각막을 구해주지 못해 불안해하고 있었는데 로울로와 바르티스까지 리간 왕국으로 간다고 하니 그 불안이 몇 배로 더 불어난 것이었다. 울프릭이 이런 생각들로 안절부절못해 있는 모습이었는데, 이차원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차분하게 응해주었다.

“코웰과 데린은 괜찮아. 중간에 이교도 세력이랑 전투가 있긴 했지만 잘 처리했고.”

이차원은 당장 불안에 떨어하는 울프릭을 진정시키기로 하였다.

-늦은 건 미안하다. 왕국 주변에서 이교도 악취를 맡았는데 생각보다 추적 시간이 길어졌거든. 아, 여긴 추적과정에서 만난 7성군 기사들이야.

울프릭은 그제서야 진정이 되었는지, 본래의 모습을 되찾고 자신의 옆에 있는 기사 5명을 차원에게 소개하였다. 그들은 모두 각잡은 모습으로 이차원에게 인사를 치렀다.

-소문으로 듣던 요정님이군요.

그들은 모두 이차원을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어째선지 차원은 그들에게 그저 살짝 고개만 까딱하고는 차갑게 돌아섰다.

“로울로와 바르티스는 리간 왕국으로 향했고 후발대가 이쪽으로 온단 사실을 들었지?”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리간 왕국으로 넘어가려 했어.

-글쎄, 가면 안 된다니까!

아까부터 속이 들끓어 오르던 라프텔은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은 채 소릴 질러대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유일하게 소통이 가능한 차원에게 말하였다.

-후발대라고 무시하면 안 돼. 당장은 7대장급이 아니지만 미래 7대장이 될 정도로 강한 자식이라고. 무조건 이번 기회로 싹을 잘 놔야 해.

이차원은 자신에게 호소하는 듯한 라프텔의 말을 유심히 들어주었다. 차원 또한 라프텔과 같은 생각으로 울프릭을 찾아온 것이기 때문에 다행스럽게 소통이 원활히 잘 되어갔다. 그와 비례하게 밧줄로 꽁꽁 묶어놓은 듯이 막혀있던 라프텔의 속도 시원스럽게 풀려나갔다.

“울프릭, 넌 여기 남아서 후발대를 처리해라.”

그는 곧바로 울프릭에게 지시를 내렸다.

-뭐? 하지만 로울로가 그쪽으로 간다고 하지 않았어?

“하칸을 불러 병력을 충원할 거야. 그러니까 넌 이곳에 남아 코웰의 기사들과 후발대를 처리해. 라프텔 말처럼 더 크기 전에 미리 처리할 필요가 있어.”

-옳지! 말 잘한다!

라프텔은 자신에게 사이다를 뿌려주는 이차원의 모습에 신나 하며 맞장구를 계속 쳐주었다.

“그리고 너까지 리간 왕국으로 오면 후발대 또한 리간 왕국으로 향할 거야. 결국 전력 차이는 같아지는 거고. 그런데 타파이트와 아크족 덫을 만든 우리 입장에선 굳이 전투장을 바꿔가면서까지 힘든 싸움을 할 필욘 없잖아?”

이차원의 설득력 있고 뼈대가 있는 언행으로 인해 울프릭도 결국엔 이차원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네 뜻은 알겠다. 후발대는 내가 처리할게.

“그리고 리간 왕국에도 여기처럼 덫을 만들 거야.”

이곳에 덫을 만든다니?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 사이 이차원은 인벤토리 창에 타파이트를 집어 넣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타파이트를 이곳에 있는 인원들이 직접 옮길 필요 없이 차원의 인벤토리에 넣고는 그가 다시 디원의 몸에 접속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다 해도 아크족이 없는데?

라프텔은 이 사실이 걱정되었으나 차원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이 웃어 보였다.

“더 좋은 장치가 있으니까.”

그가 말하는 장치란 도대체 무엇일까. 지금으로선 알 수가 없었다.

-저희가 도울 건 없겠습니까?

그의 말에 뒤따르듯이 차원에게서 싸늘한 냉대를 받았던 7성군이 먼저 물어보았다.

“도움? 당신들은 우릴 이교도로 본 것 아니었나?”

-예? 이교도라니요.

“콜로세움에서 그 난리가 있었는데 도와주는 자가 한 명 없더군. 그것이 우릴 이교도로 봤단 것 말고 다른 의미가 있나?”

그가 이들을 차갑게 상대했던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7성군은 서로 눈치를 보며 상황을 어떻게 정리를 할까 고민을 하더니 결국 먼저 사과를 하였다.

-죄송합니다. 신분을 철저하게 숨기고 움직이는 것이 방침이라... 사실 이렇게 먼저 신분을 드러낸 것도 처음입니다.

-그만큼 이교도의 힘이 강해졌단 방증이기도 하죠.

-리간 왕국엔 저희가 곧장 연락을 취해 차원님 일행과 협조하도록 하겠습니다.

각자가 한마디씩 이차원에게 말을 늘여놓았다. 덕분에 이차원도 금세 풀린 모양이었다.

“좋습니다. 장치를 다 만들려면 우리 인력만으론 부족하니까요.”

그렇게 7성군과 손을 잡으며 그들과 함께 타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라프텔은 마치 이 모습이 은행나무에서 은행이 아닌 금이 떨어지는 모습처럼 있을 수 없는 일로 느끼고 있었다. 7성군 소속 기사가 저렇게나 쉽게 사과를 하는 모습이 신기했기 때문이었다.

‘죽어서 별구경을 다하네. 아무튼 대단한 녀석이라니까.’

***

차원은 곧장 리간 왕국에 있는 코웰로 접속하여 인벤토리에 담아온 타파이트를 전달해주었다.

-깔면 되는 거죠?

그리고 코웰은 타파이트를 보자마자 차원의 계획을 순식간에 파악을 하였고, 곧장 타파이트를 도로에 까는 작업에 들어갔다. 데린과 코웰은 애초에 이런 일을 해보지 않은 신분을 기지고 있었지만 묵묵히 일을 해내어 갔다. 그만큼 이번의 전투를 통해 이교도가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야. 타파이트는 또 언제 이렇게 구해왔대.

-요정님 없었으면 우린 진작 그 이교도 손에 개죽음 당했을 거다.

-확실히 로울로 직속 부하라 그런가 세긴 세더라. 요정 검을 단번에 부러트리고 말이야.

데린은 이차원의 검이 부러지는 장면이 많이 충격적이었는지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나 보다. 하기야, 누가 예상이나 했던 상황이겠냐마는.

-나도 이러다 죽는 거 아닌가 싶었다니까.

-지금 생각해보니 말이야, 일부러 시간 끈 거 아닌가 싶어.

-시간을 끌다니?

-아니, 일부러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걸 강령술 쓸려고 시간 끈 거 아니냔 거지.

듣고 보니 그런 걸지도? 하지만 요정님이니까 다른 생각이 있었겠지. 코웰은 구렁이가 담장 넘어가듯 자연스레 넘겼다.

-하긴. 난 바이킨한테 강령술을 건 줄도 몰랐어.

-흑화까지 걸어서 피랴티 잡아 영력을 키워선 다른 육체들한테 까지 살려냈잖아. 머리가 보통 머리가 아니라니까.

피랴티는 수많은 사람들을 잡아먹고 죽였기에, 피랴티 한 마리, 한 마리의 영력이 강한 상태였다. 그런 상태의 피랴티를 잡았기에 영력을 빠르게 모을 수 있었고, 콜로세움 내부의 모든 모험가들에 강령술을 걸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근데 만약에 거기에 시체가 없었으면 어떻게 하셨을까?

-글쎄. 또 뭔갈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항상 그러니까.

그렇겠지. 항상 제 3의 답을 꺼내와서 이겨낸 이차원이었으니까.

-근데 그거 또 참가해보고 싶지 않아? 막 우리보고 소리 지르고 열광하는데 소름이 쫙 돋더라고.

-난 싫더라. 누군 진짜 목숨 걸고 싸우는데 지들끼리 낄낄거리고 웃고 말이야.

-전투가 아니라 토너먼트가 열린 줄 알았던 거지.

그렇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던 코웰과 데린 앞으로 차원이 어디론가 향하였다. 한 시도 제대로 쉬지 않는지, 그런 이차원을 코웰이 불러세웠다.

-요정님, 어디 가십니까?

“창고에. 1등 했으니까 리지 받으러 가야지.”

그동안 리지를 데리러 가기엔 이것저것 챙길 게 많아 계속 미루었던 일인데, 데린, 코웰, 프랭크가 일하고 있을 지금밖에 시간이 없어 갔다 오려 한 것이다. 혹시 모르는 정보가 리지에게 있을 수도 있으니까.

***

-날 갖게 된 놈이 너니?

디원의 몸을 보고 그것이 차원인지 모르고 있던 리지가 비웃고 있었다. 리지의 얼굴은 전과 다르게 독기가 빠져 있었고 눈은 공허했다. 그녀는 어떤 의욕도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죽일 거면 죽이고 이용할 생각이면 이용해. 아직도 나한테 가져갈 게 남았는진 모르겠지만.

리지는 이교도의 얼굴은 알고 있기에, 자신의 앞에 있는 디원의 모습이 무조건 7성군 소속이라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자신의 오빠인 울프릭이 다녀가긴 했지만, 그녀를 도와주지 않자 자포자기한 상황이었다.

-허튼짓 하지 말라고 해둘걸.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데…

헛된 표정을 지으며 혼잣말을 내뱉는 리지를 지켜보던 차원은 잠시 디원의 몸에서 나오기로 하였다. 자신을 7성군으로 넘긴 차원의 모습을 보자 놀란 듯해 보였다. 그러나 그녀는 눈동자가 살짝 커졌을 뿐이지 어떤 분노의 행동도 보이지 않았다. 감정을 느끼는 것조차 피곤해 보였다.

-또 너구나.

차원을 보던 리지의 입에서 갑자기 큭큭거리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녀의 눈은 이차원에게서 떠나지 않고 계속 머무르고 있었다.

-네 정체는 대체 뭘까? 7성군은 아닌 거 같은데 이교도를 쫓고. 뭔진 모르겠지만 대단하네.

리지는 자신에 대해 질문을 하고 있지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널 이렇게까지 움직이게 하는 것은 뭐야?

그녀의 질문 중에 가장 순수함을 띤 질문이었다. 그 질문이 차원에게도 영향을 끼쳤는지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건지 생각을 떠올려보았다.

헌터, 세계 최고의 헌터가 되겠다고 이 게임의 시나리오를 이끌었는데, 이제는 이 게임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자신이 이 게임 NPC인지, 아니면 이곳이 진짜 세상인지 가끔 구별도 되지 않을 정도로 푹 빠져 있을 때도 있었다.

‘이젠 이곳이 또 다른 현실이라 해도 무방하지.’

울프릭을 비롯한 다른 동료들이 죽으면 실제로 눈물을 흘릴 만큼 그들과의 유대관계도 깊어졌다. 거기에 각종 고난들을 다 같이 이겨낸 탓인지, 바깥세상보다 이곳이 소중해진 것 같기도 하였다. 그러다 문득 차원은 리지를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 여자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을까? 죽여서 기억을 읽는 건 너무 단편적인 생각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차원이 보기에 이교도가 7대장들까지 움직이며 이 여자를 그렇게나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리지에겐 잠재력이 있어 보였다.

‘이 여자가 가진 잠재력을 이용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