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화
-아! 두 명! 탈락! 남은 것은 데린과 코엘 그리고 혜성처럼 등장한 뉴페이스입니다! 과연 우승자는 누가 될까요!!
-역대급 흥미진진한 전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죽은 비아킨을 강령술로 살려내 이용할 거라곤 꿈에도 생각 못 했습니다.
이들은 아직도 중계를 멈출 생각이 없는 듯이, 급전개 되는 전투판을 보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 {R} 드래곤의 발톱Lv3 교본 ]
한편 차원이 알리샤를 죽이자 그녀의 인벤토리에서 아이템과 그녀가 가지고 있었던 스킬 교본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다른 사람들에게 스킬을 가지는 방법과는 달랐다.
‘주요 NPC는 아니었나 보네.’
주요 NPC를 죽인다고 해서 스킬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는데, 알리샤는 스킬을 줬으니 역으로 생각하면 중요한 NPC가 아니란 걸 뜻하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별 볼 일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스킬을 얻은 것도 얻은 것이지만 스킬 레벨이 상당히 높았다. 무려 LV3의 스킬이었다.
거기에 이 스킬은 여태껏 차원이 실제로 본적도, 가져본 적도 없는 스킬이기에 굉장히 귀중한 것이었다.
‘심판자의 검이 부서진 것도 이해가 가는군.’
바닥에 놓여진 반으로 두 동강 난 검을 바라보고 있었다. 부서진 단면으로 많은 파편들이 나가떨어져서 다시 고치기란 상당히 힘들어 보였다. 차원은 다시 [드래곤의 발톱] 스킬 레벨을 확인하고 나서야 이 정도의 힘이었기 때문에 심판의 검이 산산조각 났다는 사실이 납득되었다.
‘실제로 사용해보면 얼마나 강할지 더욱 잘 알게 되겠지.’
차원은 교본을 곧장 읽어보고는 그 힘을 바로 실험해 보기로 하였다. 교본을 읽어나가자 그의 주변으로 엄청난 기운이 몰아치더니 거대한 바람을 이루며 잠잠해졌다. 바람의 영향 때문인지 주변의 소리들이 잠잠해져 갔다.
-방금 뭐였어?
-글쎄, 그냥 거센 바람이 불어온 거 아니야?
모두가 의아심을 가지고 있을 때, 이차원은 교본 습득을 완료하였다. 곧이어 콜로세움 경기장의 돌로 된 바닥을 엄지, 검지, 중지로 잡고 [드래곤의 발톱]을 쓰자 흑화를 사용한 것처럼 손이 검은색으로 변하였다.
두두둑!
이거... 굉장하잖아? 힘을 살짝만 줬음에도, 돌이 비스켓처럼 부스러지며 바닥에 떨어졌다. 차원은 그렇게 힘을 확인하고는, 이번엔 알리샤의 시체에 [사자의 기억]을 사용하였다. 그들이 왜 이곳에 있는지 알아내야 했기 때문이다.
로울로… 바르티스…
-로울로님한테 전해. 리간 왕국에 7성군 중에서도 꽤 높은 세력이 들어와 있으니 카르틴 왕국이 아니라 리간 왕국으로 와 달라고.
-상황이 변했다니까? 로울로님이 직접 판단하게 내 말 전하라고!
이전, 본부와 연락 구슬로 대화한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분명 대화 내용으로 봐서는 알리샤는 이교도 제단에 연락을 하여 카르틴이 아니라 리간 왕국으로 와달라고 지원요청을 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승인이 난 건지 모르겠지만 어찌됐건 로울로 귀에도 이곳 상황이 들어갔겠지.’
이렇게 된 이상 지금 상황에서는 지금 바로 로울로를 마주쳐도 이상할 건 없었다. 차원은 그와 마주치기 전 로울로의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알리샤의 먼 기억까지 훑어보는데, 어렵지 않게 로울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때, 그는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말이 되는 건가 이게.’
어떤 요소를 관할하는 용인지는 모르겠으나 로울로는 드래곤 중 하나였던 것이었다. 이차원은 그에 대한 정보를 더 알아내기 위하여 기억을 계속 읽어나갔다. 그렇게 알아낸 정보는 드래곤인 로울로가 타락을 한 탓에 이교도의 7대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교도의 수장도 아니고, 드래곤이 7대장을 한다고?’
차원은 그저 헛웃음이 나올 뿐 어떠한 반응도 나오지가 않았다. 이 사실대로라면, 그럼 대체 그들의 수장은 얼마나 강한 것이며, 그와 대적하는 7성군은 또 얼마나 강하단 소리란 말인 건가?
‘내 힘만으론 무리야. 하칸을 불러야겠어.’
이차원은 현재 자신이 아무리 강해졌다고 하나 드래곤을 혼자 상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판단이 섰던 것이다. 당장 하칸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그런 조그마한 애한테도 그런 힘이 있다면 성인이 된 드래곤은 얼마나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을지 상상이 쉽게 가지는가.
‘그나저나 얜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야.’
생각해보니 하칸을 못 본 지도 꽤 된 듯싶었다. 마지막으로 봤던 게 언제였더라... 차원, 잠깐 상황도 정리할 겸 다크혼 세계에서 나가 이곳에 하칸을 데려와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과거엔 이곳에서 쉽게 드래곤의 존재를 밝히지 못했지만 이제 하칸도 어느 정도 컸을 거고, 이곳에서 하칸의 존재를 밝히는 것도 나쁘진 않아 보였다.
‘상황만 정리하고 나가서 데려와야겠군.’
-왜 그렇게 심각해?
전투가 진행될 무렵, 버프 마법을 쓰느라 지쳐 보이는 데린이 다가와 있었다. 그녀는 이차원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긴 모양 같아서 그에게 다가왔다. 이차원은 자신을 걱정스레 보는 일행들에게도 이 충격적인 진실을 들려주었다.
“로울로 정체가 드래곤이란 사실, 알고 있었어?”
-뭐어?
-드래곤이 이교도 7대장 중 하나라고요?
데린뿐만 아니라 옆에서 듣고 있던 코웰까지도 깜짝 놀라하였다. 역시나, 이 세계관에 살고 있던 이들마저도 모르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하칸을 데려올 생각이야.
이차원은 자신의 해결방안을 이들에게 알려주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이 있다. 드래곤이 정체인 로울로에게는 하칸만 한 상대가 없었다. 그의 말에 데린과 코웰도 모두 동의를 하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데 만약 하칸이 로울로를 잡으면 요정, 넌 드래곤만 두 마리 키우는 거네?
그때 데린이 생각지도 못한 말을 내뱉었다. 한 마리를 포획해서 키우기도 힘든 드래곤을 이번 기회로 한 마리 더 길들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품고 있는 말이었다. 실제로 불가능하지도 않은 일이었다.
“그러게.”
차원은 덤덤하게 대답을 했지만, 예상치 못하게 얻게 될 성취에 심장이 뛰고 있었다. 그 미래를 생각만 해도 당장에 로울로와 하칸을 붙여보고 싶어졌다.
‘드래곤 두 마리라니. 나쁘지 않군.’
***
-제발 알아들어라.
라프텔은 자신이 보낸 메시지를 울프릭 일행이 알아듣길 기도하며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라프텔이 보낸 메시지의 뜻은 이러하였다. 7대장 중 로울로와 바르티스 라는 이름을 가진 두 명이 리간 왕국의 소식을 듣고, 리간왕국으로 발걸음을 옮겼으나, 카르틴 왕국의 정리를 하지 않을 수 없어 후발대로 이교도 간부급 인사를 이쪽으로 보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라프텔이 자신이 보낸 메시지를 울프릭이 알아듣길 기도하는 사이, 근처에 있는 혼령 하나가 힘들다며 엄살을 피우고 있었다. 라프텔에게 정보를 알려주기 위해 행동했던 혼령이었다. 이 모습에 다른 혼령들이 핀잔을 놓기 시작하였다.
-이미 죽은 놈이 뭐 힘들다고 엄살은.
-40Km를 쉬지도 않고 왔는데 안 힘들겠나? 기분이, 기분이 힘들단 말이야.
-라프텔님 강제로 보낸 것도 아니고 지가 가겠다 손 들었으면서.
-크흠. 그거야... 아이 몰라. 힘들어.
라프텔은 정보를 얻기 위해 카르틴 왕국 도처에 혼령들을 배치해뒀는데 로울로와 바르티스가 방향을 튼 사실도 40km 떨어진 지점에서 보초를 서던 혼령이 전해준 사실이었다. 경비병이나 순찰병이 세워져 있었다면, 이미 죽임을 당해 얻지 못했던 정보를 혼령들은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저 멀리서 라프텔이 보낸 시체들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라프텔이 주어진 메시지를 가지고 울프릭에게 향하고 있던 것이었다. 이어서 그들은 울프릭에게 전해주는 듯한 몸동작을 보여주었다.
-제발...
라프텔은 자신이 말하고 싶어 하는 걸 울프릭이 메시지를 통해 알아듣길 기도하고 있었다. 이윽고, 울프릭은 시체에게 자신이 이해한 게 맞는지 묻고 있었다.
-로울로는 리간 왕국으로 튼 게 맞고, 또 다른 세력이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마침내 자신의 바람대로 울프릭이 자신의 메시지를 알아듣자 라프텔은 답답했던 마음이 그제서야 풀린 듯 쾌재를 불렀다. 직접 말할 수 없다는 게 이렇게 답답한 것인지 새삼 깨달았을 것이다.
-역시 그 녀석 오른팔답게 똑똑하구나!
그러나 라프텔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차원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울프릭이 기사들을 데리고 리간 왕국으로 가려 했기 때문이었다.
-말도 안 돼! 리간 왕국으로 가긴 왜 가! 개고생해서 타파이트까지 준비했으면서!
라프텔이 울프릭의 귀에 대고 정신 차리라는 듯 소리를 쳤지만, 울프릭은 라프텔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을 리가 없었다. 라프텔의 입장에선 이쪽으로 오고 이동하고 있는 후발대가 7대장이 아니더라도 처리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였기 때문이었다.
-이봐 늑대인간! 로울로와 함께 동행한 인물이라면 차후 대장이 될 확률이 높단 말이야. 아직 새싹일 때 전기구이로 태워놔야 후환이 두렵지 않지!
-동료들이 먼저다.
울프릭은 라프텔의 타들어 가는 속도 모르고 아르만과 기사들에게 동료애를 위해서 떠나야 한다고만 말하고 있었다. 라프텔은 그를 달래듯이 설득하였다.
-먼저인 건 맞는데, 어쨌든 이번에 이들을 처리하지 않으면, 나중에 네 동료들이 또 위험해진다고.
그녀가 이토록 애원스럽게 말을 하여도, 울프릭에겐 라프텔의 말이 들릴 리가 없었다.
-좋아. 그럼 몇 명만이라도 두고 가. 내가 혼령들도 아크족을 발동시켜서 타파이트에 전류를 흘릴 순 없는 노릇이니까.
하지만 유령인 라프텔의 말은 아무도 듣지 못하기 때문에 코웰 기사들은 모두 울프릭의 말에 따라 짐을 싸기 시작했다.
-진짜 가? 가면 안 된다니까? 7대장 새싹을 자를 절호의 기회를 걷어차겠다고? 야!
-그런데 후발대가 오는 거라면 꽤 강한 자일 텐데 미리 싹을 뽑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울프릭을 위협하던 7성군이 그에게 물어보았다.
-그것보단 당장 로울로는 막는 게 우선입니다.
-저 또한 리간 왕국으로 가는 것이 맞다 봅니다. 코웰 단장님이 걱정 되기도 하고...
7성군 소속의 기사들 중에는 후발대를 지금 뽑는 게 맞지 않느냐 염려하는 이도 있었지만, 이들에게는 울프릭의 말이 지배적이었다. 더군다나 코웰의 기사단도 코웰을 빨리 보고 구하고 싶어졌으니까.
-다 챙겼나?
그리고 모두 채비를 해서 떠나는데, 갑자기 차원이 등장하였다.
-왔구나!
라프텔은 유일하게 자신과 소통이 되는 이차원이 그 어느 때보다 환희에 가득 차게 반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