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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워프로 무한성장-149화 (149/202)

149화

SUV의 무게가 한뜻 무거워진 거 같이 차가 느리게 이동하였다. 트렁크 안에 아크족 4마리를 담은 마대를 담은 탓도 있겠지만 이유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리고 어째선지 SUV 핸들을 잡고 있는 울프릭의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가더니 핸들을 그대로 뽑아버릴 거 같았다.

이렇게 된 것에는 공통된 이유가 있었다. 바로 옆에서 속사포로 떠들어 다니는 렌돌프 때문이었다.

-이게 뭐라고? 자동차? 신기하구만. 근데 말이야 저놈들은 왜 납치한 거야? 쟤들은 우리 드워프족에 비하면 하등 쓸모가 없는데 말이야 관상용으로 몸값만 비싸단 말이지. 내 생각인데 말이야 저놈들은 뇌가 없을 수도 있단 말이지.

울프릭의 표정이 갈수록 점점 굳어졌다. 그는 액셀을 세게 밟더니 급브레이크를 거세게 밟았다. 그 탓에 안전벨트를 잘 메고 있던 울프릭은 괜찮았지만 랜돌프는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리더니 망치가 못을 박듯 앞 유리창에 머릴 쿵! 소리를 내며 박아버렸다.

-이 무식한 늑대 자식이. 이젠 운전도 똑바로 못하냐?

그를 이렇게 만든 게 누구인데. 랜돌프 말에 울프릭은 인내심을 기르듯 쉼호흡을 하며 분노를 삼키고 있었다. 그의 끝없는 말 때문에 귀와 머리가 다 아파올 지경이었다. 그가 눈을 질끈 감으며 머리를 감싸는 모습이 그의 입을 다시 열게 하였다.

-왜 그래? 어디 아파? 설마 아까 맡은 하수도 냄새 때문에 그래? 그래도 내가 장담하는데 냄새는 고약해도 그 길이 제일 빨라. 우리 드워프족은 후각이 뛰어나 아무리 복잡한 하수도라도 길을 잃을 일도 없고 말이야.

이하 생략.

-원래 지능으로 치면 늑대들은 우리 드워프족을 따라갈 수 없-

-그만. 그만. 그만! 제발 입 좀 닥쳐 제발!

울프릭은 더는 못 참겠다는 듯 스스로 화를 참지 못하고 결국 터져버리고 말았다. 그는 랜돌프가 창고를 탈출하는 지름길을 알고 있단 소리에 혹한 자신을 탓하고 있었다. 이럴 거면 그냥 버리고 오는 것이었는데.

-그만 좀 떠들어. 제발...

울프릭은 태어나 처음으로 귀에서 피가 날 정도로 얘길 듣는 것에 막심한 고통을 느끼는 건 이번이 첫 경험이었다.

-참자... 요정이 좋아할 거야. 참자, 울프릭...

울프릭은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핸들을 잡았다. 그래, 좋은 쪽으로 생각을 하자. 애초에 랜돌프를 꺼내준 이유엔 차원이 그를 좋아할 거란 판단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든 무기, 또는 금속을 제련하고 다루는 것에 만능인 드워프는 신의 대장장이라고도 불리고 있으니까. 실제로 랜돌프는 울프릭이 보는 앞에서 말 그대로 뚝딱 금속 절단기를 만들어내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놈의 랜돌프는 아직도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걸 모르는 듯 입을 또 놀리기 시작하였다.

-자네 혹시 정신병있는 거 아닌가? 사람이 이렇게 갑자기 흥분해서 날뛰는 건 좋지 못한 징조일세. 아니면 모든 늑대인간들은 이렇게...

-오랫동안 타파이트 연구했다는 말 사실이야? 거짓말 아니지?

울프릭은 마지막으로 그를 죽여야 할 이유를 찾으며 물었다. 좋은 생각이고 뭐고,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었다. 울프릭은 당장이라도 그의 입에서 거짓말이란 사실을 불어버리면 즉각 처리해버릴 심산으로 물어본 것이었다.

-당연하지. 드워프족을 뭘로 보고 말이야. 타파이트를 우리 드워프족보다 잘 다루는 것은 말 그대로 불가능하네.

-아아...

랜돌프의 말에 울프릭은 그를 처리할 수 없다는 실망감과 아직 쓸데가 남아있다는 안도감이 동시에 몰려들었다. 랜돌프는 직접 보여주겠다는 표현이라도 하려는 듯 울프릭에게서 타파이트를 가져와서는 빠르고 견고하게 단검을 만들어내었다.

그 단검은 보기만 해도 매우 날렵해 보인데다가 일반 무기상점에서 파는 무기보다 훨씬 좋아 보였다.

‘젠장. 죽이긴 글러 먹었군.’

울프릭은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는 액셀을 밟았다. 랜돌프가 차원뿐만 아니라 프랭크에게도 도움이 될 거란 확신이 든 이상 그를 안전하고 빠르게 그들에게 소개를 시켜줘야만 했다. 그가 차에 올라타자마자 그의 입도 엔진 열처럼 달아올랐다.

입을 아예 지워버리도록 해버릴까?

-설마 아크족을 납치한 것이 타파이트와 관련 있는 건가?

-그건 알아서 뭐하게.

-아크족이 납치된 걸 알면 콜로세움이 발칵 뒤집힐걸. 벌써 추적을 시작했을 수도 있다고.

쓸데없는 오지랖 넓히지 말라고. 애초에 너랑 상관도 없는 일이잖아.

-그래서 그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냐고.

-그거야 멍청한 늑대인간 손에 내 운명을 맡길 순 없잖나? 앞으로 계획을 알아야 내 명석한 두뇌를 사용하여...

-말해줄 테니까 입 좀 다물지.

울프릭이 빠르게 한 손으로 검을 빼들어 랜돌프의 목에 가져다 대었다. 그제서야 랜돌프가 합죽이처럼 입을 다문다. 이제야 말 좀 잘 듣는 거 같네.

-아크족을 납치한 이유는 이교도를 잡기 위해서다. 타파이트를 깐 도로에 아크족의 전류를 내보내서 그놈들을 모조리 태워 버릴 생각이거든.

-이교도라. 흥미롭군... 자넨 모르겠지만 말이야 나도 과거에 이교도 때문에 친한 동료를 잃은 기억이 있어. 무기를 내놓지 않는다고 죽여 버렸지. 난 가족까지 죽인다기에 대낫을 하나 만들어주고 목숨을 건졌지만...

-대낫?

이번에 차원을 찾아 카르틴 왕국에 오는 7대장 중 한 명이 대낫을 사용한다는 놈인 걸 알고 있었기에 빠르게 되물었다.

-설마 그 무기를 당신이 만들어준 건가?

랜돌프는 그게 무슨 잘못이라도 되는 거냐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로울로라는 힘만 무식하게 센 놈이었어. 원체 강해서 당할 도리가 있나. 만들어주는 수밖에.

-그놈도 카르틴 왕국으로 온다는데.

-그게 정말인가? 내가 그 무식한 놈한테 얻어맞은 걸 생각하면 아직도 치가 떨린단 말이지.

랜돌프의 눈은 그의 입을 따라서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을 나타내는 거 같았다. 울프릭은 이 모습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이걸 잘만 이용한다면... 그들의 일에 도움이 충분히 될 테니까.

-복수할 기회를 줄게.

-복수라니 이거 신나는구만! 좋았어. 내가 타파이트 전도율을 훨씬 더 높일 수 있으니 아주 그놈들을 가루로 만들어버리자고!

랜돌프가 먼저 제안을 건네는 울프릭에게 신이 난 듯이 수다를 다시 떨기 시작하였다. 울프릭은 그런 랜돌프를 철저히 무시하고 액셀을 밟았다. 그때, 마침 차원에게 다시 연락 구슬로 연락이 왔다.

“울프릭, 아크족 갖다 놓고 최대한 빨리 복귀해야겠다.”

***

밖에서는 안정의 종이 있다고 기세등등하던 랜디는 이제 박지원과 함께 죽음의 나무에 속박돼 있었다. 묶이지만 않았다면, 검이나 낫 따위의 무기로 그 줄기를 쳐내 피할 수 있었겠지만,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형님, 이년 기절한 거 같은데요?”

그리고 오랜 시간 거꾸로 매달려 있던 박지원은 끝내 의식을 잃고 말았다. 저러다 죽는 건 아닌지 모르겠지만 다행히 그녀의 체력은 그럴 정도로 약하지가 않았다.

“풀어줘. 쓸모가 있긴 하겠지. 이미 이 좋은 나무들도 제공해줬고.”

장은은 박지원을 자신의 길드로 데려가기 위하여 몸을 풀어내라고 하였다. 그러자 헌터 하나가 박지원의 나무줄기를 잘라내었다. 그렇게 해체를 거의 다 했을 때쯤, 그들의 뒤에서 서서히 다가오는 우랑길드의 길드원들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남의 집 마당에서 뭐하는 거냐.

-중국에 니들 집이 어딨어.

장은은 우랑길드를 완전히 무시하는 표정으로 힘껏 비웃었다. 그를 따라 다른 헌터들도 우랑길드를 단체로 비웃어대었다.

-뭐?

-니들 더 이상 중국 길드 아니잖아. 중국에 니들 땅 니들 집이 어딨냐고.

-더러운 물에서 발을 뺐을 뿐이지 우리 뿌리는 여전히 중국이다.

역시, 이차원에게 의해서 도마뱀이 꼬리를 자르듯 도망친 모습이 아직도 그들에게 큰 여파를 남긴 듯하였다. 하기냐, 이런 일은 절대 쉽게 사라지지 않는 일이지.

-그래? 그럼 증명해볼래?

-증명?

-이차원 게이트에 들어갔던 중화연맹 헌터들이 돌아오지 못하고 있어. 아마 쥐도 새도 모르게 살해당한 것 같은데 이차원이 유력 용의자일 확률이 높다. 그러니까 너희가 진짜 중국길드라면 찾아서 죽여.

장은은 자신들의 손으로 해결하고 싶지 않아 하는 듯 우랑길드에게 떠밀 듯이 강요를 하였다. 하지만 우랑길드는 그들의 강요 자체를 믿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사람이 게이트에서 살인을 저질렀을 리는 없다.”

“이것 봐. 그놈 욕심 많은 거야 소문이 파다하고 신출귀몰한 것도 헌터 살인하고 다녀서라는데 감히 그런 새끼 편을 들어? 니들이 이러고도 중국 길드라 할 수 있어?”

“개소리 하지 마.”

그때, 의식을 찾은 박지원이 장은에게 일침을 날리었다. 그녀의 표정은 의식을 잃었던 사람이라고 믿지 못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내뿜고 있었다. 가시바늘보다 날카롭고 뾰족한 눈빛은 금방이라도 장은의 심장을 뚫어버릴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뭐? 개소리?”

장은은 콧방귀를 뀌어대었다. 그들은 아직도 자신들의 동료를 죽인 게 이차원네라는 걸 사실로 인지하고 있었다. 이윽고 장은은 가죽점퍼 안 주머니에서 날카로운 쇠붙이를 꺼내어 들었다. 어디서 가져온 쇠붙이 이길래 겉표면이 굉장히 거칠어서 마치 벌침같아 보였다.

장은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쇠붙이를 꽉 쥐어들고는 그대로 박지원의 허벅지에 내려찍었다. 박지원은 엄청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질렀다. 쇠붙이가 파고든 틈으로 피가 서서히 새어 나오며 번지기 시작하였다.

우랑길드는 박지원이 차원의 비서라는 것을 알기에, 그 모습을 긴장하며 지켜볼 뿐이었다.

차원의 측근에게 공격을 한 것을 보면 그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은 사리 분별이 제대로 안 된다는 걸 의미했고, 그 말은 즉, 같은 중국 길드인 자신들까지 이 자리에서 죽일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애들 소집해.

하지만 우랑도 꽤나 몸집이 있던 길드였기에 길드원들을 모두 소집하였다.

“개미 떼라니, 귀찮게.”

장은은 매우 빠른 속도로 전투를 시작했고 다른 헌터들을 때려눕히기 시작하였다. 그는 여전히 빠른 속도를 중점으로 그들의 사이를 파고들며 자리를 어지럽게 더럽혀대기 시작하였다. 그 때문에 우랑길드의 조직원들은 모두 아무것도 못하고 그대로 쓰러져갔다.

“니들 이차원하고 무슨 관련이 있는 거냐? 뭐, 얘 죽이면 너네도 거품 무는 건가?”

장은은 박지원을 진짜 죽이려는 듯 쇠붙이를 꺼내들어 그녀에게 내려찍으려고 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느껴지는 엄청난 기운이 그들을 감쌌다. 그 기운을 하나둘 느끼던 헌터들이 모두 동작을 멈추었다.

“뭐야? 이 기운은?”

헌터들이 기운이 느껴지는 곳을 바라보는데 어떤 빛이 보였다. 하지만 분명 햇빛은 아니었다. 푸르고 작지만 강렬한 힘이 느껴지는 빛.

저 멀리서 하칸이 등장하고 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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