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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워프로 무한성장-145화 (145/202)

145화

“반갑습니다. 캐나다에서 온 랜디입니다.”

이차원이 다크혼에서 아크족을 경매에서 가져올 생각을 하는 시각에, 현실에서는 랜디라는 자가 박지원에게 악수를 청하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캐나다인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이국적인 외모에 오뚝하게 서 있는 코를 가지고 있었다.

웬 낯선 남자가 그녀의 앞에 서 있나 했더니, 그는 이번 선발전에서 가장 많은 타파이트를 얻은 헌터였다. 과거, 그는 야구선수 투수 출신이었다. 메이저리그 유망주로 불릴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그 능력이 그대로 각성되면서 투척형 스킬의 대가로 불렸다.

물론, 랜디보다 더 많은 타파이트를 가져간 헌터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이 땅 위에 없었다. 중화 연맹에 의해 희생당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자동적으로 1위로 올라선 것이었다.

“앞으로 하실 업무에 대해 설명해 줄게요.”

그녀는 이런 사실을 모르는지, 아니면 알고도 넘어가는 건지 박지원은 사무적인 말투로 말하며 랜디를 농경지 안으로 안내하였다. 농경지 안에는 죽음의 나무들이 종소리로 인해 일반 나무처럼 우두커니 서 있었다.

“지금 보시는 이 농경지는 식량난 해결을 위해 차원님께서 지으신 것으로, 저기 보이는 나무들이 게이트에서 발생한 몬스터를 속박하는 원리로 돌아갑니다.”

“와우. 안 그래도 다른 헌터들이 저 나무의 생김새를 보고 말이 많던데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을 줄이야.”

아마도 줄기가 갈고리처럼 휘어져 있어 섬뜩해 보이는 생김새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안전의 종 때문에 얌전히 있지만 종소리가 없다면 인간과 몬스터할 것 없이 모든 생명체를 속박하니 조심하셔야 해요.”

“오호라. 종이 나무를 진정시키는 역할을 하는군요. 작동 원리가 있습니까?”

랜디는 상당히 이 나무에 관심이 많은 모양이었다. 그는 나무 주위를 계속 빙 둘러보면서 박지원의 이야기를 들었다.

“저도 거기까진 몰라요. 어쨌든 이유가 있으니 차원님께서도 이렇게 많이 심어둔 거겠죠.”

“흥미롭군요”

“뭐가요?”

“당신이 이차원 헌터를 따르는 것이요. 전 아직 그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그가 흥미로운 사람인 건 확실해요.”

그가 어째서 이차원에게 관심이 가는 걸까. 박지원은 랜디의 말을 무시하곤 다시 농경지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이 땅은 원래 우랑길드 소속인데 거기서 아무런 대가도 없이 오로지 차원님을 위해 땅을 제공해줬습니다.”

박지원은 자신도 모르게 다시 차원의 위세를 자랑하였다. 그녀는 알게 모르게 이차원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있던 거 같았다. 그때, 웬 사람들이 우루루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쪽으로 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누구지. 당장 올 사람도 없는데.’

이곳에는 박지원과 랜디 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그래서 큰일이 일어날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박지원은 본능적으로 불길한 일이 생겼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중화 연맹의 헌터들이 어떻게 활동하는지 봐왔으니까.

어느새 박지원과 랜디 앞으로 온 헌터들은 그 둘을 둘러쌌다. 마치 그들을 마녀사냥이라도 하려는 듯이 매서운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게이트에서 동료들이 실종됐어. 넌 아는 게 있지?”

뭔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박지원을 범인으로 몰고 가는 듯이 말하였다. 그녀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차원이 중화길드를 처리했다 사실이 알려져 피해가 갈까 봐 숨기려 하였다.

“잘 모르는데요.”

“모르는 척 딴청 피우지 마. 게이트 안에서 벌어진 일을 게이트 주인이 모르면 누가 알아?”

“죽인 거지? 너희가 죽인 거지? 시체 어디다 숨겼냐?”

“분명 말했습니다. 잘 모른다고.”

박지원은 끝까지 모른다고 호소하였지만 이들의 귀는 전혀 받아줄 생각을 안 하였다. 헌터들은 순식간에 박지원의 팔을 잡고 속박하였다. 헤르페르 게이트는 아직 소멸되지 않은 상태였고, 이것을 이용해 박지원을 누르고자 한 것이다.

“놔! 이거 놓으라고!”

“어허. 얌전히 있어, 이년아.”

헌터들은 발악하며 발버둥을 치는 박지원을 더욱 강하게 속박하였다. 그리고 그들 중 속박의 끈을 들고 있는 헌터도 있었다.

“워, 워. 여러분들 진정하시고,”

랜디는 박지원을 위협하는 헌터들 사이에 몸을 비집어 넣으며 이들을 떼어 놓으려 하였다. 하지만 화가 단단히 난 헌터들이 그를 밀쳐내었다. 뒤이어 그의 얼굴을 확인한 헌터가 말하였다.

“이게 누구야. 투척 스킬의 대가 에린 랜디잖아. 듣기론 근거리에 있으면 그냥 약골 쓰레기라던데 뒤지기 싫으면 뒤에 짜져 있으세요. 귀찮게 하지 말고.”

헌터의 말대로였다. 그는 투척형에 출중한 헌터다. 장거리일수록 그의 위력을 상승하였지만, 격투 실력은 그만큼 하락하였다. 그렇기에 랜디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는 호신술 스킬도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이 상황을 끝낼 방도가 없었다.

결국 박지원은 중화연맹 헌터들에게 끌려가면서 그와 멀어지고 있었다. 헌터들은 이미 이차원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무섭지도 않은 듯 잃을 게 없어 보였다. 박지원은 이차원의 비서이자, 국가 소속 헌터라는걸 알고 있을 텐데도, 그녀를 함부로 대하는 중화연맹의 태도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끌려가는 그녀의 모습을 홀로 지켜볼 뿐인 랜디는 그녀를 구해줄 다른 방법이 없나 생각해 보았다. 이만한 거리면 그의 투척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겠지만, 그들의 수가 너무 많았다. 더욱이 주변엔 도움을 청할 사람들도 없어서 더 곤란한 상황이었다.

‘뭔가 방법이 있을 거야. 저대로 그녀를 잃을 수는 없어.’

그는 주변 풍경을 훑어보았다. 자그만 돌멩이들과 모래, 그리고 나무... 잠깐, 나무? 박지원과 중화연맹의 헌터들이 게이트로 향하는 길에 죽음의 나무가 빼곡히 세워져 있는 것이 보인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달은 뒤에야 귀에서 계속 울리고 있는 안정의 종소리가 들렸다.

‘분명 이 종이 나무를 통제한다고 했어. 그렇다면...’

랜디는 헌터들의 시선이 자신한테 향하지 않다는 걸 확인하였다. 그는 곧바로 안정의 종을 울리고 있는 장치를 때려 부수기 위해 단검을 꺼내들며 투척 스킬을 사용하였다. 하지만 워낙 단단하게 만들어진 탓에 조그만 흠집만을 남길 뿐이었다.

‘이거 생각보다 강한데.’

랜디는 순식간에 부숴버릴 물건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조금이라도 더 늦으면 그녀의 목숨은 이곳에 존재할 수 없게 된다. 그는 급한 마음으로 뛰어다니다 멀리서 어떤 울퉁불퉁하고 딱딱해 보이는 거대한 돌을 발견하였다.

“저거면 되겠네.”

랜디는 곧장 돌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쉽게 들어지지 않았다. 랜디는 손에 근육과 핏줄을 잔뜩 세우며 힘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드디어 움찔거리더니 땅에서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호흡 조절을 하며 서서히 안정의 종이 있는 곳으로 몸을 틀었다.

그때, 수상한 기운이라도 느꼈던 건지 한 헌터가 뒤를 돌아보며 랜더를 발견해 버렸다.

“뒤에서 짜져 있으라 했거늘...!”

하지만, 수상한 기운은 그것에서 끝이 아니었다. 랜디의 몸의 방향이 자신들을 향하고 있지 않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저 새끼... 설마!”

헌터가 상황을 전파하기도 전에, 랜디는 안정의 종을 향해 돌을 투척 스킬을 사용해 내던졌다. 스킬에 의해 돌은 푸른빛으로 감싸이면서 날아갔다. 직구에 가까운 발사각을 이루며 그 자취를 그렸고 돌이 안정의 종을 울리는 장치에 엄청난 굉음을 내면서 부딪쳤다.

그 뒤에 바로 장치에 금이 가나 싶더니 그 자리에 힘없이 주저앉아 버리고는 종소리도 물결이 잔잔해지듯 멈춰 들었다. 종소리가 사라지니 어쩌겠는가. 당연히 죽음의 나무가 움직이기 시작하겠지.

“뭐야…! 으악!”

죽음의 나무는 박지원을 비롯한 모든 헌터들을 줄기를 사용해 속박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그렇게 모두 나무에 묶여버렸다.

“와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그 광경을 보고 놀란 것은 랜디도 마찬가지였다.

***

-늑대인간이라면 가치가 어마어마하지. 아마 아크족이랑 비슷한 가치일 거야.

울프릭은 [보름달]이 있으면 늑대 인간으로 변신할 수 있는데, 차원의 계획을 들은 라프텔도 늑대인간 정도라면 충분히 경매장에 잠입이 가능할 거라고 보았다. 이차원은 그럼 충분하다는 듯이 만족스러워 하였다.

-그런데, 너 늑대인간으로 변할 수 있는 스킬도 있었구나. 그런 스킬을 사용하는 사람은 정말 오랜만이네.

적어도 100년 정도는 보지 못했다는 놀라운 표정이었다. 라프텔은 울프릭을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늑대인간은 그녀가 말한 거 같이 아크족하고 바꿔도 될 만한 가치를 지닌 생명체였고 그만큼 희귀한 생물이었다. 허나 자신의 몸값이 아무리 좋다 해도 정작 당사자인 울프릭의 표정은 쓰레기를 씹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째 맨날 노예 신세만 지는 것 같군.

그럴게 울프릭은 로이칸 때부터 자꾸 철창에 갇히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하긴, 죄인도 아닌데 죄인이 된 기분이랄까? 그럼에도 울프릭은 계획을 위해 군말 없이 철창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코웰의 기사들은 카르틴 왕국에 남아 차원의 지시를 듣고 타파이트로 길을 포장하기 시작하였다. 코웰의 부하들뿐만 아니라 카르틴 왕국의 기사, 즉 하프만의 부하였던 자들도 함께 길을 포장하는 일을 도와주었다. 자신의 죄를 어떻게든 처분하려고 하는 일이었겠지.

-무사히 잘 다녀오세요.

-그럼 잘 부탁한다.

코웰의 직속 부하 아르만이 책임자로 남기로 했고 차원, 울프릭, 데린, 프랭크, 코웰.

이렇게 다섯 명의 사람들이 울프릭을 SUV에 실어 리간 왕국으로 출발하였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그들의 앞에는 어느덧 성문과 함께 경비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신분증.

경비의 말에 운전석에 앉은 코웰이 기사증을 보여주었다. 데린 또한 마법 증명서를 꺼내 보여주면서 수상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었다.

-이건 뭐야?

경비들은 처음 보는 SUV에 잔뜩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타파이트, 에인 결정 그리고 마력을 사용한 마차입니다.

코웰이 차에서 내리면서 이젠 거짓말 하는 것에 익숙해진 듯 뻔뻔스럽게 이야기를 하였다. 그리고 뒤를 이어 트렁크 문을 열더니 울프릭을 보여주었다. 울프릭은 팔려온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몸을 쭈그리며 최대한 불쌍하게 모습을 취하였다.

-경매에 참가하러 왔습니다.

경비들은 차에 이어서 늑대인간까지 보자 입이 떡 벌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보석 안에 또 다른 보석이 들어있는 듯한 느낌이었을 것이다.

-늑, 늑대인간?

-와! 이번 경매는 진짜 대박이겠는데?

그들의 표정은 정말로 흥미를 잔뜩 품고 있는 기대감에 서린 표정이었다. SUV, 그리고 코웰의 기사증, 데린의 마법사 증명서 등 자신들의 신분을 증명한 차원 일행은 쉽게 성문을 지나갈 수 있었다.

-왕국 전체가 시장통이네.

데린의 말대로였다. 이차원은 알고 있었지만 왕국 전체가 시장이라고도 불릴 만큼 성문 안은 매우 활기차게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상품 등록 먼저 하러 가지.

이차원의 말에 코웰은 서둘러 핸들을 돌리더니 콜로세움 경기장으로 향하였다. 콜로세움 경기장에 도착한 그들은 곧바로 트렁크에서 철창에 갇힌 울프릭을 꺼내들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였는지 순식간에 상인들과 인파가 그들의 주면에 몰려들어 있었다.

-설마 이거 늑대인간인가?

-예, 맞습니다.

-얼마에 팔 생각이지?

그때, 코웰이 불러온 경매사가 S급이 적힌 종이를 코웰에게 전달해주었다.

-S급 상품이니 부르는 게 값 아니겠습니까.

코웰은 울프릭의 분한 표정을 보며 너스레를 떨었다. 물론 울프릭의 표정도 연기로 위장하였다.

-상품등록도 했겠다 이제 뭐하면 돼?

-울프릭은 창고로 우린 대기실로 이동.

그렇게 S급 상품임을 확인받았겠다, S급 상품을 가져온 상인들이 대기하는 장소로 이동하였다. 차원이 가져온 상품을 창고로 옮겨야 했기 때문이다.

-차라리 우리가 창고를 털면 안 되나?

“대규모 전투를 치르지 않는 이상 불가능해.”

창고의 보안은 100여 년째 이어져 오던 것이라 대규모 전투를 치르지 않는 이상 침입해서 물건을 훔칠 방법은 없었다.

울프릭은 창고에 들어가기 전 차원과 눈빛교환을 하고 울프릭은 창고로, 일행들은 상인들이 있는 곳으로 찢어졌다.

그런데 차원의 시선을 사로잡는 물건이 그의 발목을 덮치면서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것은 바로 벽에 걸쳐져 있던 도저히 보고도 믿을 수 없는 포스터 한 장이었다.

리간 왕국 콜로세움 경매 99주년! 특별 상품!

이교도의 사제, 리지!

‘리지가?’

리지가 대형 철창에 갇혀 상품으로 나와 있던 것이었다. 하지만 더 놀라운 정보가 그 밑에 적혀 있었다.

그 상품을 얻을 수 있는 조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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