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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워프로 무한성장-130화 (130/202)

130화

어느덧 차원의 동료들은 저 멀리 걷고 있었다. 생각보다 길어지는 대화에 이차원이 먼저 가라고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차원은 갈대밭에서 만난 귀신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부탁이네, 제발 우리들의 한을 좀 풀어주게나.

-김정담, 그 썩을 놈은 반드시 처단해야 해. 반드시.

-김정담 그 자식만 죽이면 여기 있는 영혼들의 한을 풀 수 있을 거야.

귀신들 모두 김정담이란 자를 없애서 한을 풀어달라고 애원했지만, 차원은 김정담의 스킬도 탐나고 귀신들이 말한 유품도 탐이 났다. 그렇기에 그 둘을 다 얻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여기서 왕가의 징표랑 승리의 비약을 얻게 될 줄이야. 확실히 카릴리아 대륙은 다르군.’

왕가의 징표와 승리의 비약은 모두 강력한 장비류가 아니라 소모품이긴 했지만 그 쓰임이 엄청난 아이템이었다. 왕가의 징표는 자신이 지정한 왕국의 황실로 한 번에 갈 수 있는 아이템이고 승리의 비약은 능력치의 세 배를 단숨에 올려주는 소모품이었다.

‘일회성인 게 아쉽긴 하지만 지니고 있는 가치는 엄청나지.’

귀신들이 제시한 아이템은 확실히 놓치기 아쉬울 정도로 가치가 뛰어났다. 가격면으로 보나 능력면으로 보나 어디 떨어지는 데는 없었다. 차원은 김정담의 스킬과 아이템을 동시에 얻을 방법을 생각해야만 했다.

-왕가의 징표로 말할 것 같으면 어디든 지정한 왕국 황실로 한 번에 이동이 가능해서 엄청나게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걸세.

-또 있잖나. 승리의 비약.

-어, 그건 말이야 일단 마시기만 하면 세 배. 힘이 세 배나 강해진다네.

이차원이 곰곰이 생각에 빠져있는 사이 귀신들은 차원도 아는 아이템의 능력에 대해 입이 아프게 자랑했다. 이들은 입도 안 아픈 건가? 애초에 죽은 몸의 영혼이라 고통을 못 느끼는 것일 수도 있겠지.

그러는 사이에 이차원은 마침내 김정담에게도 스킬을 얻고, 이들의 아이템도 얻는 법이 떠올랐다. 이런 시끄러운 상황에서도 방법을 생각해내다니, 그도 정말 대단하다. 그는 귀신도 아닌데, 머리가 하나도 아프지 않아온 건가?

‘일단 김정담을 만나서 스킬을 얻은 뒤에 이들의 육체를 찾아 사자의 눈 스킬을 사용해 유품을 찾으면 되겠군.’

그렇게 생각을 마친 이차원은 귀신들 중 왕가의 징표와 승리 비약을 내걸었던 귀신을 찾았다. 귀신들은 이차원이 자신을 찾아오자 다시 절박하게 매달렸다. 그들은 아직도 한이 엄청 서려있는 모습이었다.

-김정담한테 개죽음 당한 것도 억울해 죽고 싶은데 좋은 곳에 묻히지도 못해 눈을 감을 수가 없네.

“이미 죽었는데 뭘 억울해 죽어. 그래서 지금 어디 묻혔는데?”

그의 썰렁한 말에도 귀신은 자신들의 한을 풀기 위한 듯 순순히 알려주었다.

-로덴 왕국 동쪽 성벽.

이차원은 시체 위치 위치를 알아낸 후 이제 김정담에 대해 묻기로 하였다. 그의 주된 목적이자 귀신들의 유품도 얻어낸 수 있게 해주는 굉장히 중요한 존재. 귀신들에게는 악랄한 쓰레기였지만 이차원에게는 제일 중요한 쓰레기였다.

“좋아. 김정담은 내가 처리해줄게.”

-정말인가? 정말 김정담을 처리해 줄 건가?

이차원이 무심하게 고갤 끄덕거렸다. 그 모습이 귀신들에게 엄청 든든해 보이고 은인을 만나는 듯 찬양을 하는 눈빛이었다. 귀신들이 마침내 모두 얼굴이 환해져 이제야 자신들의 한을 풀 수 있다며 신나 하였다. 귀신을 못 보는 그의 일행들이 부러웠다. 어찌나 시끄럽고 정신 사나운지.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일을 하면 굉장히 좋은 보상이 쏟아질 거란 생각에 이차원은 꿋꿋이 참기로 하였다. 원래 고통 없이는 행복을 가지기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제야 한을 풀겠구만, 한을 풀어!

-그 개자식의 시체는 그냥 곱게 묻어 둬선 안 되네.

-근데 김정담 그놈도 어떻게 보면 딱하지 않나. 지 딸 살려보겠다 그렇게 된 거잖어.

한 귀신의 말에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졌다. 그런... 김정담에게도 숨겨진 사실이 있다는 건가? 허나 귀신들은 침묵도 잠시 그를 향해 맹렬히 비난의 말을 쏟아내었다.

-이교도 빠진 딸년 하나 살리겠다고 국민들 목숨 갖다 바친 그놈이 딱하긴 뭐가 딱해!

이차원은 김정담의 사연을 더욱 들어보고 싶었다.

“그게 무슨 소리죠?”

-그게, 김정담이 이교도한테 충성을 바친 이유가 하나뿐인 딸 때문이거든요. 딸이 세뇌를 당해 이교도에 잡혀갔는데 그걸 빌미로 협박을 한 모양입니다.

그의 뒤로 다른 귀신을 추가 설명을 덧붙이며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렇다고 우릴 죽인 그놈의 죄가 없어지는 건 아니지. 지 딸 목숨만 귀한가? 어?

-그렇지, 암만.

분위기는 흥분의 도가니에서 분노와 멸시로 점차 물들어갔다. 이들의 사이에 이렇게 끼어들어도 되는 건가. 모르겠다. 그는 그저 그의 이익만 얻을 수 있으면 뭐든 다 했으니까.

귀신들이 점차 한목소리로 모두 그 말에 동의하는데 그 순간, 하칸이 멀리서 날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드디어 온 건가. 배 속에서 하킨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면 이미 소화가 다 끝난 상태였겠네.

-으어!

-저리가, 으아아악!

하칸이 날아오자, 갑자기 자신들보다 무서운 존재라도 본 듯이 도망가는 혼령들이 보였다. 한순간에 그의 귀를 때려오는 난장판이 사라졌다.

푸르르르. 그런 상황을 자신이 만든 건지도 모르는 듯 날개를 털며 애교를 부려왔다.

“하칸, 네가 내쫓은 거냐?”

차원은 이 귀여운 생명체의 위력이 어디까지인지 가늠이 안 돼 놀라서 물었다. 그러나 하칸은 갸르릉 소릴 내며 머리를 비벼댈 뿐, 전혀 어떤 대답의 제스쳐도 취하지 않아 하였다.

‘하다 하다 이제 원한이 있는 혼령들까지 내쫓을 수 있는 건가.’

***

이차원은 하칸과 함께 동료들에게 돌아가니 카르틴 왕국 사람들 곧장 엎드려 경배를 하였다. 차원의 동료들은 어느덧 하칸의 주위로 몰려들어 간식을 주고 있었다. 하칸의 귀여움에 빠진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으니 이제 이차원도 그러려니 하였다.

-내가 주면 안 돼?

프랭크다 데린이 간식을 주는 걸 보며 물어왔다. 데린은 흔쾌히 간식을 프랭크에게 넘겨주었다. 언제부턴가 이 둘 사이가 급격히 좋아졌는데, 그게 언제부터 이랬지?

프랭크는 하칸에게 간식을 주며 천천히 몸을 쓰다듬었다. 하칸은 그의 손길이 나쁘지 않은 듯 얌전히 간식을 먹고 있었다.

-그새 강해졌네.

데린의 말에 이차원은 묵묵히 동의를 표했다. 하칸은 자연의 마나를 흡수하고 왔는지 그사이 전보다 힘이 더 강해졌다.

‘저 자식도 꽤 놀란 모양이네.’

이차원은 무의식적으로 울프릭을 보는데 그는 하칸의 힘에 매우 놀란 듯 경이롭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칸도 우리랑 함께 가면 안 돼요?

그리고 하칸을 쓰다듬던 프랭크가 순진한 표정으로 물었다. 허나 이차원은 그 물음에 고갤 저었다.

“그건 안 돼. 하칸의 존재가 알려지면 위험해질 수도 있거든.”

로덴 왕국 자체가 이교도에 목숨을 바치겠다고 서약한 사람들만이 살아 있는 곳이니, 하칸의 존재가 알려지면 수많은 공격이 들어오리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

‘잠시 세상 밖으로 내보내야겠어.’

그런데 차원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프랭크한테 간식을 받아먹던 하칸이 갑자기 날갯짓을 하며 도망가버렸다. 이럴 땐 눈치가 되게 빨라 보인다니까.

“하칸.”

차원이 그 모습을 보고 인상을 쓰며 불렀다. 그러자 하칸은 그런 이차원이 무서웠는지 다시 날아오더니 차원의 품에 쏙 안겼다.

‘아, 맞다.’

차원은 뒤늦게 카르틴 기사들에게 얻었던 용의 발톱이 생각났다. 조만간 하칸에게 이것을 끼워주겠노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타이밍이 다가온 것이다. 차원이 하칸에게 용의 발톱을 끼워주는데, 하칸의 몸에서는 푸른색이 빛나기 시작했다.

푸드득.

하칸이 갑자기 굉장한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듯, 차원의 품에서 벗어나서 빠르게 날아가 버렸다.

‘또 어딜 가려는 거냐.’

이차원은 하칸이 또 어디로 가는지 보는데 하칸은 차원 일행이 걸어온 방향 쪽으로 몸을 틀더니 저 멀리 써펜트가 있는 방향으로 작은 손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용의 발톱이 끼워진 손에서 강력한 파동이 일더니 푸른 빛이 번쩍이면서 손톱 갈기 모양의 에너지가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저놈 때문에 주인이 개고생한 거 아는 모양인데?”

데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손톱 갈기 모양 에너지가 써펜트를 가격하고, 써펜트의 몸은 그대로 찢겨졌다. 순식간에 써펜트가 있던 곳이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이 거리에서 저정도 공격을?’

써펜트의 피부와 내장을 뚫지 못해서, 강령술까지 사용했던 차원인데 하칸은 이 먼거리에서 손 한 번 휘둘러 써펜트를 처리해 버린 것이다. 거기에 놀란 건 차원뿐만이 아니었다.

-방금 제가 잘못 본 거 아니죠?

-아아......역시 드래곤. 감탄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차원의 일행들과 드래곤을 신성시하는 카르틴 왕국의 기사들도 실제 위력을 보고선 몸을 떨었다.

“너… 힘 함부로 사용하면 안 돼.”

그 위력을 보고 당장은 하칸을 데리고는 못 다닐 것 같다는 판단이 든 차원은 일단 하칸을 밖으로 옮기기 위해 박지원을 또 불러내었다. 역시나 박지원은 하칸에 대한 일이라니 순식간에 와서 굉장히 아름다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애기야. 잘 지냈어? 그새 더 귀여워졌네.”

박지원은 하칸을 보자마자 볼을 꼬집고 쓰다듬었다. 하칸은 그녀에게 써펜트를 찢어 죽였다고 믿기 힘들 정도로 순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실제 위력을 봤으면 저런 일도 불가능해지겠지.

‘써펜트 배 찢는 걸 봤으면 저러곤 못 있겠지.’

써펜트의 배를 한번 찢는 것을 봤으면 볼도 못 만져지니 사실을 알기 전에 지금 많이 만져둬라.

“얘, 좀 데리고 있어. 어디 못 가게. 그래도 나 다음으로 널 따르니까.”

하칸이 태어나자마자 박지원을 봐서 그런지, 하칸은 차원만큼 박지원도 잘 따랐다.

“네. 어머, 근데 이건 뭐예요? 손에 낀 거요. 너무 귀엽다.”

이차원은 해맑은 박지원의 질문에 그저 웃기만 하였다. 저것 때문에 하칸의 힘이 강력해져 써펜트를 찢어 죽인 것이 다시 생각났기 때문이다. 하칸의 힘을 보게 되면 어떤 생각이 들까? 게이트에서 한번 보여줬으면 좋겠는데.

“드래곤 전용 돌반지 같은 건가?”

박지원은 용의 발톱이 발휘할 힘을 상상도 모른 채 하칸을 쓰다듬다가 마침 생각난 듯 가방에서 태블릿 피씨를 꺼내 건네었다.

“보세요. 중국이 이렇게까지 태도를 바꾼 건 처음이에요.”

차원이 태블릿 피씨를 보는데 그곳엔 중국 관련 기사들이 스크랩돼 있었다.

[ 중국, 이차원 헌터에 고개 숙여? ]

[ 중국 헌터 관리국 “이차원 헌터에게 사죄. 그 게이트는 온전히 이차원 헌터의 것.” ]

“그래서 말하고 싶은 게 뭔데?”

그녀는 여전히 하칸을 만지며 흥분이 묻어있는 소리로 말하였다.

“이 기사 때문에 차원님 땅 관리자가 되겠다고 지원한 헌터 수가 벌써 2000을 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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