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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워프로 무한성장-129화 (129/202)

129화

영원의 강을 건너자마자, 키를리아 대륙에 도착하면 첫 대륙은 로덴 왕국이었다. 로덴 왕국은 이미 이교도에 의해 멸망해, 제대로 된 왕국 구실을 하지 못하는 나라인데 그나마 얻을 수 있는 것은 이교도에 목숨을 내걸겠다는 서약을 한 타락한 마법사를 만나 스킬을 배우는 거였다.

이교도의 목숨을 내건 서약. 그건 자신의 나라를 파는 대죄에 가까웠으며, 자신의 왕국을 망친 자들을 따르겠다는 서약과 같은 뜻이었다.

이차원(소리): 사자의 기억. 죽은 사람의 기억을 읽을 수 있는 스킬이었지.

이차원도 정확히 스킬 이름을 외우고 있었다. 스킬을 주는 NPC가 김정담이라는 한국인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사지의 기억. 그것은 죽은 사람의 기억을 읽을 수 있는 스킬이었다. 플레이어 시절 그가 주는 스킬로 게임 내에서 더 많은 퀘스트들을 얻었었다. 그 스킬로 더 많은 시나리오를 직접 확인했던 이차원이기에 스킬을 얻는 것이 더욱 설레고 있었다.

또, 그 스킬이 현실에서 쓰이면 매우 막강할 것 같기도 하였다. 이차원은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떨려왔고, 피가 들끓는 거 같았다.

‘길바닥 시체를 통해 얻은 정보로 보상을 챙기기도 했었는데.’

다크혼을 게임으로 접할 때, 길바닥에 있는 시체들의 기억을 읽어내 그 정보를 기반으로 보상을 챙긴 적도 많았다. 즉, 카를리아 대륙을 시작하는 왕국인 로덴 왕국에서 그 스킬을 얻느냐 마느냐가 카를리아 대륙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한정 짓는 기준이 될 정도로 중요한 스킬이었기 때문이다.

‘아니, 그 스킬이 현실에서 쓰이는 것이 비극인가.’

이차원은 현실에서의 사용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 스킬을 얻게 되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효과들이 떠올랐다.

‘강령술과 함께 사용한다면 더욱 막강한 스킬 효과를 얻을 수 있겠군.’

강령술이 있는 차원은 죽은 자에 영력을 불어 넣어 육체를 움직이는데, 그 죽은 육신의 기억들을 알게 되면 활용할 방안은 더욱 많아질 게 틀림없었다. 더군다나 디원의 몸은 죽은 영혼이 보였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그 영혼의 육체를 찾아 그 영혼의 모든 기억을 볼 수도 있었다.

-저희들도 카르틴 왕국으로 돌아가려면 로덴 왕국을 거쳐야 하니 함께 가겠나?

-그러지. 안 될 거 있겠나? 허허.

기사단장과 코웰은 함께 전투를 하더니 더욱 친근해졌다. 역시 남자들은 목숨을 오가는 상황을 함께 하면 더욱 끈끈해지는 모양이었다.

어차피 차원도 하원이 소개시켜 주었던, 그리고 차원도 알고 있던 강령술의 대가인 라프텔을 만나기 위해선 카르틴 왕국에 가야 했으니 그들과 동행할 필요가 있었다. 이차원 혼자서는 힘들었고 더욱 효과적이고 빠른 방법이었다.

차원 일행이 영원의 강 뭍에서 짐을 다 챙기고 갈대숲을 지나 로덴 왕국으로 가려는데, 차원의 눈앞에 수많은 영혼들이 나타나더니 이차원의 근처로 다시 우르르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아직도 물귀신 작전은 끝나지 않은 거냐, 이 질긴 놈들.

“뭐냐, 니들.”

-갑자기 또 왜 그래?

이차원이 순간 귀찮고 짜증이 나서 순간 욱해서 말하는데 로덴 왕국으로 갈 채비를 준비하는 동료들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얼떨결에 그들에게 욱해 보였을 거 같았을 것이다.

“아니야. 헛것을 봤나 봐.”

이차원은 그들에게 이상한 의심을 받기 전에 해명을 하였다.

***

이차원은 귀신들을 애써 무시하고 가려는데 귀신들은 지금도 여전히 차원의 주위를 빙 둘러싸며 쉴 새 없이 떠들어대고 있었다. 이 녀석들, 살아있었다면 입만 열심히 놀리면서 살았을 거 같았다.

-우리가 보이는 거 다 알아.

-제발 불쌍한 영혼들 살리는 셈 치고 그냥 가지 말아줘.

‘갑자기 뭐지. 원래 설정엔 없었는데.’

분명 차원이 게임 할 때만 했어도 이딴 설정이 없었다. 디원으로 플레이를 했었던 몇 번의 경험에서도 이 갈대밭에 귀신이 있는 것을 몰랐었다. 하긴 그럴 만도 하지. 막상 디원이 귀신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걸 알지도 못했으니까.

-제발 우리 얘기 좀 들어줘. 부탁이야.

귀신들은 이차원을 간절하게 붙잡았다. 도대체 이들에게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 것인가? 결국 끈질긴 귀신들에게 져버렸다. 이차원은 결국 걸음을 멈추었다.

“원하는 게 뭐야?”

생뚱맞은 물음에 그의 일행들은 모두 멈춰서 그를 바라보았다.

-왜 그러세요?

렌더가 대표로 물어보자 이차원은 손가락을 세우며 가만히 있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들은 이차원이 모두 이상해 보였다. 갑자기 아무도 없는 허공과 대화를 하는 모습을 보이니. 하지만 그들은 잠잠히 이차원을 잠잠히 지켜보았다.

-우린 로덴 왕국 사람들이고 이교도에 의해 억울하게 죽었어. 지금 로덴 왕국에 남은 사람들은 모두 이교도에게 충성을 맹세한 반역자들이야.

모두 반역자들이라고?

-저들은 나라를 팔아먹고 선량한 시민들을 죽였네. 부디 우릴 도와주게.

-우릴 볼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나 도와줄 거라 믿었는데 마침내 용자를 만난 거야.

-김정담, 그 쓰레기 새끼를 가장 먼저 죽여야 하네.

현실에서의 김무상인 것처럼 이곳에는 김정담이 그런 역을 맡고 있다는 건가? 물귀신 작전을 하는 귀신의 말이라 믿지는 못하겠지만, 이들의 모습이 매우 아련해 보였기에 일단 들어주기로 하였다.

귀신들의 하염없는 말에 이차원은 흥미롭게 그들을 지켜보았다.

“내가 복수를 해주면 뭘 얻을 수 있지?”

-살아생전 모아둔 유품을 전부 주겠네.

듣기만 해도 솔깃해지고 이목이 확 끌려오는 조건이었다. 이차원은 그 제안이 솔깃했다. 이곳은 시작의 대륙과 다르게, 실질적으로 모험이 이루어지는 대륙으로서 아이템들이 이전과는 한 차원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차원은 김정담에게 ‘사자의 눈’이라는 스킬을 얻기 위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을 얻기 위해서 현재 나아가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물론 국민들의 말은 진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원래 게임 설정상 이교도에 의해 망해버린 왕국이 로덴 왕국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저렇게 저들이 화가 나 있을 수 있는 상황도 일어날 수 있었다. 그런데 그에 희생당한 국민들의 원한을 풀어주는 퀘스트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나중에 이 왕국을 벗어나 조금 더 지나면, 떠돌이 랭스라는 자가 로렌 왕국 출신이라며 그 원한을 갚아달라는 시나리오가 나오긴 하지만….’

이차원의 입장에선 원래 있는 퀘스트가 있음에도 새로운 퀘스트를 받아들일 이유가 필요했다. 그들이 원하는 김정담의 목숨을 뺏는 것은 결코 쉬운 퀘스트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김정담을 죽이는 것이 쉬운 건 아닐 텐데. 내가 위험을 감수할 정도의 유품이 있나?”

이차원은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비교했을 때, 마땅한 보상이 따르지 않다면 그들의 조건을 들어주지 않겠다는 식으로 말하였다. 그의 물음에 귀신들이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유품에 대해 말해주었다.

하나같이 모두 화려하고 듣기만 해도 가슴 속 무언가가 올라오는 기분이 들었다. 그의 의욕을 충분히 일으켜 세우고도 남았을 유품들이었다. 그들의 말을 모두 들은 이차원의 생각은 바꾸었다

‘이 정도 유품이라면 생각을 제대로 해봐야겠는데.’

물론, 차원은 한쪽만을 선택할 생각은 없었다. 그의 마음에는 의욕을 일으켜 세워졌을 뿐만 아니라, 욕심과 욕망도 같이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미 국민들의 유품도 다 받고, 김정담에게 사자의 기억이라는 스킬도 받을 생각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 상태였다.

***

한편, 그 시각 현실상항에서는, 중화연맹이라 불리는 중국 내 대형길드 연합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진지하고 신중한 분위기의 목소리가 길드 틈에서 흘러나왔다.

“우리한테 타파이트 따위는 목적이 아니다.”

남자의 말에 모두가 그를 주목하였다. 그들은 모두 검은 양복을 입고 있는 채 거대한 원형 탁자를 가운데 두고 회의를 하고 있는 듯 보였다.

“중요한 건 게이트 몰린 헌터들이 두르고 있는 무기지.”

남자의 말에 모두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고갤 끄덕거렸다. 그러더니 자신들끼리만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건네면서 대화하였다.

“평소처럼하면 되는 거지?”

“그래, 평소처럼.”

이들은 게이트로 가서 타파이트를 얻고 이차원의 개가 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곳에 몰리는 헌터들이 두르고 있는 무기와 아이템을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작은 이익보다 커다란 이익을 바라보고 있던 것이다. 이차원과 마찬가지로.

헌터라 함은 게이트에서 몬스터와 싸워 죽을 수도, 살아서 영웅이 될 수도 있는 존재라는 게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 말은 즉, 헌터가 게이트 안에서 죽는 것은 그렇게 큰일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때 한 놈이 연예인급 대우를 받는 여자 헌터의 사진을 보면서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진 속 여자는 시크해 보이면서 강해 보였다. 하지만 외모는 미소녀 느낌이 물씬 느껴져 오는 반전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남자들은 이어서 서로의 대화를 이어 나갔다.

“걔도 이번에 참여해?”

“어.”

“내가 먼저야.”

“네가 먼저? 먼저가 어딨어. 먼저 발견하는 사람이 하는 거지.”

“사이 좋게 같이해도 좋지 않냐?”

남자들은 음흉하게 웃으며 말하였다. 이들의 눈에는 마치 정의란 보이지 않는 모습 같았다. 그들은 이미 정신이 피폐해진 듯한 눈매와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혀는 마치 뱀처럼 날름거리고 있었고 몸동작도 어딘가 보통 사람들과는 달리 흐느적거리면서 악랄한 낌새를 풍기고 있었다.

“큭큭. 정부가 이렇게 대놓고 승인할 줄이야.”

남자는 정부를 멍청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힘껏 비웃으며 이야기를 하였다.

“문제는 이런 생각을 우리만 한다는 게 아니란 거야.”

“길드원을 제외하곤 누구도 믿어선 안 돼. 서로가 서로의 목을 노릴 테니까.”

정부가 이런 짓을 하는 이유는 여론이 이미 이차원 쪽으로 가서 강제로 게이트를 뺏는 것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함부로 쳐들어가면 결과는 뻔하게 대문짝하게 그들의 업적이 쫙 펼쳐지게 되겠지. 그렇게 되면 그걸 본 국민들의 민심은 안 봐도 뻔하였다.

결국 그 안에서 나오는 타파이트를 챙길 수 없게 되자 이차원에게 사과를 하면서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뒤로는 자신들을 따르는 헌터 세력들을 참여시켜 타파이트보다 더 이득인 것들을 챙겨 나오려 계획을 세운 것이었다.

그 말은 자신들의 길드 말고도 미션을 받은 수많은 길드가 있을 확률이 높다는 걸 뜻했다.

앞서 말한 대로 게이트 안에서의 죽음은 항상 확실한 알리바이가 없었으니까.

그들의 눈에는 본능만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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