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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워프로 무한성장-116화 (116/202)

116화

“제 옷 안에 넣어도 되는데...”

박지원은 왠지 모르게 아쉬워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이차원의 후드 주머니를 보고 있었다. 이차원의 후드 주머니는 볼록 튀어나와 있었다. 자세히 보니 조금씩 꿈틀거리고 있는 모습도 보이는데...

“아니, 여기가 제일 안전해.”

이차원은 단호히 박지원의 말을 거부했다. 그렇다, 그의 주머니엔 바로 하칸이 들어 있는 상태였다. 이글 버드를 잡고 게이트 토벌을 끝낸 차원이 하칸을 후드티 안에 숨겨두었는데, 박지원은 작고 귀여운 하칸을 만질 수 있는 것이 부러웠던 것이었다. 천방지축에 호기심이 왕성했던 하칸이지만 다행히 먹거리를 주니 얌전히 후드 속에 들어가 있었다. 역시, 아기들은 단순한 거로 길들이는 것이 쉬웠다. 박지원은 게이트를 무사히 마치고 하칸까지 구한 이차원을 보며 물었다.

“피곤하실 텐데 남은 일정 취소할까요?”

“아니. 곧장 아그니토 게이트로 간다.”

이차원과 박지원이 게이트 밖으로 나가자 기자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

“최단 시간 게이트 토벌을 기록하셨는데 비법이 뭡니까?”

“얼음 속성이나 수속성 스킬이 있는 겁니까? 아니면 공식적으로 등록되지 않은 스킬이라도 보유하고 계신 겁니까?”

하나 같이 이차원의 활약상에 놀라는 반응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레벨 27 몬스터 게이트를 이렇게 빠르게 토벌한 헌터는 이제껏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차원에게는 그런 사실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귀찮아.’

이차원에게 그들의 질문은 오직 귀찮을 뿐이었다. 당장 차원에게 중요한 건 아그니토 게이트로 가서 로이칸에게 줄 아이템을 구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일정이 빠듯해 일일이 답변 드리기 어려우니 인터뷰를 원하시면 정식 절차를 밟아 요청해주세요.”

이번에도 박지원이 몰려드는 기자들로부터 차원을 보호하였다. 그렇게 그들을 헤집고 나아가는 길이었다. 그 순간, 갑자기 차원의 몸이 푸른색으로 빛나는 모습이 보였다.

“아니야, 쟤네 적들 아니야.”

후드 속에 있던 하칸이 차원의 마음에 있는 불쾌하고 귀찮음을 발견한 듯이 차원에게 다시 힘을 실어 준 것이다. 이차원은 매우 당황한 듯이 하칸에게 속삭이며 어르고 달래었다. 하지만 너무 늦은 모양이었다. 기자들도 차원의 몸이 푸르게 빛나는 것을 발견하고야 만 것이다.

“저것 봐! 몸이 파랗게 빛나고 있어!”

“역시 이차원 님은 수속성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 건가요?”

이 신비한 광경을 마구 촬영을 하기 시작하였다. 이리저리 카메라의 플래시가 터져 나왔다. 어찌나 심한지 앞이 안 보일 정도였다. 하칸도 갑자기 확 바뀐 시야 때문인지, 꿈틀거리는 움직임이 더 심해졌다. 그 모습을 본 박지원은 너클을 꺼내 끼우더니 기자들이 들고 있던 카메를 모조리 박살 내었다.

“그러게 정식 절차 밟으라고 했잖아요.”

박지원의 행동 때문에 얼이 빠진 기자들은 모두 조용해졌다. 다행히 하칸의 직임은 멈춰졌고 이 사실을 눈치챈 기자는 아무도 없는 듯하였다. 박지원은 나지막하게 말하며 기자들에게 티파이트 금속을 건네주었다.

“이건 카메라값.”

아무리 비싼 카메라라고 해도 열 배, 열 두 배는 하는 타파이트 금속이었다. 이걸 아무렇지 않게 넘겨주는 박지원을 보며 그들은 아무도 뭐라 하지 못했다. 반박하는 순간, 그녀의 후공에 의해 다 져버릴 것이라는 걸 당 알고 있는 듯하였기 때문이다. 박지원은 그런 기자들을 빗겨 가며 이차원과 함께 차에 올라탔다.

“하칸이란 드래곤이 힘을 실어준 게 맞는 거죠?”

자신들 외,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 곳이기에 그제서야 편하게 말할 수 있었다. 박지원은 차원의 후드티 안에서 빼꼼히 얼굴을 내민 하칸을 보며 못 믿겠다는 듯 말을 덧붙였다.

“세상에. 저렇게 귀여운 애한테 어떻게 그런 힘이...”

“귀여운 용은 무슨. 대륙에 있는 모든 몬스터를 몰살시키고도 남는…”

이차원 역시 흥분을 감추지 못해 말을 하다 이내 멈추었다. 다크혼의 얘기를 하자니, 박지원이 어차피 이해를 못 할 거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게임을 통해서 지금까지 이런 상황이 됐다고 한다면... 이미지가 바로 깎여 내려갈 것만 같았다.

‘아니다. 그냥 말해주는 게 나으려나.’

그러나 어차피 박지원은 하칸을 목격했고 그 능력까지 확인했다. 오히려 대놓고 정보를 알려주고 비밀을 지키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차원은, 박지원에게 드래곤에 대해 겉핥기로만 설명해주기로 하였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아홉 마리의 용이 있어. 각각 불, 수, 얼음, 빛을 관망하고 개입하는 존잰데 지금 네가 보고 있는 애는 하칸이란 용이야. 하칸은 게이트 에너지, 즉 마나를 다루는 용인데 너도 직접 봤겠지만 상식을 뛰어넘는 힘을 가지고 있어.”

이차원의 설명에 박지원은 다시 후드티 안에 들어가 있는 하칸을 힐끔 바라보았다. 저렇게 귀여운 존재가 그런 엄청난 힘을 지녔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것도 있었지만, 드래곤이 있다는 차원의 말을 믿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드래곤은 판타지 세계에나 나오는 존재인 줄 알았는데......정말 이 아이가 하칸이란 드래곤이 확실한가요?”

“그 힘을 네가 직접 목격했으면서 부정하겠단 건가? 하칸은 진짜야. 진짜 드래곤이라고.”

하칸은 자신의 얘길 하는지 마치 이해하고 알았다는지 후드티 안에서 기어 나오며 그를 바라보았다.

푸드덕.

이내 하칸이 작은 날개를 흔들며 차 안을 돌아다녔다. 하칸은 차원의 어깨에 앉기도 하며 호감을 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자신에게 먹을 것을 주고, 자신을 지켜준 존재에 깊은 신뢰를 느끼는 하칸이었다.

“앞에 봐라.”

이차원은 박지원을 향해 발하였다, 운전을 하는 내내 하칸의 귀여운 모습에 정신이 팔려 몇 번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자 차원이 한 마디 쏘아붙인 것이다.

“죄송합니다.”

박지원은 이내 정신을 바로 잡고 운전대를 쥐었다. 하지만 자꾸만 하칸에게 시선이 가는 걸 어찌하라고. 자신에게도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어깨에 앉아주었더라면... 그녀는 백미러를 통해서라도 하칸을 바라보고 있었다.

***

“이차원님, 레벨 29 아그니토 게이트에 도착했습니다.”

신호를 무시하고 달린 탓인지 금세 도착한 듯한 기분이 들어왔다. 교통경찰에게 걸리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아, CCTV에는 찍혔을라나. 아무튼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이차원은 하칸과 함께 차에서 내렸다. 하칸의 몸이 푸른색으로 변하였더니, 표정도 찡그린 상태였다.

“몬스터를 자신의 적이라고 인지하는 것 같습니다.”

“그럴 수도. 아그니토도 레드 버드나 이글 버드처럼 화속성이니 비슷한 에너지를 느꼈겠지.”

그리고 박지원과 이차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차원의 어깨에 앉아있던 하칸이 빠르게 게이트로 들어갔다. 저거 또 급발진해서 움직이네. 차원도 빠르게 그 뒤를 쫓아갔다.

“예절 교육은 받아야겠다, 너.”

박지원은 매번 자기 멋대로 가버리는 하칸의 뒤를 쫓으며 자신이 교육을 시켜야겠다는 말투를 내뱉었다. 이렇게 해서라도 친해지고 싶은 모양이었다.

아그니토는 사람의 형상을 한 몬스터로 온몸이 들끓는 용암으로 돼 있었다. 그리고 이차원이 게이트에 들어갔을 땐 아그니토 다섯 마리의 몸이 빛나면서 멈춰있었다.

“갑자기 왜 저러는 거죠?”

이번에도 뒤늦게 나타난 박지원은 멈춰있는 아그니토를 보며 의아해하였다.

푸드득.

게이트 안을 날아다니는 하칸의 소리다. 그제야 또 상황을 이해하였다.

“설마...”

“맞아. 하칸이 아그니토 용암 온도를 내리고 있어.”

이차원의 말대로 하칸의 몸이 점점 푸른 빛으로 될수록 아크니토의 몸은 점차 거무스름하게 변해갔다. 마치 용암이 화강암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실제로 보는 거 같았다.

‘강한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그리고 그 광경을 본 이차원 또한 박지원도 못지않게 놀랐다. 하칸이 강하단 건 알았지만 레벨 29 몬스터가 이렇게 힘조차 못 쓰고 죽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푸드득.

이차원과 박지원이 따로 힘을 쓸 필요도 없었다. 그들이 하는 거라곤 그저 가만히 서서 하칸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하칸이 게이트를 날아다니며 모든 아그니토의 몸뚱아리를 식혀서 죽였으니까.

“죄송합니다, 이차원님.”

그 모습을 보던 박지원은 갑자기 이차원에게 사과하였다. 이차원은 박지원을 당황스럽게 쳐다보았다.

“이차원님 말을 의심했던 거, 사과드립니다. 드래곤, 확실하네요.”

박지원도 하칸의 압도적 힘에 이젠 차원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고작 새끼 드래곤 한 마리에 말 그대로 전멸당했어.’

놀라고 있는 박지원을 뒤로하고 이차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이내 죽은 아그니토의 몸을 가르더니 폐를 꺼내 들어 인벤토리에 넣는 것이었다.

“폐는 갑자기 왜 꺼내시는 거죠?”

“인류애를 위해서. 식량난 해결하려면 농경지 만들어줘야 되잖아.”

“농경지를 만드는데 아그니토의 폐가 무슨 필요….”

대화를 주고받던 사이에, 이 게이트의 보스 몬스터인, 아그니킹이 나타났다. 들끓는 마그마가 온몸을 두르고 있고 아그니토와 비교하면 근육질에 덩치도 컸다. 그 모습이 보인 후 순식간이었다. 아그니 킹이 땅을 내려찍자, 땅이 갈라지며 불꽃이 튀어나오는 것이었다. 진짜 대재앙에 가까운 일이었다. 땅을 가르며 나온 불꽃은 여기저기 튀어 다니더니 닿는 곳마다 불이 붙었다.

“이번엔 어쩌려나.”

이차원은 이번엔 직접 보스를 처리하지 않고 팔짱을 낀 채 지켜보았다. 하칸이 어떻게 보스를 처리할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푸드득!

그리고 그 순간 하칸이 빠르게 아크니킹을 향해 돌진하였다. 그와 동시에 아그니킹의 몸이 푸른색으로 변하였다.

‘이대로 쉽게 끝낼 수 있다고?’

하지만 이내 곳곳에서 다시 붉은 기운이 올라왔다. 동시에 아그니킹의 주먹이 하칸을 향해 날아갔다.

“이차원 님, 도와주셔야죠!”

박지원이 대신해서 아그니킹의 불꽃이 튄 것처럼 속이 타들어갔다. 하지만 이차원은 움직이지 않았다.

“좀 더 지켜봐.”

박지원이 애타는 마음으로 하칸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하칸은 매우 가뿐하게 아그니킹의 공격을 피하고 있었다.

“어라...?”

그사이에 비행 능력이 상승한 모양이다. 하칸의 푸른 빛과 아그니킹을 두르고 있는 마그마가 격렬하게 부딪치며 빛을 밝히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밀리는 듯하였다. 끝끝내 마그마가 그 푸른 빛을 뚫고 나오더니 기세등등해진 아그니킹이 땅을 찍으면서 다가오는 것이었다.

“새끼라 아직은 무리인가.”

이차원은 결국 직접 전투를 하려고 심판의 검을 꺼내들었다. 그때, 하칸의 표정이 뾰로통해지더니,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하였다.

“차원님, 애기 화난 거 같은데요?”

그 말과 동시에 하칸의 몸이 더욱 파랗게 변하고 있었다. 아그니킹은 그런 하칸이 힘이 다한 줄 알고 전속력으로 덤벼들었다. 이차원도 검을 높게 들어 올렸다. 하지만 아그니킹이 발을 찍어대는 바람에 땅에서 나오는 불꽃이 그들에게도 향하였다.

“이차원 님!”

불꽃이 박지원에게 향하자 이차원은 황급히 [스카이워커]를 사용해 박지원을 구출하였다. 그사이 어느덧 아그니킹이 하칸에게 가까워졌다. 이차원은 어서 빨리 검을 쥐어 들고 달려가려 하였다. 그 순간, 아그니킹에게 가려져 있던 하칸에게서 엄청난 양의 빛이 새어 나왔다. 동시에 아그니킹의 몸에서 엄청난 푸른 빛이 터져 나오더니, 아그니킹의 몸이 터져버렸다. 신체를 이루고 있던 파편들은 이곳저곳에 튀어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하칸도 기절을 했는지 날갯짓을 멈추고 땅에 툭, 떨어진다. 이차원은 재빨리 떨어지는 하칸을 [스카이워커]를 사용해 손으로 받아내었다.

“이차원 님! 하칸 괜찮아요?”

박지원도 그 모습을 보고 헐레벌떡 뛰어왔다. 그들은 하염없이 축 늘어져 있는 하칸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박지원의 눈에는 어느덧 눈물이 맺혀있었다.

“이대로 죽은 거 아냐죠? 그렇죠?”

“드래곤이 이렇게 금방 죽지는 않아.”

그는 이미 게임에서 드래곤의 목숨이 얼마나 질긴지 알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던 잠시, 하칸의 발이 살짝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봐, 힘이 다 떨어져서 그런 것뿐이야.”

“아아, 다행이다.”

박지원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차원과 박지원은 그 뒤로 하칸이 만들어낸 활약에 놀라 그 누구도 말을 꺼내지 못하였다. 이번 게이트도, 불과 5분 만에 끝나 버린 거다.

그때, 또 떠오르는 상태창이 보였다.

[ 칭호를 얻었습니다! ‘불의 지배자’ ]

[ 불속성 저항을 얻었습니다! ]

“불의 지배자?”

상태창을 본 박지원은 굉장히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네? 그 칭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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