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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워프로 무한성장-114화 (114/202)

114화

여전히 개장 안에 갇혀 있는 코웰이 하품을 하며 자고 있는 동료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은 불침번을 서기 위해 순서를 정해서 자고 있는 중이었다. 만에 하나 위급 상황이 벌어지거나 차원이 자신들을 필요로 할 경우를 대비해서였다. 모두 다 피곤했던 모양인지 이런 상황에서도 잘 자는 모습이었다. 특히나 렌더는 이미 익숙해진 상황인 듯 자기집 안방처럼 자고 있었다. 하긴, 공포와 걱정에 사로잡혀 떨고 있는 모습보단 보기 좋았지만.

은신처는 아직도 하얀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저 부근에서 실험을 한다는 말이지. 코웰은 자신들이 저곳으로 향하지만 않기를 바랐다. 그때, 일순간 연기가 한쪽으로 치우쳐졌다.

‘뭐지? 바람은 안 부는데.’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에 코웰은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그때,

‘뭔가 있어.’

코웰이 어떤 에너지를 느끼곤 자리에서 일어나 개장 안을 둘러보았다.

‘거대한 힘을 지닌 존재가 이 근처에 있어. 확실해.’

그런데 그때 자고 있던 울프릭이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러자 바로 코웰과 눈이 마주쳤다.

-근처에서 강력한 에너지가 느껴져.

울프릭은 코웰보다 차원과 동기화율이 더 높았기 때문에 에너지를 더욱 예민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울프릭조차 동기화율이 15%밖에 안 되는데 이렇게 강력하게 에너지를 느낀다는 건 그만큼 에너지가 강력하다는 걸 의미했다.

-저도 같은 걸 느꼈습니다.

-이 정도 에너지를 내뿜은 존재는 처음인데. 대체 뭐길래......

울프릭이 이상히 여겨 자고 있는 동료들을 보았다. 데린과 프랭크, 렌더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채 속 편히 자고 있었다. 분명 이렇게 강력한 에너지라면 다른 동료들도 깰법했는데 데린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은 확실히 이상했다.

-수상합니다. 데린이 느끼지 못하는 에너지라니.

코웰의 말에 울프릭과 코웰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생각에 빠졌다. 그러고는 이내 둘 사이 공통점을 발견했다.

-혹시 우리 둘만 요정님과 빙의가 가능하기 때문에 느끼는 거 아닐까요?

코웰의 말에 울프릭도 동의하는 듯했다. 자신들은 요정에게 몸을 빌려줄 수 있는 존재들이다. 그 말은 즉 지금 요정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뜻으로도 다가왔다.

-요정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게 확실해.

-이렇게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존재를 만난 거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코웰은 불안한 예감을 떨치지 못하겠다는 듯이 걱정하는 말투였다.

‘대체 어떤 존재길래...’

울프릭은 이 정도로 강력한 에너지를 지닌 존재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였다. 그때, 한 가지 생명체가 퍼뜩 떠올랐다.

-설마 하칸의 부활?

눈을 마주치는 코웰과 울프릭은 그것밖에 떠오르지 않는 듯 서로를 넋 나간 듯 바라보았다.

***

“잘도 받아먹네.”

이차원은 알껍질을 하칸의 입에 넣어주자 그것을 야금야금 껍질을 씹어 삼켰다. 드래곤은 자신이 깨고 나온 알껍질을 모두 먹어 치워야 드래곤 자체가 가지고 있는 힘을 발휘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차원도 하칸에게 껍질을 먹이는 중이었다.

“얌전히만 있으면 인형 같은데 말이야.”

아직 새끼인 하칸은 귀여운 인형 같은 모습이었다. 눈은 초롱초롱하고 동그랬다. 눈은 초록색이었고 몸통은 푸른 빛을 내고 있어 신비로움을 더욱 드러내 보였다.

“이대로만 착하게 자라줘라.”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알껍질을 먹다 만 하칸이 갑자기 날갯짓을 시작하더니 이차원 방을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그 속도는 일반 용만큼 빠르지 않았지만 갓 태어난 새끼치고는 빠른 스피드였다.

“야. 까불지 말고 내려와.”

이차원은 방을 정신없이 휘젓고 다니는 하칸에게 나름 무섭게 말을 하지만 하칸은 그 말을 모조리 무시하였다. 애초에 인간의 말을 들을 수도 없겠지만. 하칸은 작은 악동이 된 것 마냥 방에 있는 물건들을 집어다 바닥에 뿌리고 다녔다.

“하.....저런 새끼가 다크혼 세계 에너지를 조절하는 존재라니.”

이차원은 한순간에 엉망진창이 된 방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뱉는다.

푸드득!

하칸은 이차원이 그러거나 말거나 귀여운 날갯짓을 계속하며 방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바빴다.

‘확 묶어버릴까.’

차원은 순간 속죄의 매듭을 꺼내 애완견처럼 하칸을 묶어 놓고 싶지만, 자신을 적으로 인식하게 만들 것 같아 포기하기로 하였다. 하, 귀엽지만 않았으면 넌 바로 목줄행이었어. 이차원은 간신히 매듭을 집어넣자 박지원에게 전화가 왔다.

“차원님, 혹시 아그니토 게이트 잊으신 거 아니죠?”

박지원은 아그니토 게이트를 섭외해 놓고 차원의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헌데 한참을 기다려도 차원이 나오지 않자 전화를 한 것이다.

“혹시 지금 체력 포션 있나?”

체력 포션은 힐러가 없는 상황에서 헌터들이 급하게 먹는 영약의 종류 중 하나다.

“있어요. 가지고 올라갈게요.”

이차원은 박지원의 전화를 끊자마자 다시 하칸을 잡으려고 손을 뻗었다. 그런데 살짝 열린 문 사이로 빠져나가더니 거실로 푸드득! 날아갔다.

“야!”

무슨 말썽 피우는 애를 키우는 것도 아니고, 이게 무슨 꼴이람! 급하게 놈을 잡으러 나가려는데... 현관에 서있는 박지원과 딱 마주쳤다.

“뭐야? 왜 남의 집 문을 따고 들어와?”

“죄송합니다. 문이 열려있어서 일부러 열어 놓으신 줄 알고...”

그런데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차원 뒤로 푸드득, 소리가 들리더니 하칸이 등장하였다. 그 모습에 박지원은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모, 몬스터!”

박지원, 곧장 전투 준비를 하고, 너클을 꺼내 들었다.

“그거 아니야! 내려 둬.”

그 모습에 다급하게 박지원을 말리던 때에, 그 틈을 타서 하칸은 다시 거실로 들어가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차원님, 지금 저 녀석이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제가 당장 가서 처리를.”

“하지마. 그냥 가만있어.”

“네? 하지만 지금-”

“내가 키우는 드래곤이야.”

이차원의 말에 박지원은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너클을 차고 있던 주먹을 내렸다. 그녀의 표정은 안 봐도 알것만 같았다. 넋이 나가 있는 상태이겠지. 자신의 앞에 진짜 드래곤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일인 건 다 똑같을 거다. 실제로 게이트가 생긴 당시, 나중엔 헌터도 잡을 수 없는 용이 등장하리란 음모가 세간에 떠돌곤 했었지만 아직까지 드래곤을 현실에서 봤다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체력 포션을 달라 하신 거군요.”

박지원은 차원이 파란색 용을 잡기 위해 체력 포션을 달라고 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곧장 체력 포션과 초코칩 쿠키를 함께 꺼내 들었다.

“이걸로 유인하면 더 빨리 잡힐 것 같은데.”

이차원은 박지원의 말에 쿠키를 받아들고 흔들어댔다. 그러자 커튼을 잡아당기고 있던 하칸이 곧장 쿠키로 돌진하더니 그의 손에 앉아서 쿠키를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마치 손에 다람쥐가 앉아있는 듯하였다.

“세상에 너무 귀여워.”

처음 공격적이었던 모습은 어디 가고, 야금야금 쿠키를 먹는 하칸의 모습에 완전히 반해버린 모양이다. 하지만 차원은 이 녀석의 숨겨진 무서움을 직접 겪고 있었다.

“일주일만 지나도 그 말 취소할 거다.”

그는 말없이 정신없게 어질러진 자신의 집을 보며 말했다.

이차원이 초코칩에 체력 포션을 묻혀주자 하칸은 더 맛있게 초코칩을 먹기 시작했다. 체력 포션의 맛이 몬스터에게 인기가 좋다는 것은 이미 오래도록 알려진 사실이었다. 거기에 체력 포션은 특유의 향이 있는데, 이 향을 몬스터들이 굉장히 좋아했다.

이번엔 쿠키에 안정제를 묻히며 건네주었다. 완전히 하칸을 통제하기 위함이었다. 그 모습에 박지원이 화들짝 놀라며 일어섰다.

“지금 그거 30레벨 넘는 몬스터도 버티기 힘든 강력한 영약인데 이렇게 작고 귀여운 애기한테 먹이면 안 되죠!”

본지 얼마나 됐다고, 박지원은 어느덧 하칸의 부모라도 되는 듯이 못 먹일 걸 먹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진짜 애완동물을 키우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이차원을 말리려는데 이미 늦어버렸다. 하칸은 초코칩에 묻은 몬스터 안정제까지 남김없이 먹어버렸다. 다행히 박지원의 걱정과 다르게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푸르!

대신, 혀를 차며 인상을 잔뜩 찌푸려댔다. 맛이 없는 모양이네.

“어라......? ”

예상과 다르게 너무나 멀쩡한 하칸을 보고 박지원은 조금 당황하였다.

‘역시. 보통 몬스터는 아니란 말인가.’

이차원니 안정제를 주는 걸 포기하고 집에 있는 군것질거리를 다 꺼내왔다. 하칸은 어느덧 날갯짓을 멈추더니 차원의 앞에 얌전히 앉아 먹는 것에 집중하였다. 이어서 제일 강력한 효과를 가진, 레벨 50 헌터의 체력도 확 키울 수 있는 체력 포션을 하칸의 알에 바르고 과자 부스러기도 함께 알에 떨어트려 주었다.

하칸이 또 푸르르 날아와서 알을 먹기 바빴다.

“됐다.”

뚜둑뚜둑 하면서 알을 깨 먹는 하칸의 몸에 푸른 빛이 감도는 게 보이기 시작하였다.

‘처음 느껴보는 강력한 에너지인데.’

그에 강렬한 에너지를 느끼는 차원은 깨달았다. 이런 에너지는 어디서도 느낄 수 없었다. 이 게이트 에너지, 즉, 마나에 아주 민감한 울프릭의 몸을 가지고 있었을 때도.

이 하칸이 에너지에 민감한 존재들을 만나면 그들을 그냥 기절시킬 수도 있을 것 같은 파워처럼 다가왔던 것이다.

그런데 그때.

콰아앙!

거대한 굉음이 발생했고 차원과 지원의 휴대폰이 동시에 울어대기 시작했다.

[ 반경 1Km 이내, 돌발 게이트 발생. 인근 헌터 총집결! ]

[ 반경 1Km 이내, 돌발 게이트 발생. 인근 헌터 총집결! ]

돌발 게이트는 인간들이 예측할 수 없는 게이트인데, 그것이 열린 것이었다.

“혼자 다녀올 수 있지?”

차원은 하칸을 돌봐야 하니, 박지원을 보내기로 한 것이다. 아그니토의 폐를 얻기 위해 박지원을 부르긴 했지만, 당장 하칸과 친밀도를 올리고 소통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었다.

“제가 갈 필요 없겠는데요.”

지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밖에서 굉음이 들리더니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돌발게이트에서 튀어나온 몬스터가 체력포션의 냄새를 맡고, 차원의 집을 찾은 것이었다.

“귀찮게 됐네.”

이차원이 베란다를 보니 아파트 11층 창문에 보이는, 레벨 27 레드 버드가 있었다. 인간들 상상 속에 나오는 불사조로 온몸에 불을 두르고 있는, 까마귀 정도 크기가 되는 조류형 몬스터이다. 레벨도 높고, 놈이 내뿜는 불의 파워가 강한 것이 특징이었다.

끄?

얌전히 알을 먹던 하칸은, 그 존재들을 보고 고개를 좌우로 갸우뚱거렸다. 그 틈을 타서 레드 버드가 하칸의 군것질거리를 가지고 도망가 버렸다. 그 모습에 자신의 밥이 뺏겼다는 걸 아는 모양인지 하칸의 큰 눈이 찡그려지더니 바로 레드 버드를 쫓아 날아가 버렸다.

“아앗!”

이차원 역시 곧바로 [스카이 점프]를 활용해 곧장 창문 밖으로 그들을 따라갔다.

“같이 가요!”

박지원 또한 서둘러 짐을 챙기며 집을 나섰다. 그렇게 단 몇 초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그들만의 꼬리잡기가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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