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워프로 무한성장-108화 (108/202)

108화

한편, 이차원이 난리 피우지 말라고 그렇게 경고를 했음에도 게임 속은 말 그대로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야 니들 지금 뭐 엄청난 모험이라도 하고 있는 거 같지? 아니야. 니들은 그냥 인간이 만든 디지털 쪼가리에 불과해.”

“뭐라는 거야 아까부터. 못생긴 게.”

“이야, 여기가 판타지는 판타지구나? 괴팍한 아줌마까지 절세미녀야 아주?”

“그럼 넌 무슨 세계에서 왔길래 얼굴이 그렇게 천박하지?”

“천박? 이 미친년이! 야, 니들 내가 여기 나가기만 하면 다 뒤졌어. 알아?”

용훈은 자신의 앞에 있는 NPC들은 전혀 무서워하지 않았다. 인간이 만들어 낸 디지털 쪼가리에 불과한 놈들에게 굽실댈 필요가 없다는 듯이 매우 공격적인 어조를 취하며 까불듯이 웃으면서 말하였다.

그리고 데린은 더는 김용훈과 상대할 가치가 없다는 듯 귀를 후비며 듣지를 않았다. 데린은 콧노래를 부르며 용훈을 일부러 화를 돋우게 하려 하였는데, 옆에서 김용훈을 가만 지켜보던 프랭크가 갑자기 코웰이 차고 있던 총을 빼앗았다. 이차원과 함께 있을 땐 무뚝뚝한 아이였지만 그는 나중에 기갑군단의 폭군이 될 남자였다. 그렇기에 내면은 매우 사나운 이빨을 가지고 있었다.

-너 같은 쓰레기 새끼는 죽어도 싸!

광분해버리고 만 프랭크는 곧장 김용훈에게 총을 겨누었다. 프랭크는 레이큰에 의해 아버지가 당한 트라우마가 있었고 죄 없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놈들을 보면 죽이고 싶었다.

-야, 서, 설마 그거...

그리고 김용훈은 프랭크가 들고 있는 총을 보며 두 눈을 의심하였다. 갑작스럽게 들이밀어진 총은 실제 총이었기에 맞으면 바로 죽을 수 있었다. 김용훈은 그제서야 목숨을 구걸하듯이 애원을 하기 시작했다.

-제발 살려주면 뭐든 다 줄게.

-닥쳐! 죽어버려.

누군가 말릴 새도 없이 프랭크가 총을 쏘았다. 그 순간 데린이 총구를 빠르게 다른 곳으로 잡아 돌렸기에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에인 결정에 의한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근처에 있던 바위가 박살 나면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김용훈은 그 위력에 깜짝 놀랐는지 바지에 오줌을 지리고야 말았다.

그러든 말든, 데린은 프랭크를 설득하기 시작하였다.

-꼬맹아. 기다려보자. 요정이 기다리라고 했잖아.

데린의 말에 프랭크는 총을 겨누던 손을 천천히 내렸다. 프랭크는 자신이 가장 잘 따르는 이차원의 말을 잘 들었기에 순식간에 이성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데린은 천천히 프랭크의 손에 있던 총을 가지고 가서는 코웰에게 돌려주었다. 그대, 데린은 깜짝 놀라 총을 떨어 뜨리고 말았다.

-왜 그래? 남의 물건을 떨어뜨리고.

데린의 시선이 향한 곳을 보자 이차원의 모습이 보였다. 프랭크도 많이 놀란 모양이었다.

“살려주면 뭐든 다 준다고? 그럼 네가 가진 거 다 줘. 살려는 줄게.”

그리고 어느새 나타난 이차원은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였다. 김용훈은 나갔다 들어온 이차원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는 것을 알고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 거기에 이차원의 가진 거 다 내놓으라는 말에 무언가를 숨기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하하하. 형, 갑자기 왜 그러세요. 저 살려주시면 이딴 npc들 말고 진짜 동료도 생기고 서로 좋잖아요.

“싫음 말고.”

이차원은 바로 김용훈을 버리고 일행을 데리고 떠나려 하였다. 잠깐 고민을 한 김용훈이 다시 차원을 다급하게 불러 세웠다.

-다 드릴게요! 살려만 주세요, 제발...

이차원은 다시 김용훈에게 다가가 코웰에게 나뭇가지들을 자르라고 지시를 내렸다. 몸이 풀려나자마자 김용훈은 인벤토리에 있는 모든 아이템을 쏟아내 이차원에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김역전에게 받은 종이를 꺼내든 차원은 일일이 쪽지 내용과 아이템을 비교하며 보기 시작했다.

이나리, 김석호, 최세현...

[ 상급자의 가죽 바지 ]

[ 붉은 낫 ]

...

그들에게서 얻은 아이템들이 쭉 나열되어 있었다. 이차원은 경멸스러운 시선을 가지고 김용훈을 바라보았다.

“살인자 맞네, 이 새끼 이거.”

살인자라는 말에 프랭크의 눈이 붉어졌다.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한 레이큰 때문에 살인이라는 말을 들어도 분노를 참지 못하는 것이었다. 김용훈에게 죽이려는 듯이 달려드는 프랭크를 차원이 뒤에서 말렸다.

“네 손 더럽힐 가치도 없는 놈이야.”

이차원은 그렇게 동료들을 데리고 떠나며 숲을 그대로 나섰다. 김용훈이 그들을 잡으려고 하자 종소리가 사라진 그의 앞에는 다시 나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그저 그들을 부르는 김용훈의 외침이 절망의 숲에 메아리만 치고 있었다.

-살려줘, 제발 살려줘!

***

게임엔 시각 거리라는 것이 있다. 이는 플레이어가 볼 수 있는 거리인데 그 거리가 무한대까진 아니더라도 일반인의 능력은 훨씬 초월하는 거리를 볼 수 있긴 하다. 그리고 차원, 게임을 플레이하듯 시선을 넘어 보자 차원이 보는 장면은 하늘 위에서 풍경을 바라보는 것처럼 된다. 차원의 유령 같은 몸은 땅에 있는 상태에서 게임 속 세계를 볼 수 있는 것이었다.

마치 새가 되어 이곳 땅에 있는 상황들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다행히도 이차원이 볼 수 있는 제한적인 거리 안에 지배자의 은거지가 포함되어 있었다. 절망의 숲을 빠져나오고 어느 정도 걸어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이차원은 마침내 불사자의 지배자의 은거지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들의 은거지는 멀리서 봐도 냉기가 철철 흘러넘쳤다. 드라이아이스를 풀어놓은 냉동고같이 희고 뿌연 안개를 마구잡이로 내뿜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겉모습은 화산과 같이 위로 갈수록 얇고 뾰족한 모습을 하고 있어 마치 금방이라도 속에서 용암이 터져나올 것만 같은 위압감을 주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곳에서 잡혀있는 렌더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렌더다.’

다행히 렌더는 살아있었고 개장 같은 곳에 다른 왕국의 영웅들도 함께 붙잡혀있는 상태였다. 그들 역시 살아있는 모습이었다. 렌더의 모습은 마치 주변에 보이는 몬스터들에게 자신을 구해달라는 소리를 하고 있는 듯 보였다.

‘시체 보관소인가?’

차가운 바람과 얼음이 계속해서 형성되고 있는 제단에는 누워있는 인간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차원이 원하던 육체가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디원. 역시 죽은 건가.’

디원은 이미 죽은 상태였고 그 시체를 보관 중인 것 같았다.

‘강령술로 완전히 먹어버릴 계획인 거겠지.’

네크로맨서에게 시체가 한 번 조종당하면, 다른 사람은 영원히 그것의 주인이 될 수 없다. 즉 디원의 시체가 불사자들의 지배자에게 넘어가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직 저들이 시체 상태로 있단 거네.’

마나를 다루는 능력인 마력과 다르게, 네크로맨서들은 영혼을 다루는 능력인 영력이 필요한 상태였다. 그것으로 죽은 시체를 깨우는데, 불사자들의 지배자는 최근 카릴과 라돈 왕국의 전쟁에서 많은 전쟁 영웅들을 빼 왔던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그들에게 강령술을 불어 넣느라 많은 영력을 소모했기에 어떻게 보면 그 영력을 채우고 있는 것이었다. 영력을 채우는 방식은 영약을 먹거나, 살육을 하거나, 마력을 올려 그로부터 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거나 여러 가지가 있었다.

‘더군다나, 불사자들의 지배자는 최근 절망의 숲을 지키던 자신의 수하들이 한 번에 사라진 것을 알았을 거야. 그 때문에 경비에 신경을 쓰느라 유력 영웅들의 시체를 강령술을 이용해 자신의 수하로 만들지 못한 것이겠지.’

어쨌거나 한 가지 확실한 건 있었다.

‘시간을 벌었다는 것.’

상황을 확인한 결과, 이차원이 알게 된 사실이 생겨났다. 렌더가 죽는 날까지도 시간이 있고, 디원의 육체를 빼앗기기에도 시간이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차원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친해진다.’

***

‘처음부터 잘못 생각했어. 싸워서 뺏을 필요 없이 호감도를 얻어 스킬을 얻는 방법이 더 힘이 덜 들고 쉬운 일이야.’

거기다 그의 스킬을 얻게 된다면 그가 가진 모든 육체들에 강령술을 걸어 군단을 만들 수도 있었다.

‘지금쯤이면 숲에 경비가 뚫린 걸 눈치채고 병력을 충원하려 들겠지.’

그는 현재, 절망의 숲에 경비가 뚫렸다는 것을 알고, 경비 병력을 지원하기 위해 애타는 상황일 것이었다. 말 그대로 불사자들의 지배자의 허점을 제대로 노리고 들어간 것이었다. 그 틈을 노려, 위기 상황 속 차원이 나타나 경비까지 파워풀한 모습을 보이면 그의 호감도 역시 쉽게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감도를 얻으면 그의 스킬도 얻을 수 있고, 그걸 얻는 순간 불사자들의 지배자의 모든 육체들을 강탈할 작전인 것이다.

‘처음엔 날 경계 할 순 있겠지만 거절할 수 없는 선물을 주면 그것도 문제 될 거 없지.’

이차원은 생각을 마치고 울프릭과 코웰, 데린을 쳐다보았다.

“선물 포장 시작해볼까.”

이차원은 울프릭, 코웰, 데린을 미끼로 삼아 불사자의 지배자에게 제물로 바칠 생각인 것이었다. 물론 실제로 바칠 생각은 전혀 아니다. 이 역시 타무스 때처럼 꾸며내는 연기를 할 뿐이라고 전달을 하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에 당연한 반응으로 이차원 말에 그들 모두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요정한테 인신매매를 당할 줄은 몰랐어.

“뭐든 첫인상이 중요하니까 가서는 떽떽거리지 좀 마시고.”

이차원은 셋을 속죄의 매듭으로 묶은 뒤 창조스킬을 사용했다. ‘이름 모를 왕국의 경비대’가 떠올랐고 차원은 그로 빙의했고 코웰의 부하들과 비슷한 갑옷을 입은 것이 꽤나 그럴듯하였다.

“당신들은 이제 코웰이 아니라 나를 따르는 부하들입니다.”

-충!

이차원은 지배자에게 줄 선물을 데리고 불사자들의 지배자가 있는 곳으로 향하였다. 그런데 바이머 산맥을 어느 정도 올랐을 때 뭔가 어두운 기운을 느낀 이차원이 걸음을 멈추었다.

-마중 나왔군.

울프릭도 기운을 느꼈는지 말하는데 그 순간 그들 앞으로 검은 구름 같은 것이 몰려와 이차원 일행의 시야를 가려왔다. 검은 구름이 사라지자, 불사자들의 지배자, 로이칸이 나타났다. 로이칸은 겉치레에 쇠사슬 같은 것을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상태의 갑옷을 입고 있었다. 갑옷은 은색의 빛을 내뿜으며 위엄을 드러내고 있었다. 외형은 이차원의 실제 키보다 좀 더 커 보이는 듯하였고, 얼굴에는 다양한 치장들이 그려져 있었다.

이차원은 그런 모습의 로이칸을 보고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오히려 그를 반기는 듯한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예상보다 빠른데.’

로이칸은 차원을 보자마자 눈이 붉어졌고 그의 근처에 있던, 로이칸과 같은 눈빛을 하는 몬스터 변형체들이 나타났다. 이차원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몬스터 변형체의 목을 단칼에 잘랐다. 이차원은 검을 한쪽 어깨에 걸치며 건들거리게 말하였다.

“거래하러 온 사람한테 인사가 그게 뭐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