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워프로 무한성장-104화 (104/202)

104화

“울프릭. 한 곳에 몰린 쥐들을 꺼내서 성벽 곳곳에 던지게 시켜.”

해골 쥐들은 원래 습관처럼 성벽에 달라붙었다. 그러나 성벽에 흘러내리는 시멘트에 빠진 쥐들은 뜻밖의 상황에 허우적거렸다. 손짓 발짓 다 하며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오히려 그들을 더 깊숙이 시멘트 안으로 빨려들게 하였다. 마치 늪에 빠진 모습과 같았다. 그리고 이차원의 지시를 받은 울프릭은 곧장 인부들에게 쥐들을 잡아 성벽 곳곳에 던지도록 지시를 내렸다.

뼈로만 구성되어있는 쥐의 모습이었기에 처음엔 모두 만지는 걸 꺼려 하였다. 그 모습이 매우 흉측하였기 때문이다. 허나 아르덴이 먼저 움직이며 쥐를 잡아 던졌다. 아르덴의 솔선수범하는 모습에 이윽고 모두가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해골 쥐들이 성벽 곳곳에 꽂혀 들어갔다.

-가뜩이나 약해서 시멘트도 못 버티는 벽에 쥐까지 던지면 어쩌려 저런담.

하지만 데린뿐만 아니라 쥐를 옮기고 있는 인부들 또한 자신들이 맞는 행동을 하는 건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해골 쥐의 뼈는 현실 세계의 철근보다 좋은 연성과 강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차원 외에는 알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저놈들 몸 자체가 철근보다 연성 좋은 뼈 그 자체야.’

차원은 이 때문에 그들이 성벽에 도움을 주는 훌륭한 구조물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성벽에 막히며 들러붙어 있던 해골 쥐들은 어느덧 벽을 가득 메꾸었다.

“다 던졌으면 다시 시멘트를 바르세요.”

놈들의 몸이 시멘트 벽 안으로 적절히 파묻혔을 때 인부들은 다시금 그 위에 시멘트를 덧붙였다. 차원은 울프릭에게 실험을 해보란 듯이 손짓을 하였다. 울프릭은 뒤로 물러서더니 도움닫기를 하며 벽으로 달려갔다. 이내 성벽에 몸을 던지고는 쾅!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모습에 다들 하던 일을 멈추고 성벽을 보는데, 울프릭이 성벽에서 몸을 뗐는데도 성벽은 반듯이 세워져 있었다. 다들 감탄하는 탄식을 내뱉으며 이차원을 바라봤다. 정말 그의 말대로 성벽이 단단해진 것이었다.

[ 카릴 요스의 호감도가 올랐습니다. ]

이 모습을 계속 지켜보고 있던 왕은 마음에 드는 모습을 보이며 외마디를 내뱉었다.

-이 벽은...

금방 쌓아 올린 시멘트 벽에 카릴은 말을 잇지 못하였다. 시멘트와 쥐의 조합은 그만큼 엄청난 내구성을 자랑하며 굳건히 세워져 있었다.

‘여기서 마침표를 찍어야겠군.’

어느덧 마무리 단계인 듯 이차원이 데린에게 다가갔다.

“라지안 스크롤 남은 거 있어요?”

데린은 이차원의 계획이 뭔지 감을 잡았다는 듯 맡겨달라는 표정을 지으며 인벤토리 창을 열었다. 그 속에서 스크롤을 꺼내 들더니 곧장 찢어대었다.

-아니, 지금 뭣들 하는 겁니까!

그 모습에 깜짝 놀란 카릴 왕이 다급하게 데린을 막아서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스크롤에서 나온 라지안들은 곧장 성벽을 향해 달려가더니 벽을 마구 때려대기 시작하였다. 왕과 기사들은 그 모습에 어이 없어 하였다. 기껏 완벽하게 지은 성벽을 허물어 버리려 하다니.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하는 건지, 그들은 이차원을 각각의 의문을 가지며 쳐다보았다. 그런데 정작 성벽을 때리던 라지안들이 낑낑대며 손을 붙잡고 돌아오는 것이 아닌가.

[ 카릴 요스의 호감도가 올랐습니다. ]

-라지안도 부수지 못하는 성벽이라니......!

원래는 해골쥐도 파먹고 들어올 만한 아주 볼품없는 성벽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삽시간 만에 강하게 바뀌어버린 성벽이 마음속에도 가득히 채워져 있었다. 카릴 요스의 눈에는 이 성벽을 만들어준 차원도 보였다.

[ 케릴 요스의 호감도가 올랐습니다. ]

[ 케릴 요스의 스킬, {R} 에인 결정 제련Lv1을 획득했습니다. ]

***

게임 플레이어 시절, 퀘스트를 깰 때도 NPC들에게 보상을 더 얻는 방법이 있었다. 바로 NPC의 전사에 대해서 파악하고 그가 가진 깊은 고민을 풀어주거나 공감대를 형성해주는 방법이었다. 물론, 게임 플레이를 할 때는 NPC의 말에 답변할 수 있도록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존재했다. 그래서 어떤 선택지를 잘 고르느냐에 따라 NPC와 친해지기도, 멀어지기도 했었다. 추가로 말하자면 NPC와 친해지는 난이도는 가까운 대륙일수록 쉬웠었다.

즉 그 말은 현재 차원이 만나고 있는 NPC, 어쩌면 지금 차원을 따르는 동료들도 사실은 복잡한 전사 없이 단순하게 짜여있다는 뜻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의 스토리를 알고 있는 차원에겐 NPC의 호감도를 얻기가 매우 쉬웠다. 카릴 요스의 호감도 같은 경우도 그가 100년 전쟁을 해왔고, 항상 성벽과 방어에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아직 이 대륙은 난이도가 쉬운 곳이라 대적으로 쉬운 NPC들이 포진돼 있기도 하고.’

-형, 빨리 보여줘요.

이차원이 생각에 잠겨 있는데 프랭크가 [창조] 스킬로 빙의한 이차원의 바지를 붙잡고 왠지 모르게 그를 재촉하였다. 프랭크의 눈엔 호기심이 잔뜩 묻어 반짝거리고 있는 상태였다.

“기다려.”

이차원은 곧장 카릴요스에게 받은 [에인 결정 제련] 스킬을 사용하였다. 그러자 손이 매우 뜨거워지는 느낌이 나더니 손에서 빛이 났다. 에인 결정을 집어 들자 차원의 손에서 액체처럼 변하기 시작하였다. 흐물거리면서 젤리처럼 말캉거리는 것이 마치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액체 괴물 장난감과 비슷햇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 그 액체를 쉽게 다룰 수 없다는 점이었다.

스킬레벨이 낮은 탓도 있었지만 차원이 숙련도가 낮아서 그런 것도 있었다.

‘이것도 하루빨리 왕의 몸에 빙의를 해서 습득력을 높여야겠어.’

이차원은 일단 아쉬운 대로 힘겹게 프랭크가 만든 전차에 에인 결정을 코팅하였다. 역시나 아직은 스킬을 자유자재로 구사하지 못해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물이 나왔다. 골고루 펴지지 않아 바른 부분과 안 바른 부분이 확연히 티가 났다. 심지어 어느 부분은 덩어리로 뭉쳐있어 탄을 쏘면 부딪칠 거 같아 보이는 위험한 부분도 있었다. 실망하는 표정을 짓는 이차원과 다르게 그걸 보는 동료들의 표정은 모두 흥분에 들뜬 표정이었다.

-마음을 얻는다더니 스킬도 얻었네.

데린은 이차원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리며 감탄했다. 프랭크도 이차원의 제련 스킬이 신기한 듯 입을 벌리며 지켜보고 있었다. 자신은 금속들을 제련할 수 있는 스킬은 있었지만 에인 결정을 제련하는 스킬은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차원은 그렇게 동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최대한 힘을 쏟으며 에인 결정을 구석구석 펴 발랐다. 최상급 에인 결정의 에너지에, 탱크의 포가 무너지지 않게 하려면 꼼꼼하게 발라야 했기 때문이다. 이내 이차원의 작업이 얼추 마무리된 거 같은 모습이 보였다.

“움직여 볼까요?”

프랭크가 차원이 작업한 이곳저곳을 확인하며 물었다. 이차원이 고갤 끄덕이자 프랭크는 최하급 에인 결정을 탱크 내부의 한곳에 박아 넣었다. 이차원을 비롯한 모든 동료들이 그 모습을 숨을 죽이고 지켜보았다. 그리고 곧 에인 결정에서 에너지를 방출할 때 내는 빛이 나더니, 탱크가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것도 매우 빠른 속도로.

-타파이트 연성이 너무 좋아서 바퀴는 아만티움으로 구성했어요.

-이 정도 강도면 관광버스도 다 밟고 지나가겠는걸? 꼬맹이, 너 제법이다?

데린의 칭찬에 프랭크가 수줍게 웃었다. 그새 탱크를 더 손질한 모습이었다.

“실제 내가 사는 세계에선 탱크가 그렇게 쓰여. 다 밟고 지나가.”

그러나 아직 만족하긴 일렀다. 가장 중요한 건 최상급 에인 결정이 포에 실려 발포되는 것이니까. 이전까지만 해도 포는 그냥 관상용으로만 매달려 있었다. 하지만 프랭크가 손을 보면서 총의 원리를 생각하며 포가 작동할 수 있도록 비슷하게 만들어놓은 것 같아 보였다. 이차원도 평소답지 않게 긴장하며 다음 단계를 지켜보는데 정작 프랭크의 표정은 평온하였다.

-꼬맹이 너 안 떨려?

오히려 데린이 프랭크의 눈치를 보는 정도였다. 프랭크는 언제나 그렇듯 무념무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기계는 거짓말 절대 안 해요. 기계는 계산에 의해 움직이고. 저는 계산을 틀린 적 없어요.

프랭크는 당연히 성공한다는 듯 자신감을 보였다. 이차원은 이전에 렌더의 흔적을 발견했던 바위산을 겨냥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거대한 기계가 움직이는 소리가 나더니 포가 천천히 바위산을 향해 겨누어졌다.

대망의 떨리는 첫 번째 실험이었다.

이차원은 매우 긴장되는 표정을 지으며 최상급 에인 결정을 포의 안으로 장전을 시켰다.

프랭크가 자신이 만든 버튼을 누르자, 꼼짝도 하지 않아 보이는 철덩이가 다시 소리를 내며 결정을 집어삼켰다. 그리고 옆에 있던 버튼을 이어서 눌렀다. 그러자 에인 결정이 빛을 내뿜더니 포에서 엄청난 광원이 날아가듯 궤적을 그리며 날아갔다. 그리고 바위산에 부딪히며 큰 소리를 내었다.

엄청난 바람과 먼지들이 바위산의 주변을 감싸듯이 퍼져나갔다. 이차원 일행들은 기대감을 품으며 연기가 사라지길 기다렸다. 연기가 사라지고 바위산이 있던 자리가 나타났다. 그들의 시야에는 믿기지 않을 결과가 보였다. 이차원은 그 자리에서 쓰러지듯 주저앉았고 데린은 충격을 받은 듯 표정이 굳어졌다. 프랭크만이 무덤덤한 모습을 지어 보일 뿐이었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이 모습을 본 울프릭이 바위산이 있던 자리를 보았다. 20층 건물 몇 개를 모아놓은 것 같은 바위산이 통째로 사라져버린 채 허허벌판이 되어 있었다.

-이게 대체...

‘성공이다.’

이차원은 그제서야 히죽 웃어 보였다.

***

탱크가 있는 한 절망의 숲까지 따로 길을 만들 필요도 없었다. 모든 걸 다 부수면서 길을 만들면서 나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탱크가 길을 만들면 그 뒤를 관광버스가 쫓아가는 식이었다.

-살아있을까.

주어를 말하지 않았지만 다들 누굴 의미하는지 알곤 분위기가 침울해졌다. 이차원 일행은 탱크는 완성했지만, 약간은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절망의 숲으로 향했다. 예상보다 풀어가야 했던 과제가 오래 걸려 출발이 늦어져 버린 것이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절망의 숲. 저 숲을 넘어야 렌더를 구할 수 있고, 차원이 육체를 구해 다음 대륙으로 건너갈 수 있었다.

“조준해.”

프랭크는 곧장 포를 절망의 숲으로 돌리는데 울프릭이 황당해하며 물었다.

-너무 멀지 않냐? 확실하게 날리려면 더 가까이 가야 할 거 같은데.

-그러게요. 사격 거리가 조금 먼 거 같은데.

울프릭의 말에 코웰도 동의를 하는지 의견에 힘을 보태주었다. 하지만 이차원은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야. 지금 이 거리가 가장 적당해. 너무 가까이서 날렸다간 강한 에너지 때문에 우리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어. 탱크도 마찬가지고.”

이차원은 말을 끝마치며 탱크 주위를 살폈다. 그냥 포를 쏘기보다는, 선량한 왕국의 국민들이나 일반 시민들이 없는지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괜히 그들도 같이 날려버렸다간, 앞으로의 시나리오나 일정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숲에 사람 없나 확인하고 올게. 기다려.”

[ 프랭크의 호감도가 올랐습니다. ]

[ 데린의 호감도가 올랐습니다. ]

그냥 날려버리려 했던 자신들이 스스로에게 부끄러웠는지 뻘쭘해 하였다. 그러나 이차원의 모습에서 존경하는 마음이 들어 호감도가 오른 것이다.

차원은 이에 신경 쓰지 않고 울프릭과 함께 절망의 숲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벌써부터 느낌이 굉장히 쎄했다. 괴상한 소리도 들려오고 어둠의 기운이 막 몰려오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엄청 우거진 숲, 바로 나무들이 좀비처럼 움직이는 숲이다.

‘끔찍한 나무들.’

저 나무들이 영혼에 반응하며 움직이는 것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영혼까지 절대 못 벗어나게 하여, 죽지도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죽음의 나무라는 건, ‘죽음’의 고통을 느끼게 만든다 하여 붙여진 별명이었다.

울프릭이 가까이 다가가자 나무들이 기분 더럽고 신경이 곤두세워지는 소리를 내면서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울프릭, 종.”

이차원의 말에 울프릭이 미리 준비한 안정의 종을 치자 웅장한 소리가 숲 전체로 메아리 울리듯 나아갔다. 이윽고 소리들이 울리자 나무들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이제 괜찮아진 건가 라고 생각하던 그때. 괴물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종소리에 반응하고 나무들이 움직임을 멈춘 지금 기회를 발견해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 이차원은 그들의 모습을 검은 그림자 속에서 확실히 보았다.

‘붉은 눈.’

몬스터의 시체들, 강령술에 걸린 것이 확실한 듯 눈이 붉은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실체를 확인하였다. 날카로운 이빨을 훤히 들여다 내고 있었고, 온몸에는 검은색에 가까운 털을 내보이고 있었다. 생김새는 늑대와 개의 중간 단계로 보였다. 그들이 재빠르게 튀어나오자 울프릭이 놈들을 가볍게 처리했다. 울프릭은 나무를 올라타고 그대로 놈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동시에 십자가들이 내려오더니 몬스터들의 몸을 관통하였다.

역시나, 이 안에는 죽음의 나무 말고도 위험한 요소가 많았다.

-여기서 더 느껴지는 건 없으니 돌아가자.

울프릭이 숲에서 마나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며 발걸음을 돌렸다. 이차원도 울프릭과 함께 숲을 나가려는데 갑자기 귀에 환청이 들려왔다.

‘씨발? 방금 씨발이라고 한 건가?’

이차원이 혹시 몰라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아무도 없었다.

‘환청인가.’

피곤해서 잘못 들은 건가 싶은 건지 다시 숲을 나가려는데 또 한 번 들려왔다.

씨발.

“울프릭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아?”

-무슨 소리?

자신보다 감각이 좋은 울프릭도 알아채지 못한 듯하였다.

“울프릭, 나 잠깐 몸 좀.”

곧장 울프릭의 몸을 빌리자 전보다 에너지를 더 잘 느낄 수 있었다. 동시에 이제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기운이 느껴졌다. NPC가 아니었다.

이차원이 안정의 종을 한 번 더 울려보았다.

그런데 그때.

-방금 종친 사람! 씨발 나 좀 살려줘! 제발!

메아리가 울렸다.

‘씨발? NPC가 씨발을 안다고?’

그 단어를 이 게임 속에서 아는 사람은 당연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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