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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워프로 무한성장-102화 (102/202)

102화

이차원은 원대한 꿈을 이루기 전에 우선 렌더를 되찾음과 같이 몸을 얻을 생각부터 하였다.

‘안정의 종만으로 부족할 수도 있어.’

종을 내려다보던 이차원이 생각에 잠겼다. 불사자들의 지배자가 왕국들의 싸움에 개입해 영웅들을 납치할 정도였다면, 절망의 숲을 더 어렵게 꾸며놨을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사실 안정의 종이 필요한 이유는, 절망의 숲에 있는 죽음의 나무를 피하기 위해서다.

죽음의 나무는 게임 세계관 설정상 몸과 영혼을 분리시키지 않게 하는 종족으로 플레이어나 몬스터를 속박시켜 영원히 고통받고 죽지도 못하게 하는 끔찍한 나무였다. 나뭇가지가 연골이 휘듯 자연스럽게 움직이며 안으로 들어온 존재들을 부여잡고 마치 쥐어짜듯이 그들을 압박해가며 고통을 주었다. 거기에 나무 표면은 어찌나 거친지, 조금만 미끌해도 피부가 쓸리듯이 찢어져 피가 줄줄 흐르기 일쑤였다.

그리고 그 끔찍한 나무들도 가득 찬 숲이 절망의 숲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이차원이 구한 안정의 종으로 그 나무들이 움직이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그래서 종을 울리며 그곳을 지나가려는 계획을 세운 것이었지만, 불사자들의 지배자가 하는 꼴을 보니 그 숲을 무사히 지나가는 것을 가만히 두지는 않을 것 같았다.

‘죽음의 나무의 특성을 이용해 또 다른 함정을 만들어놓았겠지.’

죽음의 나무의 특성은 살아있는 영혼을 보면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반응하는 것이었다. 불사자들의 지배자는 이미 죽어있는 육체들로, 죽음의 나무에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강령술을 사용한 죽은 육체들을 조종해 절망의 숲 곳곳에 배치해놨을 것이 틀림없었다. 설령 이차원의 생각과 다르게 그렇지 않더라도, 그러한 가능성을 충분히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할 문제였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 말이다.

‘만에 하나 울프릭 몸이 묶이면 앞으로 이 게임에서 아이템과 스킬을 얻는 건 불가능해지니까.’

그래서 이차원이 생각해낸 방법은 바로 산을 한 번에 날려버리는 거였다. 그렇게 되면 애초에 숲에 들어갈 필요가 없어지고 어떤 리스크도 없으니까. 게다가 숲을 한 번에 날려버리지 않으면 오히려, 렌더가 위험해질 수 있었다. 간결하고 빠르면서, 자신에게도 거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탱크를 만드는 게 전투를 벌이는 것보다 빠를 거 같기도 하고.’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탱크를 만드는 건 절대적으로 어려웠다. 들어가는 부품에, 작동원리를 알아야 되고, 연료는 또 어디서 구하고… 결정적으로 이런 세세한 부분을 알고 있는 전문가가 없었다. 차라리 이차원 일행의 힘으로 전투를 빨리 끝내는 게... 할 찰나에 이차원의 판단이 현실이 되어버렸다. 바로 프랭크가 만든 탱크가 자신의 눈앞에 떡하니 놓여져 있던 것이었다.

이차원은 그 위풍당당하고 감탄이 절로 나오는 모습의 탱크를 매우 만족해하였다. 프랭크에게 칭찬을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었다.

“천재는 천재구나.”

사진만을 보고, 또 차원이 말해준 기능만을 들은 채 탱크를 그대로 구현한 프랭크였다. 타파이트로 구성된 이 탱크는, 사실 일반인이 보면 말도 안 되는 거였다. 타파이트는 애초에 일반적인 금속을 다루는 방식으로 다뤄지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금속이 엄청난 에너지 안정성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모든 인간들은 그것을 사용하지 못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이런 금속물질을 가지고 프랭크는 탱크를 만들어 낸 것이었다. 그것도 이차원이 대강 설명해준 버스와 SUV가 돌아가는 원리만 보고서.

“동력도, 최하급 에인 결정 맞지?”

이차원의 물음에 프랭크는 이번에도 역시 아무 말도 없이 그저 고개만 숙였다.

‘연비까지 사상 최고네.’

이차원이 만족스러워 하며 웃음을 지었다. 이 정도의 무기만 있어도 이제 무서울 건 없어 보였다. 그러나 그런 이차원을 바라보며 프랭크가 조금 걱정스럽게 말하였다.

-형이 말한 발사는 안 돼요.

그렇다. 움직이는 구성 원리를 보며 만들었기에 겉모습과 이동하는 기술은 뚝딱 만들었으나 탱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발사장치는 없던 것이었다. 버스와 SUV에서는 탄을 발사하는 원리는 없으니까. 그렇다면 이건 좀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왜 때문인지 이차원은 전혀 걱정하지 않는 듯 반응을 보였다.

“걱정 마. 곧 되게 할 거니까.”

프랭크도 만들어내지 못한 발사원리를 만들 수 있는 자가 또 있단 말인가. 프랭크는 이차원의 대답에 호기심과 의문점이 같이 들었다. 이차원은 그저 저 멀리 보이는 왕국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차원의 말 그대로 발사가 가능하게 된다면,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최상급 에인 결정의 에너지를 프랭크가 겉보기로만 만들어진 저렇게나 큰 포에 담아 발사하기만 한다면, 이 나라 왕국의 1/3 정도는 거뜬히 날려버리는 건 너무나 쉬운 일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어떻게 해서든 이 계획을 성공해야 해.’

***

우선 프랭크가 만든 탱크의 포를 들여다보았다. 일반 탱크와 별반 다를 거 없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손을 좀 봐야 되는 것이 있었다. 포의 내부를 최상급 에인 결정으로 코팅을 하여 강화를 해야만 했었다.

타파이트 금속 같은 경우에 최하급 에인 결정의 에너지는 기본적으로 버틸 수 있었다. 그렇기에 타파이트로 만든 총에는 코팅 기술이 필요 없었지만, 최상급 에인 결정의 에너지를 다루기 위해서는 코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었다.

중급 에인 결정의 에너지를 다루려면 상급 에인 결정으로 코팅된 장비를 사용하는 것이 의무였다. 그렇기에 상급 에인 결정의 에너지를 다루려면 최상급 에인 결정으로 코팅된 장비를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사고가 나지 않고 오랫동안 쓸 수 있다.

즉 최상급 에인 결정을 포에서 발사하려면, 최상급 중에서도 가장 품질이 좋은 에인 결정을 가공해 코팅을 해야만 했다. 이 대륙에서는 에인 결정을 코팅할 정도로 얇게 피고 바를 수준의 가공능력을 가진 사람을 이차원은 알고 있었다. 그 인물은 바로 카릴 요스 왕밖에 없었다.

‘호감도도 어느 정도 올랐고, 분위기도 좋아졌으니 부탁을 들어주겠지.’

이차원은 카릴 요스 왕이 자신의 부탁을 당연히 들어줄 거란 생각에 확신하며 왕국으로 향했다. 이내 왕의 입에서 대답이 바로 떨어졌다.

-안됩니다. 이미 전 어떤 생명체에게도 상해를 입히지 않겠다 신께 맹세했습니다.

이차원에게 매우 뜻밖의 대답이었다. 이미 전쟁을 100여 년 넘게 해온 카릴 요스는 신께 맹세를 했다며 이차원의 부탁을 가차 없이 거절한 것이다. 저번에 종에 의지하지 않고 자신들 스스로 지켜나가겠다고 한 게 이런 뜻이었구나. 판타지 세계관 상, 신께 맹세하는 행위는 목이 칼에 들어와도 하지 않겠다는 소리였다. 게임속 캐릭터가 그렇게 선언을 해버린 상태이니 이보다 난감한 상황은 없었다.

이차원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듯이 왕에게 설득을 시전하였다.

“신이 있었음 전쟁이 안 났겠죠. 아니, 신이 어디 있다고 그래요.”

이차원은 일방적으로 밀고 나갔다. 그가 답답함에 미쳐 날뛸 듯이 한풀이하듯 말하였지만 왕은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이차원은 어떻게 해서든 승낙을 받으려고 계속 설득을 하였다.

“진짜 안 됩니까? 사람 죽여달란 것도 아니고 탱크 포에 최상급 에인 결정만 코팅해주시고 탄환만 만들어주시면 된다니까요?”

-죄송하지만 신께한 맹세를 저버릴 수 없습니다.

그 말을 들은 이차원은 더한 욕을 하고 싶었지만, 더 이상 케릴 요스의 다짐을 무시하고 신을 모독하다가는 호감도까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만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이차원은 깊은 고뇌에 빠진 표정으로 이마를 짚으며 생각했다.

‘스킬을 직접 얻어서, 내가 직접 만드는 한이 있더라도 완성시키고 만다.’

역시나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이차원이 아니었다. 이렇게 된 이상 목적을 바꿀 수밖에 없다. 왕의 호감을 얻는 것을 우선적으로 바꾸었다. 왕의 호감도를 높여, 왕의 스킬을 얻고 빙의까지 할 수 있게 된다면,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왕의 호감도를 올릴 방법을 생각하던 이차원은 게임을 해왔던 시나리오는 천천히 짚어나갔다. 그러자 이 부분에 대해 깊은 의문점이 들었다. 이 왕국의 역사를 생각해보니,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침략이 너무나 잦게 일어나던 것이다.

‘높은 수준의 아카데미 덕에 전쟁에선 이기더라도 침략을 막을 순 없단 건 성의 내구성 문제가 아닌가?’

그렇게 의견을 생각하던 이차원은 자신들이 SUV로 성벽을 깨부수고 들어왔던 때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땐 한시가 급했기 때문에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확실히 이상했다.

‘그때 이 왕국의 성벽, 확실히 약했어.’

게임 속 세계관에서 특수한 금속들이 넘쳐나니, 금속으로 성벽을 만들고 싶었지만 그러면 금속을 자랑하는 꼴이 되고, 결국 침입자들이 더더욱 나타나 버리는 나비효과가 일어나게 되어 버리는 것이었다. 결국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흙과 돌로 성벽을 쌓았던 것이었다. 그래서 자연스레 성벽은 약할 수밖에 없었다.

‘금속 제련 기술이 높더라도 흙과 돌을 제련하는 건 다른 영역이니까.’

확실히 금속 제련 기술은 높지만 흙과 돌을 가공하는 능력은 이 왕국의 쥐약이었다. 이 부분만 잘 이용하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이차원은 이내 별 뜻 없다는 듯이 말을 건네었다.

“성벽을 전 대륙에서 가장 단단하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왕은 이차원이 자신과 협상을 하자는 표현으로 인지를 한 듯 거절하였다.

-그래도 탄환은 만들어 드릴 수 없습니다.

“그냥 제 호의니 받아주시죠. 어떤 것도 바라지 않겠습니다.”

이차원은 여전히 사람 좋아 보이는 행동과 말투로 왕을 다스렸다. 이러한 말에 누가 싫다고 거절을 하겠는가. 왕이 순식간에 감동한 표정을 짓더니 몸 둘 바를 몰라 하였다.

-아니, 전 요정님의 부탁을 거절했는데 되려 저에게 이런 은혜를 베푸시고.

[ 케릴 요스의 호감도가 올랐습니다. ]

[ 케릴 요스의 호감도가 올랐습니다. ]

이차원의 예상대로 호감도가 올랐다. 이차원은 속으로 다른 의미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 속도라면 금방 오르겠는데.’

왕은 정말 크게 감명받았는지, 이차원이 부탁하지도 않은 걸 제시하였다.

-제가 뭘 해드릴 건 없고, 티파이트 같은 금속은 마음대로 쓰셔도 됩니다.

***

-종을 얻은 건 엘프들 역할이 컸어. 얼굴만 수려한 게 아니라 연주도 잘하더라고.

“당신 역할도 컸고.”

이차원 말에 데린이 살짝 웃었다. 데린 말처럼 엘프들이 없었으면 안정의 종을 이렇듯 쉽게 얻지 못했을 것이 틀림없었다. 전쟁으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은 국민들을 딱하게 여긴 엘프들이 평화의 성당에서 하루에 한 번씩 연주를 해주었던 것이다. 엘프들의 연주는 안정의 종만큼이나 마음을 내려놓게 하는 연주였다. 현란한 하프의 소리는 천상에서부터 떨어지는 물방울 같이 통통 튀어 그들의 마음을 적셔갔다. 첼로와 바이올린의 떨림은 국민들의 뇌까지 전해지면서 온몸에 전율이 흐르게 하였다. 또한 그 하모니들은 심금을 울리도록 가냘프지만 어딘가 힘이 담겨져 있어서 국민들의 마음과 굉장히 잘 맞는 소리를 만들었다. 그 소리는 용기와 위로가 되어 그들의 마음에 꽃이 피어나게 초래해주었다.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엘프들의 아름다움에 빠지기 위한 사람들이 많이 몰려든 상황이었다.

데린도 엘프들의 하모니에 빠졌던 것도 잠시, 이차원에게 다급히 물었다.

-참. 렌더씨 괜찮아? 팔다리 잘려서 강령술 걸리게 생겼다는데 뭐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니야?

“그래서 지금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잖아.”

-발 빠르게 움직인다면서 인부들은 왜 모으는 건데?

“성벽을 만들어주는 대신에 탱크를 만들 스킬을 배우기로 해서.”

차원의 동료들이야 호감도에 대한 개념을 모르고 있었지만, 대충 어림짐작 하였다.

-그들의 마음을 얻고, 필요한 걸 얻는다는 거지?

“뭐, 비슷한 개념이죠.”

차원의 생각에, 호감도를 올리는 것이 어려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럴 것이 눈만 마주쳐도 호감도가 오르는데, 성벽이 단단해지고 있다는 것만 보여줘도 호감도가 금방 오를 듯하였다.

맨 처음 나온 것처럼, 당장 절망의 숲에 쳐들어가서 불사자의 지배자 군단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 것보다, 탱크를 빠르게 만들어 날려버리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근데 저 도적놈들이 말은 잘 들을까?

“패잔병이 도리가 있을 리가.”

차원은 성벽을 쌓으려는 인부들로 패잔병이기도 한 라돈 왕국의 사람임을 가장해 전쟁에 참여했던 도적들 역시 불러 모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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