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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워프로 무한성장-83화 (83/202)

83화

울프릭과 용병단은 커다란 나무줄기에 일렬로 걷고 있었다. 용병단들은 게티의 목에 검을 들이밀며 인질로 잡고 움직이는 상태였다. 울프릭은 어찌 됐든 지금 당장 반격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렇게 한동안 길을 나서던 때였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바로 밑으로 늪이 보이는 곳이었다.

-기다리는 건 여기까지다.

용병단 말과 동시에 울프릭은 걸음을 멈추었다. 그의 목 바로 뒤로 칼날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네들이 감히...!

아까부터 상황이 수상함을 느낀 게티는 더는 못 참겠어서 직접 나서려 하였다. 하지만 이내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용병단의 칼끝이 게티에게도 향했기 때문이다.

게티는 가만히 서서 눈을 감고 있는 울프릭을 쳐다보았다. 마치 이 상황을 어떻게 모면할 것인가 기대려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울프릭은 그저 가만히 눈을 감을 뿐이었다. 그 이유는 울프릭도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작전대로였다면 진작에 신호탄이 보였어야 하는 게 정상이었다. 울프릭은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슨 심정이었다.

‘요정. 난 최대한 버텼다.’

울프릭으로선 차원의 계획이 어느 정도 진행되는지 알 리가 없었다. 이제 자신에게도 한계가 왔음을 직감한 듯하였다. 스크롤을 꺼내면 리지가 이차원의 계획까지 눈치챌 것 같아 가만히 있었지만 용병단이 칼을 꺼내든 이상, 여기서 더는 시간을 끄는 것도 불가능하였다.

-그래. 눈이라도 감고 편하게 가라.

용병단은 왕을 처리할 생각으로 칼을 높게 쳐들었다. 왕은 기겁을 하며 울프릭에게 도움을 요청하듯 괴성을 질렀다. 울프릭은 냉기가 흐르고 잔잔한 말투를 내뱉었다.

-누가 편하게 간데.

눈을 뜸과 동시에 울프릭은 빠르게 대검을 들었다. 그 모습은 정말 한순간이었다. 더욱이 용병단은 울프릭이 반격해 올 거란 생각도 하지 않았는지 전혀 대응을 하지 못하였다. 검을 든 용병단의 손목이 베어나갔다. 그 자리에서 푸르른 수풀 사이로 붉게 흐르는 물방울들이 퍼져 나갔다. 그 물방울들은 태양빛을 머금은 채 빛나고 있었다.

-으아아아악!

용병단이 공격 당하자 나머지 10명의 용병단원들이 동시에 울프릭을 공격하려 몰려들었다.

울프릭은 빠르게 그들의 공격을 피해냈다. 다양한 괴물들을 처리해 온 울프릭으로서 용병단원들의 움직임은 한없이 느리게 보였다. 마치 초고속 카메라로 그들의 모습을 찍은 듯이 보였다. 울프릭은 마침내 라지안의 스크롤을 꺼내들었다.

-잘 가라. 참는 건 여기까지다.

그 말과 동시에 스크롤을 찢었다. 스크롤은 시원하게 찢어졌다. 그러자 삽시간에 라지안 스무 마리가 소환되어 나타났다.

매우 흉측한 뿔 달린 고릴라들이 괴성을 지르며 나무를 타고 날아다녔다. 그 모습은 마치 여러 마리의 도깨비들이 그들을 둘러싸며 축제를 벌이는 듯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죽여라.

스크롤의 주인인 울프릭 말에 라지안은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동시에 용병단을 향해 달려들었다.

-뭐, 뭐야 저놈들은!

용병단들이 갑자기 나타난 라지안에 당황해하였다. 그 때문에 리지의 명령은 까맣게 잊어버린 듯 도망가려 하였다. 그러나 그들의 속도로는 따돌릴 수 없었다. 리지안들이 가시덩굴을 손잡이처럼 잡고 여기저기 나무들 사이를 이동하는데,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거의 날아다니는 듯하게 보였다,

-이봐! 저 녀석들 어떻게든 해봐!

-할 수 있으면 진작에 했지, 저 괴물들의 말을 어떻게 묶어?

그들은 서로가 살기 위해 떠넘기기 바빴다. 빠르게 움직이던 리지안들은 용병단을 낚아채더니 늪으로 내던지기 시작하였다. 그 용병단은, 늪에 빠지는 순간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늪에 숨어있던 리바이온이 기다리고 있다는 듯 입을 쩍 벌리며 기다리고 있는 모습에 기겁을 하였다.

-으아아아악! 살려줘!

리바이온들은 용병단 한 명씩을 입에 물고 그대로 다시 늪 깊숙이 들어갔다. 늪 속으로 끌려간 용병단들은 당연히 숨을 쉬지 못해 괴로워하였다. 그럼과 동시에 리바이온이 그들의 팔과 다리를 씹어대며 잘라 나갔다. 살이 파이는 느낌과 뼈가 부러지는 고통이 동시에 몰려들었다. 그렇게 그들은 생지옥 속에서 서서히 죽어갔다. 용병단들은 더욱 패닉에 빠졌다. 초록색을 띠고 있던 늪에선 어느새 붉은색의 물감이 번지듯 퍼져나가는 게 이주 선명히 보였다.

-어쩌죠?

남은 용병단들은 동료들의 비참한 최후를 보며 물었다. 당장 기동력에선 라지안을 이길 수 없었다. 그렇다고 제대로 전투하기 위해 미리 발라온 토사물을 씻어내자니 속죄 모기가 있고, 불편한 나무 위 균형을 제대로 잡기 위해 나무에서 내려가자니 나무 아래에는 늪이었다. 사면초가였다.

-어쩌긴 뭘 어째. 도망가!

남은 용병단 둘은 죽기 살기로 나무줄기 위를 달렸다. 동료들의 절규에 가까운 비명소리도 무시한 채. 하지만 그들의 도망은 길게 가지 못했다. 어느새 나타난 라지안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사... 살려줘! 뭐든 다 들어줄게!

하지만 그 말을 들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리지안들은 곧바로 그들을 붙잡았다. 그러고 서로 양쪽에서 잡고 물어 뜯기 시작했다. 몸이 점점 찢어지더니 이내 반 토막이 났다. 그들의 상체 아래로 붉고 기다란 줄기들이 힘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리지안이 그 시체를 늪에 던지자 리바이온이 한입에 받아 으드득 소리를 내며 뼈째 씹어먹었다.

전투는 빠르게 끝이 났고 한 마리의 라지안은 게렌 에티와 울프릭을 어깨 위에 올린 채 정글을 벗어나기 시작하였다.

-대체 이게 다 무슨 일인가?

게티는 현재 지금 이 상황이 이해가지 않아 물었다 울프릭은 말없이 게티의 주둥이에 영약을 밀어 넣었다. 약을 먹은 게티가 이내 발작을 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떨어지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잠시 뒤에 기절하였다.

‘이제 요정을 믿는 수밖에.’

달리는 라지안에서 울프릭은 이차원이 무사히 일을 끝마쳤길 바랐다.

***

광장에 모인 타무스 왕국의 국민들에게 총이 한 개씩 배분이 됐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 타무즈 왕국 사람들 중에서도 노인이거나 마법력이 없어 전투력이 약한 사람들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무기를 나누어준다는 소식에 매우 기뻐하였다. 그러나 그들이 받은 건 난생처음 보는 무기였다. 그들은 처음 보는 무기에 어디가 손잡이고 어디가 총구인지도 알지 못했다.

-이렇게 쏘는 거랬나?

할머니 하나가 총구를 자신의 얼굴에 겨눈 채 물었다. 그 모습을 본 아르만이 식겁하며 달려가 총구를 바로 잡아주었다.

-할머니 여기 구멍 난 곳이 바깥쪽이라니까요. 아니 자꾸 만지지 마시고 설명 좀 들으세요.

아르만이 답답해하며 총 사용법을 설명 중인 이차원을 가리켰다.

“이 손잡이 같은 부분이 개머리판입니다. 이 개머리판 바닥을 어깨에 붙이고 얼굴은 개머리판 위쪽에 대어야 반동이 적습니다.”

이차원 말에 할머니를 비롯한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총을 쏘는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 다행히 대다수의 사람들이 금방 이해하였다. 그들은 서로 도와가며 총을 쏘는 방법에 대해 알아가기도 하였다. 단결력이 매우 좋은 주민들이었다. 그 모습은 굉장히 화기애애해 보였다. 손에 무기가 쥐어진 것만 빼면 말이지.

[ 데시의 호감도가 올랐습니다. ]

[ 왓츤의 호감도가 올랐습니다. ]

…….

[ 페이펄의 호감도가 올랐습니다. ]

[ 페이펄의 호감도가 최대치에 도달했습니다. 빙의할 수 있습니다. ]

순식간에 마을에 있던 무수히 많은 사람들에게 호감도를 받고 있었다. 이차원은 안내판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어질 지경이었다.

‘벌써 빙의할 사람도 나왔다고?’

레벨이 상대적으로 낮은 NPC다보니 레벨업이 빠르긴 했다. 벌써 빙의할 사람도 나오고 있었다. 지금은 분명 내가 도움을 주고 있는 인물들이지만 언젠가 꼭 이차원이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기에 정리를 하고 있던 것이다.

이전에는 세뇌 마법 때문에 이 사람들은 차원에게 호감도를 올리지 못했지만 이번 기회에 그 작업까지 마쳐버린 이차원이었다. 이차원은 사람들이 모두 자세를 잡자 설명을 마무리하였다.

“됐어요. 그대로 조준을 하고 쏘시면 됩니다.”

사람들은 조금 황당해하였다. 이곳 무기들은 휘두르는 것 빼고는 기능이 전부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한 설명법에 누구나 따라할 수 있어 금세 좋아하기 시작했다.

-이거 마법 쓰는 것보다 훨 편하구만? 그냥 아무렇게나 쏘아도 명중하것어.

-에휴. 이 양반 또 조준 못 하겠네.

시민들 모두 저마다 이차원의 방법으로 사격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데린과 코웰은 이해 못 하겠단 표정이었다. 그들의 눈으로서는 연습하는 모양이 너무 대충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저걸 교육이라고 하는 거야?

-나 역시 저 무기에 대해 아는 건 없지만, 적어도 교육도 전문적으로 과정을 밟은 사람이 해야...

코웰이 자신의 교육법을 자랑하려는데 떠들면서 지나가는 남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코웰 단장님보다 훨씬 잘 가르치는 거 같지 않아?

-그렇지. 단장님은 너무 기본만 강조하시니까 따라가기 힘들지. 일단 재미가 없잖아.

데린은 그 말을 듣고 꺄르륵 웃으며 코웰을 비웃었다. 하지만 정작 코웰의 표정은 그냥 흘려듣지 않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오히려 마치 큰 깨달음을 얻은 듯한 표정이었다.

-재미가 부족했던 거였군...

코웰은 그동안 자신의 수업을 듣던 사람들이 힘들어하던 이유를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그는 이차원의 교육법을 자신의 기사들에게 저 방식을 바로 적용시켜야겠다는 것까지 생각이 닿았다. 코웰이 헛된 방향 쪽으로 고민에 빠져 있을 때, 갑자기 떠들썩하던 광장이 조용해졌다. 이차원이 사람들을 주목시켰기 때문이다.

“총으로 모든 걸 다 죽일 순 없습니다. 그러니 그럴 땐 코웰 단장님이 가르쳐준 기본기에 입각해서 위기를 탈출합니다.”

이차원 말에 순식간에 사람들의 시선이 코웰에게 향했다. 코웰은 갑작스레 벌어진 상황에 잠시 당황했다. 괜히 크흠, 헛기침을 하였다. 그러면서 이차원에게 감사의 눈빛을 보냈다.

“자, 조를 짜서 사격 훈련을 해보죠.”

이차원 말에 사람들이 스스로 조를 짜서 흩어지며 연습을 하였다. 이차원과 코웰이 돌아다니며 훈련을 시키고 있을 때였다. 저 멀리서 경비 하나가 달려왔다. 경비는 굉장히 다급한 표정을 지었다.

-레이큰이 성문을 넘었다고 합니다!

경비의 말에 광장에 있던 사람들 순식간에 술렁거렸다.

-레이큰이라고? 그 녀석이 왜?

-설마 이쪽으로 오는 건 아니겠지?

레이큰이면 자칭 불사자들의 왕이었다. 그가 왔다는 건 이제 전투가 시작됐다는 의미기도 했다.

코웰과 데린, 그리고 차원 셋이 눈이 서로 마주쳤다. 그리고 올 게 왔다는 다짐을 나누었다.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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