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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워프로 무한성장-77화 (77/202)

77화

-이렇게 다섯 명인가?

코웰은 조금 들뜬 말투였다. 약물 검사에서 이상이 뜬 사람들은 C급 기사 2명 D급 기사 두 명으로 전부 코웰을 따르는 최정예 기사들이었다.

‘전부 지조와 절개를 갖춘 기사들인가.’

그리고 다행히 이들을 제외하곤 전 국민이 안정성 심사를 받았다.

-이상한 사람도 다 있군. 부작용에 좋아하고.

-제 충성이 증명되는 것 같아서요.

코웰은 앞에 있는 기사들을 보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자신이 제일 믿는 기사들이었으니까. 약물검사에서 모두 부작용이 뜬 것을 제외하곤 완벽하군.

‘차라리 다행스러운 일일 수도 있겠네.’

영약에 부작용을 일으킬만한 사람이 모두 믿을 만한 자들이었으니까 다행이긴 했다.

“시작하죠.”

이차원 말에 코웰의 부하들이 약을 물에 전부 풀어 넣기 시작했다. 물론 그전에 물을 떠놓고, 부작용에 걸릴 것 같은 기사들을 먼저 챙겼다. 엄청난 양의 영약이 물에 투하되어 퍼져갔다.

-그냥 먹으면 되냐?

울프릭의 물음에 이차원이 고갤 끄덕이자 기다렸다는 듯 이차원 일행들 모두 물을 찍어 먹었다.

-으흑.

-헤헤.

영약의 효과가 발동되며 사람들은 저마다 생각에 빠지기 시작했다. 렌더는 웃고, 아르만은 슬픈 표정을 지어 보이며 극명한 온도를 보여주었다.

‘각자 빠져드는 감정도 다르군.’

이 약을 먹으면 저마다 다른 감정선을 가지고 깊은 생각에 빠진 듯이 보였다. 한 번만 잘못 먹게 되어도 빠져나오기에는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그런데 그 와중에 울프릭의 표정만 묘하였다.

‘누가 게임 주인공 아니랄까 봐.’

울프릭의 얼굴만 봐선 도저히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정신들 차려요. 인벤토리 얻으러 가야지.”

이차원은 하나같이 영약의 효과 때문에 나사 풀린 애들을 데리고 상점을 향했다. 인벤토리는 기사로 치면 A급 수준의 마법사만이 만들 수 있었다.

‘게임 플레이라면 퀘스트를 수행하는 방식이겠지만 지금은 게임 속. 거래를 해야겠지.’

이차원은 인벤토리를 만들 재료를 미리 알고 있었기에 거래를 잘 해결하기 위한 준비를 하였다. 그런데 코웰은 자신만만하게 준비도 되지 않은 채 향하려고 하였다. 이차원은 그런 코웰을 불러세웠다.

“그 여자 성격 괴팍한 거 몰라요? 무조건 준비해 가야 합니다.”

-데린이 괴팍하다뇨? 에이 그럴 리가요.

데린이 바로 인벤토리 창을 만들어 주는 여자였다. 코웰은 데린이 그럴 리가 없다며 고갤 저었다.

-여기는 저만 믿으면 됩니다.

이차원은 코웰의 자신만만한 태도가 어딘가 꺼림칙하였지만 일단 따라가고 보았다. 코웰을 따라 한참을 향했다. 서서히 지쳐갈 때쯤에 데린의 집 앞에 도착하였다.

그녀의 집은 왕국하고 멀리 떨어져 있었다. 왕국령이긴 하지만 왕국령이라기도 애매한 곳에 위치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집은 되게 아담한 사이즈였고 빈티지 느낌이 나는 듯했다.

하지만 좋은 점도 있었다.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마을에서 유일하게 리지의 세뇌 마법이 통하지 않은 인물이었다. 물론, 데린의 실력이라면 세뇌 마법을 걸려고 했어도 안 걸렸겠지만. 차원은 지금 앞에 있는 마법사가 자신들에게 무엇을 부탁하려 하는지 알고 있었다.

푸른 거미의 눈, 불초의 가시, 헤나스의 편지.

두 재료는 구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었으나, 헤나스의 편지가 이 퀘스트의 메인이었다.

‘헤나스. 그 여자도 괴팍하긴 데린 못지 않지.’

헤나스 역시 이차원이 알고 있는 데린과 못지않을 만큼 무서운 여자였다. 그만큼 그녀에게 다가가는 것만큼 퀘스트를 깨기가 힘들었다.

-오랜만이야 코웰, 옆에 있는 분은 말로만 듣던 요정…?

‘아차!’

데린은 급이 높은 마법사라 요정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상태였다. 이차원은 이 점을 잊고 있었다. 자신이 아는 요정과 다른 모습의 이차원을 보곤 조금 당황한 듯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서 이차원을 꼼꼼히 살폈다. 이차원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가만히 있었다.

‘요정이 영웅 행세를 하는 것도 신기한데 생긴 건 더 신기하네?’

데린은 이차원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신기한 건 이차원도 마찬가지였다. 데린이 자신이 알던 모습과 다르게 너무나 친절했기 때문이었다.

‘게임에선 그렇게 괴팍하고 못살게 굴더니. 신기하군.’

그렇게 서로를 다른 의미로 신기하게 생각하는 두 사람이었다.

-이 친구들 더 큰 일 할 거니까 인벤토리 좀 만들어 줘.

-안 돼.

-어? 아, 안 돼?

코웰은 당연히 오케이 할 줄 알았던 모양이다. 그렇게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다가 매우 당황한 표정을 지어 보이니 더욱 민망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코웰이 데린에게 하는 상황을 보니 원래 데린이 코웰에게는 잘해준 모양이었다.

-왜… 안 되지?

-나도 트럭이 갖고 싶어.

데린이 사는 이 먼 곳에서도 트럭의 소문이 흘러들어온 모양이었다.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더니, 소름이 끼쳤다.

-트럭을 주면 이 대륙에서 가장 큰 인벤토리를 만들어…

그 순간 밖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그 순간에 화들짝 놀란 이차원 일행은 밖으로 황급히 뛰쳐나갔다. 밖의 상황은 그야말로 혼돈이었다. 왕국에 메테오가 떨어지는 중이었다.

-습격이다!

‘습격?’

***

거대한 불구덩이가 어마어마한 기세로 내려오고 있었다. 곧장 전투 준비 태세를 갖춘 이차원 일행은 급히 마을로 돌아가려 하였다. 그런 그들 뒤로 데린이 쫓아 왔다.

-트럭 달라니까!

이차원은 귀찮게 쫓아오는 데린을 애써 무시하며 용의자를 생각하였다.

-리지가 보낸 놈인가? 그게 아니라면 다른 왕국의 습격?

그런데 그 순간 메테오가 달려가는 이차원 일행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다들 피해!

울프릭이 경고를 날렸지만 모두 피하기엔 늦은 상황이었다. 고개만 들어 올리면 눈앞에 선명히 보일 정도였다.

“젠장!”

이차원은 당황하였다. 울프릭이 심판자의 검을 꺼내어 어떻게든 부수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럴 필요가 없었다. 데린이 메테오를 향해 공격 마법을 쓰더니 메테오가 잘게 부서진 것이다.

-데린, 고마워,

-고마우면 트럭 구해주든가.

이차원 일행 모두 숨을 고르는데 마을의 한가운데에 미쳐 날뛰는 사람을 보았다. 데린이 눈을 얇게 뜨더니 재빠르게 남자에 대한 판단을 내렸다.

-저 사람 부작용이야. 영약 부작용.

-부작용?!

부작용이란 말을 들은 이차원 일행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분명 부작용에 걸릴 왕국 사람을 모두 색출했는데, 어째서 부작용에 걸린 자가 있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요정, 네가 가져온 장비 불량 아니냐?

“그럴 리가. 저 사람이 왕국 사람이 아닌 거겠지.”

-왕국의 사람이 아니라면 누굽니까?

이차원은 자신도 혼란스러워 이런저런 추측을 하였다. 하지만 일단 메테오를 막고 저놈을 제압하는 것이 급선무로 보였다. 놈이 꽤나 강력해서 이미 마을 대부분이 피해를 입은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일단 생각은 저놈부터 잡고 합시다.”

이차원 말이 끝나기 무섭게 또다시 메테오가 떨어졌다,

‘더 이상 방치하면 이 마을이 소멸해 버릴거야.’

이차원 일행은 재빨리 마을로 내달렸다. 데린이 속박 마법을 사용해서 그를 바로 묶었다. 이어서 코웰과 울프릭이 빠르게 칼을 꺼내 남자의 목에 갖다 대었다.

남자는 속박 마법을 풀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계속 힘줬다간 죽는 수가 있어.

울프릭이 매섭게 그를 쳐다보자 힘을 주고 있던 남자 몸에 잠깐 힘이 빠졌다. 하지만 부작용으로 정신이 나간 사람을 완전히 막을 순 없었다. 남자는 계속 소리를 지르더니 속박 마법을 풀어내버렸다.

-자꾸 이러면 나도 어쩔 수 없잖아.

울프릭이 놈의 목을 한 번에 베어 버렸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조용해졌다. 잘린 남자의 머리가 바닥에 툭 떨어졌다. 잘린 남자의 목에선 피가 분수처럼 솟아나며 바닥을 더럽히고 말았다. 울프릭은 아무렇지 않데 아르만에게 지시를 내렸다.

-뭐해. 뒤져봐.

-네? 네!

울프릭 말에 아르만은 재빨리 그의 몸을 수색하였다.

-왕국 사람이 아닙니다.

-그럴 리가. 왕국 사람이 아닌 외부인까지 검사했잖아?

-몰래 들어온 쥐새끼네요.

그때 렌더가 토끼형 몬스터 레빈의 귀를 잡고 달려왔다. 레빈의 귀에 대고 렌더는 소통을 시작했다. 이윽고 레빈이 죽은 남자의 시체에 다가가 냄새를 맡았다.

-리지! 리지가 보낸 사람들이래요!

레빈이 그녀의 냄새를 그에게서 맡은 거다.

리지가 처음으로 보낸 용병단도 죽었고, 지금 마을에 마구잡이로 메테오를 뿌리던 이 남자도 죽었으니, 리지도 이젠 충분히 눈치를 챘을 게 뻔하다.

“더 빨리 움직여야겠어.”

***

리지가 충분히 의심을 품을 만한 상황이 벌어졌으니, 그녀 또한 더 빨리 움직이려고 할 터였다. 물론, 차원 일행이 자신의 행보를 완벽히 눈치챘다는 것까지는 모를 일이었다. 이차원은 데린에게도 이 계획에 대해 말해주었다.

“어차피 당신은 영약이 탄 물을 안 먹었을 것 아니야.”

-먹어도 나 정도 되는 마법사한텐 안 통하지.

데린은 여유롭게 웃으며 말하였다. 허나 그 말투에서 포스가 풍겨져 나왔다.

-그런데 대체 이 계획은 누가 짠 거야?

데린은 허리춤에 한 손을 얹고 코웰에게 물어보았다. 현실 세계였다면 양아치가 따로 없을 정도의 여유와 포스였다. 코웰 역시 그런 모습의 그녀에게 겁을 먹었는지 차원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 주요 NPC 데린의 호감도가 올랐습니다. ]

‘오래 살 일이군. 살다 살다 데린의 호감도 다 얻고.’

이차원은 그렇게 괴팍하던 데린의 호감을 얹은 것이 신기했다. 더군다나 데린이 아무리 괴팍해도 그녀도 주요 NPC다. 차원이 경험한 바에 의하면 주요 NPC는 스킬을 가지고 있고, 그 스킬을 차원이 얻을 수 있고, 차원이 빙의할 수 있었다.

‘어쩌면 나한테 큰 무기가 될 수 있어.’

데린은 이차원에게 다가가더니 매서운 시선으로 물어보았다.

-그래서 구체적인 계획은? 설마 국민 전체를 바꿔서 그 마녀랑 싸우는 게 진짜 계획이란 건 아니겠지?

디즌 왕국의 사람들이 순수하고 물러서 전투를 전혀 할 줄 몰랐다. 왕국의 사람들이 대신 싸우는 건 맞는 말 같지만, 그녀 역시 국왕 몰래 국민을 바꾼다는 건 불가능이라 판단했다. 따라서 이차원의 계획을 농담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게 진짜 계획 맞습니다.

-국민을 맞바꾸려면 단체 워프 정돈 써야 되고 나 혼자선 무리야. 진짜 계획을 짜든가 포기하든가 선택해.

현실 거리로 디즌 왕국과 타무즈 왕국의 거리를 계산해보니 약 90km. 이만한 거리를 워프 시키려면 데린과 수많은 동급의 마법사들이 단체로 워프를 해야만 했다. 그런데, 이 근처에는 데린과 동급 마법사를 찾기가 매우 어려웠다. 게다가 찾아도 작전 보안이 유출될 수 있었다.

그때 차원의 머릿속에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길을 닦을 수 있죠?

-닦다니? 나보고 길에서 청소나 하라는 거야?

데린은 눈을 다시 매섭게 뜨고 이차원을 노려보았다.

“아니요. 저 울퉁불퉁한 길을 다듬어 주십쇼.”

이차원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데린은 입만 벌린 채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 건지 생각했다.

‘워프가 안 되면 옮기면 그만이지. 관광버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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