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화
‘일단 우선 해야 될 건 코웰의 움직임을 익히는 거겠지.’
이차원은 [빙의] 스킬을 사용해 코웰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그의 인벤토리를 가장 먼저 살피기 시작하였다.
‘아직 울프릭한테도 없는 건데 제법이군.’
이차원은 울프릭에게도 없는 인벤토리창을 코웰은 가지고 있단 것에 조금 놀라워했다. 그리고 인벤토리 창을 보고 떠오른 게 있다. 원래 이 마을에 오는 목적 중 하나에는 인벤토리도 있었다는 것도 상기가 되었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할 때, 이 마을에서 인벤토리를 얻을 정도로 특화된 마을이었기 때문이다.
‘단검, 단검, 단검, 이것도 단검.’
코웰의 인벤토리 창에는 무수히 많은 단검의 종류가 있었다. 당연히 그 많은 단검을 이차원이 가질 수도 있었다. [빙의] 스킬로 이렇게 득을 볼 수 있는 캐릭터는 이제까지 없었다.
‘이게 괜찮겠네.’
이차원은 인벤토리창에 있는 단검 중 하나를 꺼내 갈아껴서 [은빛조각]을 사용해 보았다.
‘[빙의]를 하고 나니 확실히 달라. 근육의 움직임까지 느껴지고 있어.’
이차원은 코웰의 몸에 들어가 있다 보니 그가 가지고 있는 모든 신경의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코웰 자신이 몸을 움직이는 것처럼 모든 것이 자연스러웠다.
‘VR과는 비교도 안 돼.’
당연히 그 생생함은 현실 속 VR과는 비교도 안 됐다. 현실 세계에서 헌터들이 VR을 이용해 실전훈련을 하는데, 그보다 더 깊게, 직접적으로 차원은 훈련을 하고 있으니 빙의 스킬이 그만큼 사기적이란 뜻도 되었던 것이다.
‘같은 스킬을 사용해도 확실히 달라. 더 빠르고 다 강해졌어.’
핏줄은 뱀이 팔을 휘감는 것처럼 꽉 쥐어져 왔고, 움직임은 날아오는 총알과도 같이 날렵하고 날쌔졌다.
아까 전 거지의 몸에 빙의해 스킬을 사용한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빠르고 강력한 스킬이 내뿜어져 나왔다.
‘현실에 있는 나도 이 정도 파괴력은 없어.’
실제로 파괴력은 얼마나 쎈지, 두꺼운 콘크리트를 내려 치게 된다면, 한순간에 재가 되어 사라질 정도였다. 이차원은 코웰의 몸으로 훈련을 계속할수록 그 힘과 민첩함 파괴력이 모두 현실 속 자신보다 강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빨리 능력을 키워야겠군. NPC한테 질 순 없으니까.’
이차원이 앞으로 더욱 강해질 생각을 하는데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현실에서 얻은 다른 스킬들도 이 몸으로 가져와 연습을 한다면?’
이 능력 자체를 훈련에도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생각하는 것도 남들과 차원이 달랐다. 일단 지금 당장은 현실에서도 은빛조각이라는 이 스킬을 효과적으로 쓸 수 있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을 하였다. 그는 계속 연습을 진행했고 코웰의 몸이 기진맥진해졌을 때가 돼서야 [빙의] 스킬을 끝마쳤다. 이차원의 스킬 때문에 코웰은 바닥에 기절해 있었다. 그 모습에 이차원은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윽고 코웰이 몸을 일으키는데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죄송합니다. 몸이 좀 이상하네요. 10년 치 훈련은 한 것처럼 무겁습니다.
차원이 빙의해 있는 순간은 기억을 잃었지만 몸에 가해진 피로도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이차원은 목을 가다듬고 말을 붙였다.
“단검을 잠깐 빌리고 싶은데요.”
이차원은 그런 코웰에게 대뜸 단검을 빌려달라고 부탁하였다. 코웰은 당연하게 라는 듯이 자신이 가진 검 중 가장 강한 것을 내밀었다.
“이걸 줘도 됩니까?”
-요정님이라면 무엇이든.
이차원은 기쁜 마음을 억제하지 못하고 칼을 가져가려고 하였다. 그러자 손끝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 레벨이 낮아, 차원 이동을 할 수 없습니다. ]
그림의 떡이라는 말을 이보다 쉽게 설명할 수도 없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레벨업이 답이군.’
이차원은 레벨업을 다짐하며 울며 겨자 먹기로 잠시 내려놓기로 하였다. 그나마 낮은 등급의 단검을 달라한 이차원의 손에 쥐어진 아이템이 보였다.
[ 붉은 단검 : 피가 마르지 않는 단검으로, 스킬 살육과 함께라면 엄청난 시너지를 냅니다. +공격력 17 ]
현실 속 차원의 손에 붉은 단검이 쥐어졌다. 이름에 맞게 단검은 붉은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여성들이 신고 다니는 붉은 하이힐과 같아 보였다.
‘붉은 단검이면 김정수 검으로 유명한 검 아닌가.’
김정수. 그는 국가 소속 헌터로 아버지 또한 유명 헌터로 대한민국 헌터계에서 주름잡는 놈이다. 게다가 그의 검은 공격력이 14라고 들었는데, 벌써부터 이 검은 17의 능력치를 가지고 있었다.
‘이 정도라면 충분해.’
이차원은 만족의 미소를 지었다.
***
띠링, 띠링, 띠링.
이차원의 휴대폰에 계속 알림이 울려댔다.
“메일 온 거 같은데 확인 안 하세요?”
“신경 쓸 거 없습니다.”
운전 중이던 기사는 계속해서 울려 대는 소리에 물었다. 하지만 이차원은 무심하게 말하며 휴대폰 알림을 모조리 꺼버렸다. 안 봐도 알 수 있었다.
코웰에게 받은 금괴를 몽땅 현찰로 바꾼 이차원은 서울에 있는 모든 헌터 상점에 연락을 돌렸다. 하급 에인 결정을 구한다고 말이다. 그렇게 메일을 돌린 지 얼마 안 됐는데도 지금 관련 답장이 폭주 중인 것이다. 거기에 이차원은 이미 결정을 다 구매했기 때문에 더는 메일을 볼 필요가 없었다.
‘하급 에인 결정은 다 얻었고.’
하급 에인 결정을 얻은 이차원은 의자에 편히 누웠다. 시간이 조금 남은 김에 지금까지 얻은 스킬을 한 번 정리해보려 생각에 잠겼다.
[ (VR)대장장이.LV1 ]
[ 장비의 능력치를 한 층 더 강화할 수 있는 스킬입니다. 1분간 아이템 능력치 2배 강화. 단, 내구도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스킬 레벨이 오를시, 강화 수치에 대한 내구도 효율이 상승합니다.) ]
‘기대되네.’
VR이라고 적혀있는 스킬은 다크혼 세상에서 쓰는 스킬이지만, 이 스킬이 언젠가 현실세계에서도 쓰이리라 항상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중요한 부분이었다. 실제로 심판의 검에서 쏟아지는 십자가 파동이 매우 거대해지고 강력해졌던 것을 확인했었다, 이차원은 기대감에 차올라 있었다.
[ (VR) 안정.Lv1 흥분 상태의 몬스터를 8초간 안정시킬 수 있습니다. ]
이 또한 잠재력이 있다.
‘하칸을 길들이기도 좋겠어.’
몬스터를 8초간 안정시킨다는데, 안정이 준다는 글귀가 저절로 하칸과 연결이 되었다. 이전에 게임을 하면서 드래곤을 길들일 때, 가장 어려웠던 것이 드래곤이 흥분상태일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고민하던 것이었으니 말이다.
왕국전체를 지옥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힘을 가진 애완동물을 컨트롤 하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힘든 일이었다.
‘태어나기 전에 스킬 레벨업부터 해놔야겠군.’
이차원은 하칸이 태어날 때를 대비하여 이 스킬도 빠르게 레벨을 올려놔야겠다고 생각하였다. 안정시킬 수 있어도 고작 8초다. 이 정도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하칸을 쓰다듬는 일밖에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마지막. 가장 이상적이고 기대감을 띄워주는 스킬.
[ (R)은빛조각Lv1 : 보이지 않는 단검술, 빛에 비춘 칼의 단면이 번쩍이는데 그 속도가 너무 빨라 조각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
‘그러면서 지겹도록 연습한 스킬.’
이미 게임 속에서 수차례 연습한 스킬이다. 스킬을 얻자마자 바로 체화하는 것은 어떤 헌터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차원은 이미 그 스킬의 본질에 대해서 무수히 많은 연습을 하고 왔다. 그것도 무기와 스킬 소유자인 코웰을 통해 직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정도 스킬들이면 20레벨은 갈 거 같은데.’
이차원은 자신이 가진 스킬들과 심판의 검 그리고 붉은 단검이라면, 지금 차원의 수준보다 높은 게이트를 갈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게이트로 가죠.”
“길드원들한테 연락 돌릴까요?”
“관둬요. 혼자 이동할 거니까.”
어차피 길드원들이야 강력하게 도움 되는 것은 아니었고, 빠르게 다크혼과 현실을 들락날락거려야 되니 귀찮아질 게 뻔했다. 따라서 이번에는 혼자 이동하는 편이 나았다.
“게이트 어디로 모실까요?”
기사가 깍듯하게 물었다. 이차원은 고민을 하며 어디로 갈지 생각했다.
‘상급 에인 결정을 얻을 수 있는 곳이면 되는데.’
이차원은 생각을 하다가 헌터넷에 접속해 정보를 모으기로 하였다. 핸드폰을 켜고 헌터넷에 들어가자 각종 기사들이 눈에 밟혔다.
-두문불출 헌터 이차원!
-수많은 이슈를 남겨두고 나타나지 않는다.
-아시아에서 가장 성장속도가 빠른 헌터.
-핵폭탄 같은 헌터, 전 세계가 주목 중.
‘우와, 이 기사들은 다 뭐냐.’
계속 게임 속 세계에 있다 보니 현실감각이 떨어졌던 이차원이었다. 그는 여전히 더 강해지고 나아가야 한다는 욕망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스스로가 지금보다 더 빠르게, 더 강해질 것이라는 걸 속으로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헌터넷 속 저들은 최근에 얻은 하칸의 알과 은빛 조각이라는 스킬의 정체도 모르는 듯했다.
‘이 정도에 뭘 그렇게 충격받나. 다 보여주면 얼마나 충격받으려고.’
오히려 자신의 능력을 모두 보여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신에게 들러붙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 다크혼에 오갈 수도, 자신의 꿈도 채우지 못할 거 같았기 때문이다. 망상에 점점 빠져갈 때쯤 머리가 창문에 부딪혔다.
‘나 혼자 무슨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고 있는 거냐.’
멋쩍게 웃고는 핸드폰으로 다시 게이트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상급 에인 결정을 얻을 수 있는 곳은 레벨 20이 넘어가는 몬스터가 등장하는 게이트에 가면 얻을 수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헌터법상 레벨 19인 차원은 20레벨 게이트에 들어갈 수조차 없다.
‘박지원씨가 알아서 하겠지.’
이차원은 안되면 박지원에게라도 연락을 취하여, 도움을 받을 생각으로 일단 가보기로 하였다.
“십장 고블린 게이트로 가주세요.”
“금방 도착합니다.”
기사는 여전히 친절하게 응대해주었다. 핸들을 돌리는데 정말 근처에 있었는지 목적지까진 금방 도착한다. 마치 이차원이 그 쪽으로 가길 원했다는 걸 알았단 듯이 매우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이차원이 차에서 내리려는데 전화가 울려왔다.
-박지원.
이차원은 전화를 받으며 게이트로 향하였다. 그런데 저 멀리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바로 박지원이었다. 거기다 양손엔 거대한 보따리 두 개가 들려 있었다.
“후. 이쪽으로 오실 줄 알았어요.
이차원은 박지원이 든 보따리를 확인하자 하급 에인 결정 300개가 들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