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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워프로 무한성장-69화 (69/202)

69화

-약을 먹이자고?

“세뇌를 풀려면 여기에 약을 풀어야 되는데 순순히 허락해줄 거 같지가 않거든.”

-제가 무릎 꿇고 빌어볼까요?

“물을 생명수처럼 여긴다니 절대 들어주지 않을 겁니다.”

울프릭과 렌더가 고갤 끄덕였다.

“내가 제압할게.”

-저 사람을요? 쉽지 않을 텐데......

이차원 말에 말없이 동의하는 울프릭과 달리 렌더는 쉽지 않을 거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그가 그렇게 호들갑을 떠는 것도 이유가 있었다. 바로 등급이었다.

기사들마다 대륙 통합등급을 받는다. S급부터 F급까지. 타무즈 왕국의 상수도를 관리하는 기사단장인 코웰은 무려 B급이었다.

- F등급도 받기 힘든 세상에 B등급이면 무지 셀걸요.

렌더의 말처럼 애초에 기사가 되기조차 힘든 세상에서 경쟁을 해 B급까지 올랐다는 것 자체가 어마어마한 경지라 할 수 있었다.

-한 왕국에 B급을 넘는 기사가 애초에 많진 않지. 보통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드니까.

울프릭도 사실 코웰을 알고 있긴 했다. 코웰이 쓰는 스킬들은 이미 자신이 시작하는 마을에서도 유명했었으니까.

-이번엔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저놈 상수도 시설에 샤워를 하러 온 리키안 떼를 혼자 난도질한 걸로 소문이 자자해.

코웰, 그는 타무즈 왕국의 자부심이며 상수도를 지키는 영웅이었다.

“알아. 주로 단검을 사용하고 민첩하고 빠른 스킬을 구사한다는 것도.”

이차원도 그의 스킬 이름은 정확히 알진 못했지만 그 위력은 알고 있었다.

“밤엔 더 치명적인 사내란 것도.”

코웰의 빠른 공격은 밤이면 더욱 치명적으로 느껴졌다. 어두 컴컴한 곳에서 코웰의 공격이 들어오면 대부분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바빴다.

‘그래서 더욱 얻고 싶은 스킬이고.’

이차원은 밤이 되면 더욱 강해지는 코웰의 스킬을 보름달 스킬과 조합하여 사용할 수 있다면, 또는 코웰에 빙의할 수 있다면, 여태까지 빙의한 캐릭터들과는 완전히 다른 무력을 다크혼에서 휘두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앞으로 더 강해진 리지에게도 충분히 맞설 수 있는 힘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그전에 호감도를 올리는 게 먼저겠지만.’

이차원은 코웰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어야 호감도를 얻을 수 있을지 고민하였다. 울프릭은 이차원이 계획을 가지고 있겠노라고 생각하였다.

-계획은 있냐?

“글쎄. 생각 중.”

-평소답지 않게, 왜?

울프릭이 이차원이 평소처럼 무력으로 코웰을 제압하지 않는 것에 의아해 묻는다.

“왜냐면 코웰을 꼭 내 것으로 만들고 싶거든.”

이차원이 씩 웃으며 대답한다. 이상한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말투였지만, 다행히 울프릭은 이차원이 가끔 이상한 말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무시하였다.

***

기사단장과 무력으로 적대했다간 어떻게 될지 몰랐다.

현실에선 이차원이 훨씬 강할 수 있지만 지금은 게임 속이기 때문에 혹시나 모를 리스크를 감수할 바엔 백프로 성공할 수를 두고 싶었다.

거기다 세뇌 마법이라는 건 어쩌면, 그 마법을 시전한 사람의 역량에 따라 다르지만, 세뇌한 개체들이 보고 듣는 것을 연결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빠르게 일을 처리할 필요도 있었다.

‘아직 리지가 거기까지 도달했는지는 모르는 상황이지만 왕국 전체에 세뇌 마법을 걸만한 힘을 얻은 것으로 보아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그러니 이차원은 코웰이 가장 좋아하는 걸 찾아서 그에 어울리는 수를 둘 생각이었다. 기사단장의 무력이라면 눈치도 빠를 터였다. 눈치보단 직감이었다. 영약을 몰래 음식이나 물에 타는 방법은 쉽게 눈치챌 거다.

-B급 기사야. 눈치도 빠르고 직감도 좋을 거 같은데 무력이 아닌 다른 방법이 있나?

“네 말이 맞아 그 정도 급의 기사들은 자신이 처한 위기를 기운만으로도 알 수 있다고 하지. 하지만 방법은 있어.

이차원의 말에 울프릭과 렌더 모두 그에게 집중한다. 이번엔 또 무슨 계획을 제시할지 기대하는 눈치였다.

“일단 그의 측근. 무력으로 제압하기 쉬운 놈부터 먹이고 그놈한테 빙의할 거야.”

이차원 일행이 곧장 기사단장의 측근 기사, 측근이긴 하지만 더 정확히 말하면 한참 아래의 부하인 D급 로윈 아르만을 찾아간다.

“시작해.”

이차원의 말에 울프릭과 렌더, 다짜고짜 그의 몸을 붙잡는다.

-뭣하는……!

울프릭보다 낮은 힘을 지닌 그는 쉽게 제압당했고 창조 스킬을 통해 빙의한 차원을 통해 더욱더 제압되었다.

“넣어.”

렌더는 곧장 그의 입에 영약을 털어 넣는데 기사가 갑자기 발작을 시작한다.

-이러다 죽는 거 아닙니까?

“기다려봐요.”

기사는 발작을 멈추지 않다가 갑자기 그대로 몸이 굳어버린다.

-죽었나 봐요!

렌더가 기사한테 달려가 그가 숨을 쉬나 얼굴을 가까이 갖다 대는데 기사는 푸하 숨을 몰아쉬며 벌떡 일어나더니 두 사람의 얼굴이 부딪쳤다.

-뭡니까? 대체?

아르만이 사색이 돼 벌렁 누워있는 렌더와 그 뒤로 울프릭과 이차원을 보며 어리둥절해 한다.

지금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신은 지금까지-

“제가 할게요.”

보통 이런 상황에서 렌더가 주로 상황설명을 해줬기 때문에 나서는데 이차원이 그를 말린다.

호감도를 올리기 위해서다.

“당신 마을 전체가 세뇌 마법에 걸렸습니다. 당신도 마찬가지고요.”

-그게 가능합니까?

“강력한 흑마법을 사용했는데 기억이 없습니까?”

-아......어떤 마녀가 마을에 와선 행패를 부렸던 것까진 기억이 나요. 그럼 당신이 우리 마을에 걸린 마법을 풀어준 거군요!

곧장 반응이 온다.

[서브 NPC의 호감도가 상승했습니다. EXP +800 ]

‘좋아, 나쁘지 않게 흘러가고 있어.’

이차원은 계속해서 아르만의 호감도를 얻어내기 위해 대화를 이어나갔다.

“아니요. 아직은 당신밖엔 풀지 못했습니다.”

이차원의 말에 아르만이 어째서냐는 표정을 짓는다.

“그래서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코웰을 설득해 상수도에 영약을 풀어야 합니다.”

이차원 말에 아르만이 고갤 끄덕이다가 갑자기 울프릭과 이차원을 번갈아 보더니 눈빛이 바뀐다. 아르만은 뒤늦게 서야 그들의 존재를 눈치 챈 듯하였다. 누군지 알아보았는지 눈이 커지더니 확신에 찬 질문을 던졌다.

-당신들 혹시 레오릭을 죽인 영웅들 아닙니까?

아르만은 이미 이차원 일행에 대한 소문을 들어 알고 있었다. 이차원과 울프릭은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들이 한 업적이라는 걸 보여주었다. 아르만은 그제 서야 의심 없이 그들을 믿기로 하였다.

-충! 받들겠습니다.

[로윈 아르만과의 호감도 최대치를 달성에 성공하여 그렉에게 빙의할 수 있게 됩니다.

빙의 – 로윈 아르만(레벨 16/기사)]

“받들 필요는 없고, 몸만 빌려주세요.”

***

연회현장.

국왕 게렌 에티는 차원을 환영하기 위해 연회를 열었다. 그리고 그곳엔 왕국의 기사들은 물론 주요 인사들까지 한자리에 모였다. 중요 인물들이 이곳에 다 모인 듯한 거대한 연회였다. 그 사이로 울프릭이 중얼거렸다.

-다들 강하다.

“이곳 사람들의 능력치 자체가 다른 곳보다 상향화돼 있으니까.”

-역시 기술과 마법의 힘인 건가.

다른 마을이 있던 기사들보다 확실히 달라 보였다. 울프릭이 그들의 높은 능력치에 감탄하는데 왕이 잔을 들고 분위기를 띄운다. 그 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왕을 따라 분위기에 맞추었다.

-대악마로부터 인류를 구하기 위해 싸워온 영웅들을 위하여!

왕이 첫 잔을 들이키자 분위기는 더욱 올라가고 다들 포도주를 마시며 취해간다. 여기저기 이야기꽃을 비워가는 사람들의 온기가 느껴졌다. 분위기도 화기애애했고 술까지 들어가니, 그야말로 온도가 타오르듯이 올라가는 듯하였다.

-편하게 즐기게. 난 조금 피곤하여 먼저 가겠네.

왕은 이어서 이차원 일행의 어깨를 다독이곤 조용히 연회장을 퇴장한다. 이차원 일행은 계획대로 코웰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덕분에 좋은 경험 했습니다. 확실히 이곳 상수도는 다른 곳과는 차원이 다르더군요.

-여러분들이 가져온 트으럭? 타럭?의 공학적인 원리가 우리 시설에도 적용할 것들이 많아 물이 더 깨끗해질 것 같습니다.

렌더가 코웰과 대화를 하며 시선을 끄는 사이 울프릭은 테이블에 올려진 코웰의 잔을 바꿔치기하였다. 그리고 그 뒤로 자연스럽게 잔을 들어 올리는 렌더였다.

-여러분들 앞날에 축복이 있기를.

코웰은 아무것도 모른 채 그들에게 잔을 들어 올리고 셋은 건배를 하고 포도주를 마시는데 코웰이 몸을 멈췄다.

-흠.

포도주를 마신 코웰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마침 옆에 있던 기사가 소리쳤다.

-저놈이 잔을 바꿨습니다!

장내가 소란스러워지고 코웰은 체통을 지키면서 눈짓만 하였다. 왕이 연 연회이기 때문에 자신을 노린 자가 있다 한들 조용히 지나가고 싶은 것이었다. 그저 소란스럽지 않게 해결 할 수 있으니까.

순식간에 코웰을 따르던 기사들이 울프릭과 렌더를 잡았고 둘은 딱히 저항하지 않았다. 이들도 이 현장에서 피를 튀기는 싸움을 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왕이 떠났더라도 왕이 연 연회에서 소란을 피우는 것은 기사의 자세에서 벗어나는 것이었으니까. 코웰은 화를 꾹 참으며 울프릭이 바꿔치기한 잔을 마법사에게 넘겼다.

-성분을 조사해라.

그리고 울프릭을 죽일 듯 바라보았다.

-노리는 게 무엇이냐. 내 목숨이냐?

-그 반댈걸.

울프릭은 그저 비릿한 미소 지으며 무심하게 끌려가고 있었다. 옆에 있던 로윈 아르만이 코웰에게 물을 건네었다. 코웰은 아르만이 건넨 물잔을 바로 건네받았다.

-충! 단장님, 존경스럽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체통을 지키기란 쉽지 않을 텐데 말입니다.

-나도 아슬아슬했다. 폐하께서 직접 연 연회가 아니었다면 진작 목을 베었을 거다.

-저놈들이 대체 왜, 뭐가 아쉬워서 저런 짓을 했을까요.

코웰도 위험할뻔했다. 목숨을 노린 건지 무얼 노린 건지 모르겠지만. 울프릭이 바꿔치기한 포도주를 먹었다면, 이상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맞는 것이었으니까.

위길 넘긴 코웰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아르만이 건넨 물을 벌컥 들이켰다. 하마터면 큰일 뻔한 상황에 목이 급격히 탔을 것이다. 그야 자신의 입속으로 알지 못하는 약이 들어와 몸에 이상을 보인다는 생각이 들면 그럴 만하였다. 하지만 어디선가 있던 이차원은 물을 벌컥 마셔대는 코웰을 보면서 생각했다.

‘저게 바로 A급 기사가 되지 못한 이유겠지.’

바로 그때, 아르만이 건넨 물을 마신 기사단장이 발작하기 시작했다.

-큭!

미소 짓는 로윈 아르만은 다름 아닌 빙의한 이차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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