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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워프로 무한성장-67화 (67/202)

67화

-우와. 이게 대체 뭡니까?

경비병은 약이라도 빤 사람 마냥 지나치게 들떠서 물으며 트럭 주위를 맴돌았다. 파란색 1.5t 트럭. 하칸의 알은 화물 적재함에 검은 천으로 덮여 있는 중이었다. 그렇기에 검문을 하지 않는 한 걸릴 일은 없다.

-요정들이 쓰는 마차다.

울프릭의 말에 경비병이 다시 감탄사를 내뱉으며 고갤 끄덕인다.

-여행객인가요?

울프릭은 발렌시아 왕의 서신을 보여주자 경비병이 갑자기 자세를 바로 한다. 발렌시아 왕이 타무즈 왕국에 차원 일행의 행보를 이미 전해둔 터라, 알고 있는 듯했다.

-폐하께 모시겠습니다!

경비병들이 갑자기 트럭 양옆에 줄을 맞춰 서더니 트럭이 지나갈 길을 터준다. 현실 세계로 말하면, 의전팀과 같이 차원 일행을 편하게 해줄 사람들까지 온 것이다. 그들의 안내를 받아 트럭을 천천히 몰아 왕실로 가는데, 사람들이 하나같이 너무 친절하였다. 왕국에 어디 하나 흑마법의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이곳엔 아직 리지가 안 온 건가?

“글쎄. 여기서 속죄의 매듭을 얻어야 대악마를 깨울 망치가 완성되는데 그냥 지나쳤을 리가 없잖아.”

이차원은 마을을 수상하게 둘러보는데 경비병들이 마을 곳곳을 설명해주었다.

-보시다시피 저희 왕국의 기술은 다른 왕국과 비견할 바가 못 됩니다.

경비병 말처럼 마을엔 유독 신기한 물건들도 많았고 왕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눈 후, 이곳저곳 둘러볼 대장간들도 많았다.

지금의 타무즈 왕국은 마법과 대장장이 기술의 융합을 고도화로 만들어 둔 마을이라 볼 수 있었다. 망치를 만드는 속죄의 매듭도 이곳 사람들이 개발한 아이템인데 원래는 대악마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에 버금가는 높은 레벨의 몬스터들을 봉인시켜두고 묶는데 사용하는 아이템이었다. 이들은 이것을 잘 재련해 만들어 아이템들간의 특성을 연결하는 매듭으로 사용하고 있던 것이다.

“이곳에는 별일 없었습니까?”

-이곳은 항상 평온합니다. 축복받은 거죠.

리지가 대악마를 깨우는 망치를 완성하기 위해 반드시 마을을 들렸을 거라고 확신한 이차원이었지만 알지 못하였다. 넌지시 마을 상황에 대해 묻지만 경비병은 해맑게 웃을 뿐이었다.

-고도화된 마법과 과학기술 덕분입니다. 무력이 강하면 함부로 넘보지 못하니까요.

경비병의 말에 이차원도 고갤 끄덕였다.

‘하긴. 이 왕국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능력치가 높았었지.’

그러나 이차원은 이상하게 경비병의 행복하다는 말이 진심으로 와닿지 않았다. 표정은 행복해하였지만, 작위적으로 만들어진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딘가 공허한 표정인데.’

게다가 리지가 아직 마을에 오지 않았다는 것이 수상했다. 그 정도의 속도라면 이곳에도 무조건 왔을 텐데. 게임을 플레이를 했을 때도 이 마을의 분위기가 좋았었지만, 지금 리지 때문에 시나리오가 계속 바뀌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걸로 보아 이 마을의 분위기가 유지되었을 확률은 극도로 적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울프릭의 표정을 보니 그 또한 리지가 이곳에 오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듯하였다. 이차원은 울프릭에게 말하였다.

“얼굴 좀 풀어.”

***

-연락을 미리 받았지만 이리 빨리 올 줄은 몰랐네. 크라투반 정글에서 시간이 걸릴 거라 짐작했거든.

타무즈 왕국의 왕 게렌 에티가 긴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이차원 일행을 맞이해 주었다.

-속죄 모기, 그놈들이 여간 성가신 게 아닌데 무슨 수로 건넜나?

“샌드웍의 토사물을 발랐습니다.”

-오호라...... 듣기론 드래곤의 알까지 얻었다는데 그걸 끌고 이 먼 거릴 움직인 건가?

“트럭이라는 마법 마차를 이용했습니다.”

-그게뭔가?

이차원 말에 게렌 에티의 얼굴이 호기심에 가득 찼다. 기술의 왕국의 왕답게 그는 온갖 것에 호기심을 가졌던 것이다.

당연히 차원의 일행이 타고 온 트럭에 굉장한 관심을 보였다. 자신들은 노예로 만든 고블린들이나 인간이 마차를 이용해 무거운 장비들을 옮겼다, 하지만 이차원 일행이 타고 온 트럭이라는 장비라면 효율 극대화를 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트럭이 필요하시다면 드릴 순 있습니다. 거래를 하시죠.”

이차원이 눈치 빠르게 거래를 제안하자 게렌 에티가 통쾌하게 웃는다.

-좋다.

“그 전에 왕국의 특산물을 구경하고 싶은데 대장간을 추천해줄 수 있을까요?”

특산물이라고 하면 속죄의 매듭을 의미했고 아이템들의 합만 잘 맞으면 그 줄로 무한의 조합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물론이지. 사실 우리 왕국은 아이템을 조합하는 것에 특화돼 있거든. 트럭만 준다면 원하는 무기를 얼마든 조합해주겠네.

말을 끝낸 게렌 에티는 대장간을 구경시켜주겠다며 벌떡 일어났다. 이차원 일행도 따라가려는데 하칸의 알을 그냥 놓고 가기가 찝찝해졌다.

“울프릭 네가 알을 지키고 있어라.”

이차원은 아까부터 리지가 이곳을 오지 않고 다른 곳에서 나쁜 짓을 할까봐 걱정에 빠져있는 울프릭을 두고 가기로 하였다. 리지에 집중이 팔려 제대로 집중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울프릭 정도의 무력이면 충분히 알을 지킬 수도 있었으니까 일석이조였다.

-그럼 전 요정님을 따라가겠습니다.

렌더가 이어서 대답하였다. 이차원은 고갤 끄덕이고 창소 스킬을 사용하였다. 실제 만져보고 능력을 몸으로 체감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창조가 가능한 캐릭터의 타입만 창조할 수 있습니다.

어느 왕국 경비병 / 이름 모를 모험가 / 선택하십시오.]

이차원은 경비병이나 경비병이나 하급 모험가나 큰 차이는 없었으나 모험가를 택하고 대장간으로 향한다.

-이걸 묶는 방법에 따라 아이템 조합이 달라집니다. 마법진을 다르게 그리면 다르게 매듭이 지어지는 것처럼요.

대장간은 황금색 오묘한 빛을 내는 매듭을 들고 설명을 해주는데 만드는 기법은 왕가의 비밀이라 말해주지 않는다.

-이렇게 매듭을 지어 두 개의 아이템을 높은 농도의 마나에 노출 시키면 조합이 되는 겁니다.

“마나는 동일하게 들어가나요?”

-아니요. 아이템 등급이 높을수록 마나 소모도 커집니다.

이차원은 고갤 끄덕이며 대장간의 설명에 집중한다. 대장간은 이차원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해주었다. 이차원이 궁금증이 많아지게 된 건 게임을 할 때와 많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게임을 할 때는 조합이라는 버튼을 클릭하는 것으로 금방 끝나버렸다. 하지만 이렇게 게임 속으로 들어와 그 알고리즘을 실제로 보니 신기하고 연금술을 보는 거 같이 흥미로웠다.

이차원이 어쩌면 현실 세계에 있는 헌터들의 무기를 가져와서 이곳에서 온갖 물건을 조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정말 말도 안 되는 무기가 탄생할 거 같다는 생각 또한 같이 들었다.

‘빛의 심판자의 검보다 뛰어난 무기가 생기게 되면 얼마나 더 강해지게 될까.’

이차원은 이런 망상을 함과 동시에 한 가지 일을 더 하였다. 울프릭을 위한 일이었다. 대장간을 마저 둘러보며 마을 이곳저곳도 틈틈이 확인하였으나 역시 리지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나저나 정말 이곳에 안 온 건가? 흔적 하나 못 찾겠어.’

어쩌면 또다시 시나리오가 뒤바뀌어 다른 곳으로 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때 밖이 소란스러워지더니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무언가 큰 싸움이라도 일어난 듯이 고함이 들려왔다. 이차원은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이미 사람들이 북적거리며 서있었다.

“소란스럽군.”

-뭣들 하냐. 빨리 경비병을 불러서 처리하지 않고!

***

왕국 내부에서 항상 소란을 일으키는 인물들은 루도브 왕국으로 내려가기 위한 외부인들이었다. 차림새를 보니 중급이상의 모험가쯤은 되어 보이는데, 하는 꼴이 쓰레기였다.

-비싸면 어쩔 건데? 그냥 내놓으라고!

-돈을 주고 사셔야지 그냥 달라뇨. 지들은 뭘 먹고 살라고.

-그깟 토사물 얼마나 한다고 돈까지 줘? 이리 안 내놔?

-아이고, 이렇게 다 때려 부수면 어떡합니까.

남자는 선량한 시민의 상점을 쳐부수고 아이템을 원하고 있었다.

“내가 루도브에서 방금 건너왔는데.”

이차원이 상점 입구를 막아서자 소란스럽던 곳이 순식간에 조용해진다.

-뭐야. 잔챙인 꺼져.

남자가 하급 모험가로 변한 이차원의 남루한 행색을 보며 비웃는다. 이 중급 모험가에게 피해를 입던 시민은 애절한 눈빛으로 차원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하였다. 괜히 나섰다가 다치는 것 아니냐며. 자신만 피해를 입으면 된다는 눈빛이랄까.

-형님. 봐주시죠. 아직 하급 모험가라 세상 물정 모르는 거 같은데.

중급 모험가 놈의 부하들도 낄낄대며 차원을 무시하며 차원을 밀치고 상점에 들어가 대놓고 아이템을 털었다. 게렌 에티와 왕국사람들은 체통을 지킨다며 대장간에서 나오지 않았고 차원 혼자 나왔던 상황이라 경비병들을 기다릴 수도 없었다.

‘저것들은 사람이 아니다.’

어차피 게임 NPC다. 더군다나 이런 선행은 이 마을 사람들의 호감도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또한 이 마을 사람들의 무력은 평균치 이상이니 창조 스킬을 사용하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순 없지.’

이차원은 호감도를 올릴 좋은 기회라고 곧장 독장판 스킬을 시전하였다. 저들은 이미 이차원에게 관심이 사라진 듯 뒤돌아 서 있었다. 이차원은 슬그머니 독장갑을 끼어 그들의 다리 아래로 독을 흘려보냈다. 이 사실도 모르고 중급 모험가들은 상점에서 아이템을 신나게 털고 있었다.

-뭐야, 바닥이 왜 이렇게 질퍽거려?

-뭐라고? 아악! 이게 뭐야? 언제 이런 게 생겨난 거야?

그들의 발아래에는 이미 독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독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움직이려 몸을 흔들었다. 하지만 독은 마치 녹아내린 고무처럼 미끌거리는데다 질퍽였기 때문에 쉽게 움직여지지 않았다.

-형님 피하세요!

-으아아. 이거 뭐야.

독장판에 빠진 모험가의 일행들은 그대로 넘어졌다. 마을 사람들은 넘어진 그들을 당연히 도와줄 생각도 하지 않았다. 누구는 그들을 보며 비웃었고 누구는 꼴 좋다는 듯 통쾌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독에 의해 넘어지면서 그들이 메고 있던 아이템을 넣어 담던 가방도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곳에서 가방에 담겨있던 아이템들이 떨어져 나왔다. 이차원은 바닥에 구르는 아이템들을 가방에 담아서 주인에게 돌려준다.

“빠진 거 없는지 확인해 보시죠.”

주인은 이차원이 건네준 가방을 건네받았다. 이차원은 주인에게 호기로운 미소를 지었다.

‘이것으로 이곳 주민들과 호감도가 오르겠지.’

그런데, 호감도가 하나도 오르지 않았다.

‘뭐지.’

이차원은 의아함에 주위를 둘러보는데 마을 사람들이 모두 멍하니 자신을 쳐다볼 뿐이었다.

그 모습이 매우 이질적이고 공포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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