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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워프로 무한성장-63화 (63/202)

63화

이차원은 박지원과 함께 준비되어 있는 차에 탑승했다. 목적지는 당연히 샌드웍이 있는 게이트. 차는 시동소리를 우렁차게 울리며 출발하였다.

이차원은 이동하는 사이에 박지원에게 게이트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박지원에 따르면, 게이트가 생겨난 뒤로, 국가는 길드나 헌터들에게 게이트를 입찰했다고 한다. 그 게이트에서 나오는 부산물이나, 그 게이트를 상업적으로 활용할 권한을 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상은 나라 책임을 그들에게 떠넘기는 거라 봐도 무방했다. 게이트에서 몬스터가 뛰쳐나와 피해를 입히면, 그에 대한 책임을 그 게이트를 입찰했던 길드나 헌터가 책임을 져야 했으니까 말이다.

이 때문에 금전적으로 보상을 하든, 감옥을 가든, 헌터로서의 입찰 자격을 잃는 등 책임의 방법도 다양했다. 애초에 책임을 지지 못할 단체나 헌터에게 입찰하지 않는 것이 기본이긴 하지만. 억울하게 죗값을 치러야 했던 헌터들은 예상외로 수두룩하였다.

그리고 차원이 원하는 샌드웍 토사물을 얻기 위해서 대한민국 게이트를 수소문했지만, 우리나라에 있는 게이트는 경기도 광주에 딱 하나. 물론, 그것은 하필 우랑이라는 길드에 귀속된 게이트였다.

“국가가 직접 관할하는 게이트는 없는 겁니까?”

“네. 목적에 위반하니까요.”

이차원도 그녀의 말에 고갤 끄덕였다. 국가 소속 헌터들은 개인 헌터나 길드를 견제하기 위한 세력이지, 게이트의 몬스터를 처리하는 것에 목적성이 맞춰져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최근에 게이트 발생량이 늘어 방위대라는 것도 신설되었지만. 원래 국가 소속 헌터는 그만큼 귀한 신분이었다.

그들은 게이트 안 몬스터를 잡는 잡일을 하지 않고 무력을 키워나갔다. 그들의 일은 게이트가 등장하고 이후의 헌법을 위협하는 헌터들로부터 나라의 질서를 유지 시키는 것이었다.

이차원은 설명을 듣던 중, 계속 마음에 걸리는 질문이 하나 있었다. 이차원은 박지원에게 참지 못하고 물어보았다.

“그런데 우랑길드 그놈들은 샌드웍 게이트 안에 보스몹은 왜 안 잡고 있데요?”

박지원은 이차원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명을 해주었다.

“우랑 길드는 헌터 교육 사업을 진행 중인데 샌드웍이 초보 헌터한테 적합하거든요. 레벨이 낮기도 하지만 기본 실력만 있으면 잡을 수 있으니까요. 일종의 교과서 같은 개념이죠.”

“그래서 일부러 보스를 방치해서 수업료, 대관료를 챙긴다?”

이차원 말에 박지원이 고갤 끄덕인다. 이차원은 턱을 괴며 생각에 빠졌다.

‘그 녀석들에게 어떻게 엿을 먹이지.’

생각에 빠져 이런저런 방법을 갈구하던 때 어느덧 차는 게이트 앞에 멈추어 섰다. 차에서 내리자 이차원은 게이트 주변에 아무도 없는 모습을 보았다. 오직 자욱한 담배 연기만이 게이트를 신성하게 두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장사가 안되나 본데?”

하기야 요즘에 흉흉한 소문이 돌더니만, 초보 헌터들의 발길이 끊긴 모양이었다. 바닥에 침을 찍찍 뱉어대며 담배를 피우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딱 그렇게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침을 뱉던 남자가 이차원과 눈이 마주치자 담배를 바닥에 던지며 일어섰다.

“뭐여.”

“뭐여?”

“너 뭐냐고.”

차원은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모른다는 것이 왠지 모르게 신기했다. 요새 하도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늘어난 탓이다. 중국인들이라 그런가? 거기다 남자의 말엔 화교 사람들의 말투가 섞여 있음을 느꼈다.

‘잘됐네.’

이차원은 남자가 자신을 못 알아보는 것이 오히려 더 좋았다. 국가 소속 헌터라며 이런저런 명분을 내세워 쉽게 게이트로 들어가는 것이 차원에겐 더 어렵고 낯선 일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신을 몰라봤으니, 더 쉽게 일이 처리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오며 자신감을 높여 주었다.

“연습 좀 하러 왔습니다. 각성한 지 얼마 되질 않아서요.”

“한 시간 460만.”

남자의 말에 이차원이 피식 웃고 박지원이 옆에서 나서 주었다.

“이분은..!”

박지원은 꽤나 날카로운 인상을 지으며 나섰다. 평소 얼굴이었겠지만 성격을 알고 있는 이차원으로선 좀 놀랐다. 한편 박지원이 보기에 이들이 하는 짓이 너무 양아치 같았고, 말도 안 되는 폭리를 취하고 있으니 이렇게 나서는 것이 당연하였다. 박지원도 나름 국가 소속 헌터의 비서라는 걸 잊어선 안 됐다.

“카드 결제 되죠?”

그러나 정작 이차원은 아무렇지도 않게 카드를 건네었다. 아무렇지 않게 카드를 주는 이차원의 모습에 깜짝 놀랐지만, 박지원은 이런 이차원에게 뭔가 생각이 있다고 느꼈는지 더는 나서지 않았다.

“카드는 수수료 붙어.”

남자가 이차원을 제대로 호구로 봤는지 뽑아먹을 수 있는 건 다 뽑아낼 생각인 듯했다. 이차원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양 순순히 보내주었다.

“들어가쇼.”

이차원과 박지원이 게이트로 들어가는데 뒤에서 신이 난 남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호구 제대로 잡았구만.”

“오늘 일당 끝났다. 술이나 마시러 가자.”

희희낙락거리며 좋아하는 남자들의 모습에 박지원은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다.

“분하지도 않아요?”

허나 이차원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냅둬요. 하찮은 놈들한테까지 일일이 신경 쓸 필요 없으니까.”

아무렴 최한일과 협상할 때도 돈에 대해 상관없던 이차원이었다.

‘늦으면 늦을수록 리지, 그 여자가 또 뭔 짓을 할지도 모르고.’

또한 이차원은 이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욱 저들과 어울릴 시간은 없었다. 거기에 샌드웍의 토사물을 구하는 것에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걸 공략집을 통해 알고 있었다.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그만큼 리지가 미쳐 날뛰게 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니까. 그러니 460만 원쯤, 차원의 입장에선 싸게 먹힌 것일 수도 있었다. 갑옷 만드는데 5천만 원도 통으로 보냈던 이차원이었으니.

게이트에 들어가 얼마 가지 않아 샌드웍을 만났다. 이차원은 곧바로 독장판을 사용하니 레벨 4짜리 샌드웍이 차원의 공격을 버틸 리는 없었고 생각보다 빨리 죽어 나갔다.

그런데 그들에게서 나온 토사물의 질이 영 좋지 않았다.

‘독으로 죽어서 그런 건가?’

상태 이상 또는 중독에 걸려 죽은 몬스터의 사체에서 나오는 그 부산물은 퀄리티가 좋지 않을 때가 심심찮게 있다. 어쩌면 이 또한 같은 이유일 수도 있었다.

‘보스를 잡는 게 빠를 수도.’

이 게이트의 보스 몬스터인 킹샌드웍을 잡으면 더욱 좋은 토사물을 얻을 수 있을 거다. 그놈의 토사물은 질이 워낙 높은 상태였다. 그렇기에 물리적으로 사망했건 중독으로 사망했건, 퀄리티엔 큰 차이가 없으니 그편이 나을 수도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그놈을 잡으면 이 게이트가 닫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랑 길드가 가진 재산권 침해를 하게 될 가능성도 있는 상태였다.

‘귀찮게 됐군.’

이차원은 일단 그 생각은 접고 칼로 처리해야겠단 생각에 심판자의 검을 꺼내 들었다.

“음?”

이차원은 슈퍼노바와 독장판을 사용했을 때 몸 한 쪽에 어떤 기운이 모이는 것을 느겼다.

광역 스킬을 쓸 때, 기운이 쏠린다는 것은 그것을 피해 게이트 에너지를 지닌 개체들 즉 헌터나 몬스터가 한쪽으로 이동했다는 소리다.

‘이제는 이런 기운까지 느낄 수 있나.’

물론, 차원은 그 기운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지는 못하였다. 이 역시 언젠가 알 수 있으려나.

그때. 지원이 말을 걸어왔다.

“이 던전 안에 은신자들이 있어요.”

“네, 대충 느끼고는 있었습니다.”

지원은 상대적으로 그 기운에 대해 잘 느끼는 편인 듯했다.

“그러면, 우랑길드 놈들에 대한 소문이 진짜일 수도 있겠는데요.”

“일단은 토사물을 구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우랑길드의 소문이 사실이든 아니든 차원은 상관없었다.

***

박지원의 기운에 따라 들어갔다.

“잠시만요.”

박지원이 이차원을 멈춰 세웠다. 앞에는 아무것도 없는 그저 텅 빈 길이었다. 하지만 어디선가 남성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이차원과 박지원이 눈치챈 걸 알았는지 세 명의 남자가 은신 스킬을 해제하고 나타났다.

“그냥 구경만 하려고 했는데, 어떤 부잣집 아들놈이 500만 원 가까이 턱하니 내나 했더니, 보통내기가 아니구만.”

여전히 차원의 존재를 아예 모르는 눈치였다.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랑 길드에서 한국으로 파견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다.

“그 검부터 내려놔.”

남자는 아까부터 자신의 시선을 사로잡던 이차원의 검을 가리킨다. 이런 식으로 아이템을 강탈하는 일은 실제로 헌터들의 세상에서는 암묵적으로 많이 일어나는 일이다.

거기에 강한 헌터들이 나타나 보스 몬스터가 잡히면 게이트가 닫히는 세상이니까. 그들은 이 사실을 역이용해 돈을 벌고 있었다.

헌터들이 몸에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아이템들이 최소 수백에서 수십억까지 하는 것을 보면 그럴 만도 하다. 우랑 길드의 눈에선 도덕적 판단의 근거가 사라진 지 오래다. 네가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얻고 싶은 것을 얻어낼 수 있겠냐는 질문을 이 게이트는 우랑들에게 매일 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인심 썼다. 그 검만 넘기면 1시간은 다 채울 수 있게 해줄게.”

남자가 이차원을 가소롭게 보며 크크큭 웃어대는데 차원은 완전히 그를 무시하면서 샌드웍의 토사물을 주워서 가방에 담고 있었다.

‘인벤토리도 빨리 습득해야 될 텐데, 이번에 울프릭이랑 타무즈 마을에 가면...’

애초에 저들의 협박이 신경도 쓰이지 않는 수준이었던 것. 그런데 그때 보스 킹 샌드웍이 나타났다.

“뭐야, 저놈 봉인 시킨 거 아니었어?”

“보면 몰라? 봉인 풀렸잖아!”

한편 보스를 본 이차원은 고민에 빠진다.

‘지금이 바로 기회일 지도 모르는데 처리해버릴까.’

이 게이트의 보스, 저놈만 잡으면 이 게이트가 사라지고 덩치도 일반 샌드웍보다 2.5배 정도 되기 때문에 토사물도 금방 구할 수 있었다. 우랑 길드원들은 그들의 게이트가 닫히지 않기 위해 봉인을 하려고 하였다. 그중 인원 한 명이 지시했다.

“봉인은 다시 하면 되고 일단 저 새끼 검부터 챙기자고.”

“야! 너 빨리 그 검 내려놔. 빨리!”

남자들은 보스가 등장하고 소란스러워지자 이차원의 검이라도 빨리 훔치려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 말은 차원에게 매우 유용한 말이었다.

“니들 지금 나 협박하는 거냐?”

“그럼 부탁하는 걸로 보이냐 이 멍청한 새끼야?”

“안주면 나 죽일 거고?”

“말이라고 해?”

이차원은 그저 씩 웃으며 대꾸하였다.

“그럼 이건 정당방위다.”

“뭐라는 거야.”

“이봐, 당신. 그쪽은 상대를 잘못 건드렸어.”

세 명의 남자 중 리더로 보이는 놈이 귀찮다는 듯이 앞으로 나섰다.

“지금 순순히 검만 주면 무사히 살려주지.”

“내가 왜 너희들 말을 들어야 하는 거지?”

이차원은 그대로 킹 샌드웍을 잡을 듯한 폼을 지었다. 그러자 갑자기 리더의 몸이 불현듯 변신을 하였다.

남자의 머리털과 손가락이 갑자기 독사로 변하더니 순식간에 메두사로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손가락에서 점점 손톱이 길어지더니 손목이 커져갔다. 반대로 발은 점점 오므라들더니 몸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이 보여졌다. 몸 또한 피부가 미끌거리는 비늘을 털이 자라나듯 나오더니 몸이 길어졌다. 얼굴 외형 또한 안구가 초록색으로 물들이며 옆으로 찢어져 나갔다. 머리카락은 어느새 뱀으로 변형되었다. 렌더가 있었다면 기절하고도 남았을 모습인데.

변신을 마쳤는지 남자의 눈에서 레이저가 쏘아졌다. 그 레이저를 맞은 샌드웍이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그것만으로도 위력을 알 수 있었고 거기에 더해 민첩력이 상승한 듯, 샤샥거리며 이동속도가 매우 빨라졌다.

[ 칭호 ‘공포의 학살자’가 시전 조건을 포착했습니다. ]

[ 효과 설화형 몬스터에게 공격시 40% 확률로 기절 상태를 불러 올 수 있습니다. ]

‘메두사… 너는 설화형 몬스터인가.’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차원.

“정당방위라고 했다, 분명.”

이차원은 검을 꽉 쥐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지금부터 악행에 대한 참교육의 맛을 보여 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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