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화
이차원이 스킬 슈퍼노파를 사용하자 강력한 눈보라가 동반되더니 케로베로스를 얼리기 시작하였다. 그 사납던 케로베로스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바닥을 기기 시작했다.
확실히 전에 사용했던 [슈퍼노바]와는 달리 사용하는 느낌 자체가 달랐다. 지배자의 반지 하나 착용했다고 이 정도까지 강해지게 되다니.
‘스킬이 점점 더 강력해지고 있어.’
물론 지배자의 반지 때문에 스킬이 한 단계씩 올라간 이유도 있다. 그럼에도 확실히 게임을 할수록 스킬도 함께 강력해지고 있다는 걸 이차원 스스로도 느끼고 있었다. 점차적으로 강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이차원은 더욱 강하게 밀어붙였다.
“마무리 지어야겠군.”
이차원은 케로베로스를 끝낼 생각에 심판자의 검을 꺼내어 휘둘렀다. 십자가 모양의 빛들이 케로베로스를 향해 고속 낙하하였다. 이어서 케로베로스의 등과 손, 허리 등으로 떨어지며 박혀갔다. 그리고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방위대 대대장 김동면과 군인들 순간 자신들의 눈을 의심하였다. 그들의 눈에는 저렇게 거대한 기술을 담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뭐야 저 검은.”
“저도 처음 보는 외형의 검인데 알아볼까요?”
“닥쳐봐. 한참 재밌어지잖아.”
김동면은 부하의 입을 다물게 만들고 이차원의 싸움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지금까지 저런 외형의 검을 가지고 있는 헌터를 본 적 없는 것도 있었다. 거기에 지금까지 보았던 이차원의 전투 실력 자체가 흥미로웠기 때문이었다.
‘군생활만 20년이 넘게 했는데 저런 놈은 처음이란 말이지.’
김동면 역시 이차원을 뜨거운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차원은 자신을 지켜보는 김동면의 강렬한 시선을 느끼지 못하였다. 레오릭의 장갑으로 독장판 공격을 이어가고 보랏빛 어둠의 기운이 바닥을 뒤덮는다.
“저 정도면 독왕보다 넓은 범위야.”
“범위뿐만 아니라 깊이도 한 수위야.”
‘독왕’이라 불리는 다니엘 크림슨.
미국 국적의 헌터로, 독을 다루는 아이템과 스킬에서는 그를 당해낼 자가 없었다. 그런데, 차원의 현재 전투하는 모습을 보던 군인들은 모두 그를 떠올리고 있었다. 이차원의 독장갑 공격은 우리나라 헌터들 중에서 가장 강력했기 때문이다.
독왕 다니엘 크림슨에 비교해 보았을 때, 이차원은 그와 유일하게 비빌 수 있는 헌터였다. 아니, 그보다 차원은 더 높은 경지의 독 스킬을 사용하며 케로베로스를 처리하고 있었다.
‘저 정도 독이면 이미 레벨 30은 넘겼을 거 같은데.’
현재 전 세계 랭킹 1위의 레벨이 54인 것을 비교하면, 30레벨이 사용하는 스킬을 쓴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30레벨이 넘는 랭커라면, 게이트가 생기기 전, 빌보드에 숱하게 이름을 올리는 가수 따위는 부럽지도 않을 명성이니까 말이다.
한편 공격을 가한 이차원도 스스로의 능력에 놀랐다.
‘단순히 지배자의 반지 때문만은 아니야. 이게 나의 몸이라 그런가.’
확실히 슈퍼노바를 사용했을 때 느꼈지만 게임 플레이가 진행될수록 능력도 점차 강해지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이 정도의 위력이면 앞으로 그에게 닥쳐올 힘든 여정에도 잘 견뎌내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 같았다.
다만 아쉬운 점 딱 하나가 있었다, 게임 속에서 [창조] 스킬을 이용하였을 때였다. 게임 속의 캐릭터를 만들어 그것에 빙의했을 때는 이 정도 위력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었다.
‘창조 스킬을 이용해 빙의를 사용한 뒤, 이 정도 파괴력을 갖출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차원이 다른 캐릭터의 몸으로 들어가 이 정도의 파괴력을 낼 수 있다면, 게임 속 시나리오를 더 빠르고 강력하게 파괴하면서 더 많은 것들을 이룰 수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추가로 울프릭이 리지를 구하는 일에 더 도움이 될 상황도 충분히 생겨날 수 있는 일이었다.
‘역시 강해지는 방법은 주요 캐릭터들의 호감도와 레벨업 밖엔 없는 건가.’
***
최한일은 넋이 나간 얼굴을 띄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커다란 TV 모니터에 고정되어 있었다. 바로 차원의 전투 장면을 보고 있던 것이었다.
‘무상이 놈이 말한 검이 저 검이란 말이지.’
최한일도 차원이 들고 있는 검에 대해 서울시장 김상문의 아들, 김무성에게서 들었던 적이 있었다. 김상문이 서울시장 자리를 차지할 수 있던 이유는 대한민국 초기 헌터 출신이기 때문이었다. 마찬가지로 최한일도 게이트가 열렸을 당시, 세상이 불안정했을 때 초기 헌터 출신이기 때문에 둘은 친분이 있었다.
당연히 김상문의 아들 김무상과도 가족 모임이나, 여러 행사 때 여러 번 얼굴을 봐온 사이였다. 그런데 과거 김무상은 지금 화면에 나오는 차원이 들고 있는 검을 묘사했던 적이 있었다.
김무상은 최한일에게 그 검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현실에 없는, 아주 비정상적인 밸런스를 가진 검이 있다고 하면서 말이다.
검을 잡으면 그 능력치는 개화되지 않았다는 표시와 함께 ??? 라고 표시됨과 동시에. 말도 안 되는 힘이 뿜어져 나와 주변 적들을 모조리 소탕할 수 있다고도 추가로 말한 적이 있었다.
‘어린놈이 취기에 하는 소린 줄 알았는데 진짜였잖아.’
당시에는 김무상이 어리기도 했고, 헌터가 됐다는 것에 벌써 취했냐며 삼촌 술이나 따라보라 하면서 김무상의 말을 무시했었다. 하지만 김무상의 말이 맞았다.
그리고 단순히 검뿐만이 아니었다. 차원의 전투 수준은 이미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아득히 뛰어넘고 있었다.
슈퍼노바인 눈보라와 독장판에 의해 고통받는 케르베로스의 모습이 계속해서 보여지고 있었다. 게이트 보스 중에서도 생명력이 질기다고 헌터들의 입에서 소리가 자잘할 정도였다. 그런 케르베로스의 목을 단숨에 베어 버리는 이차원의 모습은 정말이지,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말 그대로 군더더기 없고 아주 깔끔했다.
혹시 몰라 현장에 동시에 출동한 헌터들도 따로 손을 쓰지 않아도 되었다. 그들도 그저 이차원의 전투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저게 신인의 몸놀림이라 하면 누가 믿겠나.”
최한일 말에 옆에서 함께 전투 장면을 모니터링 중이던 군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각성한 지 얼마 안 된 신인이라 들었는데 저런 몸놀림은 어디서 배웠을까요?”
최한일은 눈을 가늘게 떴다.
“확실한 건 대한민국이 저놈을 놓치면 국보 손실이란 거지.”
헌터에게 있어서, 레벨 40이 넘어가는 순간은 핵무기와도 맘먹는 무력을 가진 괴력과 맞먹는 힘을 가질 수 있었다.
헌터라는 말이 사람들의 입에 붙기 전에는 초능력자라는 말로 불리곤 하였었다. 그 초능력이 대부분 몬스터와 맞서 싸우기 위한 무력인지라, 국가 간에 있어 헌터 인재 개발이나 확보는 국력이나 다름없는 세상이었다.
그런데 이차원 같이 저 정도의 헌터가 아직도 대한민국 소속이 아니라니. 최한일은 이 점이 되게 신박했다. 이차원에 대해서 늦게 안 점이 후회스럽기도 하였다. 이차원을 빨리 알게 되어 국력에 어서 빨리 투입 시켰다면, 지금의 국력보다 더욱 높아지고도 남았을 것이다.
지금까지 방위대를 신설하는 것도 돌발 게이트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는데, 이차원은 혼자 아무렇지 않게 해결하고 있다. 이차원의 존재 자체가 자신의 권위에 직격으로 위협하고 있었던 것이다. 최한일은 국방부장이기도 했지만 국가 헌터 소속 단체장이기도 하였으니 충분한 일이었다.
‘이거 어쩌면 사활을 걸어야겠어.’
최한일은 반드시 이차원을 스카웃하기로 마음 는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
[ 레벨 15 ]
[ 칭호 ‘공포의 학살자’를 얻었습니다. ]
[ 효과 설화형 몬스터에게 공격시 40% 확률로 기절 상태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
그렇게 모두가 정신없었던 준투가 끝이 났다. 모든 상황이 정리되었을 때, 이차원의 눈앞으로 떠오른 상태창이었다.
‘설화형 몬스터라.’
차원은 다크 혼 내의 설화형 몬스터들을 떠올리기 시작하였다. 설화형 몬스터는 말 그대로, 설화에서 나오는 것들을 본떠 만들어진 것 같은 몬스터들을 뜻한다.
‘대악마들 중에도 설화형 몬스터가 있었지.’
그러니 지금 얻은 스킬은 훗날 대악마를 상대할 때 반드시 도움이 될 스킬이 될 게 확실하였다. 칭호라는 게 그렇다. 아무런 아이템을 달지 않아도 그 사람에게 효과를 보여주는 아주 고마운 존재였다. 이전에 해골왕의 눈물도 그렇듯이, 걸리적거리게 주렁주렁 아이템을 달고 다닐 필요도 없었다. 이 점이 가장 좋았다. 마치 패시브 스킬과 같은 거였다.
그리고 더 대단한 것.
‘현실에서의 스킬이 더 위력적이라는 것.’
차원은 자신의 잠재력을 스스로 확인했다. 게임 속 창조 캐릭터로 빙의해서 스킬을 사용했을 때보다, 현실 세계에서의 스킬 사용이 더 위력적이었다. 그 말은 즉, 게임 속 세상에서 시나리오를 이어나가게 될 시 계속된 성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기야, 그렉이 그렇게 약해 보였어도, 묘사된 레벨은 20. 나는 레벨 20의 몸에 빙의되어 싸움을 해왔던 거야.’
실제로 이차원은 효과적으로 검술을 다루는 몸놀림에 대해 본 것도 학습한 것도 아니었다. 실제로 경험해본 차원에게 그대로 온전히 흡수가 된 것이다.
자신의 위력이 게임 속에서는 상대적으로 낮게 묘사되었다. 반대로 말하면, 현실의 능력을 게임 속에서 사용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는 뜻으로도 들을 수 있었다.
거기에 심판의 검.
아직까지 능력치가 ‘???’ 이라고 표시되어 있는 말도 안 되는 검이었다. 일반적인 검이라면 공격력이나 그에 버금가는 능력치들이 나올 텐데 이 검은 그런 것이 전혀 없다.
물론, 지금도 전투할 때는 최고의 강력함을 뽐냈지만 아직 개화하기 전이란 뜻이었고 그 말은 지금보다 더욱 강력해질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렇다면 개화를 하게 된다면 어떠한 일이 더 가능해지게 된다는 걸까. 그것 역시 이차원에게 있어서 아직은 풀 수 없는 수수께끼였다.
‘개화시키기 위해선 게임 시나리오를 따라야 하는 건가.’
검의 능력치를 개화하는 방법을 알고 있지만, 실제로 그것을 수행하는 플레이어는 없었을 것이다. 너무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심판의 검을 만든 대장장이가 있는 마을까지 가야 되는 것이 첫 번째인데 그것이 너무 힘들고 지치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험난하고 괴로움이 동반되는 그 길을 누가 좋다고 뛰어들 수 있겠는가.
이차원은 그에 대한 계획도 미리 생각해두기로 하였다. 그때, 이차원에게 최한일이 다가왔다.
“고생하셨습니다, 이차원님. 전해 들은 대로 강하셨군요.”
이차원은 곧 최한일의 접근 목적을 알 수 있었다. 게이트 명령을 내리기 전에 언급했었던 스카웃 제의였다. 이차원은 최한일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물어보았다.
“미국 중국 일본 독일. 그 네 개의 나라보다 좋은 조건입니까?
최한일은 자신이 자부한다는 듯 강한 어조로 뇌리에 박게 대답하였다.
“자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