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화
이차원은 자신의 모든 재능을 쏟으며 전투에 임하였다. 자리로 돌아온 이차원에게 김무상은 충고를 하였다.
“팀원들 챙기는 건 좋은데 다른 사람까지 붙으면 골치만 더 아파. 애초에 내가 원했던 것도 뒷부분을 서포트 해줄 딜러 한 명이었고.”
이차원은 김무상의 말에 조금 난처하단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뒤에서 위로의 말들이 전해졌다. 팀원들을 향해 돌아보니 그들 모두 괜찮다는 듯 웃고 있었다.
“잘하고 와. 역전 길드의 명예를 걸고.”
“기다리고 있을게요.”
“이따 보자.”
이차원은 고갤 끄덕이고 김무상을 따라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게이트 안의 배경은 중세시대의 성벽 위고 수많은 가고일들이 펄럭이며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가고일이라. 마침 딱 필요한 놈들이 나와주는구나.’
레오릭의 뿔과 함께 갑옷을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가 가고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뼈였기 때문에 이차원은 더욱 의지를 가졌다. 그렇게 김무상과 함께 가고일의 무리를 향해 달려갔다.
그런데 그때, 둘을 발견한 가고일 떼가 날개를 펄럭이며 돌처럼 딱딱하고 굵은 가시 공격을 해왔다.
“비켜!”
김무상은 가고일을 잡기 위해 이차원을 지나쳐 하늘 높이 도약하였다. 이차원은 제 자리에서 다시 한번 손목보호대를 활용하기로 하였다. 가고일 무리 중 일부가 육지에 있던 이차원을 향해 공격을 하였다. 하지만 손목보호대를 사용한 탓에 가고일의 공격을 전부 튕겨 내었다.
이어서 이차원은 [스카이워커]를 사용해 높이 뛰어올라 하늘을 날고 있던 가고일들을 처리하였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 김무상이 손 쓰기도 전에 가고일들이 우수수 하늘에서 추락하고 있었다.
‘이 새끼 봐라?’
김무상이 아까부터 자신보다 먼저 빠르게 몬스터를 처리하는 이차원을 보며 기가 막히면서도 재밌는 풍경에 헛웃음을 지었다.
이차원은 어이없어하는 김무상을 그대로 지나쳐 성벽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나도 보고만 있을 수 없겠지,’
김무상 역시 이차원에 밀리지 않을 속도를 내며 따라잡았다. 둘은 앞길을 막는 가고일들을 전부 처치해 멈추지 않고 앞을 향해 나아갔다.
가고일의 높은 경험치 덕에 순식간에 이차원의 레벨이 올라갔다.
[{R}은신LV1 : 5초 동안 상대방의 눈에서 사라질 수 있습니다. / 스킬 레벨업시 은신 유지 시간이 증가합니다.]
새로운 스킬을 습득하여 안내창이 떳다.
‘은신이라. 나쁘진 않고.’
공격 스킬로 활용하기엔 지속시간이 너무 짧지만 위기 모면하기엔 알맞은 스킬이었다. 이차원은 새롭게 얻은 스킬의 기능을 확인하며 게이트 사냥을 계속해 나갔다. 이차원을 보고 웃으며 움직이던 김무상도 빠르게 가고일을 잡아나갔다.
그렇게 둘이 게이트 안의 가고일을 절반 정도 잡았을 때였다. 갑자기 어디선가 갈라지는 소리가 나더니 성벽이 무너지기 시작하였다.
“뭐해. 안 뛰고.”
김무상이 먼저 성벽 끝으로 내달리며 말하였다. 이차원 역시 그 뒤를 따라갔다. 둘은 전력질주하며 성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이윽고 이차원이 김무상보다 더 빠르게 내달린 뒤 성벽으로 뛰어올라 안전하게 착지에 성공하였다.
반면 김무상은 정말 아슬아슬하였다. 김무상의 발끝이 빠져나오자마자 그 둘이 빠져나왔던 성이 완전히 무너져 내린 것이었다.
물론 그 역시 안전하게 착지했으나 뛰는 도중에 잠깐이라도 삐끗했으면 저세상으로 갔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진짜 비슷하네.”
김무상이 숨을 헐떡이며 말하였다.
“뭐가요?”
“너 말이야 그놈이랑 진짜 비슷하다고.”
김무상은 이차원이 보면 볼수록 자신이 알던 실종된 헌터와 비슷해 신기해하였다. 한편 이 모든 광경을 실시간으로 송출하고 있던 드론 두 대가 성을 빠져나오는 이 장면을 놓칠 리 없었다.
헌터A 댓글창에 지금 이차원이 김무상보다 빨리 달린 거냐고 아우성이었다.
-슈퍼노바가 김무상을 이겼어.
-에이, 보나마나 김무상이 봐준 거임.
-근데 쟤 신인 헌터 아니냐? 실력 보소.
그리고 시청자 중에는 정부의 헌터 관계자들도 있었다.
-이차원인가, 쟤 괜찮네.
-그러게요. 김무상보다도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리스트에 올려놔.
정부는 게이트를 탐지해내면 시청에서 구청으로 일을 주는 방식이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체적으로 헌터대를 꾸릴 계획을 가지고 스트리밍을 보고 있는 중이었다.
이런 상황이었으니 이차원의 활약에 그들은 당연히 그를 영입 리스트에 올릴 수밖에 없었다.
***
이차원과 김무상은 이전에 지나왔던 성벽을 바라보았다. 먼지가 위로 솟구치더니 끝도 없는 안개가 자욱한 숲속으로 내려앉았다. 김무상은 얼굴이 살짝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거 좀 쪽팔린데.’
김무상은 바로 자신이 같이 일하자고 먼저 제의를 한 상태였다. 그런데 자신보다 이차원이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조금 당황스러우며 어색하였던 것이다.
거기에 무려 A- A+ 게이트를 토벌하고 다니던 그가 겨우 B- 게이트에 숨을 헐떡이다니 조금 민망한 모습이라고 생각하였다. 연습을 게을리했나 싶은 생각도 같이 들었다.
‘이 새낀 왜 혼자 멀쩡해.’
김무상은 이차원을 바라보았다. 자신과 함께 뛰었던 이차원은 너무나 멀쩡한 모습이었다. 김무상과 달리 숨을 가빠하지도 않고 쉴 새 없이 가고일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그렇게까지 전력으로 달려놓고 숨 한 번 몰아 내쉬는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이차원은 숨을 가삐 쉬며 자신을 바라보는 김무상에게 넌지시 웃으며 물었다.
“벌써 지친 건 아니죠?”
“헛소리하긴.”
“다행이네요. 2차전 시작됐습니다.”
이차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가고일들이 다시 몰려들었다. 이제까지 당한 것이 분하였는지 가고일들도 합동 공격을 하려는 듯 몰려다니는 모습이 보여왔다.
“저놈들도 합동으로 공격하려 들 거 같은데요?”
“저렇게 몰려들면 오히려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을 테니 좋지.”
이차원은 다시 검을 들어 빠르게 공격 태세를 갖추었다. 그러고는 김무상이 신호를 주기도 전에 먼저 달려 나갔다. 이차원이 심판자의 검을 휘두르자 십자가가 떨어지고 달려오는 가고일들을 모두 내려찍어대었다. 수도 없이 많은 십자가들이 지면을 내리 박았고 가고일들 역시 땅으로 우르르 내려 꽂아지기 시작하였다.
스트리밍을 보고 있던 시청자들도 댓글을 내려 갈기고 있었다.
-노바맨 엄청 날아다니는데?
-김무상 지금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거야?
-완전 넋 나간 듯.
이차원은 미친 듯이 칼을 휘둘렀고 가고일들은 속수무책으로 죽어 나갔다.
“살살 좀 해라. 끝나고 약속 있어?”
김무상은 서둘러 가고일을 처치하는 이차원에게 한마디 하지만 지금 당장 이차원의 머릿속에는 지금 가고일의 뼈로 생각이 가득 차 있었다.
가고일을 혼자 거뜬하게 처리하고 있는 모습에 김무상은 자신도 모르게 넋놓고 보기만 하였다. 그렇게 김무상이 잠깐 한눈을 판 사이, 가고일이 김무상에게 협공을 가해왔다.
“이런,”
김무상은 빠르게 공격을 피하였으나 몸이 밀려나는 바람에 벽과 부딪히고 말았다.
바득 이를 갈던 김무상은 정신을 차리고 가고일을 이어서 처리해나갔다. 그러나 계속해서 몰려드는 가고일 때문인지 그들을 모두 처리하기엔 숨이 벅차 왔다.
‘끝도 없이 오는구만.’
이차원은 괜찮은지 옆을 돌아보았다. 역시나, 이차원은 손에 들린 심판자의 검을 쉴 틈 없이 움직이며 가고일들을 양학하다시피 처리해 나가는 중이었다.
‘그 새끼랑 진짜 닮았단 말이지.’
김무상은 자신이 알던 실종된 헌터와 너무나 똑같이 싸우는 이차원을 보고 감탄한다. 심지어 쓰는 스킬까지도 비슷하였다. 이차원은 아까부터 지신을 바라보는 김무상의 눈빛이 괜히 부담스럽고 눈치를 보게 되었다.
“저 쳐다볼 시간에 하나라도 더 죽이시죠.”
이차원은 결국 계속해서 자신을 주시하는 김무상에게 한마디 하였다.
“너 누구냐 대체? 어디서 뭐하다 지금 나타났냐?”
김무상은 순수하게 묻는데 그 순간 거대한 그림자가 두 사람을 집어삼켜왔다. 반응할 새도 없이 거대한 새의 발 같은 것이 남아있는 성벽을 툭툭 치며 와르르 무너트리고 있던 것이다.
***
무더기의 돌들이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성벽이 빠르게 무너져내리더니 김무상은 낭떠러지 앞에서 몸의 균형을 잃고 말았다.
삐끗하는 순간 균형이 무너지나 싶더니 김무상이 낭떠러지 앞으로 몸이 쏠리나 싶더니 이내 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차원이 빠르게 손을 잡아준 덕분에 기적적으로 살 수 있었다. 이차원은 김무상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고맙다.”
“요란하게도 등장하네요.”
이차원은 날갯짓을 하는 가고일 보스를 보며 말하였다. 일반 가고일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구울 보스와 해골왕, 레오릭과 같은 크기의 보스 가고일이었다.
가고일 보스가 날개를 한 번 펄럭이자 성인 남성의 팔뚝 크기만 한 가시가 우수수 쏟아져 내린다. 재빠른 몸놀림으로 굴러서 피하는 두 사람.
이차원은 재빨리 심판자의 검을 휘둘러 십자가를 떨구고 여러 개의 십자가가 빠르게 가고일에게 떨어져 내렸다. 십자가는 정확히 가고일에게 정통으로 떨어졌다.
‘먹혔다.’
이차원의 공격이 정통으로 먹히자 희미하게 웃는데 그 모습을 본 김무상이 한 마디 던졌다.
“소용없을걸.”
이차원은 김무상의 말에 의아해하며 보스를 보는데 공격을 받은 가고일 보스는 너무나 멀쩡하게 날갯짓을 하고 있었다.
‘뭐지? 상처 하나 안 났어.’
심지어 보스 가고일에 기스도 내지 못하였다. 이차원은 혹시나 해서 레오릭의 장갑으로 독장판으로 만들어 쏴보기도 하지만 마찬가지로 먹히지 않았다.
‘뭐지? 분명 정통으로 맞았는데. 왜 공격이 먹히지 않는 거지.’
이차원은 모든 공격이 먹히지 않자 당황하고 빠르게 머릴 굴렸다. 분명 이유가 있을 거다. 그리고 그 순간 번뜩이면서 스쳐 가는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바람.’
그러나 이미 게이트를 간파하고 있던 김무상이 먼저 선수를 쳤다.
“바람. 가고일 보스는 바람 속성 공격에 약해. 일단 부위 파괴를 먼저 해야 될 거다.”
이차원은 고갤 끄덕였다. 바람이라면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스킬이 있었다. 지금이야말로 지배자의 반지의 힘을 빌릴 때가 온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에 딱 맞는 공격이 하나 있죠”
김무상은 뭔가 하고 이차원 쳐다보았다. 이차원은 김무상을 뒤로 한 채 레벨업이 된 스킬 포세이돈을 사용하였다. 거대한 폭풍이 게이트 안에 생성되면서 모든 것을 빨아들일 듯한 기세를 내뿜으며 나타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