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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워프로 무한성장-12화 (12/202)

12화

보스인 임프 대장이 죽자 게이트가 서서히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차원을 포함한 여섯 명의 헌터들은 출구까지 달렸다.

“살았다!”

오우거의 주먹에 납작하게 변하지 않고 몸 성히 살아 돌아왔다는 것에 감격했는지 헌터 팀들은 서로 얼싸안으며 기뻐했고, 밖에서 대기하던 김인성이 다가왔다.

“보스! 보스 누가 잡았어?!”

헌터 팀의 안위보다 보스 클리어 소식을 먼저 확인하는 김인성의 모습에 헌터 팀들 모두 얼굴을 와락 구겨댔다.

“우리가 했는데요.”

그의 질문에 대신 답하며 나서는 최번개.

차원 일행이 보스 토벌을 성공시켰다는 소식에 김인성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봤으나 예리나의 얼굴은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그렇게 속 좋은 얼굴 할 거야?”

“죽을 뻔한 상황에서 살아나왔는데 당연하죠.”

비꼬는 김인성과 달리 예리나는 자신들의 잘못을 쿨하게 인정했다.

“처음 보는 몬스터라고 변명할 생각은 없었어요. 게이트 안에서 결과는 모두 실력으로 정해지는 거니까. 다 저희 불찰이고, 이차원 씨 아니었음 전멸이었어요.”

그녀의 담담한 인정에 김인성의 속은 더욱 끓어 올랐다.

눈꼴 시린 이차원이라는 뺀질이가 홀라당 보스를 잡아버린 통에 이번 D급 게이트에 대한 권한은 사라졌고, 모든 책임은 책임자인 자신이 져야만 했으니 말이다.

차원도 김인성이 이빨을 갈아대는 걸 봤는지 빙긋 웃었는데, 옆에서 최번개가 튀어나왔다.

“형, 지금 방송 난리 난 거 알아요?”

차원이 보스를 잡으러 갈 때 최번개가 카메라맨들에게 차원을 따라가라고 말했고, 그의 첫 보스 토벌 장면이 고스란히 방송을 탄 것이다.

-저 남자 누구임? 처음 보는 헌턴데.

-미친 안 보고 피하는 거 봐. 통수에 눈 달린 거 아냐?

-저 사람 노바맨이잖아. E급 게이트 터졌을 때 다 얼려버린 사람.

스트리밍에 남은 채팅 내역들 모두 차원에 관한 이야기뿐이었다.

“스타 다 됐어요, 형. 방금 형 전투 보고 다들 놀라고 있다니까요?”

평범한 헌터들은 탱커들을 앞에 세워두고 그 뒤에서 딜러들이 딜을 누적하며 힐러가 탱커들을 전선에 유지시키는 장면이 흔하게 펼쳐졌다.

하지만 차원은 홀로 전장 가운데로 뛰어들어 적장과 맞대면 후, 아슬아슬 공격을 피하며 반격하는 스타일리쉬한 장면을 연출한 덕에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던 거였다.

어디에나 있는 흔한 일반인이었던 자신이 여기저기서 인정을 받자 차원도 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가는데.

“이차원. 당신 뭔데 끼어든 거야?”

김인성이 나서며 초를 쳤다.

“이번 게이트는 나라에서 토벌 의뢰 내리고 군방부 통해서 정식으로 토벌대까지 꾸린 일이야. 그런데 너희들이 뭔데 껴드냐고.”

“예리나 씨 말 못 들었나? 우리 아니었으면 당신이 이번 사고 책임지는 거였는데.”

“뭐? 책임? 너희들 없었으면 이런 위험도 없었어.”

그때 싸움을 지켜보던 예리나가 껴들었다.

“일단 약속했던 돈은 입금할게.”

“돈이라니? 무슨 돈?”

“계약금 말이에요. 게이트 안에서 전부 이차원 팀 측에 주기로 약속했었거든요. 그게 암묵적인 룰이잖아요?”

“그걸 왜 그쪽이 마음대로….”

“어차피 저희에게 약속된 돈이니까요. 그리고 이차원 헌터. 다음에 볼 땐 이런 일은 없을 거야.”

다음엔 자기가 도움이 되겠다는 거였다.

그 광경을 보기만 하던 김인성은 기가 막혀 자신의 가슴만 퉁퉁 쳐댔고, 최번개는 가볍게 무시하며 차원과 은지를 끌고 왔다.

“형, 누나. 우리 이참에 셋이 같은 길드 알아볼까요?”

“뭐?”

“아니, 우리 오늘 좋았잖아요? 누나가 지원하고 내가 거기에 번개만 뿌려주면 형이 마무리. 호흡도 척척 맞고, 나만 느낀 거야?”

사실 이차원도 길드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게이트 토벌 활동을 하려면 인맥이 있어야 하는데 방구석 게임 폐인이었던 이차원이 아는 헌터들이 있을 리도 없었으니 당장 최번개의 제안이 나빠 보이진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의 포텐에 대해 깊게 생각해 봐야 할 필요가 있었다.

스스로 미친 잠재력을 느낀 차원은 자신의 행보에 이들이 짐이 되게끔 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그렇다고 S급이라 불리는 스페셜 길드에 들어가면 제약이 있을 터.

또, 국가에 귀속되어 여러 헌터와 길드들을 견제하는 세력이자, 마음 놓고 여러 게이트에 출입 권한이 있는 ‘국가 소속 헌터’, 그 조직은 대형길드에 이미 소속된 자들을 뽑지 않는다. 대형길드의 구성원들을 뽑았다가는 제대로 된 견제가 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니까.

유망주, 작은 길드의 초신성이라 불리는 헌터들을 뽑아가기도 했는데, 차원은 어쩌면 그 기관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조금 생각해 볼게.”

일단 한마디로 고민을 미뤄둔 차원이다.

***

모니터를 켜자 차원을 기다리고 있던 울프릭이 그간의 상황을 설명을 하는데, 표정을 보니 대충 상황은 알 것 같았다.

“별다른 소식은 없었나 보네.”

-맞아. 왕국에서 인원들 풀고 세피리티 숲을 샅샅이 뒤졌는데 이렇다 할 단서도 못 찾았어.

“네 여동생이 숲에 들어간 건 확실하잖아.”

-그래. 그래도 이번에 나도 숲에 갔을 때 이상한 인형을 발견하긴 했는데.

“인형?”

그 말에 울프릭이 꺼내든 건 딱 봐도 그리 좋지 않은 기운이 슬슬 풍기는 밀짚으로 만든 인형이었다.

‘저주 인형이잖아?’

다크 혼에서 만악의 근원인 대악마.

그 대악마가 사용하는 어둠의 힘을 흑마법이라 불렀다.

그리고 이 저주 인형은 일정 구역에 저주를 퍼트리는 흑마법 도구였고.

-이게 흑마법 관련된 물건이라고?

“그래.”

원래라면 울프릭이 손을 댄 시점에서 그가 흑마법에 중독돼야 정상이었지만, 다행히 본래 가지고 있던 힘이 많이 빠져나가 그저 기운만 느껴지는 물건이었다.

물론, 지금 단계에서 힘을 지닌 인형을 줍기란 어려웠고, 차원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흑마법이라….

자신의 동생이 지나간 자리에 이런 혐오스러운 물건이 남아있다는 소식에 울프릭의 얼굴이 심상찮게 변했다.

‘그래. 동생 따라다니다 많이 느꼈겠지.’

스토리대로 울프릭은 여동생의 행방을 쫓는 과정을 이어왔었고, 그녀가 지나친 곳들은 하나같이 이상한 현상들이 일어났었다.

세피리티 숲에 둥지를 튼 임프 무리처럼.

만약 여동생이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일의 원흉이었다면?

이 저주 인형도 그녀가 두고 간 거라면?

저절로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일.

하지만 울프릭은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리지가 이런 거랑 관련 있을 리가 없어.

마치 이 자리에 없는 여동생을 대신해 항변이라도 하는 것처럼 독백을 중얼거렸다.

-우리가 어릴 적에 봤던 사제님도 리지에게 희미하지만 빛의 힘이 매우 많이 담겨있다고 하셨어. 그런 애가 흑마법이라니.

실제로 울프릭의 동생 리지의 꿈은 사제가 되어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이었다.

그런 동생이 갑자기 흑마법에 빠졌다는 건 정황상 맞지 않았다.

물론, 그 정황은 어디까지나 울프릭에게만 통한다.

차원이 알고 있는 게임 세계관에 의하면, 리지는 그 막강한 힘 때문에 이교도에 납치가 되었다.

-누군가 내 동생의 힘을 이용하는 거야. 분명해.

“맞아.”

울프릭이 확신에 차 말했다.

이차원은 사라진 울프릭의 여동생 리지의 행방을 찾기 위해 생각에 빠졌다.

자신이 알던 게임 시나리오에 의해 다음 지역이 델페 산맥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시나리오가 변경된 지금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래 시나리오대로라면 왕국 기사단이 지도를 발견해서 델페 산맥이 양의 피로 체크되어 있어야 하는데 지도 자체가 발견되지 않았다.

물론 지도 내용은 전부 차원의 머릿속에 들어있다곤 하지만, 최대한 시나리오대로 울프릭을 인도하고 싶은 차원은 최대한 지도 먼저 찾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그 전에 들를 곳이 있지.”

***

왕실이 내건 공고에 적힌 대로 5G 금괴를 얻은 울프릭과 차원.

그에 둘은 전에 들렀던 마법 스크롤 상점으로 향했다.

-세상에. 진짜 해낸 거야, 자기들?

양가죽 주머니 안에서 황금의 빛을 내뿜는 금괴들을 보던 주인이 놀라서 물었다.

-왕국에서도 어쩌지 못한 일을 해내다니. 어마어마한 요정인가 보네?

주인이 차원의 얼굴을 훑으며 말하는데, 순간 머릴 쓰다듬던 손길의 감촉이 생각나자 차원은 얼굴을 부들부들 떨어댔다.

“그것보다. 약속대로 스크롤은?”

-알았어, 자기. 내가 약속은 꼭 지키거든.

주인장은 테이블 아래에 있던 상자 하나를 꺼내 보였다.

그 안엔 돌돌 말린 종이가 감귤 빛 끈에 묶여있었고, 끈 가운데에는 특수한 문양으로 찍힌 붉은 밀랍으로 봉인돼 있었다.

-속성 변환 스크롤이야. 사용 방법은 끈을 풀고 스크롤을 찢으면서 변환하고 싶은 속성을 생각해. 간단하지 않아?

“이것 말고 다른 스크롤도 보여줘.”

-어머나, 우리 요정 자기는 마법에 관심이 많나 봐? 또 뭐가 필요해?

“연막과 흑표범 소환 스크롤도 있음 좋겠는데.”

-특이한 걸 찾는구나, 자기. 조금만 기다려.

얼마 있다 주인장은 차원이 말했던 스크롤들을 가져왔다.

일정 범위 동안 적들의 눈을 가리는 연막과 일정 시간 소환돼 전투에 도움을 주는 흑표범 스크롤.

모두 차원이 다크 혼에서 자주 사용했던 물건들로, 쓸 곳이 정해진 물건들이었다.

게다가 스크롤 말고도 교본들도 몇 권 구할 수 있었다.

[{R}스카이 워커 LV1 스킬을 습득하였습니다]

[허공을 향해 최대 5번까지 딛고 움직일 수 있습니다.]

[{R}라이트닝 스피어 LV1 스킬을 습득하였습니다]

[번개로 구성된 창에 꽂힌 적은 전류 효과에 의해 신체 능력이 50% 저하됩니다.]

모두 차원이 쏠쏠하게 사용할 수 있을 스킬들만 골라서 구입했다.

이것을 현실에 꺼내 보일 때의 파장은 또 한 번 사람들에게 많은 충격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다 샀냐?

“여기서는.

-여기서는 이라니? 더 살게 남았어?

“너 옷이랑 무기도 조금 구해야지.”

스크롤들과 교본을 구입한 후에 금괴 몇 개가 남았으니까.

게다가 현재 울프릭은 세레칸 마을에서 받았던 옷가지를 그대로 입고 있었는데, 그것도 지금까지의 전투로 인해 넝마 비스무리한 상태였다.

‘왕실에서 옷 좀 몇 개 챙겨 줄줄 알았는데, 역시 게임 세계라 그런가.’

어찌 됐든 자비를 털어서라도 울프릭을 무장시켜야 한다는 것.

이차원은 울프릭을 데리고 먼저 의류점으로 향했다.

-어서 오세요, 손님.

“그냥 움직이기 편한 옷 몇 벌 골라주시오.”

-미쳤어? 옷을 그냥 골라 달라 한다고?

다크 혼이 왜 망겜이라 불렸는지 직접 해본 사람들만 안다.

아이템의 태반이 저주를 받아 상점에서 사는 것들도 잘못하면 비명횡사하게 만드는 것들 투성이었고, 덕분에 이곳에서 장비를 교체하는 건 목숨을 건 도박과 마찬가지였다.

“옷은 내가 고른다. 너는 그냥 입기만 해.”

울프릭에게 티끌 같은 상처 하나 용납 못 하는 차원은 직접 나서며 상점 내부를 날아다니며 가장 좋은 품질의 옷을 골랐다.

“여기, 이 옷이랑 신발들이 좋겠어.”

차원이 고른 것들은 대부분 가죽으로 만들어진 것들이었는데, 방부제를 먹이고 부드럽게 다듬은 덕분에 울프릭의 무식한 힘도 버틸 정도로 질긴 상등품들이었다.

-그럼 이제….

“무기도 챙겨야지.”

현재 울프릭의 무장이라곤 스턴건 하나뿐이다.

생각 같아선 헌터들이 사용하는 무기라도 쥐여주고 싶지만, 제한이 있었다.

차원의 헌터로서의 레벨.

그 레벨이 낮아 헌터들이 사용하는 무기와 아이템을 이 게임 속에 가지고 올 수 없었다.

물병이나, 소화기와 같은 게이트와 관련 없는 물건들을 넣는 것은 쉬웠지만, 헌터와 관련된 아이템과 무기들은 쉽게 쉽게 넣을 수 없는 상황.

게다가 그 무기들의 값은 어떠한가.

차원의 통장 사정이 그리 녹록지 않아 가능하면 당분간 게임 안에서 해결해야 했다.

근처 대장간으로 간 차원과 울프릭.

이번에도 차원이 쇼핑을 주도했고, 질 좋은 검 한 자루와 활과 화살 세트, 혹시 모를 때를 대비해 수리검까지 구비했다.

그렇게 긴 쇼핑을 마친 두 사람, 상점 밖으로 나가는데 왕국 기사단 한 명이 다급히 달려와 뭔가를 건네줬다.

-세피리티 숲을 추가 조사하다 발견한 건데 물에 젖어 있다 보니 마법으로 복구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바로 진즉 발견 했어야 할 지도였다.

그런데 뭔가 조금 이상한 게, 델페 산맥이 양의 피로 V자로 체크 된 것이 아니라 X자로 체크가 되어있다.

‘이거 원작이랑 너무 멀어지고 있잖아.’

델페 산맥을 넘어야지 티프 마을을 경유하고 그곳에서 다음 목적지를 알 수 있을 텐데 확실히 게임 시나리오가 변화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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