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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결전.
“첫 번째 조건은 권능. 악마나 천사는 처음부터 신의 조건을 만족하고 있지. 지금 생각해도 반칙 같은 종족이군.”
“호오. 그럼 두 번째는 뭐지?”
테드는 몸 안에 차오르는 힘이 느낀다. 그 힘은 점점더 커져간다. 분명 사탄 또한 눈치채고 있다. 그럼에도 공격하지 않는 것은 자신의 힘에 대한 절대적인 자신감이다.
“두 번째 조건은 세계열쇠. 시스템의 본체가 있는 곳을 가기 위한 것. 시스템이란 원래 신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니까 말이지.”
“……세계열쇠라. 처음 들어보는군. 좋은 것을 알았다. 네놈도 죽기 직전에는 도움이 되는 말을 내뱉는 구나!”
“세계열쇠가 어디에 있는지는 안물어 보나?”
“그럴 필요가 어디에 있지? 네놈을 죽이고 나의 권능으로 찾으면 될 일이다. 그것보다 다음의 조건은 무엇이냐.”
“이미 신이라고 자칭하는 네가 이렇게 관심을 가질 줄이야.”
“신의 조건이란 것에 신으로서 흥미가 생겼을 뿐이다.”
“세 번째 조건은…. 신화다. 네메스 대륙의 모든 종족이 인정할 만한 신화의 업적이다.”
말은 쉽지만 까다로운 조건이다. 우선 네메스 대륙에서 전설은 많아도 신화는 한정되어 있다. 네메스 대륙에는 신이 없고, 테드가 마법으로 대량학살을 한다고 해도 ‘신’이 아닌 ‘영웅’으로 불릴 가능성이 높다.
시스템이 있는 이 세계는 의외로 강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네메스 대륙 전체에게 알려지는 것이 힘들다. 소문이란 것은 빠르게 퍼지면서도 때로는 과장되기도 하고 때로는 축소된다. 사람의 왕래가 없는 곳에는 아예 알려지지 않는다. 도시에서는 유명해도 작은 마을에서는 아무도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구에 비하면 통신기술이 조잡하기 그지없는 네메스 대륙에서 모든 이가 알게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나야 말로 합당한 신이로군!”
사탄이 기분 좋다는 듯 웃으며 고함쳤다. 권능은 가지고 있으며, 세계열쇠는 언제든지 찾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세 번째 신화의 업적이라면 말할 필요도 없다. 현재진행형으로 신화가 쓰여 지고 있으니까. 곧 있으면 모든 이들이 자신이 행한 학살과, 자신이 만든 세계를 알게 될 것이다.
“아니. 그건 나야.”
“웃기는 구나. 네놈의 어디가 신이라는 거냐?”
사탄이 조소를 머금었다.
“그깟 마법을 믿고 설치는 것이냐?”
“지금 내 몸에 차오르는 이 힘. 처음 느껴보는 힘이라 모르지만 굳이 붙이자면 신력(神力). 나는 지금 막 네메스 대륙의 신이 됐다.”
영력보다 상위의 힘.
네메스 대륙의 누구도 가지지 못한 이 힘을 정의할 수 있는 단어가 지금 여기서 태어났다.
“……웃기는군. 그게 합당한 신의 힘이라고? 그렇다면 너는 세 번째 조건을 어떻게 만족했지?”
사탄은 테드의 마법이 권능의 영역에 달했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의 권능을 마법으로 덮어쓰는 짓거리는 같은 권능의 영역이 아니면 아예 불가능하니까. 두 번째 조건인 세계열쇠도 테드가 가지고 있다고 반쯤은 확신하고 있었다.
허나 세 번째 조건만큼은 이해할 수 없다.
분명히 테드가 걸어온 길은 범인 따위로는 감히 따라갈 수 없는 길이었다. 만약 그의 행보가 알려진다면 분명 영웅이라 칭송받으며 전설로 불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영웅담에 불과했다. 신화가 되기엔 부족하다.
“무엇보다 지금 상황에서 네놈이 신이 되었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
사탄은 냉정하게 파악했다. 지금 네메스 대륙은 자신과 악마들에 의해 불타고 있었다. 그렇다고 그 이전에 테드가 무언가를 한 것도 아니었다. 지금 이곳에서 3번째 조건을 만족하고 신이 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네놈이 말하는 것은 전부 허세에 불과하다. 이젠 흥미는 없다. 죽어라!!”
사탄이 검은빛으로 이루어진 창을 내던졌다.
검은빛의 창이 테드를 향해 빠른 속도로 떨어진다. 테드가 창을 향해 손을 뻗었다. 2M에 불과한 새하얀 마법진이 손바닥의 앞에 그려지며 창을 막는다.
창은 마법진을 뚫지 못한다.
“뭐냐, 그건 또?!”
궁니르의 파괴력을 생각하면 겨우 마법진 하나로 막아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 상식 밖의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여기에 오기전에 나는 시스템이 있는 곳을 들렸다 왔지. 시스템을 좋을 대로 주무를 수 있는 권한은 없었지만 의외로 할 수 있는 게 있더군.”
예를 들면 네메스 대륙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보는 것이다.
거기서 테드는 생각했다. 그 반대도 가능하지 않을까.
“시스템을 살짝 건드려서 나를 주시하게 만들고, 네메스 대륙의 모든 인물들이 지금의 싸움을 보게 만들었지.”
불안했던 점은 없잖아 있었다. 우선 시스템의 영향범위다. 이전에 확인했을 때, 시스템은 우주에서 영향을 발휘하지 않았으니까. 처음에는 그게 한계라고 생각했지만. 바알과 함께 ‘차원던전’이란 곳을 갔다 오면서 인식이 바뀌었다.
차원 던전을 만드는 시스템이 우주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그렇기에 다르게 인식했다. 시스템은 우주에 까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것이라고. 필요가 없으니까.
“우주에서 세계를 위협하는 마신과의 1대1.”
시스템은 네메스 대륙 전체에 영향을 떨친다. 네메스 대륙에 있는 개개인에게 지금 일어나는 영상을 보여주는 일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의심했을 것이다. 악마의 습격에 의해 당황할 수 밖에 없는 그들은 이 영상이 왜 보여 지는 지 알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과 악마가 싸우고 있다.
그게 설령 환상이라고 하더라도, 네메스 대륙을 파괴하고 학살을 자행하고 있는 악마를 응원하는 자들은 없다. 그들은 테드의 승리를 바라면서 이 영상을 보며 자연스럽게 믿게 될 것이다.
“아무리 마법과 검술이 판치는 네메스 대륙이라고 하더라도 신화로서 충분한 이야기지.”
지금 여기에서 네메스 대륙의 진정한 첫 번째 신화가 기록된다.
네메스 대륙의 신이 탄생했다.
“너 이놈… 테드 크루시안…! 이걸 상정하고 이 나를… 우주로 데려온 것이냐?!”
사탄이 세계간섭이 발동한다. 목적은 궁그닐을 막고 있는 마법진을 박살내는 것. 하지만 권능은 제대로 발동되지 않는다.
주인이 있는 세계에 간섭할 수 없다.
“상대는 바알을 간단히 압살 할 수 있는 최악의 적. 신이 되고 싶은 생각따윈 조금도 없었지만… 그딴 걸 고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잖아?!”
마법사는 준비하는 자.
검의 공주만을 믿고 사탄과 싸우는 짓거리를 할 리가 없다.
“끝내자고! 사탄!”
테드가 붉은 안광을 빛내며 내뻗은 손으로 주먹을 쥐었다. 마법진과 함께 사탄의 궁그닐이 빛가루가 되어 소멸한다.
“웃기지마라!! 고작 너 따위가!!”
사탄이 악기를 끌어올리려다가 주변을 보고 당황했다.
사방에 은빛을 발하는 마법진이 가득 있었다. 사탄은 몇 번이나 보면서 그 마법진을 외우게 된다.
2~3개라면 무시했을 것이다. 더욱 진화한 육체는 궁니르 따위는 더 이상 통하지 않으니까.
그러나 지금 보이는 마법진의 숫자는 세아릴 수 없을 정도다.
“1만의 궁니르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해보고, 막을 수 있다면 막아봐라!”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특성상 궁니르는 반드시 목표물에 명중할테니까.
막아낸다? 권능도 발동되지 않는 지금. 순순한 육체 능력으로 밖에 막을 수 없다. 그리고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쯤은 사탄 스스로가 누구보다 알고 있다.
“이 빌어먹을!!!!!!”
1만개의 숫자는 네메스 대륙을 몇 십번, 혹은 몇 백번을 파괴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사탄이라도 버틸 수 없을 것이다.
공간 전이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한 테드는 달의 근처에서 터지는 은빛을 쳐다봤다.
궤도폭격마법 궁니르 10,000개가 동시에 사탄의 몸에 도달해 터지면서 발생한 충격파는 테드가 생각했던 것보다 상상이상이어서 달이 흔적도 없이 소멸하고서도 멈추지 않았다. 궁니르 하나, 하나가 맞부딪히며 위력이 상쇄되는 것이 아니라 합쳐지는 것이다. 이대로 있으면 네메스 대륙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한 일이다.
테드가 은빛의 폭발이 일어나는 곳을 향해 손을 뻗었다.
“블랙홀(Black Hole).”
무시무시한 속도로 형태를 부풀리는 은빛 속에서 아주 작은 검은 점이 나타났다. 이윽고 주위의 모든 것들이 검은 점으로부터 빨려들어간다.
“이거 쉽지 않은데…….”
테드는 극도로 집중하고 있었다. 블랙홀의 제어를 조금만해도 네메스 대륙을 통째로 빨아들일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수 초 만에 은빛을 모조리 흡수한 블랙홀을 소멸시킨다.
사탄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여기서 사탄이 살아난다면 그건 정말 신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드디어 끝났군. 그럼 슬슬 돌아가볼까…….”
텔레포트로 돌아가기 직전 테드는 멈칫했다. 그의 눈에 비친 것은 수초 뒤의 미래.
테드가 블랙홀이 있던 장소로 시선을 돌렸다.
새하얀 백골 위에 살이 덕지덕지 붙어서 억지로 육체를 재생하고 있는 사탄이 있었다. 몸따윈 없고 백골뿐인 그것이 입을 열어 증오를 담아 테드의 이름을 부른다.
“테… 드…!”
사탄은 1만개의 궁니르가 자신의 몸에 닿기 직전에 자신의 힘을 강제로 폭주시켰다. 최후의 발악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주 약간, 주인이 있는 세계에 간섭하는 것에 성공했다. 그는 일시적으로 자신의 몸을 법칙에서 벗어나려고 했었다. 그러나 불가능했다. 기껏해야 법칙을 극소화 시키는 것이 전부다.
그렇게 해서 살아남았다.
언데드 보다 추하게 살아남아서 나타났다.
“…좋아. 인정하지. 넌 마신이다.”
테드는 그리 말하며 손을 들어올렸다.
“이제 그만 깔끔하게 퇴장하라고. 내 세계에서 네가 있을 곳은 어디에도 없어.”
마법을 창조한다.
네메스 대륙의 신이 되고, 그의 눈은 완전해져서 모든 것을 볼 수 있게 된다. 그게 설령 가능성만 있는 무언가라 할지라도.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
사탄의 백골에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깨진 유리처럼 산산히 부셔져, 빛의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혹시나 싶어 눈으로 본 결과.
더 이상 사탄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은 없었다.
“진짜 끝났군…. 기뻐할 일이야. 하지만….”
테드는 네메스 대륙을 보며 말문을 삼켰다.
사탄과 테드의 전투는 1시간도 되지 않지만, 그 시간동안 네메스 대륙에서 죽은 이들은 상상을 초월했다.
완전히 제약이 풀린 악마들에게 네메스 대륙으로선 저항할 수단이 딱히 없었다. 바알과 사이나가 있다고 하더라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악마들을 단시간 내에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너무 많이 죽었어.”
그래도 아직 살아남아있는 자들을 구해야 한다.
테드가 네메스 대륙으로 돌아갔다.
============================ 작품 후기 ============================
이제 테드는 손가락 하나로 네메스 대륙을 끝장낼 수 있습니다!
이 다음은 에필로그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