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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결한 영혼-274화 (274/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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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결전.

드넓은 우주 공간에 수 백 개에 달하는 마법진이 하얀빛을 발하며 회전했다.

그리고 사탄을 향해 일제히 새하얀 레이저를 발사한다.

테드가 공격 마법으로 레이저를 선택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 공간의 환경에서 자연 속성의 마법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얼음계열의 마법이 쓸만 하다. 하지만 얼음 계열의 마법에는 파괴력이 부족했다.

“겨우 이딴 걸로!”

사탄이 날개를 이용해 레이저를 피하려고 했다. 평범한 마법이라면 몰라도 테드의 마법은 자신에게 상처를 입힌다. 수 백 개의 레이저를 동시에 맞는다면 악기가 제한된 지금은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었다.

사탄이 위로 솟구쳤다. 레이저의 가장 큰 단점은 직선으로 뻗어나간다는 점이다. 레이저의 속도에 반응할 수만 있다면 피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 정도로 피할 수 있을 정도로 시시한 공격을 내가 할 리가 없잖아.”

테드가 씩 웃으며 말했다. 그에 서로 부딪히기 직전의 레이저들이 우주에서 기이한 곡선을 그리며 휘어지더니 사탄을 향해 뻗어나갔다.

사탄이 다시금 궤도를 바꿔 피했다. 수 백의 레이저 또한 사탄을 따라 곡선을 그리며 끈질기게 사탄을 추적해갔다.

이곳은 우주. 텅비어 있는 공간이다. 방패로 사용할 구조물이나 지형물은 아무것도 없었다. 레이저의 속도도 있으니 영원히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빠르게 판단을 내린 사탄이 자신의 양손에 악기를 끌어 모았다. 그리고 양손을 펼친다. 손가락 끝으로부터 새어나온 열 줄기의 악기가 레이저를 향해 나아간다. 압축되어 있는 악기는 처음 부딪힌 레이저를 간단히 없애버리고 이어서 몰려오는 레이저들과 부딪힌다.

“하찮은!”

사탄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갑자기 변한 환경에 처음에는 당황하긴 했다. 세계각지에서 공급되고 있던 악기가 끊기도 했고. 그러나 냉정히 생각해보면 겨우 그것뿐인 이야기다. 악기의 공급이 끊기더라도 가지고 있는 악기는 엄청나게 많으며, 완전해진 육체능력은 테드의 육체능력을 압도하고 있다.

거기에 권능 또한 온전하다. 사탄이 유리한 것은 변하지 않는다.

테드가 블링크를 이용해 사탄의 코앞에 나타난다. 바리사다의 검끝을 사탄의 가슴을 겨누고 찔려 들어갔다.

사탄이 황급히 오른손으로 바리사다의 검날을 붙잡는다. 손바닥이 검날에 베이며 피가 새어나왔지만, 검날을 잡은 손에 힘을 빼지 않았다. 저 검은 위험하다는 것을 당해봤기에 충분히 알고 있다. 아마도 심장이나 머리가 잘리면 얄짤없이 죽어야 한다.

“네 희망은 이 검이군 그래. 이 검만 없다면 너는 나를 죽이지 못하겠지.”

사탄이 왼손을 움직였다. 양손을 검날을 붙잡는다. 테드가 이리저리 검을 움직이려 하지만 꼼짝도 하지 않는다는 것에 혀를 찼다. 어른과 어린아이의 이상의 힘 차이가 있었다.

“299번 검. 이그나이트(Ignite).”

새빨간 불꽃이 검신을 타고 활활 타오른다. 사탄의 손에 불이 옮겨 붙지만, 온도만 높은 평범한 불은 사탄에게 위협조차 되지 않는다.

사탄은 사탄대로 당황하고 있었다. 아무리 힘을 주어도 검이 부러지지 않는다. 혹시나 싶어 세계간섭으로 검의 강도를 낮추거나, 부러지는 것을 만들었다. 그러나 검은 멀쩡했다. 세계간섭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검을 부수는 게 불가능하다면….”

검날을 붙잡은 오른손을 떼어내 테드의 머리를 노렸다. 그 주먹은 확실하게 테드의 머리에 부딪힌다.

“사용자를 부수면 되는 일이지.”

손에는 확실하게 감촉이 느껴졌다. 테드의 머리 또한 피를 내뿜으며 우주의 시커먼 공간으로 날아간다. 그리고 테드의 시체가 빛의 가루가 되어 사라진다.

“…마법?!”

자신의 감각과 눈을 속인 것을 둘째치고 본체는 어디에 있는 것이지? 사탄은 지체없이 권능을 발휘했다. 그리고 곧장 자신의 오른쪽을 향해 발을 휘두른다.

마법으로 모습과 기척을 없애고 살금살금 다가오던 테드가 사탄의 발차기를 맞고 피를 토하며 뒤로 날아간다.

“큭! 생각보다 감지 능력이 뛰어나잖아.”

태생이 마법사인 테드가 신체능력이 우월한 사탄을 상대로 근접전을 벌이는 것은 자살행위에 가까운 짓거리다. 그렇지만 바리사다로 유효타를 먹이기 위해선 접근하는 수밖에 없다.

생각한 방법은 두 가지.

하나는 공간이동을 이용한 한 순간에 접근해서 검으로 공격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탄의 반응속도는 테드가 검을 내지르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 방금전처럼 검날을 잡아 막든지, 몸을 움직여 피할 수도 있었다.

다른 하나는 암살이었다. 시선과 감각을 다른 곳으로 돌려 사탄의 목숨을 빼앗는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마법을 이용한다면 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접근하는게 쉽지 않아 돌아버리겠군.”

검기같은걸 날려서는 의미가 없다. 검의 공주의 말에 의하면 검날에 직접 닿지 않으면 바리사다의 효과는 없는 모양이니까.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진지하게 검술을 수련했을 텐데.”

테드는 혀를 차면서 자신의 손에 들린 검을 쳐다봤다. 청은색의 검. 바리사다를 보며 조금 고민에 빠졌다. 이내 그는 손에 들고 있는 검을 놓았다.

[자, 잠깐…! 무슨 짓이야? 포기한 거야?!]

“포기? 그래. 맞지도 않는 검술을 포기하는 게 더 나아. 애초에 나는 검사가 아니야.”

테드는 사탄의 몸에서 악기가 막대한 양의 흘러나오는 것을 보고 눈썹을 꿈틀거렸다. 사탄이 눈치 챘다. 여기는 우주공간이라고 하지만 권능에 제약이 생기는 것이 아님을.

달리 말해 세계간섭으로 이곳, 우주공간과 네메스 대륙의 공간을 이어 네메스 대륙 곳곳에 생겨나는 막대한 악기를 흡수하는 것이다. 효율은 떨어진다고 해도 상대는 무한에 가까운 악기를 받아드리는 것이다.

“…그럼 나도 준비한 것 좀 사용해 볼까.”

테드의 영력이 요동친다. 동시에 우주 한 공간에서 거대한 마법진이 모습을 드러낸다. 레이저를 발사했을 때부터 준비하고 있던 물건이다. 다행히 거리가 상당히 멀어서 사탄이 눈치채지 못했다.

“궁니르 발동.”

은빛의 창이 사탄을 향해 떨어졌다.

권능으로 막대한 악기를 조절하고 있던 사탄이 뒤늦게 깨달으며 세계간섭을 발동한다. 세계간섭의 조건상 막대한 악기가 소모되지만 무한히 제공받는 지금은 더 이상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위험한 마법이군. 하지만 그래 봤자다.”

사탄은 세계 간섭으로 궁니르를 파괴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한 발 앞서 테드가 또 다른 마법을 발동한다.

“월드 인터피어(World Interfere).”

“무슨…!! 어떻게 네놈이?!”

사탄이 깜짝 놀랐다. 자신의 권능, 세계간섭이 상쇄되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상쇄되었다기 보다는 또 다른 세계간섭이 일어나 사탄의 세계간섭을 고쳤다는 것에 가까웠다.

빛의 창이 사탄의 몸에 직격했다. 은색의 빛은 사탄의 몸을 휩쓸고도 멈추지 않으며 우주 저편으로 날아갔다.

빛이 사라지고 너덜너덜한 모습의 사탄이 나타났다. 죽지않을 거라는 점은 테드도 예상하고 있었다.

“궁니르를 정면으로 맞고도 너무 멀쩡해서 조금 놀라운데.”

사탄의 뛰어난 육체는 테드의 의해 악기의 공급이 멈쳤음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재생하고 있었다.

‘역시 바리사다가 아니면 안 되는 건가?’

잠시 생각하던 테드는 피식 웃었다.

“죽을때까지 죽이면 죽겠지.”

“테드 크루시안!! 어떻게, 어떻게 네놈이 나의 권능을 사용하는 것이냐?!!”

사탄이 분노를 터트리며 테드를 향해 달려들었다.

세계간섭은 자신만의 힘이다. 자신의 것이며, 신으로서 존재하게하는 이유였다. 사탄은 자신의 권능을 넘보는 테드를 절대로 용서할 수 없었다. 그리고 사탄은 머리 한편으로 상상하고 말았다. 자신이 패배한다는 있을 수 없는 미래를.

“이성을 잃고 달려들면 얼씨구나 하고 상대해줄 줄 알았나?”

테드는 텔레포트를 사용해서 좁혀진 거리를 벌렸다. 가능성이 없는 접근전을 할 생각은 없었다.

“이제 그만 죽어라…!”

“그건 내가 할 말이군. 사탄.”

위치를 바꿔가며 마법을 기동한다. 사탄이 권능으로 네메스 대륙의 막대한 악기를 흡수하며 싸운다. 월드 인터피어로 사탄의 견제하지만 준비시간은 엄연히 필요했기에 한계가 있었다.

마법이 권능에 달했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마법이지 권능이 아니다. 마법으로 재현한 권능은 한계가 있었다.

그 후로 테드가 마법을 난사하고 사탄이 악기를 이용한 공격을 한다. 루나틱 블레이드가 마법을 베고, 형형색색의 레이저가 우주를 밝힌다. 운석으로 공격해도 사탄은 발로차서 가볍게 운석을 박살낸다.

테드는 게릴라를 펼쳤고, 사탄은 요리조리 도망치는 테드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궁니르!”

2개의 궁니를 동시에 발동한다. 2개 모두 사탄에 명중하지만 사탄은 아무렇지 않게 궁니르의 공격을 그 괴물같은 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아니. 아무렇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사탄의 몸은 이미 이전의 형상을 유지하고 있지 않으니까.

궁니르와 운석, 레이저, 중력탄 등의 공격으로 몸은 수 없이 박살나고 회복하기를 반복했다. 악기의 부작용이 여기서 발동하여 더 이상 인간의 형상이라 부를 수 없는 것으로 변했다.

사탄의 몸은 거인이라 생각될 정도로 지나치게 커졌다. 키만 해도 30M가 넘어가며 네메스 대륙에 있는 주택 정도는 가볍게 박살낼 수 있을 정도다. 거기에 모습이 변하면서 육체 능력이 더욱 상승하고 있었다.

“이젠 궁니르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내는 구만. …빌어먹을. 아직 멀었나.”

“크하하하하하! 완전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나의 오만이었군! 그래. 나는 아직 더 높은 곳으로 향할 수 있다.”

“화냈다가 웃기는… 조울증이냐.”

달의 표면에 내려선 테드가 최대한 태연함을 가장한 채로 말했다.

슬슬 한계였다. 정신이 지치는 것은 둘째 치고 영력이 한계를 보이고 있었다. 궁니를 6번이나 난사한 것이 컸다.

사탄이 커다란 오른손을 들었다. 검은색 빛이 손에 모여들며 창의 형상을 취한다. 테드는 그것이 궁니르임을 한 눈에 파악했다. 막대한 악기와 권능으로 그 모습을 재현한 것이다.

위력은 테드의 궁니르보다 더 뛰어나다. 크기 자체가 테드의 궁니르보다 3배 정도 더 크고, 그 안에 담긴 악기의 양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저건 맞설 것이 못된다. 달에 떨어지면 달의 일부가 완전히 박살나며 자신도 죽을 것이다. 어떻게든 피해야 했다.

방법을 모색하던 테드는 돌연 웃음을 지었다.

몸 안에서 미증유의 힘이 느껴졌다. 그것을 사탄 또한 느꼈는지 당황한 얼굴로 외쳤다.

“뭐냐, 그 힘은?!”

“……사탄. 넌 스스로가 신이라고 말하는 모양인데. 네메스 대륙의 신이 되기 위한 조건을 알고 있냐?”

“조건? 무슨 헛소리냐. 이 나의 압도적인 힘을 보아라! 이 힘을 보유한 나야 말로 신에 합당하다! 조건 따윈 이미 채웠지 않나!”

창을 던지기 일보직전의 투창 자세를 한 사탄이 멈칫하더니 외쳤다.

테드의 예상대로 신이란 것은 사탄에게 민감한 주제였다. 사탄 스스로가 마신이라고 칭하는 만큼 그럴 수밖에 없을 거라 예상했다.

============================ 작품 후기 ============================

새 아침이 밝았습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다음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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