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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결한 영혼-255화 (255/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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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의식

“무슨 짓을 한 거냐?!”

테드가 소리 질렀다. 떨리는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당혹감이 잔뜩 묻어 나와 있었다.

대기 중의 마나뿐만이 아니라 몸속에 있는 마력까지 아무런 진조없이 한 순간에 사라진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네가 보는 대로다만?”

공중에 뜬 채 집게손가락으로 테드를 가리키고 있는 사탄은 보는 이가 분통이 터질 정도로 태연자약했다.

“뭐가 보는 대로냐…! 네가 지금 한 것은 상식적으로… 마법으로도 불가능한 일이다! 어떤 속임수를 사용한 거지?!”

“속임수라… 직접 느끼고서도 그런 말을 하는 건가. 실망이군.”

사탄의 입가가 쭈욱 찢어진다. 그 역겨운 웃음의 의미는 간단했다. 조롱이다.

“네가 모른다면 모르는 대로 상관없지만… 알게 된다면 더욱더 절망하겠지. 좋다. 가르쳐주마. 너의 마력을, 이곳의 마나를 없앤 것은 나의 의지다.”

“그게 불가능하다고 하는 거다! 아무리 이 공간이 너의 권능으로 이루어진 공간이라 하더라도, ‘마나’란 이 세계의 원천이다! 세계의 생명력이나 다름없다! 마나야 말로 이 세계의 구성하는 기본요소 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일시적으로 마나를 없애는 마법은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시적이다. 테드가 이곳을 습격하며 사용했던 ‘죽기 딱 좋은 날이로군(It is a good day to die)’도 어디까지나 30초 정도 밖에 마나를 없애지 못했다. 정확하게 마나를 없애는 게 아니라 입자를 이용해 소모시키는 것에 가깝다.

마나는 수 십초도 지나지 않아서 사라진 마나의 빈자리를 채운다. 지면에서 혹은 하늘에서. 그러나 지금 시간으로 따지면 1분이 넘어갔다. 일시적으로 사라진 마나가 되돌려지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더욱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자신의 몸속에 있던 마력이 함께 사라진 것이다. 마력이 어딘가로 빠져나갔다면, 사탄이 자신의 마력을 흡수했다면 당황할지언정 대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예 처음부터 마력이 없었던 것처럼 사라져버리면 어떻게 납득 할 수 있단 말인가.

“과연 마도사. 잘 알고 있군. 마나는 어디에도 있지. 마계에서도, 천계에서도 마나는 존재한다. 하지만 말이다. 여긴 마계도 아니고, 천계도 아니며, 중간계도 아니다.”

사탄이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 순간, 새빨갛던 하늘이 푸른색으로 변했다. 사막이나 다름없던 뜨거운 열기가 사라지고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바위뿐이던 삭막한 대지에 푸른 풀잎들이 빠르게 자라난다. 없었던 나무가 자라나고,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냇물이 흐른다.

이 광경을 지켜본 테드의 뺨을 타고 식은땀이 흘려 내렸다.

마력을 비롯한 다른 힘의 작용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어떤 방식으로 하늘과 대지를 바꾸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이곳은 연옥. 나의 세계다. 나의 뜻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나의 뜻대로 바뀌는 세계다.”

마력을 사용할 수 없고, 마나는 없다. 어떻게 놈을 상대해야하지?

마력이 없기에 시간을 멈추는 것도, 고대 마법을 사용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마법사에게 마력을 빼앗는다는 것은 마법을 빼앗는 것이나 다름없다.

“내가 바로 이 세계의 신이다! 영광인줄 알아라. 너는 지금 이 세계의 신을 상대하고 있으니!”

갑작스럽게 테드의 몸이 붕 떠올랐다.

이유모를 부력에 테드가 몸에 힘을 주었다. 팔과 다리를 흔들어도 보았다. 그러나 멈추지 않는다. 졸지에 사탄의 바로 앞까지 공중에 뜨게 되었다.

“드디어 마음에 드는 얼굴을 짓게 되었구나!”

사탄이 오른손을 앞으로 뻗었다. 거대한 손아귀가 테드의 목을 움켜쥐었다.

“……빌어먹을 자식이.”

테드가 반사적으로 양손으로 사탄의 손목을 붙잡았다. 최대한 힘을 주어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하지만, 몸을 강화시켜주는 버프 마법까지 송두리째 사라지는 바람에 테드의 힘은 평범한 일반 남성보다 조금더 나은 정도였다.

그 정도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사탄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입만은 살아 있군! 하지만 눈동자는 떨리고 있다. 팔에는 불안하고, 말에는 힘이들어 있지 않다. 허세를 부리려면 좀 제대로 부려라.”

사탄의 조소가 한층 더 짙어지는 순간이었다.

아래에서 솟아난 하얀 섬광이 사탄의 목을 노렸다. 허나 사탄의 피부를 뚫지 못했다.

사탄은 천천히 눈동자만을 돌려 자신의 목을 노린 괘씸한 자를 쳐다봤다.

“사이나 루키페르……. 그래. 너도 있었지.”

“주인님을 놔주시지요.”

사탄이 있는 곳보다 더 높이 뛰어오른 은발의 메이드가 당당히 요구했다.

“마력없이 순수 신체능력만으로 여기까지 뛰어 오른건가. 과연 루시퍼의 딸이군. 하지만 멍청하군. 네가 나설 자리는 없다.”

“사이나…!!”

곧바로 사이나의 몸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갑자기 10배로 늘어난 중력이 그녀의 몸을 사정없이 바닥으로 끌어내린 것이다. 사이나의 몸이 지면에 정면으로 부딪치며 흙먼지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사이나는 땅바닥에 팔을 대고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몸은 엉망진창이었다.

평소라면 중력 10배 따위는 코웃음 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마력이 없는 지금 10M가 넘는 높이에서 바닥으로 쳐박히니 상당한 데미지가 되었다. 늑골 몇 개와 왼팔이 부러지는 것으로 끝난 것은 그녀의 아버지로 물러 받은 최상급 육체 덕분이었다.

“사이나!! 승산은 없어! 마력이 없다면 그건 바알도 마찬가지야! 그 녀석이랑 같이 도망쳐!”

테드는 목이 막히는 와중에도 필사적으로 외쳤다.

누가보아도 승산은 없다. 그걸 알기 때문에 사탄은 지금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언제든지 밟아 죽일 수 있는 벌레들이 꿈틀거리는 것을 보며 조롱하고 있었다.

“도망이라… 좋지. 바알과 도망치는 것을 허락해주마. 바알에겐 그것이 훨씬 더 굴욕적이고, 사랑하는 주인님을 버리고 도망친 너에게도 잊지 못할 기억이 되겠지. 유쾌하군!”

“명령이야! 사이나!!”

사이나는 조용히 백색의 검을 들었다. 검손잡이로부터 흘러내리는 피는 분명 사이나의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주인님. 이번만큼은 명령을 듣지 못할 것 같습니다.”

사이나가 무릎을 굽혀 점프했다. 순식간에 테드의 곁으로 다가온 짧은 치맛자락이 흔들린다.

사이나는 사탄의 손아귀에 붙잡혀 있는 테드와 두 눈이 마주치자 아주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테드가 무언가 소리쳤지만, 그녀의 귀속까지 닿지는 못했다.

사이나의 정신은 놀랍도록 검과 대상, 사탄의 오른팔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테드가 실종되고 난 뒤로부터 단 한 번도 검을 휘두르는 것을 멈춘 적이 없었다. 테드가 사라졌다는 사실이 무력감이 되어 자신의 몸을 결박했기 때문이다. 그것을 떨쳐내기 위하여, 테드가 돌아온다면 다시는 잃지 않겠다고 맹세하며 검을 휘두르고 마법을 연습했다.

그건 테드가 바알과 함께 돌아오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더욱더 수련에 힘을 박찼다. 자신의 가치가 바알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아주 작은 불안이 채찍이 되어 그녀를 몰아쳤기 때문이다. 거기에 주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메이드만큼 필요 없는 존재는 없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그러나 사이나의 단련은 스스로가 생각했던 만큼의 진척은 없었다. 오히려 전무했다. 그녀의 어설프게 높은 경지는, 더 높은 경지로 쉽게 올라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재능은 무서울 정도로 진짜지만, 아무리 그래도 1년도 되지 않는 시간으로 더 높은 경지에 도달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테드를 구하겠다는 무서울 정도의 집념이 빚어낸 지금 한 순간.

그녀의 검술은 언젠가 닿을지도 모르는 몇 단계나 높은 경지에 도달했다.

사이나는 의식이 좁아지는 것을 느꼈다. 기절하는 것과 비슷한 감각이었다. 자신이 검을 들고 있는지, 아니면 검이 자신이 들고 있는지. 애초에 검이 있는지 없는지 한순간 잊어버렸다.

태어나 생전 처음으로 느끼는 각성의 감각.

하지만 딱 한가지. 테드를 구해야겠다는 생각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은빛 섬광이 사탄의 오른팔을 가르고 지나갔다. 주인에게 받은 부러진 검신이 회전하며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사탄의 잘린 팔과 함께 테드의 몸이 떨어진다.

사이나는 그 순간, 부러진 검을 허공에 버리고서 테드의 몸을 감쌌다.

“……허. 뭐였지?”

사탄은 두 눈을 끔뻑이며 잘려나간 자신의 팔을 쳐다봤다. 잘리고 3초가 지난 시점에서 그의 오른팔은 이미 재생되어 있었다.

그녀의 검은 한 순간 빛이 되어 자신의 팔을 갈랐다. 그 아름답기까지 한 검격은 뇌가 내리는 명령보다 빨라서 반응할 수 없었다.

“예전에. 그 비슷한 검격을 본적 있는 듯한….”

사탄이 중얼거렸다. 미간을 찌푸리며 필사적으로 기억을 뒤졌다. 살아온 세월이 세월이다 보니 오래된 기억을 찾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아스타로트였을 시절에 그는 기억력이 좋기로 유명했다.

아주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그가 손가락을 튕겼다.

“에리알! 그 여자의 검술이군! 그래! 보니까 그 여자와 입술이 닮은 것 같기도 하군! 아주 오래전의 갑자기 사라졌다고 들었는데 루시퍼의 여자가 되었었나!”

에리알의 검술을 악마들 사이에서도 뛰어나기로 유명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서열에 들지 못했다. 그녀의 실력은 분명 서열에 들어도 이상하지 않았으나, 싸움을 좋아하지 않은 그녀는 기존의 서열 악마에게 싸움을 걸지 않았다.

참고로 에리알은 미녀인 것은 맞으나 사이나처럼 미색이 뛰어나지 않다. 사이나처럼 미색이 뛰어났다면 그녀는 아주 유명해졌을 테니까.

“재밌는 걸 알았군. 하지만 보낼 수는 없지.”

사탄의 몸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의 몸이 테드와 사이나의 바로 앞에 나타났다.

“여자한테 안겨 있다니…. 부끄럽지도 않나?”

그는 테드를 비웃어 주었다. 사이나가 곧장 반토막난 검을 주워 들고 달려들었지만, 방금과 같은 검격은 아니었다.

“결국은 요행이었단 것이지.”

사탄이 검지를 휘둘렀다. 단지 그것만으로 사이나의 오른쪽 어깨가 터져나가고 그녀의 몸이 뒤로 날아갔다.

“크윽…!”

“사이나! 이 새끼가!”

테드가 분노해 바닥에 떨어지고 피에 젖은 사이나의 검을 들고 사탄을 향해 달려들었다. 사탄은 웃었다.

“핏발선 눈이 제법 잘 어울리지 않나!”

간단히 검을 쳐내고 다시 오른팔로 목을 붙잡는다.

“다시 원점이군. 아, 방금 걸로 좋은 게 생각났다. 네 눈앞에서 사이나를 찢어 죽이는 일인데…. 나쁘지 않은 생각이지 않나?”

“이 새끼가! 죽여버린다! 사탄!”

테드가 사탄을 향해 주먹과 발을 내질렀다. 사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좋은걸 보여줄테니 날뛰지 마라.”

사탄이 왼주먹을 테드의 복부에 찔러 넣었다. 그가 기절하지 않도록 적당히 힘조절 하면서.

사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테드로부터 반응이 없었다. 충격이 사라졌다.

“이상하군. 네 놈은 이젠 평범한 인간에 불과할 텐데….”

조금 더 힘을 담아 주먹을 때려 박았다. 반응이 없었다.

“……뭐가 문제지.”

주먹에 더 힘을 담는다. 그리고 내질렀다. 이번엔 반응이 있었다. 테드의 옷이 불안하게 흔들린 것이다. 그에 사탄이 알았다는 듯이 씩 웃었다.

“과연! 그 옷이 특별한 것이었나. 마도구는… 아니겠군. 마나가 없는 이곳에서 마도구의 의미는 없으니 말이다. 놀랍군. 설마하니 마도구가 아니면서도 그런 옷이 있을 줄이야. 하지만 방금 그 반응으로 대충 내구도를 알 수 있었다.”

사탄의 왼 주먹이 테드의 복부에 작렬했다. 위광이 깨졌다.

“…크읍…!”

테드는 터져나오는 비명을 삼켰다. 비명을 내지르면 놈이 좋아할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입가에 흘러내리는 피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평범한 옷으로 바뀐 것을 눈치챈 사탄이 힘을 조절하며 테드의 복부를 가격하기 시작했다. 그는 쓰러져 있는 사이나에게 한걸음씩 다가갈 때마다 주먹을 쳤다.

두 번째 주먹에 저도 모르게 입을 벌리며 비명을 질렀다. 세 번째 주먹에는 낮에 먹었던 음식물들을 확인했다. 다섯 번째 주먹에는 정신이 혼미해졌다.

일곱 번째 주먹이 테드의 갈비뼈를 박살내는 순간이었다.

푸욱, 하는 소리와 함께 사탄의 심장에 어둠으로 감싸인 팔이 튀어나왔다. 그 팔의 손에는 사탄의 검은 심장이 쥐어져 있었다.

“모습 좀 변했다고 존나 건방져졌잖아? 내 발밑에서 설설 기던게 엊그제같은데 말이야.”

어린아이가 아닌, 어른 모습의 바알이 사탄의 뒤에 서있었다. 시니컬하게 웃으며 서있는 그녀의 붉은 눈동자는 분노의 광채를 띄고 있었다.

“…바알! 네 년의 공격이 어떻게?!”

“권능이 꼭 마력으로만 발동되는 건 아니거든. 힘을 자랑하고 싶은 건 알겠는데 말이야. 넌 시간을 너무 끌었어! 병신아! 이 검은 심장이 네 힘의 근원이겠지? 뒈져!”

심장이 산산조각난다. 바알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폭식으로 심장을 먹었다. 이 세계에 마나란 것이 없다보니 아무리 폭식으로 무언가를 먹어도 마력을 회복할 수 없었다. 이 세계의 먹이는 마나란 영양분이 없는 것들이니까.

“하하하하하! 바알! 난 네가 언제 나서나 궁금했다. 내 심장을 파괴했으니 이겼다고 생각했나? 무르군! 나는 이 세계의 신이다! 신이 고작 심장하나 파괴당했다고 죽는 줄 알았나?”

사탄의 몸에서 역겨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바알이 기겁하며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구멍바람이 뚫렸던 사탄의 가슴은

“왜 그러지, 바알? 항상 당당하던 태도는 어디 갔나?”

“아, 새끼. 존나 대가리 갈아버리고 싶네.”

“입만큼은 살아있군. 바알, 너만큼은 그냥 죽이지 않겠다. 능욕이란 능욕은 다하고 죽여주지. 그게 너를 지금까지 살려둔 이유다.”

“네 좁쌀만 한 좆대가리로 날 만족시키겠다고? 꿈도 야무지네 씨발놈.”

“우선 팔과 다리를 자르고 고블린과 교미시킨 뒤에 미카엘라에게 널 넘겨주면 되겠군. 너는 유난히 미카엘라를 집착했으니 말이다.”

바알은 사탄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꼿꼿이 세웠다.

“넌 미래영겁 가시 트롤의 좆을 물고 빨게 해주마. 그 새끼들은 눈 돌아가면 남자도 범하는 새끼들이니까. 그거 아냐? 그 새끼들 좆은 존나 특이해서 사정할 때마다 가시가 돋아나는 걸.”

사탄은 혀를 찼다. 바알의 기세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이상 하게 생각 될 정도로 신나 보이는 것 같았다.

“기다려라. 바알. 일단은 테드 크루시안의 일부터 끝마칠테니. 도망칠 생각은 추호도 마라. 어차피 불가능하니.”

“한 가지 충고해줄까? 오른손에 들고 있는건 놓는게 좋을 거야. 그 새끼 존나 개빡친 것 같거든.”

바알의 말에 사탄이 테드를 쳐다봤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두 눈을 크게 떴다.

붉은빛의 눈동자가 조용히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차분하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가라앉아 있는 눈동자의 속에는 사탄이 놀랄 정도의 살의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하. 그래봤자. 네가 무엇을 할 수 있지? 얌전히 네 여자가 죽어가는 꼴을 보고 절망해라.”

테드의 오른손이 사탄의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 단숨에 움켜쥐어 으스러뜨린다.

사탄의 손에서 벗아 난 테드가 곧바로 로우킥을 날렸다. 사탄의 무릎아래가 그대로 절단되어 날아간다.

사탄의 몸이 바닥에 쓰러졌다.

사탄은 당황했다. 테드의 갑작스런 반격도 반격이지만, 시간역행이라 해도 믿을 정도의 어처구니없는 회복력이 무슨 이유에선지 발동되지 않은 것이다.

테드의 오른발이 쓰러진 사탄의 붉은 머리위에 올려졌다. 테드의 발이 사탄의 머리를 꾸욱 짓밟는다.

사탄은 인상을 찡그리고 시선을 위로 올렸다. 거기엔 입가에 경멸과 조소를 매달고 내려다보는  요사스런 붉은 빛을 흘리는 눈동자가 있었다.

그 모습이 두 번째로 사탄을 당황케 만들었다. 저 모습은 자신이 알고 있는 테드 크루시안이 아니었다. 인격이 송두리째 바뀌어,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모습과 분위기였다.

“……쓰레기가.”

사탄의 뇌수가 사방으로 튀었다.

============================ 작품 후기 ============================

최종보스 테드 크루시안?

사이나를 죽일까 했지만 3P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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