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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의식
“좋을 대로 해주지 않았나.”
활동을 멈춘 검은 심장 안에서 중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테드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황급히 붙잡힌 손을 빼내기 위해 팔에 힘을 주었다. 팔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동시에 팔에서 통증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놈이 점점 힘을 주고 있었다. 이 상태로 가면 위광이 박살날지도 모른다.
“……아스타로트인가? 목소리가 엄청 남자답게 바뀌었잖아.”
아직 검은 심장의 안에 있어 그 본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테드는 그레온 때를 떠올렸다. 저 검으면서도 통나무처럼 굵은 팔목만 봐도 알 수 있다. 드러나지 않은 육체는 아마도 그레온처럼….
“그래. 바뀌었지. 모든 게 바뀌었어. 그러니 더 이상 아스타로트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없겠군.”
“뭔 개소리야!”
테드는 붙잡히지 않은 왼손을 치켜들었다. 마력이 뿜어져 나오며 손앞에 청백색 마법진이 그려진다. 새하얀 뇌전이 사방으로 튀기며 마법진의 속에서 뭉쳐진 뇌전이 모습을 드러낸다.
뇌창(Thunder Spear) 20중첩.
뇌전은 이윽고 길쭉해지며 창의 모습을 취한다.
번개가 사정없이 튀기는 창을 왼손으로 붙잡은 테드는 망설임 없이 검은 심장의 안으로 찔러 넣었다.
뇌창이 스르륵 심장의 안으로 흡수되어 사라져간다. 그리고 1초간의 침묵 뒤, 거대한 뇌전이 심장으로부터 뿜어져 나왔다. 수 천, 수 만에 달하는 전기 다발이 이리저리 날뛰고 있다. 내부는 구워지다 못해 갈려나가는 수준이다. 그건 심장의 피막이 갈가리 찢겨나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하.”
검은 심장이 찢겨나가며 드러난 아스타로트의 본체를 확인한 테드는 어이없는 한 숨을 내쉬었다.
얼핏 봤을 때 키는 2M가 넘고, 피부는 데비크처럼 새까맣다. 그러나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은 피처럼 붉었다. 옷 하나 걸치지 않은 몸은 근육질로 이루어져 있다. 등뒤에는 날개가 있으며 허리부근에는 끝부분이 검은 스페이드 모양의 꼬리가 돋아나 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빨간 머리카락 속에 삐죽이 솟아난 두 개의 뿔이다.
“나를 부를 땐 사탄이라 부르도록.”
새파란 뇌전이 그의 몸을 휘감고 있었으나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했다. 사탄이 가볍게 몸을 흔들었다. 그의 몸에 남아있던 전류가 허공으로 튕겨나가 사라진다.
사탄이 도마뱀과 같이 동공이 세로로 갈라진 붉은 눈동자로 테드를 내려다봤다. 테드의 붉은 눈이 그의 시선을 맞받아친다.
‘……이거 장난아니게 위험하군.’
테드는 단지 시선을 마주했을 뿐인데 등이 오싹해지는 감각을 보고 있었다. 떨어지고 싶어도 팔이 붙들려 있어 불가능했다.
사탄은 테드 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주위를 한 차례 둘러보았다.
“오오… 아스타로트 님… 아니…, 사탄이시여…!”
가장먼저 시선에 들어온 안드라스가 무릎을 꿇었다. 그의 몸은 검에 베인듯한 상처로 엉망진창이었다.
사탄의 시선이 그에게 잠시 머물렸다가 뒤쪽으로 향했다.
은발의 메이드가 긴장으로 굳어진 표정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검을 꽉 쥔 손이 살짝 흔들리는 것이 그녀가 손아귀에 얼마나 힘을 주고 있는 지 알 수 있었다.
이곳에 있던 사탄교도의 9할 이상이 사라져 있었고, 그나마 남아 있는 사탄교도 중에서 일어서 있는 자는 없었다. 대부분이 시체였으며, 운이 좋아 살아남은 자들도 얼마 남지 않은 생명의 불이 꺼지려 하고 있었다.
사탄이 구하려고 한다면 구할 수 있었다. 허나 사탄은 저것들을 구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여기저기에 떨거지마냥 있는 악마들은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나를 위한 만찬으로 준비한 것들인데 쓸모가 없어졌군.”
저 멀리 떨어져있는 곳에서 이쪽 상황을 구경하고 있는 바론과 세르미나가 보였다. 저것들을 다루는 것에는 조금 애를 먹었지만, 실력이 제법 뛰어나 그럭저럭 쓸만했었다. 예전까지는 말이지.
“더 이상 필요가 없으니 건방진 것들은 없애는 것이 타당하겠지.”
사탄의 신경을 끄는 것은 바알쪽이었다. 이곳 연옥에서 시스템의 제약에 벗어난 바알은 전력으로 누군가를 상대하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어딘가의 공주로 보이는 소녀지만, 여러 가지의 검을 동시에 소환하여 바알과 대등하게 싸우고 있는 것을 보면 절대로 평범한 소녀라곤 생각할 순 없다.
금발머리를 나부끼며 싸우고 있는 소녀는 바알의 공격을 간단히 흘려내면서 바알의 품안으로 들어가 검을 휘두른다. 검술에 대해선 잘모르는 사탄이지만, 그녀의 검에 서려있는 검기가 보통이 아닌 것은 알 수 있었다. 그 바알을 쩔쩔매게 할 정도이니.
“……바알. 그래. 딱 좋군. 지금의 내 힘을 시험하는 대상으로 말이지.”
사탄이 투지를 일으키자 그의 몸에서 막대한 악기가 뿜어져 나왔다. 검은 심장이 고동치며 발산하던 악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질과 양의 악기였다.
그 탓에 전투를 하던 바알과 검의 공주가 서로 거리를 벌리고 물러났다. 그녀들은 동시에 고개를 돌려 사탄이 있는 곳을 쳐다봤다.
순간 사탄의 시야가 가려졌다. 새빨간 불꽃이 그의 머리를 불태우는 것이다. 물론 평범한 불꽃은 아니다.
헬플레임. 지옥의 불꽃. 최상위에 위치한 공격마법.
“날 눈앞에 두고 다른 곳에 시선을 돌리니 이거 섭섭한걸. 네가 그렇게 어린 여자를 좋아하는 줄 몰랐는데.”
“그래. 너도 있었지. 그리고 보니 너는 항상 날 방해했지.”
사탄이 고개를 저었다. 단지 그 가벼운 행동으로 지옥의 불을 가볍게 꺼뜨린다.
테드의 얼굴이 구겨졌다. 지옥의 불은 그의 머리카락 하나 태우지 못했다. 그 말은, 평범한 마법으로는 사탄에게 데미지를 줄 수 없다는 뜻이다.
‘비전 마법… 아니, 헬플레임이 전혀 먹히지 않는 걸 보면 비전마법도 소용없겠어. 최소 고대마법을 사용하지 않으면… 다만….’
고대 마법은 현재의 테드도 당장 사용할 수 있는게 아니었다. 특히나 공격계열의 경우 발동까지 시간이 걸린다. 위력은 절대적이지만 그만큼 캐스팅속도가 걸리며 터무니 없는 마력이 소모된다.
‘지금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고대마법은….’
마력과 영력을 사탄이 붙잡고 있는 오른팔에 집중시킨다. 그의 오른팔에서 황금색에 가까운 주황빛이 번쩍이며 나타난다.
테드의 오른팔이 주위의 공기를 일그러뜨릴 정도로 터무니없는 고열을 발생하기 시작했다.
테드의 오른팔을 붙잡은 사탄이 황급히 손을 뗐다. 그의 검은 손은 진득하게 녹아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으로 그의 손은 1초도 걸리지 않아 회복했다. 눈앞에 있는 테드로선 기가찰 노릇이었다. 저건 회복이라기보다는 시간 역행에 가까웠다.
테드의 오른팔을 감싸고 있는 옷이 타지 않는 건 위광이기 때문이다.
“…큿. 이런 마법을 숨겨두고 있었나? 설마하니 이 몸을 한순간이나마 녹일 줄이야.”
테드의 팔에서 주황빛이 사라진다. 그와 함께 공기를 일그러뜨리던 고열도 사라졌다.
“…최근 연구 끝에 쓸 수 있게 된 헬리오스(Helios) 라는 마법이지. 이건 한순간이지만 태양에 버금가는 열기를 내뿜지. 그런데도 네 팔은 고작해야 녹는 것이 전부라니… 웃기지도 않아. 뭐냐, 넌.”
테드는 사탄의 앞에서 조금 뒤로 물러났다. 헬리오스는 오래시간 발동할 수 없다. 그 열기가 어마어마해서 사용자의 몸마저 없애버리기 때문이다.
한 가지 방법은 헬리오스를 껐다 켰다하며 연속적으로 사용하는 건데, 그건 캐스팅 속도를 빠를지 몰라도 마력의 효율은 최악이었다. 더군다나 헬리오스는 상대에게 접근해야 하는 조건이 붙는다.
“말했을 텐데. 나는 사탄이라고.”
사탄의 말이 끝나는 직후, 그의 대각선 위에 검의 공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새하얀 드레스 자락이 떨어지는 꽃잎처럼 흩날리고, 드레스와 같은 새하얀 대검이 사탄의 목을 내리친다.
대검은 사탄의 목을 조금도 베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검의 공주는 검에 힘을 주었다.
“최우선 섬멸 대상 변경. 이 더러운 배신자놈…! 죽어어어!”
검의 공주의 기합과 동시에 그녀의 대검이 변하기 시작했다. 검신이 깨진 유리처럼 갈라지며 푸른빛을 뿜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푸른 빛은 검신에 달라붙어 칼날을 형상했다.
조금의 반응도 없던 사탄의 목에 생채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도 힘이 부족하다.
사탄이 위험을 느낀 것인지 검날에 양손을 가져다 댔다.
“섬멸!!”
하얀 대검이 박살난다. 빛이 한층더 거세졌다. 순수한 마나 에너지로 이루어진 칼날이 되어 사탄의 목에 반쯤 파고들었다.
“……음. 잠시 생각하느라 대처가 늦어버렸군.”
사탄이 검의 공주의 복부를 발로 찼다. 그녀의 몸이 붕떠서 족히 300M가 넘게 날아간다. 동시에 그녀의 칼날은 사라지고, 그 손에는 자루밖에 남지 않았다.
반쯤 잘려나간 목은 헬리오스에 의해 녹았던 팔과 마찬가지로 순식간에 원래대로 돌아왔다.
“배신자라고 했나? 네 정체가 뭐지 모르겠지만 재밌는 소리를 하는군. 너는 내가 모르는 것을 알고 있군.”
날아가는 와중에 몸을 바로잡은 검의 공주의 오른발이 땅에 깊숙이 묻힌다. 그녀가 축지를 사용해 사탄의 앞에 나타났다.
그녀의 오른손에는 검은 불꽃이 피어오르는 사브르가, 외손에는 검은 냉기가 뚝뚝 떨어지는 샴쉬르가 들려 있었다. 두 개의 다른 검이면서도 한 쌍인 검이다.
“배신자! 배신자! 배신자! 그분들을 배신한 반역자놈에게 섬멸을!!”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나는 누군가를 배신한 기억을 없다만?”
사탄은 검의 공주의 두 검을 양손으로 각각 하나씩 붙잡았다. 그가 손에 힘을 주자 검은 어이가 없을 정도로 손쉽게 박살났다.
“혼력(混力)! 그 타락한 힘이야 말로 배신의 증거! 죽어버려!! 배신자아아아!!”
허공에서 12개의 제각각 다른 검이 나타난다. 그것들은 조금의 틈도없이 사탄을 향해 쇄도했다.
사탄은 귀찮은 날파리를 내쫓듯이 가볍게 양팔을 휘저었다. 그의 팔이 검에 닿는 순간 어이가 없을 정도로 깔끔하게 박살났다.
아무리 힘이 강하다고 해도, 가볍게 휘두른 팔에 보물이란 말로도 부족할 정도로 뛰어난 검들이 유리공예품처럼 박살나는 광경은 굉장히 비상식적이었다.
“호오. 나도 파악하지 못한 나의 힘에 대해 알고 있는 건가. 이거 운이 좋군.”
사탄이 검의 공주의 양팔을 한손으로 붙잡아 들어올렸다. 검의 공주가 인상을 쓰며 검을 소환하거나 발을 휘둘러 그의 몸을 타격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공격이 아예 통하지 않았다.
‘……실화냐. 내 눈엔 검의 공주의 움직임도 제대로 안보였다고? 누가 저새끼 너프좀.’
몰래 고대 마법을 준비하고 있던 테드가 혀를 찼다. 어쩌면 사탄은 자신이 마법을 준비하고 있는걸 눈치채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공간은 그의 권능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알고 있음에도 방해하지 않는 건 자신에게 데미지를 입히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일 테지.
터무니없는 오만이었고, 방심이었다. 그 틈을 노려야 한다.
사탄은 붙잡은 검의 공주를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한 차례 훑어보았다.
“보아하니 너는 인간이 아니군. 무언가를 아는 모양이니… 좋다. 일단은 파괴해주진 않지. 다만 지금은 선약이 있으니 조금 기다리도록. 날뛰면 귀찮으니 어디 적당한 곳에 박혀 있어라.”
사탄이 검의 공주를 내던졌다. 그녀가 서쪽의 바위산 부근으로 날아가고 1초 뒤에 충격파와 충격음이 뒤늦게 들이닥쳤다. 음속을 몇 배나 초월했다.
“사이나!!”
사이나의 바로 옆을 지나간 탓에 충격파에 당한 사이나가 그대로 튕겨져 나갔다. 그녀는 재주 좋게 뒤로 제비 돌면서 바닥에 착지했다.
다행히도 단순한 충격파는 그녀에게 마땅한 데미지를 주지 못했다.
“테드 크루시안.”
코앞으로 다가온 사탄이 테드를 내려다봤다. 키차이를 생각한다면 고작 수 십 센치미터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에 불과하지만, 테드는 그가 아득히 먼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것 같았다.
“너는 항상 내 일을 방해해주었지. 그때는 할 수 만 있었다면 당장 찾아내 죽여버리고 싶었다.”
사이나가 놈에게 달려들지 않기를 바라면서 테드는 입을 열었다.
“…‘그때는’ 라는 건?”
“처음 나는 사탄을 부활시킬 생각은 없었다. 사탄교는 어디까지나 ‘사탄의 피’를 이용한 심심풀이에 불과했다. 메타엘이나 그레온은 다른 생각이었던 모양이다만… 나는 처음에는 유희로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네놈이 내게 실패를 주기 전까지는 말이다.”
생각해보면 테드가 회귀전에 알고 있는 사탄교와 지금의 사탄교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회귀전의 사탄교는 시간이 좀 걸리지만 결국은 모험가들의 손에 토벌이 완료된다.
안드라스같은 상급 악마는 나오지도 않으며, 사탄의 심장이나 에이션트 드래곤의 죽음같은 건 일어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바알같은 무지막지한 녀석도 나오지 않았다.
“너의 방해를 받으며, 실패를 거듭할수록 나는 전력을 다하게 됐다. 유희로 시작되었던 놀이가 결국은 목숨을 건 전쟁이 되었지. 그때부터 마계의 깊은 곳, 사막의 험지에서 우연히 구한 ‘사탄의 피’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었다. 사탄의 심장은 그것의 최대 성과였지.”
바알이 한 차례 웃었다. 쏟아지는 악기와, 가늠할 수 없는 힘의 파동에 떨리는 몸을 다잡았다. 여기까지 와서 약한 모습을 보일 순 없었다.
“덕분에 그저 구실에 불과했던 사탄의 부활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렇게 사탄은 부활했다.”
사탄이 양팔을 활짝 펼쳤다.
그의 등에서 20장에 달하는 박쥐날개가 꽃이 만개하듯 펴졌다.
사탄의 몸이 천천히 허공으로 떠오른다.
“테드 크루시안! 그렇기에! 나의 존재는, 사탄의 새로운 신화는 너로부터 시작되었다! 기뻐해라! 나의 세계는 너로부터 시작되었으니!!”
테드가 혀를 찼다.
“사랑 고백이냐? 아니, 그 이전에. 네놈 머리가 어떻게 된거 아냐? 몇 천년을 살았으면서 잘도 그딴 말을 지껄이는군. 아니면 뭐냐, 육체가 바뀌면서 머릿속까지 바뀌었냐?”
“지금의 나에게 대드는 그 기개하나는 인정해주마!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네놈이 나의 힘을 두려워하는 것을!”
테드의 붉은 눈이 해수면아래에서 조용히 움직이는 상어처럼 조용히 사탄을 노려봤다.
“……좀 강해졌다고 입을 너무 나불거리는군. 그게 네 패인이다. 지금 당장 죽여주지.”
고대 마법, 타나토스(Thanatos)가 시작된다.
사탄을 중심으로 육방, 상하,좌우,전후에 하얀빛의 복잡한 마법진이 나타난다. 그것은 감옥을 연상케 했다. 한정되어 버린 공간과 그 안에 있는 사탄.
궁니르에 버금가는 난이도를 지닌 고대마법인 타나토스는 대인 마법이다. 대상 한 명에 한해 절대적인 죽음… 영혼의 소멸까지 선사하는 극악무도한 즉사 마법이다. 물론 절대적인 위력을 가진 만큼 여러 가지 제한이 있다.
우선 첫 번째로 지금처럼 대상이 마법진에 둘러싸인 상태라고 해도, 마법이 발동하기 전이기에 대상이 얼마든지 빠져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방법은 여러 가지로 가장 쉬운 것은 공간이동 마법이며, 다음으로 마법진을 부수고 나오는 것이다. 바알 정도의 완력이라면 1초도 버티지 못하고 박살난다.
즉, 바알보다 강한 힘을 가진 사탄은 손가락하나로도 빠져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사탄은 타나토스에 대해 전혀 모른다. 조금 위험한 마법이라고 생각하거나, 아무것도 아닌 마법이라고 생각하며 무시하고 있다. 한 순간에 압도적인 힘을 얻으면서 엄청나게 방심하고 있었다. 테드는 그 점을 노렸다.
“너는 나를 항상 방해 해왔고, 실패를 선사해주었지. 그러니 그 보답을 하지.”
사탄이 검지 손가락을 들었다. 테드는 내심 긴장했다. 저 손가락이 마법진에 닿는 순간, 마법진은 박살날 것이 분명했다.
다행히도 손가락은 테드를 지목할 뿐, 마법진을 파괴하지 않았다.
“너에게 절망을 선사해주겠다. 테드 크루시안!”
발동까지 10초도 남지 않았던 타나토스의 마법진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사탄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손가락에서 빔 같은건 발사 되지 않았고, 막대한 악기를 한 데 모아 쏘아 보내지도 않았다. 하지만 무언가를 했다. 그건 분명했다.
“……!”
테드가 두 눈을 크게 떴다. 그의 붉은 눈동자가 동요를 표하듯이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아니, 테드의 눈뿐만이 아니었다. 멀리서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축축한 땀이 테드의 목선을 타고 떨어진다. 다리가 후들후들 거렸다.
입은 꾹 다물어 최대한 감추고 있지만, 테드는 분명히 패닉 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떤 대마도사라도 지금의 상황에 들어선다면 패닉에 빠질 것이 분명했다. 어쩌면 비명을 내지를 수도 있었다.
지금 이 공간에 있는 모든 마나가.
테드의 몸속에 있는 막대한 마력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니까.
============================ 작품 후기 ============================
죄송합니다. 좀 늦었습니다. 2시간 정도군요. 보통보다 많은 분량을 들고 왔으니 너그러이 봐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