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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결한 영혼-238화 (238/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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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사탄의 자식들.

반파된 피레아 도시에서 그나마 멀쩡한 저택의 건물 안에서 테드는 메티스와 함께 마주보며 앉아 있었다. 사이나는 저녁을 준비해야 한다는 이유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고, 바알은 피곤하다는 핑계로 다른 방의 침대에서 잠들어 있었다.

테드는 시종일관 얼굴을 석상처럼 굳힌 체 메티스의 말을 듣고 있었다.

“처음은 한 파티가 던전에서 우연히 고대 병기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는 것에 불과했다.”

메티스가 담담히 말을 이어나갔다.

한 파티가 발견한 정보는 적었다. 옛날에 엄청 강력한 고대 병기가 있었다는 쉽게 믿기도 힘든 의심스러운 한 문장의 정보가 전부였다. 단지 그 문장이 고대어로 적혀 있었고, 그들은 전문가에게 해석하고 자랑을 하듯 주변 파티와 모험가 길드에 알린 것이다.

보통 이런 소문은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사라지기 마련이다. 현실적으로 생각해 고대 병기가 정말로 있는지도 의심스러우며, 설령 있었다고 해도 지금까지 남아 있을 가능성도 낮았다. 무엇보다 한 문장을 신경쓰기엔 모험가들도 느긋하지 않았다.

모험가도 먹고 사는 직업이었다. 보이지 않는 것을 쫓기보다는 당장의 현실을 살아가는 것에도 벅찼다.

그러나 가끔 ‘모험’을 울부짖는 진짜 배기 모험가가 나타난다. 먹고 살기 바쁜 현실 속에서 모험이란 낭만을 찾는 자들이다. 때로는 몬스터에게 위협받는 사람들을 구하는 영웅이 되고, 때로는 세계 어딘가에 있는 보물을 찾는 트레져 헌터가 된다.

말은 좋다. 남자로서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도 인정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눅눅치 않다. 모험가는 조금만 방심해도 몬스터의 먹잇감이 된다. 보물이란 것은 쉽게 발견할 수 없기에 보물이라 불린다. 그들은 현실을 보지 못하는 자들이었다.

그런 낭만 모험가들로 구성된 유명한 파티 중 하나가 고대 병기에 대해서 찾기 시작했다. 주위 동료들에게 수소문하며, 고대와 관련된 자료들을 긁어모은다.

“아직은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모양이다. 그래도 찾을 지도 모른다. 고대 병기가 전해져 내려오는 것처럼 위험한 물건이라면 내버려둬선 안 되겠지.”

메티스의 가문의 서고에는 고대와 관련된 서적이 있었다. 테드가 사용하는 고대 마법인 궁니르가 그곳 출신이었다.

솔직히 메티스도 고대 병기에 관해선 잘 모른다. 일전에 테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고대 병기에 관한 것을 듣지 않았다면 자연스럽게 무시했을 것이다.

“…아까 일이 심각하다고 말씀하셨죠. 그 말뜻은 설마…?”

“그들이 딥크스에서 활동하고 있다. 어디서 알았는지 몰라도 딥크스에 고대 병기가 있다는 걸 알아챈 모양이다.”

“……딥크스의 어디죠?”

“경계의 땅으로 향하고 있다는 군. 아마도 대마수 토벌 소식을 전해 듣고 그곳에 있는 고대 유적에 고대 병기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겠지.”

테드는 가슴을 쓸어 넘겼다. 경계의 땅에 있는 고대 유적은 마나 액체를 제외하면 별거 없다. 또한 마나 액체가 있는 공간으로 들어가려면 영력이 필요하다. 그들이 경계의 땅 고대 유적에서 얻을 수 있는건 없을 것이다.

고대 병기가 있는 장소를 완전히 헛짚고 있었다.

“그런데 겨우 그 정도로 스승님이 심각하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아직 고대 병기도 발견 된 것도 아니었다. 그저 고대 병기를 찾는 파티가 알려진 것 뿐. 메티스가 움직이기에는 이유가 부족했다.

메티스는 잠시간 테드를 쳐다보다가 아차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음. 내말이 부족했군. 말하는 재주가 없다 보니 그랬다. 용서해라. 고대 병기에 대한 일은 심각한 일의 일부 일뿐이다.”

“아니 뭘 그런 걸 가지고요. 충분히 이해해요. 스승님은 평소에도 말을 하지 않잖아요? 거의 일 년에 한 번 대화 할까 말까 한 분이신데 이해해야죠.”

제 딴에는 농담이라며 하하하 웃던 테드는 무지막지하게 노려보는 메티스에 식은땀을 흘렸다. 너무 오랜만에 만나 메티스에겐 농담이 통하지 않는 걸 뒤늦게 떠올렸다.

“네가 내 제자였다는 말이 의심되는군.”

“그때 제 성격이 이렇지 않았거든요.”

메티스의 아래에서 생활할 당시에는 필요 없는 말은 아예 하지도 않았다. 한 달에 한 번 말 할까 말까였다. 말한다고 해도 그건 죄다 마법에 관련된 질문뿐이다. 그나마 초반에는 배울게 많아서 대화를 나누었다.

“말은 조심해라. 마법사가 입이 가벼우면 마법의 신비를 잃는다.”

아주 오래전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은 말을 그녀에게서 들었다. 그 생각을 떠올리며 테드는 저도 모르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에 듣는 말이네요. 지금도 이해하지 못하지만 노력해보죠.”

“노력하는게 아니다. …하. 됐다. 네겐 말해도 소용없을 것 같군. 본론으로 들어가지.”

메티스는 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냈다. 담뱃갑의 뚜껑을 열고 익숙하게 손을 흔들자 담배 하나가 튀어나왔다. 그녀는 분홍빛 입술로 담배를 물었다. 라이터를 가지고 다니지 않는 그녀는 마법으로 간단히 불을 붙인다.

“여전히 담배는 좋아하시는군요. 지금도 하루에 2갑 정도 피나요? 아무리 생각해도 많다고 생각하는데요. 담배피는 여자는 첫인상도 나쁘고요. 담배만 끊으면 남자도 생길걸요?”

“신경꺼라.”

메티스가 날카롭게 대꾸했다. 심한 니코틴 중독인 그녀는 유난히 담배에 관해서 민감했다.

“내가 여기까지 내려온 것은 메피아의 부탁도 있었지만, 사탄교 때문이다. 데비크를 먹는 데비크… 사탄의 자식이라고 했던가.”

“응? 스승님이 사탄교에 관심을 갖다니 별일이네요.”

“시스템의 제약도 받지 않는 악마가 있는데 관심이 안 갈래야 안갈 수가 없지. 그래서 잠시 따로 조사해봤다. 서고에서 자료를 찾는데 시간이 걸렸지만 원하는 정보는 찾을 수 있었다.”

메티스의 서고의 방대한 자료양을 알고 있는 테드의 두 눈은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그녀가 사탄교에 대해 무엇을 조사했는 지, 또 무엇을 알아냈는지 굉장히 궁금해졌다.

“사탄교라면… 악마에 관한 조사하셨군요?”

“그 말도 틀리지 않지만, 정확하게는 사탄에 대해서 조사했다.”

“사탄! 바알에겐 듣기론 전설에 불과하다고 들었는데요?”

“그래 그런 전설도 있지. 하지만 전설이라고 해서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다. 전설의 토대는 실화를 바탕으로 이루어져 과장되어 전해지는 경우도 있으니.”

“……사탄에 대해선 알아내셨나요?”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었다고 하지 않았나. 성과는 충분히 있었다.”

테드가 두 눈을 크게 뜨고 허리에 힘을 주어 자세를 바로 잡았다. 평소에 궁금했었던 내용이면서, 사탄교를 상대하는 테드는 반드시 알아야 하는 내용이다.

“우선 사탄에 대한 기록은 여러 개가 있었다. 문제는 죄다 조금씩 기록이 다르다는 것이지. 타락한 신, 타락한 고대의 존재, 최초의 악마, 이계의 괴물, 악의 화신, 종말의 시작. 기록물에선 제각각 다른 칭호로 적혀 있었지만, 공통적으로 전부 암울한 내용이었다.”

“암울한 내용이라 한다면…?”

“대부분이 사탄으로 인한 세계 멸망이며, 사탄이 세계를 지옥으로 만드는 것이나, 온 세계가 그의 지배하에 들어간다는 내용이다.”

“세계 멸망이라… 스케일이 너무 커지는데요.”

“전설은 과장되기도 하지. 이 기록의 시기를 보자면 국가가 탄생하기 전, 부족 사회이전의 기록이다. 마땅한 발전이 없었던 그때는 세계가 좁았을 테지. 그래도 세계 멸망이라 기록되어 있는 이상 마냥 무시할 수만도 없는 내용인 것도 사실이다.”

“과연. 스승님이 나설만도 하네요. 하지만 정말로 세계 멸망이라곤 생각하기 어려운데요. 아스타로트를 비롯한 악마들의 목적은 중간계의 지배지 멸망이 아니니까요.”

“사탄교의 목적은 사탄의 부활이 아니었나?”

“그건 어디까지나 대외적인 목적이에요.”

사탄의 부활은 사탄교도들이 지껄이는 말이었다. 그들은 악마를 따른다기 보다는 사탄이라는 미지의 존재를 믿고 있었다. 그들은 사탄을 믿는 자신들에게 구원을, 사탄을 믿지 않는 자들에겐 고통과 죽음을 내린다고 믿고 있었다.

세뇌 수준으로 믿고 있었다. 마법도 아닌데 어떻게 그런 세뇌가 가능한지 정말 의문이었다.

“아니. 나는 틀린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스승님이 소문에 휘둘리는 타입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네가 오늘 상대한 악마, 그레온이라 했나? 놈의 모습이 기록에 적혀 있는 사탄의 외모와 비슷했다. 일부를 제외하면. 나는 놈이 사탄이라 말해도 믿었을 것이다.”

“그거 좀 충격적인데요. 혹시 심각하다는 이유가 그거 때문이었나요?”

메티스는 담배꽁초를 마법으로 재조차 남기지 않고 태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탄의 부활에 대한 가능성은 이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놈의 모습을 확인하고 가능성을 조금 더 높였다. 아무리 전설에 불과할지라도 그게 세계 멸망이면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순 없다. 나는 현재 딥크스를 벗어나지 못하는 몸이니,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거라면 걱정마요. 사탄교는 제가 박살낼 테니까요. 그런데 사탄에 대한 구체적인 능력같은 건 안 적혀 있었나요? 오늘 보니까 말도 안 되는 재생력이나, 갑자기 권능이 진화하는 등의 능력을 보이던데. 숨겨진 능력같은게 있으면 위험하거든요.”

“기록에는 확실하게 적혀 있지 않았다만 대충 추측하자면. 사탄은 불멸의 존재이며 악을 뿌리며 모든 것을 파괴하는 존재로 묘사되고 있다.”

“……뭐, 전지전능 보단 낫네요.”

“어느 한 기록에선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한다고 적혀 있었다.”

“전 사실 전설 같은 거 안 믿어요.”

테드가 실실 웃으며 말했고 농담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메티스가 피식하고 바람 소리를 냈다. 테드가 잠시 자신의 눈과 귀를 의심할 정도로 순식간에 지나간 반응이었다.

“알겠다. 그럼 딥크스 밖에 있는 사탄교에 대한건 네게 맡기도록 하지. 하지만 그 이전에… 고대 병기가 신경 쓰이는 군. 그거에 대해 말해줄 수 없나? 저번에 네가 고대 병기 덕분에 이 세계를 클리어 할 수 있었다고 했지?”

“……죄송하지만 그건 말씀드릴 수 없어요. 스승님을 믿지 않는건 아니에요. 그러나 이 이야기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경우… 예를 들면 그레온같은 과거를 보는 권능이나 스킬을 가진 자가 알게 될 수도 있어요.”

테드가 생각하기에 자신의 말은 허점 투성이의 말이었다. 그레온같은 과거를 보는 권능이 흔할 리가 없다. 스킬의 경우 대륙 전체를 뒤져보면 한 명 정도는 있을지도 몰라도 메티스 정도 되는 인물이면 권능이 아닌 스킬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

“그렇군.”

메티스는 그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녀를 쳐다보던 테드는 잠시 입술을 깨물었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테드의 입장에서 그녀는 은인이었다. 비록 메티스가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테드가 있었던 이유는 그녀의 가르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없었다면 테드는 클리어하지 못하고 죽었을 것이다. 그녀에게 마법에 대한 지식을 배울 수 있었기에 고대 병기도 가동 시킬 수 있었다.

“……아, 이거 진짜. 무덤에 들어가서도 말하지 않기로 했는데!”

“말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서고에도 고대 병기에 대한 자료가 없었기에 물어본 것뿐이다.”

“그렇게 말하면 말해주고 싶은게 제 글러먹은 심정이거든요! 어디에 있는지 구체적인 위치는 말해주지 못하더라도, 고대 병기에 대한건 말해줄 수 있어요.”

“말해주겠다면 말리지 않겠다.”

“역시 스승님도 마법사네요. 우선은 고대 병기, 그것의 이름은 ‘검의 공주’에요.”

“……검의 공주? 병기같은 이름은 아니군.”

“그런 이상하다는 눈으로 보지 마시죠. 제가 이름 붙인거 아니니까. 그건 직접 자신이 검의 공주라고 말했어요.”

“말했다고? 에고 소드같은건가.”

“정확히는 골렘이에요. 자기 입으로는 골렘이 아니라 인형이라고 하지만… 제 눈에는 인간 형태를 한 골렘으로 밖에 보이지 않아요. 외형은 여자 인간이나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똑같아요. 우연히 본 내부는 완전히 달랐지만.”

“고대 병기라고 하기에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시시하군. 잘 만들어진 골렘 일 뿐이지 않나.”

“스펙을 들으면 생각이 달라질 거에요.”

메티스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에 와서 골렘의 기술은 인간과 똑같은 모습으로 만들 수 있었다. 다만 골렘 술사가 아주 희귀하고, 골렘을 만들어도 본전을 찾기 힘들며, 호위가 목적이라면 모험가나 용병을 고용하는 쪽이 훨씬 더 싼게 현실이었다.

지금에 와서 골렘 대다수가 특수한 목적 때문에 만들어지고 있다.

“검의 공주는 고대에 존재했던 모든 검술을 알고 사용할 수 있어요. 덤으로 ‘소드 콜렉션(Sword Collection)’이라는 마법을 사용하죠. 일종의 아공간인데, 그 안에 있는 검을 전투 중에 마음대로 꺼내고 바꿀 수 있어요. 본인에게 들은 건데 561 자루 가지고 있다네요. 문제는 그 하나, 하나가 드워프가 만든 명검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는 점이죠. 그 중에서 도시하나를 통째로 날려버리는 검이 있으니 말 다했죠. 무서운 점은 검의 공주의 힘이 검이 아니라 검술에 있다는거에요. 뭔 놈의 검술이 공간까지 베어버리니.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진짜 검술인지도 의심가고요.”

“공간을 베는 검술인가. 들어본 적이 있군. 아주 높은 경지에 이른 검사가 공간을 베었다는 이야기를. 아쉽게도 그 검사의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스승님은 마법사를 제외하면 별달리 관심이 없으실테니까요. 여튼 검의 공주 말인데요.”

검의 공주 스스로가 말하기를 자신은 섬멸 병기.

위대하신 그분들의 명령에 따라 어리석은 자들을 벌하는 임무를 받은 검.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학습하며, 스스로 성장하며, 스스로 행하는 병기.

검의 공주는 피아를 구분하지 않는 병기였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 분들’이 아니라는 이유로 모조리 적으로 판단했다. 테드가 살 수 있는 것은 검의 공주를 가동시키면서 임시 마스터 권한을 얻었기 때문이다. 마스터 권한은 어디까지나 임시라서 제어하는 권한이 없었다. 검의 공주의 말로는 ‘그분들’이 아니면 마스터 권한은 주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테드가 고대 병기를 찾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자신은 검의 공주가 말하는 그분들이 아니기 때문에 얻어봤자 제어가 아예 불가능하니 내버려둔 것이다.

테드도 정말 우연에 우연이 겹쳐서 검의 공주가 잠들어 있는 ‘검의 제단’에 갈 수 있었던 것이었고, 검의 공주를 가동시키기 위해선 마도사 이상의 실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얻을 가능성도 적었다.

“그리고 다행이었던 점은 검의 공주가 가동하기 위해선 제 마력이 필요하다는 점이었죠. 그 시절에 제 마력으론 한 번 가동하면 2시간 정도가 한계였지만. 적당히 적지에 떨꿔 놓으면 알아서 움직이니까 대충 이용할 수는 있었어요.”

“과연 섬멸 병기인가. 고대인들은 흉흉한 걸 만들어 두었군 그래. 그다지 흥미는 가지 않는군.”

테드의 스승인 메티스는 마법은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마법에 관해서 관심이 많다. 그러나 반대로 마법이 아니면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인물이었다.

“고대병기를 깨울 생각은 없나? 마법은 둘째치고 이야기를 들으면 상당히 쓸만해 보이는 군. 너의 마력으로 움직이는 단점이 있다면 이용할 수도 있을 텐데.”

“이용이요? 네. 뭐, 아주 어렵겠지만 때와 시간을 잘 파악하고 눈치가 빠르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검의 공주, 그거 말이죠. 임시 마스터에 불과한 내가 자신을 말렸단 이유로 제팔을 문답무용으로 베어버리는 녀석이에요. 그리고 다른 마스터를 구하는 수가 있다고 협박까지 서슴지 않죠. 마스터라고 해서 안전한건 아니에요.”

“지금의 너도 불가능하나?”

테드는 잠시 고민하며 생각에 빠졌다. 고민의 결과는 금방 나왔다.

검의 공주를 제어하는 일은 불가능했다.

“그건 조금만 한눈을 팔아도 가까운 사람의 기척을 귀신같이 알아내서 움직여요. 그리고 대상이 노인이든, 어린아이든, 심지어 갓난아기라도 평등하게 죽여 버리죠. 이름 그대로 설멸 병기, 아니 살육 병기에요. 지금의 저라도 그걸 제어하는 건 불가능해요.”

테드는 잠시 말을 멈추면 눈살을 찌푸렸다. 검의 공주가 자신의 팔을 베어버리고 민간인들을 학살하는 기분 나쁜 기억이 떠올랐다.

고대 병기를 가동하고 딥크스의 황제가 사망하기 까지 걸린 시간은 약 한 달이었고, 그 사이에 테드가 검의 공주를 기동한 시간은 고작해야 일주일 정도다. 다만 그 일주일에 행해진 살육은 그 어느 때보다 많았다.

테드가 네메스 대륙을 클리어할 수 있었던 것은 검의 공주가 병기라는 점 때문이었다. 검의 공주가 죽인 목숨은 고스란히 테드의 공적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대전쟁에 엄청난 영향력을 떨치고, 천족과 마족을 가장 많이 죽였기에 클리어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골렘 주제에 그 유명한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도 없죠. 그건 병기가 아니라 괴물이에요.”

============================ 작품 후기 ============================

여러분이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지 전 알고 있습니다.

검의 공주는 성행위가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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