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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결한 영혼-228화 (228/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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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사탄의 자식들.

“사탄교와 어떤 관계이신가요?”

“테드 씨는 오해를 하고 계시군요.”

“……오해요? 아니. 오해하고 있는 건 딱히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저는 메타엘과 시리엘을 직접 상대했고, 그들이 사탄교라는 사실도 직접 확인했어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믿지 못하시겠다면 물증을 구할 수도 있어요. 지금까지 사탄교를 상대해온 저를 정 믿지 못하시겠다면 말이죠.”

“아뇨. 믿어요. 테드 씨는 지금까지 알게 모르게 사탄교로부터 네메스 대륙을 구한 영웅이니까요. 제가 말하는 오해라는 건 메타엘과 시리엘은 사실 제 명령을 받고 사탄교에 잠입한 상태였다는 거죠. 테드 씨는 시리엘이 저의 사자라고 했지요? 테드 씨는 아마 믿지 않았겠죠. 이해해요. 악마와 같이 있는 천사를 믿을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요. 어떤 의미로 타락했다고 볼 수 있지요.”

테드는 미카엘라의 말에 담긴 미약한 힘을 느꼈다.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권능이 담겨 있었다. 바알에게 들은 그녀의 권능인 ‘광휘’가 발동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광휘는 환한 빛을 말한다. 미카엘라는 빛을 권능으로서 다룬다. 그러나 그녀의 광휘는 숨겨진 능력을 포함하고 있었다. 그 중 하나가 긍정적인 감정을 들게 하는 것이다.

그녀를 보면 이유모를 희망을 느끼게 된다. 그녀를 보면 이유모를 존경과 충성을 느끼게 된다. 그녀를 보면 심란했던 마음이 안정된다. 온갖 긍정적인 감정이 그녀에게 좋게 작용되는 것이다. 바알은 이 능력이 선동하기 딱 좋은 능력이라고 했다.

바알의 말은 옳았다. 주의에 있는 자들은 미카엘라를 호의가 깃든 눈으로 보고 있었다. 그녀의 말은 진실이라고 막연한 신뢰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미카엘라가 직접 이곳에 행차한 이유다. 다행이라는 점은 권능이 미약하다는 것이다. 이러면 미카엘라에게 호감과 신뢰를 느껴도 사리분별은 할 줄 알게 된다.

“그렇다는 건 미카엘라 님은 사탄교에 대해서 이미 알고 계셨다는 거군요. 나름의 대처도 하고 계셨고요. 그런데 미카엘라 님이 나서고도 이 정도라면… 사탄교는 도대체 얼마나 강하다는 건지.”

네가 나서고도 이정도냐는 일종의 비아냥거림이었다. 미카엘라는 분명히 깨달았으리라. 고작 중간계의 인간에 불과한 자에게 무례를 당했다. 중간계의 생물을 하찮게 여기는 천사라면 분노해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었다. 그러나 미카엘라는 분노하지 않았다.

“……제가 사탄교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오래전이 아니었고, 일부분뿐이었지요. 손을 쓰기에는 네메드 대륙의 시스템이 허락하지 않았죠. 고작해야 메타엘과 시리엘을 보내 동태를 살피는 게 전부였죠. 네메스 대륙에 뒤늦게 나타나 이렇게 말해도 여러분은 믿지 않을 실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믿어 주세요.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어요.”

주위의 모두가 그녀를 향해 믿는다고 말하는 와중에 테드만이 두 눈을 냉철하게 빛내며 미카엘라를 쳐다봤다.

“메타엘. 메타엘은 죽어가는 와중에도 악마와 싸웠지요. 죽음이 확정된 상황에서 악마를 위했다는 말이에요. 죽는 그 순간까지 악마를 위한다는 것도 미카엘라 님의 명령이었나요?”

시리엘과 메타엘은 달랐다. 시리엘은 정말로 미카엘라의 명령을 받고서 활동했다면, 메타엘은 미카엘라 몰래 활동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날 보인 메타엘의 반응을 생각하면 확률은 상당히 높았다.

“제 명령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그의 행동에 대한 이유는 조금만 생각해도 간단히 알 수 있죠. 사탄교에서 활동하고 있는 또 다른 천사, 시리엘에게 의심이 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에요.”

“아. 그렇군요.”

테드는 조용히 웃으며 시리엘의 변명을 받아 들였다. 메타엘이 있던 시점에 시리엘이 있었냐는 질문은 구태여 하지 않았다. 어차피 확인할 방도가 없는 죽은 질문이었다.

‘메타엘은 미카엘라의 이목에서 벗어나 활동했다. 아마도 미카엘라에 반하는 천사였겠지. 아무리 미카엘라가 최고 천사라해도 완전히 천계를 지배하는 건 불가능 할테니.’

사람이 100명 이상 모이면 불만자는 어김없이 발생하다. 그게 과반수라면 불만자의 무리가 되지만, 소수라면 반대 상황이 된다.

테드가 미카엘라를 보며 히죽 웃었다.

미카엘라는 테드의 웃음을 보며 저도 모르게 살짝 미간을 좁혔다. 마치 자신을 내려다 보는 듯한 기분 나쁜 웃음이었다. 그래도 그녀는 곧바로 좁힌 미간을 피고서 은은한 미소를 지어 화답했다.

“그런데 가브리엘은 잘 계시나요?”

미카엘라의 미소가 사라졌다. 살짝 벌린 입술은 놀라움을 나타내고, 두 눈에는 경계심이 서렸다.

가브리엘. 미카엘라보다는 조금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긴 하지만 가지고 있는 직위는 미카엘라와 동등한 최고귀의 천사다. 세간에서는 둘도 없는 친구사이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미카엘라와 사이는 그렇게 좋지 않다. 오히려 앙숙이라 할 수 있다. 가브리엘은 미카엘라의 자리를 원하고, 미카엘라는 가브리엘을 경계하고 있다. 미카엘라가 완벽하게 대처하고 있어 가브리엘이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지 못할 뿐이라고 바알이 말했다.

미카엘라를 죽이기 위해 천사를 희유하고 정보를 지속적으로 얻어낸 바알의 정보이니 틀림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사실임에 증명됐다. 저 놀란 얼굴을 보면 100% 확실했다.

“어떻게 가브리엘을… 가브리엘은 지금 천계에 있는데… 혹시 만난 적이 있으신가요?”

“그럴리가요. 네메스 대륙과 천계는 시스템이 막고 있어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없잖아요. 그냥 한 번 물어본 것뿐이에요.”

“…….”

미카엘라가 그냥 한 번 물어봤다는 말을 있는 그대로 믿을 리가 없다. 아마도 메타엘과 가브리엘의 관계를 생각할 것이다. 나아가서 가브리엘과 사탄교에 대한 것까지.

‘나는 너희 천사들은 믿지 않아. 제발 부탁이니 내부를 의심해라. 사탄교를 처리하면 너희들 차례이니 약간의 시간이라도 벌자.’

의심은 심어 두었으나 이게 어디까지 통할지 알 수 없었다. 적어도 그녀가 직접 확인을 할 때까지의 시간은 벌었다.

“잘 지내고 있어요. 그는 언제나처럼 천계의 구름위에서 수행에 매진하고 있어요.”

빠르게 평정을 되찾은 미카엘라가 웃으면서 말했다. 테드도 마주보며 활짝 웃었다.

“그녀가 여전하다면 다행이네요.”

“…….”

많은 사람이 착각하고 있는 게 있다. 바로 가브리엘이 여자라는 사실이다. 남자처럼 짧은 머리와 납작한 가슴과 몸매를 가리는 하얀 천을 휘감듯이 입고 있어서 그녀를 남자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가브리엘이 여자답지 않게 자기 단련을 끊임없이 한다는 것도 한몫했다.

자신을 떠보는 그녀에게 또 다른 의심을 안겨주었다.

주위에 있는 자들은 동문서답같은 상황에 제각각 머리를 갸웃거렸다.

테드는 뚫어질 듯이 자신을 쳐다보는 미카엘라의 시선을 차분히 받아 넘기며 입을 열었다.

“그럼 이어서 다음 질문인데. 괜찮다면 각국의 수장들에게 통신 마법으로 연결해도 될까요?”

“아니. 그건 아무리 그래도 안 되지 않소? 우리가 여기에 모인 이유가 뭔지 잊은 것이오?”

테드의 제안에 반론을 제기 한 것은 옆자리에 앉은 엘프 남자였다.

“회담의 내용이 도청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곳에 모인 것이었죠. 하지만 저는 네메스 대륙 최고의 마법사에요. 오만하게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사용한 통신 마법을 사탄교가 도청할 수 없어요.”

“어떻게 그리 자신할 수 있소?”

“제가 사용할 통신 마법은 일반적인 구조 자체가 다르거든요. 도청하기 위해선 마도사라도 며칠은 연구할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그때쯤이면 이미 회담은 끝나고도 남았을 시간이죠.”

“…끄응. 아무리 그래도 그건 할 수 없소. 우리가 여기 모인 이유는 만일의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서요. 폐하를 귀찮게 할 수는 없소.”

그들은 이곳에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공적을 인정받는다. 그런데 회담 장소에서 갑자기 통신 마법이 된다면 국가 대표로서 참가한 의미가 사라진다. 공적이 작아진다는 말이다. 경우에 따라선 사라질 수도 있었다.

“그럼 이 회담의 내용을 여러분들이 온전히 감당하겠다는 거네요.”

첫 번째 회담과 두 번째 회담에서 마땅한 의견과 결론이 나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책임회피다.

국왕의 대리 자격으로 참가했다고 해도 이 회담을 나서는 순간 자격은 상실한다. 그러나 책임은 사라지지 않는다. 말 한 마디에 국가가 잘못 된다면 온전히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그게 무슨 뜻이오?”

“이 대륙 회담은 사탄교를 상대하기 위해서 만든 회담이잖아요. 지금 사탄교는 네메스 대륙과 싸울 수 있을 정도로 강하죠. 수많은 사람이 죽을 거에요. 어쩌면 국가를 유지하기 힘들 정도의 타격을 입은 국가가 나올지도 모르죠. 이 회담은 국가의 운명… 나아가 대륙의 운명을 정하기 위한거에요. 여러분이 감당해야 할 일이죠.”

테드의 말에 대부분이 안색이 굳어졌다. 국가를 대표한다는 것은 전문 교육을 받은 자들이라 하더라도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게 된다. 아니, 국가가 아니라더라도 애초에 대표라는 자리가 그렇다.

조금만 실수해도 책임이라는 죄가 자신에게 돌아온다. 그리고 설령 자신이 실수하지 않더라도 대표자라는 이유만으로 책임은 자신에게 찾아온다.

“……음. 테드 님이 저렇게까지 말한다면 저는 찬성입니다. 생각해보니 미카엘라 님을 상대하는 데 저같은 놈은 어울리지 않군요. 대통령 님이 나서야 될 일이죠.”

수인 국가 네메슈의 대표자가 먼저 말했다. 그를 시작으로 몇몇이 동일한 의견을 꺼냈다. 물론 반대하는 자들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책임이라는 무거운 바위에 겁먹은 5명이 찬성하고 2명이 반대했다. 테드가 의견을 말하지 않은 미카엘라를 쳐다봤다.

“테드 씨가 사탄교를 너무 얕보는게 아닌지 우려되네요.”

“설마요. 저처럼 오랫동안 사탄교를 상대해온 자는 이 세상에서 없어요. 그 만큼 사탄교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거죠.”

“만일 내용이 도청 된다면….”

“통신 마법의 도청에 관한 책임은 제가 지죠. 이곳에 첩자가 없다는 조건하에 말이죠.”

그로부터 30분 동안 테드는 통신 마법을 설치했다. 마법의 프로텍트는 완벽했다. 테드의 스승이 직접 통신을 도청하려고 해도 이틀은 연구해야 할 것이다.

대표자들은 제각각 통신구를 이용해 상황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다. 반대하는 자들은 없었다.

테드는 자신의 책상위에 나타난 사각형의 반투명한 창속에 있는 라이거를 보며 살작 고개를 숙여 보였다.

“오랜만이네요. 라이거 전하.”

“그대가 무사해보여서 무엇보다 다행이군. 이야기는 애쉬 경을 통해 들었다. 역시 그대는 재밌는 짓을 하는군.”

라이거를 시작으로 테드는 몇몇 안면이 있는 왕과 인사를 나누었다.

안면이 있다고 해봤자 엘프 왕국 아우티리아의 여왕과 뱀파이어 국가 브리드론의 블러드 로드 중 한 명인 테레사 힐데가르트가 전부였지만. 딥크스의 여황인 메피아는 예외였다. 그녀는 테드에게 시선도 주지 않았고, 테드도 굳이 그녀에게 말을 걸거나 하지 않았다.

“우선 이곳을 보고 있는 각국의 대표자들에게 양해를 구할게요. 이미 들어 아시겠지만 제가 고대 마법을 제공하는 대신에 미카엘라 님에게 질문 권한을 받았거든요. 아직 2개 남은 질문을 할 예정이에요.”

상관없다. 국가의 대표자들은 그렇게 의견을 말했다.

그들은 흥미로움을 가지고 테드를 보고 있었다. 남들과 다르게 주권결정전을 관람할 수 있었던 그들은 테드의 힘을 알고 있었다. 그 강대한 힘을 보면 좋든 싫든 대우를 해줄 수  밖에 없었다.

“그럼 미카엘라 님. 두 번째 질문인데요. 어떻게 미카엘라 님을 비롯한 네메스 대륙에 나타난 천사들이 계속 네메스 대륙에 머무를 수 있는 거죠? 듣기로는 딥크스 제국에 느닷없이 나타났다고 들었어요. 시스템이 그걸 허락할 리가 없을 텐데요.”

미카엘라는 싱긋이 웃었다. 이건 그녀의 입장에서도 예상한 질문이었다.

“처음 우리가 네메스 대륙에 강림할 수 있었던 것은 사탄교의 실수 때문이에요. 그 동안 딥크스에서 벌인 전투로 발생된 시체와 무관한 자들로부터 빼앗은 생명력으로 악마를 소환하려던 그들은 사소한 실수로 우리들을 소환해버렸어요.”

“악마와 천사의 소환은 비슷하니까요. 충분히 이해가 가요.”

이해가 가긴 개뿔. 사탄교의 실수는 없었다. 아스타로트는 일부러 천사들을, 미카엘라를 부른 것이다. 바알과의 계약을 지키기 위해서 인지, 혼란을 초래하기 위해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하지만 천사들이 역소환되지 않는 건 이해할 수 없는데요. 혹시 사탄교의 악마처….”

“악마들 같은 저속한 방법으로 유지하고 있는 건 결코 아니에요.”

미카엘라가 테드의 말을 자르고 강하게 말했다.

“저희는 시스템과 정식으로 계약했어요. 계약은 시스템이 인정하는 정통한 방법이죠. 설령 계약 상대가 시스템이라 할 지라도요.”

“……뭣?!”

“그래요. 저희는 사악한 악마로부터 네메스 대륙을 지키기 위해 이곳에 있는 것이랍니다. 다름 아닌 시스템의 부탁으로요.”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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