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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주권결정전.
뒤에 나타난 레이나가 위에서 아래로 검을 휘둘렀다. 황금색 참격이 부드럽게 몸을 갈랐다.
테드의 몸이 부풀어 오르더니 강렬한 냉기와 함께 사방으로 퍼졌다.
시안은 터지는 순간 재빨리 백스텝을 밟아 피했고, 디커드는 몸에 새겨진 문신이 가까이 오는 냉기를 녹여버렸다. 피해를 입은 것은 가장 가까이 있었던 레이나뿐이었다.
레이나의 새하얀 갑옷에는 냉기가 들러붙어 서리가 끼였으며, 검에서 나오는 황금빛이 약간이지만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공간을 채우고 있던 황금빛 장미잎과 농후한 장미향이 씻은 듯 사라졌다.
“언제 마법을 발동했는지 눈치 채지 못했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빠르군. 과연 실력의 자신 있는 이유는 알겠어.”
디커드가 중얼거리며 조금 떨어진 거리에 있는 테드를 향해 지팡이를 내밀었다. 한 순간 지팡이가 붉은색으로 빛났다.
“플레임 바인드.”
불꽃으로 이루어진 밧줄이 테드를 향해 뻗어나갔다. 보통 바인드 계열의 마법은 대상의 구속을 목적으로 하지만, 플레임 바인드의 경우 그 성질이 조금 달랐다.
대상을 속박하는 것은 맞다. 그리고 동시에 대상을 불태운다. 구속 마법이면서도 공격 마법이었다. 몸을 칭칭 감아서 대상을 태우는 마법이다.
테드가 오른손을 저었다. 거대한 바람이 불어와 불꽃의 밧줄을 날려버렸다.
“겨우 이런 마법으로 절 어떻게 할 순 없어요.”
플레임 바인드는 요즘 잘 사용하지 않는다. 속박 마법이라면 굳이 불속성을 넣을 필요가 없고, 위력은 파이어볼 쪽을 사용하는 게 나았다. 또한 날아오는 속도도 느려서 민첩한 일반인은 피할 수 있을 정도이며, 무언가에 가로막으면 맥을 추지 못하며, 지금처럼 바람에 휩쓸리기도 쉽다. 장점이라고 한다면 공격에 적중했을 때, 지속적으로 화상 피해를 입히는 것 정도다.
“그 정도야 알고 있네. 인정하긴 싫지만… 자네의 실력은 나보다 더 뛰어나니 말일세. 고작해야 플레임 바인드로 어떻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네.”
디커드는 정말 인정하기 싫지만, 자신과 테드의 실력 차를 알고 있었다. 대마도사라는 말도 믿고 있다. 정보에 한해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인물인 애쉬에게서 테드의 마법을 들었으니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이 이루지 못한 것을 새파랗게 젊은 그가 이루었다는 것에 허망함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마냥 멈춰서 있을 수는 없었다. 그는 펠리스의 현자라고 불리는 집행관이었다.
“하지만 시선을 끄는 것 정도는 되겠지.”
테드는 조명을 가리는 무언가를 느끼고 천장으로 시선을 옮겼다. 한 쪽 무릎을 꿇은 자세의 시안이 검끝을 아래로 향하며 허공에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온몸의 체중을 검에 담아 내려 찍는 기술이었다.
테드가 배리어를 전개했다. 허나 푸르스름한 마나를 머금고 있는 시안의 검에 닿는 순간 배리어는 유리 접시가 깨지듯 박살났다.
테드가 두 눈을 좁혔다. 허공에서 내려오는 방향은 정면으로 바로 위가 아니라 비스듬하게 대각선의 궤도를 타고 있었다. 그의 검이 노리는 부위는 가슴부위다.
오른쪽 발을 뒤로 회전하듯이 뺀다. 그걸 축으로 몸을 옆으로 돌렸다. 시안의 검이 아슬아슬하게 상체를 지났다. 그가 바닥에 착지하기 전, 테드가 주먹을 쥐고 내질렀다.
주먹이 시안의 옆구리에 작렬하는 순간, 스트라이크 마법이 발동하며 거대한 충격음이 울렸다. 시안이 날아가 바닥을 구르며 마법장벽에 부딪혔다.
“…이거… 참. 제대로 한 방 맞았군요. …큭”
시안이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입가에선 피가 한 줄기 흘러내렸다. 레이나와 달리 제대로 된 방어구 하나 걸치지 않아 데미지를 고스란히 육체가 감해야만 했다.
시안은 입가에 흐르는 피를 손등으로 닦았다.
“설마하니 그 상태에서 카운터를 칠 줄이야. 완전하게 제 움직임을 파악했는 말이군요.”
테드가 근접전도 문제없는 전투 마법사라는 사실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허나 시안은 마법사가 근접전을 잘 한다 해봤자라고 생각했다. 최고의 검사라고 불리는 자신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빈틈을 노린다. 그 자연스러운 움직임 어디가 마법사라고 볼 수 있겠는가.
“솔직히 말해 봐요. 당신, 마법사 맞습니까?”
“마법사 맞는…….”
테드가 대답하는 순간 노렸다는 듯이 시뻘건 불꽃이 바닥에서부터 치솟았다.
불의 기둥은 약 5초간 지속되었다가 사라졌다.
“말하는데 노리는 건 좀 아니지 않나요.”
아주 조금의 생채기도 없는 테드가 평온한 어조로 말했다. 디커드는 질린 얼굴을 했다. 1000도가 넘는 불꽃이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했다. 더군다나 디커드는 그가 마력으로 신체를 강화시켰는지,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방어 마법을 사용했는지 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농담하지 말게. 우리가 자네와 수다나 떨려고 여기에 온 것 같나?”
“그렇게 말하면 제가 할 말이 없군요. 그나저나 불을 아주 좋아하시나 보네요.”
주위에 느껴지는 거대한 마력의 유동에 디커드가 두 눈을 부릅떴다.
허공, 바닥, 천장. 온갖 곳에서 나타난 불꽃이 디커드를 중심으로 소용돌이치더니, 순식간에 디커드의 몸에 달라붙었다. 그에 몸에 붙은 불꽃이 오른쪽 방향으로 회전했다.
“파이어 볼텍스(Fire Vortex)라는 마법이죠. 거대한 나무도 5초만에 태워버리는 화염 마법인데….”
테드가 두 눈을 가늘게 뜨며 디커드를 쳐다봤다.
“통하지 않는 모양이네요. 혹시 화염계열 마법에 대해 완전 내성인가요?”
화염속에 있는 디커드의 붉은색 문신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의 몸은 물론이고 옷까지 타지 않았다. 어마어마한 열기 속에서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 그는 되레 얼굴색이 좋아지고 있었다.
테드는 디커드가 문신을 통해 불꽃의 일부를 흡수하고 있는 것을 눈치 챘다. 불꽃은 이내 시간이 흐르자 완전히 사라졌다.
“이 마법 문신은 평범한 것이 아닐세. 나의 스승의 스승으로부터 계승해온 문신일세. 언제부터 계승되어 온 것인지 기록이 없어 알 방법은 없으나, 나는 고대 마법과 관련되어 있다고 짐작하네. 대마법사인 자네라면 바로 눈치 챘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마법 문신에는 흥미가 없어서요. 그래도 제 의견을 말하자면 그 문신은 고대 마법이 아니라, 정령과 관련되어 있다고 봐요. 굳이 말하자면 정령술과 마법의 합작이라 할까. 뭐,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요.”
“……놀랍군. 보자마자 바로 정령과 관련되어 있다는 걸 파악하다니. 그 경지가 되면 보이는 것도 다른 건가.”
그가 고대 마법을 언급한 것은 숨기기 위함이었다. 마법사로서 비전을 숨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기에 테드가 씩 웃었다.
“다르지요. 아이가 보는 세상과 어른이 보는 세상이 다르듯이.”
“……나를 아이로 보는건가. 그 말은 아무리 나라도 화가 나는군. 그러니 자네에게 선물을 주지. 자네의 파이어 볼텍스와 비슷한 마법이네. 파이어 휠(Fire Whirl).”
테드의 발치에서 빨간 불꽃이 회오리치며 솟아났다. 순식간에 몸을 덮은 화염은 회전하면서 천장을 향해 올라가 부딪혔다. 물론 청장에도 충격에 대한 대비를 해놓았기에 부서지지는 않았으나, 관람하고 있는 귀족들은 공간이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불꽃 속의 테드는 조금의 열기도 느끼지 못했다. 어떤 마법을 사용한 것은 아니고, 순수한 위광의 효과였다. 디커드의 마법은 파이어 볼텍스보다 위력적이지만 위광을 뚫을 정도의 위력은 아니었다.
“절대영도(Absolute Zero).”
말이 끝나는 순간 화염이 사라지고, 공간이 얼어붙었다. 천장과 바닥, 마법 장벽에 푸른 서리가 맺혔다.
마법 장벽의 밖에 있던 귀족들은 갑자기 느껴지는 추위에 몸을 떨었다. 마법 장벽에 의해 보호되었을 텐데도 매서운 한기를 느꼈다. 그들의 숨이 몸 밖으로 나오자 얼어붙어 바닥에 떨어졌다.
재차 달려들 준비를 하던 시안은 그대로 멈춰 동결된 자신의 몸을 마나를 이용해 녹여야 했다.
마나를 끌어 올리며 강력한 일격을 준비하던 레이나는 자신의 몸 주위에 떠돌던 황금빛 장미가 얼어붙은 것을 보았다. 당연히 갑옷 채로 몸이 동결되었다. 일격은 사용하기도 전에 실패했다.
유일하게 피해가 없다 할 수 있는 건 디커드였다. 마법 문신이 그를 절대영도로부터 지켜주었다.
“……엄청나군. 그런 마법을 1분도 되지 않은 시간으로 발동하다니. 이게 대마법사라는 건가.”
“디커드님의 문신도 무시할 수 없을 수준이군요. 설마 절대영도의 영향을 아예 받지 않을 줄이야.”
“자네의 시선에는 멀쩡해 보이겠지만 아예 멀쩡하다는 것은 아니야. 마력 일부가 한 번에 소모됐네. 지금 까지 봐주고 있었나? 아니, 지금도 봐주고 있군.”
테드는 그의 말에 부정하지 않았다. 테드는 디커드의 말대로 그들을 적당히 상대하고 있었다. 진심으로 대련에 임했다면 단숨에 끝내는 것도 가능했었다.
그러나 이것은 귀족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대련이다. 단숨에 끝낸다면 그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고, 짜고 쳤다는 소리도 나올 수 있었다. 또한 집행관의 체면의 문제도 있었다. 집행관은 자타공인 펠리스의 최고 무력이다.
그런 최고 무력이 아무것도 못하고 지렁이처럼 짓밟혔다? 정치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또 테드는 아무런 영향가도 없는 귀찮은 일에 휘말릴 것이다.
압도적으로 승리하되, 귀족들이 납득할 만한 승리가 필요했다.
지금 귀족들의 시선에는 테드를 무시하는 빛이 조금도 없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부족했다. 테드는 몸을 가누는 척하며 집행관들이 다시 전투자세를 잡는 것을 기다렸다.
“테드 공. 역시 강하군. 처음 만난 그때완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레이나가 뒤쪽 왼쪽 대각선 방향에서 황금색으로 빛나는 검의 손잡이를 양손으로 잡았다. 이 차가운 공간에 장미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혹시 오해할까봐 말해둡니다만, 저희도 전력을 다하고 있지 않습니다. 전력을 보이기엔 보는 눈이 너무 많거든요.”
뒤쪽 오른쪽 대각선에 선 시안이 빙그레 웃으며 소곤거리듯 말했다. 그 정도는 테드도 알고 있었다. 그들이 진심으로 하기에는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진심을 내버리면 지하 훈련장은 물론이고 위에 지어진 왕궁에 까지 피해가 간다.
라이거의 목적은 ‘과시’이지 ‘노출’이 아니었다.
뭣도 모르는 귀족들은 전력으로 싸우는 것으로 보이겠지.
“너무 오래 싸우면 피차 곤란해질 뿐이지 않나. 슬슬 끝내도록 하지. 아, 공간이동 마법은 막아놨네. 블링크로 피하지 못할 걸세.”
정면에 있는 디커드가 말했다.
디커드, 레이나, 시안의 위치는 테드를 중심으로 삼각형을 이루고 있었다. 그들이 마나를 끌어 올리자 공명하기 시작했다.
“마나 공명… 그거 진짜로 가능했군요. 여러분 솔직히 말해 봐요. 대련장에 오기전에 모여서 연습했죠?”
“그럴 리가. 우리가 만날 시간이 어디 있겠나.”
디커드가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테드는 확신했다. 그들은 이전에 몇 번 만나서 연습했다. 마나 공명은 특수한 비전으로 분류되어 있기에 테드도 자세한 방식은 모르지만, 서로의 마나를 한데 섞어 증폭시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당연히 처음 만난 자들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이거 위험한데.”
테드는 몸이 떨릴 정도로 마나가 증폭되는 것을 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물론 자신이 위험한 게 아니라 훈련장이 위험하다는 것이다. 마법 장벽이 견디지 못하고 깨져 나갈 것이고 귀족들이 물리적인 피해를 입을 것이다.
“자네의 실력을 믿겠네.”
“……그거 참. 무책임한 말인데요.”
이윽고 마나가 최고조로 달한다.
레이나의 검신에 황금빛 장미잎이 달라붙었다. 완성된 것은 검보다는 한 송이의 황금색 장미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그녀가 양손에 쥔 검을 뒤쪽 아래로 내렸다.
시안의 검은 레이나와 달리 아무런 특징도 없었다. 마나가 검이 아니라 몸의 내부로 집약 된 것이다. 그는 침묵 속에서 자세를 잡았다. 검을 양손으로 단단히 잡고, 검극을 테드에게 겨누었다. 무릎을 살짝 굽혀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기 위한 준비를 취했다.
디커드는 지팡이로 바닥을 찍었다. 지면에서 붉은 마법진이 그려지고 3M가 넘는 활활 불타는 바위 골렘이 모습을 드러낸다. 블레이즈 가디언(Blaze Guardian)이다.
디커드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허공에 붉은색 마법진 5개가 그의 주변에 그려진다.
테드가 모르는 마법, 디커드가 스승으로부터 물러 받은 비전 마법인 ‘미니 메테오(Mini Meteor)’다. 메테오 스트라이크에 비하면 조소밖에 나오지 않는 수준의 마법이었다. 그러나 파이어볼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공격 마법임에는 틀림없다. 하나만 있어도 훈련장이 박살나는 것이 5개나 소환했다.
“감당할 수 있겠나? 대마도사.”
디커드가 물었다. 테드는 방금까지의 곤혹스러운 표정은 거짓이었다는 듯이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야 당연히.”
골렘이 테드를 향해 달리고, 마법진으로부터 어린아이 주먹만 한 운석이 만들어진다. 노리는 것은 테드 한 명이었다.
그러나 테드와 그것들의 사이에 있는 허공에 검은색 점이 나타났다.
“블랙홀(Black Hole)
아주 작은 점은 이윽고 조금씩 커지더니 이내 골렘과 5개의 미니 메테오를 끌어당겨 삼켰다. 블랙홀은 할 일을 다했다는 듯 그대로 소멸했다. 디커드의 공격이 어이가 없을 정도로 손쉽게 사라진 순간, 레이나와 시안이 움직였다.
동시에 움직였는데 먼저 도달한 것은 시안이었다. 그는 한 순간에 음속을 돌파해 테드의 어깨를 노리며 돌진해왔다.
테드가 시간을 멈췄다. 옆으로 움직여 위치를 바꾸고 다리를 내뻗어 시안의 다리를 노렸다. 음속을 돌파한 그의 다리지만, 위광의 방어를 뚫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위력이다.
다시 시간이 움직인다. 다리가 걸린 시안이 고꾸라지면서 중심을 잡으려는 찰나에 테드가 마법으로 삼중 가속한 발로 그의 등을 찼다. 그가 재차 마법을 준비하고 있는 디커드를 향해 날아갔다. 디커드는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시안을 피하지 못하고 함께 뒤로 날아가 마법 장벽에 부딪혔다.
시안은 둘째 치고 디커드는 입에 거품을 물며 기절했다.
테드가 진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당도한 레이나가 오른쪽 아래에서 왼쪽 위로, 대각선 방향으로 휘둘렀다.
테드가 중력마법을 펼쳐 일시적으로 궤도를 비틀지 않았다면 분명히 테드의 몸에 적중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공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녀의 황금 장미가 부서지며 사방으로 흩날렸다. 장미잎은 공간을 가득 채웠다.
마나 공명에 의해 그들은 일시적으로 마나가 증폭되었다. 그리고 그 여파로 공간 곳곳에 농후한 마나가 남겨졌다. 이 농후한 마나는 디커드가 아니라 오로지 레이나를 위한 것이었다. 잔여 마나는 황금색 장미로 변모했다.
“좀 아플 걸세.”
레이나가 말했다. 투구를 쓰고 있어서 그녀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공간에 퍼진 황금빛 장미잎이 테드와 레이나를 향해 모여들었다. 테드는 그녀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그녀는 흔히 말하는 동귀어진의 수를 사용한 것이다. 고작 대련에 말이다.
테드는 혀를 찼다. 아무리 진지한 그녀라도 정도가 있었다. 이깟 보여주기 식 대련이 무라고 목숨을 건단 말인가. 레이나를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딱딱한 허리를 붙잡았다.
“압도적인 힘으로(Power Overwhelming).”
아주 잠깐, 몇 초 동안 일시적으로 온갖 피해를 무시하는 비전 마법을 그녀에게 걸었다.
동시에 사방의 꽃잎들이 황금빛으로 폭발했다.
이내 강렬한 빛은 사라지고 멀쩡한 테드와 레이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만 그들의 주위는 조금도 멀쩡하지 않았다. 천장은 박살나서 1층이 훤히 보였고, 바닥은 달이라도 된것마냥 작은 크레이터가 수십 개나 있었다.
테드는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는 것을 느끼며 준비해뒀던 가짜 피를 입으로 토했다.
“대련 한번 살벌하네.”
그리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물론 힘들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치트키씀.